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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재형 한국해양대 해양체육학과 교수 

“특정 계층 아닌 ‘모두의’ 놀이문화 확산될 것” 

글 강태우 중앙일보플러스 기자 kang.taewoo@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eonmk@joongang.co.kr
삼면 바다인 지형적 특성 살려 해양레저산업 활성화 해야···마리나 기반으로 장비·용품·교육·서비스 산업연계 필요해

▎이재형 한국해양대 해양체육학과 교수가 해양레저 산업 활성화를 위한 마리나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마리나는 해양 스포츠를 포함해 요트·보트의 제조·정비·교육 등 해양레저 산업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핵심시설이다. 최근 들어 요트·보트 등 레저선박이 증가하면서 마리나 이용객이 크게 늘고 있지만 모든 레저선박을 수용하기엔 부족하다. 정부가 주도해 마리나 개발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민간자본 유치·개발에 따른 각종 규제, 관광산업과의 연계, 관련 산업 육성 등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이재형 한국해양대 해양체육학과 교수를 만나 해양레저의 꽃으로 불리는 마리나 개발 현황과 활성화 방안에 대해 물었다. 현재 해수부 마리나항만 개발정책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재형 교수는 마리나 전문가다. 마리나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해양레저스포츠산업 활성화 방안 등 다양한 연구과제와 학술강연을 맡아 진행했다. 학술논문으로는 <해양레저산업 육성을 위한 마리나 기반시설 확충 방안> <마리나 개발 적정수요와 입지선정의 중요도에 관한 연구> 등이 있다.

마리나 개발이 왜 필요한가.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강과 호수도 많다. 이런 지형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해양레저 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해양레저 영역을 넓혀야 한다. 최근 들어 해양레저 산업에 많은 국민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관련 시설과 여건은 열악한 상황이다.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해양레저 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레저문화는 산업적으로도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마리나 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민소득 수준을 볼 때 시기상조 아닌가?

“아직까지 국민들이 해양레저 문화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것 같다. 여전히 돈 많은 사람들이 누리는 문화라고만 생각한다. 해양레저 활동이 대중화된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기반시설이 필요하다. 이런점에서 마리나는 해양레저 문화의 대중화를 위해 필요한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마리나는 해양레저 산업을 발전시키고 국민들의 여가생활을 한층 더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내 마리나 산업의 현주소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국내에 33개의 마리나가 있지만 대부분 규모가 작다. 그래서 2013년부터 국가가 직접 마리나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역 거점을 선정해 마리나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기반시설을 조성하려면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데, 국가가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기반시설을 만든 후에는 지방자치단체나 민간기업이 전반적인 인프라를 조성·운영하는 방식으로 개발이 이뤄지게 된다. 배를 안전하게 계류할 공간을 확보하고, 국민들이 찾아와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다면 모든 국민이 즐길 수 있는 여가생활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마리나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뭔가?

“우선 특정 계층의 놀이문화라는 정서가 팽배했다. 비싼 돈을 주고 해외에서 선박이나 레저 장비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박을 띄우거나 보관할 수 있는 마리나 같은 기반시설도 부족했다. 수리나 주유 같은 관리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1990년대에 국내 한 기업이 마리나를 만들고 요트·보트를 구입해 운영했다가 사업에 실패한 사례를 볼 때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인건비와 관리비 등 운영비가 많이 들고, 이용료는 비싸다 보니 이용객이 많지 않았다. 선박이 고장 나도 제대로 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것이 원인이다.”

마리나가 갖춰지면 대중화가 가능할까?

“기반시설이 마련됐다고 해양레저 문화가 크게 활성화하지는 않는다. 시설·장비·용품·교육·관광·서비스 산업이 모두 균형 있게 발전해야만 가능하다. 기반시설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분야와 연계해 누구나 저렴하게 공간·시설·장비를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해양레저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문제점이 있다면?

“공유 수면인데도 제약이 따른다는 점이다. 국가 재산인 바다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모든 바닷가 마을에는 항구가 있는데 레저선박은 기타 선박으로 분류돼 들어갈 수 없다. 공공재산임에도 사실상 어민들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이를 개방해 레저선박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최근 들어 일부 어촌에서 소규모 마리나를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긍정적이다.”

“지역 특성에 맞는 개발, 선박·장비 국산화 필요”


▎마리나에 정박한 요트들. / 사진·강태우
해양레저 문화 활성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선박과 레저 장비를 수입에 의존한다. 해외에서 들여오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이를 빌리는 임대료도 부담이 된다. 고장이 나면 부품 값도 만만치 않은 데다 수리할 수 있는 전문인력도 부족하다. 요트·보트 같은 레저선박과 수상레저 장비의 국산화가 필요한 이유다. 우리나라가 조선산업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레저용 소형 선박은 제조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기술력을 갖춰야 한다. 국내에서 선박을 생산해 저렴하게 공급해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하이브리드 선박을 제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기술인 양성을 위한 교육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레저선박에 가격 경쟁력이 생기면 선박 수요가 늘어나고 그에 따른 판매·정비·장비·임대·관리·용품 등 다양한 분야의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이는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져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내수면 마리나는 어떻게 개발해야 하나?

“호수와 강 등 내수면에도 특색 있는 마리나를 조성해 바다와 육지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야 한다. 내수면 마리나는 파고가 낮고, 개발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장점이 있다. 개발 형태도 기반시설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종합수변 레저공원 형태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마리나에 수영장, 수상레저 공간, 캠핑장, 공원, 아웃렛 등을 한데 모아 국민이 수상레저 스포츠를 즐기면서 각자의 취미에 맞는 여가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규모가 작거나 공간이 부족한 곳은 주거 기능을 결합한 마리나로 개발하면 된다. 바다는 거점형 마리나, 내륙은 내수면 마리나를 전략적으로 조성하고, 중국·일본·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통해 관광객과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야 마리나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

201709호 (2017.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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