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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이슈] 진영논리의 희생양? 작가 이외수 심경 고백 

“이 엄동설한에 방 빼라고? 이렇게는 못 나가지!” 

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na.kwonil@joongang.co.kr
화천군에서는 “방값 내라”, 함양군에서는 “고향으로 오시라”...“평창올림픽 이후 귀향 고려, 차기작 [영생시대] 집필 예정”

화천은 지금 산천어축제가 한창이다. 한 해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오면서 2만7000군민을 먹여 살리는 ‘일년 농사’가 됐다. 하지만 화천의 또 다른 ‘명물’이자 자랑거리였던 감성마을 이외수문학관은 읍내와 달리 적막강산이다. ‘이외수 퇴거’ 논란의 여진이 가시지 않은 탓이다. 이외수 작가는 과연 화천과의 결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이외수 작가는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사회적으로 제가 피해자다. 그런 식으로 저를 비난한다고 해서 화천에 무슨 이득이 되겠느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1월 4일,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에 자리 잡은 이외수(72) 작가의 문학관. 땅거미가 내려앉은 산골 마을은 고즈넉했다. 미리 약속을 하고서 갔지만 문학관 방문객 안내소 안에서 두런두런 대화 소리가 들렸다. 멀리 서울과 인천, 강릉에서 이 작가를 만나러 지인들이 찾아왔다고 했다. 새해 인사 겸 찾아와 화천군과 갈등을 빚고 있는 이 작가를 위로하고 있는 듯 보였다. 2017년 여름께부터 화천에서 시작된 ‘이외수 퇴거’ 논란은 바야흐로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화천군의회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위원장 박정순)는 지난해 12월 21일 “현재 불법으로 점유하고 있는 (이외수 작가) 집필실에 대해서는 ‘위법한 무상사용 중지 통지’ 후 집필실을 비우는 것을 포함한 적법한 행정조치를 취하기를 바란다”고 화천군에 주문했다. 화천군의회는 또 올해 감성테마 문학공원 예산 1억4000만원 가운데 인건비를 제외한 감성콘서트 사업비, 보수관리비 등 4000만원을 삭감했다.

화천군(군수 최문순)도 하루 뒤인 12월 22일 ‘감성테마 문학공원 운영에 대한 성명서’를 내고 “앞으로 이 작가가 현재와 같이 감성마을 시설을 이용하려면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제20조 규정에 따라 사용 및 수익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5년간 사용료와 함께 이 작가의 집필실 사용료를 받도록 하라는 군의회 결정을 받아들인 것이다. 화천군이 군의회의 주문대로 이 작가에게 ‘위법한 무상사용 중지 통지’를 보내게 되면 이 작가는 통지를 받은 날로부터 한 달 내에 집필실을 비워야 한다.

이에 대해 이외수 작가는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12월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최문순 화천군수가 정갑철 전 군수와 이외수 간에 맺은 2014년 협약을 불법으로 간주한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면서 “전(前) 군수와 한 것은 효력이 없고 현(現) 군수와 한 것만 법적 효력이 있다는 것은 모순이다. 화천군의회 의원의 생떼와 억지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이외수 작가의 고향인 경남 함양에 이 작가의 집필실이 이미 마련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작가가 결국은 화천을 떠나 함양으로 거처를 옮길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던 참이었다.

이 작가의 속내는 뭘까? 차가운 날씨에도 문학관 밖을 서성이던 이 작가의 부인 전영자씨에게 다가가 물었다. “이 작가는 화천에 남게 되나요, 아니면 함양으로 가게 되시나요?” 잠시 머뭇거리던 전씨가 입을 열었다. “함양으로 가야죠. 빠르면 설 명절 전이 될 수도 있고… 우리가 가고 나면 남은 사람들은 어떡하나? 아직 창창한 나이 때의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해주고 떠나야 하나? 요즘 그 생각뿐이에요. 우리 내외야 어차피 저무는 인생이잖아요. 우리가 그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남겨주고 가는 게 올바른 것일까, 그 고민을 하느라 결심이 늦어지고 있어요.”

“집필 위해… 고향 함양 내려가겠다”

이 작가와 화천의 이별이 멀지 않았다는 말로 들렸다. 13년 전인 2005년, 이외수 작가는 당시 정갑철 화천군수의 요청으로 머무르고 있던 춘천에서 화천으로 이주했다. 침체된 지역 경제를 명성 있는 작가의 문학관 유치로 극복해보자는 것이 당시 정갑철 군수의 구상이었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9년 동안에 걸쳐 이 작가의 집필실과 문학관 등을 갖춘 감성마을이 조성됐다. 총 133억여 원(군비 67억여 원)의 사업비가 투자됐고, 별다른 계약서도 없었다. 화천군과 이외수 작가는 감성마을 완공을 앞둔 2014년에야 양자 간에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현재 감성마을 운영 주체는 화천군이다. 이 작가 내외는 엄밀히 말하자면 세입자다. 부인 전씨가 말을 이었다.

“우리가 화천에 온 것은 당시 군수의 적극적인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죠. 처음부터 집세(집필실 사용료) 내고 와서 살라고 했으면 우리가 춘천에 그대로 있지 아무런 연고도 없는 화천에 왔겠어요? 당시 정 군수가 우리를 초대하면서 자기는 예술가들에게 바랄 것은 없다고 했어요. 군청 직원들한테도 ‘이외수 작가님께 뭘 받아내려고 하거나 응석부리지 말라’고 당부하더라고요. 정 군수의 그 말과 뜻이 참 고귀하게 들렸어요. 그때는 화천군이나 우리나 서로 무엇을 해줄 것이 없는지 물으면서 물심양면으로 도왔어요.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야 한다면서 언론 인터뷰도 안 하던 사람(이외수 작가)이 화천군을 알리기 위해 하루에 두 번씩 인터뷰도 했어요. 산천어축제 홍보대사도 맡아서 열심히 했고요. 그 덕분에 외지에 나가면 춘천 산다고 얘기하던 화천사람들이 지금은 당당하게 화천 산다고 얘기할 정도가 됐어요. 그런데 10여 년 동안 우리의 그런 노력들이 이번 일로 다 물거품이 됐어요.”

가슴에 품어왔던 이야기가 많아 보였다. 감성마을과 관련해 행정절차상의 문제가 있었으면 화천군 당국이 조용히 찾아와서 구체적으로 납득이 가게 설명해주면 해결방법이 나올 수 있었을 텐데, 군의회 의원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화천군 당국도 군의원의 주장에 동조하는 데 대해 일종의 ‘흠집 내기’나 ‘망신 주기’로 받아들이는 듯했다. 한겨울 산골마을에서 어둠은 시장기처럼 찾아온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자 이외수 작가가 먼저 찾아온 지인들과의 대화를 잠시 미루고 기자와 마주 앉았다. 40여 년 작가 생활 중 그는 가장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중이었다.

건강은 좀 어떠신가?

“좋다. (웃으면서) 암 수술 후 많이 나아졌다.”(이 작가는 2014년 위암 수술과 이후 8차에 걸친 항암치료를 받고 재기했다.)

올해는 어떤 집필 계획이 있나?

“내 나름대로는 지금까지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다. 궁색하긴 하지만 대표작을 하나 남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작년에 쓴 장편소설이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였고, 올해도 열정을 불태워서 [영생시대]라는 가제로 집필을 준비하고 있다. 인간이 죽지 않는 시대가 온다면 어떻게 될까? 과학자들은 100세시대, 영생시대, 죽지 않는 시대가 온다고 하지 않나! 인간이 죽지 않는다면 인간의 희로애락은 어떻게 될까? 그때는 무엇이 절대가치가 될까? 궁금하지 않은가. 죽지 않는 인류와 죽을 수 있는 인류를 대비시키면서 독자들에게 인간의 절대가치에 대해 묻고 싶다. 생각대로 제 인생의 대표작이 됐으면 좋겠는데, 쉽지 않다. 써놓고 나면 내 자신에게 실망하곤 한다.(웃음)”

“필요하다면 법정소송까지 생각 중”


▎지난해 10월 27일 강원 화천군의회 본회의장에서 “이외수 작가가 화천군수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며 사과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이흥일 화천군의원 / 사진:연합뉴스
SNS에 “화천군의회 의원의 생떼와 억지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까지 했다.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뜻은?

“군과 의회 측에서는 내가 감성마을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 불법이라고 하지만 법무법인 쪽에 알아보니 내가 여기 사는 게 적법하고, 또 계속 거처할 수 있는 근거가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필요하다면 법정소송까지 할 생각이다.”

화천군과 군의회는 감성마을은 이외수 작가의 사유물이 아니라고 한다. 국비와 군비가 많이 투자됐다고 한다.

“100억원 넘는다는 그 돈을 나라에서 이외수 용돈 하라고 줬겠나? 다 화천 발전을 위해서 사용한 것이지 않나? 제대로 쓰여지지 않았다면 행정에 대한 감사를 제대로 못한 군의회의 책임이거나 화천군 당국이 그 돈을 잘못 쓴 것이다. 왜 내가 뒤집어쓰고 나가야 하나? 난 사적으로 1원 하나 허투루 쓴 적이 없다. 오히려 사비를 들여서 자원봉사를 하다시피 십 몇 년을 감성마을 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 내가 페이스북에도 올렸지만, 화천군이 감성마을 직원들에게 주는 월급이 쥐꼬리만 하다. 그래서 직원 두 명에게 50만원씩 2년간 내가 사비로 지원해왔다. 화천에 군부대가 많잖은가. 군사적인 화천군 이미지를 바꾸자. 감성적으로, 예술적으로 전환하자. 그래서 내가 몇 백만 원을 들여서 감성마을 특허를 출원하고 화천군에 감성마을 브랜드를 기증했다. 그렇게 10여 년을 노력해서 화천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지 않았나. 화천을 추억이 있고 감성이 있는 지역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왜 내가 나가야 하나? 못 나간다.”

이 작가와 화천군의회·화천군과의 간극은 컸다. 좁히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이번 사건의 직접적인 발단은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른바 ‘이외수 욕설 파문’이다. 화천군의회 이흥일 의원(전 화천군의회 의장)이 2017년 10월 27일 화천군의회 본회에서 한 자유 발언에 당시의 상황이 언급돼 있다.

“지난 8월 5~6일에 걸쳐 감성마을에서 실시되었던 세계문학축전 행사에서 주요 기관장과 귀빈들이 있는 가운데 감성마을의 주역인 이외수 선생께서 화천군을 대표하는 화천군수에게 여러 가지 육두문자를 써가며 10여 분 이상 모욕적인 발언을 한 사실이 추후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우리 화천군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현장의 정황을 살펴보면 문학축전 시상식을 하기 위해 모여 있는 주요 기관장과 외빈들이 있었고, 이외수 선생은 술 냄새를 풍기며 화천군을 대표하는 화천군수를 향해 반말을 해가면서 이 감성마을을 폭파하고 떠나겠다는 등 여러 가지 담기도 싫은 얘기와 폭언을 하면서 소동을 피웠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군민들 대다수는 군민들을 모독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외수 선생 본인이 잘못을 진정으로 뉘우친다면 민의의 전당인 이곳에 와서 모든 군민이 방청하는 가운데 공식적인 사과를 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군의원 이씨의 이 공개발언이 이 작가 수난의 시작이었다. 화천군의회가 ‘이외수 폭언’ 파문의 진상을 파헤치고 감성마을 운영을 점검하겠다며 행정사무조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지난해 문학축제 폭언 파문이 발단이 됐는데.

“내 잘못이지만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지난해 군에서 감성마을에 대한 축제 지원이 제대로 안 됐다. 군에서 인력 지원이 안 돼 우리가 고생을 했다. 우리 직원들이 다들 축제 진행에 바빠서 내가 직접 심사위원 분들을 모셔야 했다. 그래도 내로라하는 문인들인데, 내 입장에서는 소홀히 할 수 없는 분들이라서 직접 심사위원들을 모셨다. 모시면서, 위 절제수술 뒤에 3년 동안 끊었던 술을 어쩔 수 없이 같이 먹었다. 취해서 서운한 마음에 당시 최문순 군수에게 안 좋은 말도 한 것은 사실이다.

‘이외수 물러가라’ 플래카드 곳곳에 나붙어 상처

페이스북·트위터·인스타그램·카카오스토리를 통해 네 번이나 공개 사과했다. 군의회에도 사과문을 전달했다. (이외수 작가는 당시 군의회에 답변서를 보내 ‘의원님들과 화천군민들에게 물의를 일으키고 심려를 끼쳐드린 점 거듭 사과한다. 술로 인해 벌어진 일로 입이 열 개라도 드릴 말씀이 없고 백 번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 군의원은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 저보고 군청 간부들과 군민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는 거다. 이게 사람들 앞에서 인민재판하고 공개처형하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그 뒤부터 저에 대한 퇴출운동이 벌어졌다. 마을마다 ‘이외수 물러가라’는 플래카드가 80여 개나 걸렸다. 불법 플래카드라고 떼라고 했다. 불과 한 달 전까지도 옆 마을 사창리에도 불법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내 기분이 어떠했겠나? 이런 분위기에서 글이 제대로 써질 수 있겠나!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 난 피해자다. 날 그런 식으로 비난한다고 해서 화천에 무슨 이득이 되는가 말이다.”

그 말은 '영생시대'는 고향인 함양에 가서 집필하겠다는 말로 들린다.

“여기 화천에선 도무지 집필할 분위기가 안 된다. [영생시대]는 아무래도 함양에서 써야 할 것 같다. (함양군은 최근 안의면 율림리에 이외수 작가의 거주공간과 집필실을 마련해놓았다. 이 작가가 결심하면 언제든지 모셔갈 태세다.) 빠르면 설 명절 전에 갈 수도 있지만 그래도 평창올림픽은 끝나야 할 것 같다. 내가 평창겨울올림픽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이곳 감성마을에도 홍보부스를 만들어놓고 자발적으로 알리고 있다. 평창올림픽이 잘돼야 하니 홍보대사 일은 마쳐야 하지 않겠나!”

화천을 완전히 떠나지는 않고, 일단 고향인 함양으로 내려가겠다는 말인가?

“글 잘 써지는 곳으로 가야지. 방해나 하는 곳에서 고생할 수는 없잖은가. 가더라도 자발적으로 가는 것이지 쫓겨 가지는 않을 거다. 화천과 함양을 왔다갔다할 생각이다.” (실제 이 작가는 지난해 말 고향인 함양을 방문한 뒤 경남지역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고향 분들의 덕분으로 여기까지 왔고, 언젠가는 고향을 찾아오겠지만 당장은 내려오지 않겠다. 당장 고향을 찾아오면 화천군에서 쫓겨나는 신세로 모양새도 좋지 않다. 가급적이면 양쪽으로 왔다갔다하며 고향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래도 화천군에서 직접적으로 이 작가에게 감성마을에서 나가달라는 통보는 아직 안 한 것으로 아는데.

“직접적인 통보는 안 했지만 화천군이 군의회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고 선언하지 않았나! 설사 화천군이 나가라고 통보한다고 해도 난 안 나갈 거다. 왜냐? 군의 조치가 법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하다못해 산비탈을 일궈서 10년을 살았다고 해도 그 기득권을 인정해준다. 쫓아낼 수가 없다. 그런데 엄동설한에, 멀쩡하게 10년 동안 화천군 발전을 위해 분골쇄신하고 자원봉사를 하다시피 한 사람을 이 한겨울에 나가라고? 그것도 사용료 내고 말이다. 그건 언어도단이다.”

언어도단(言語道斷).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는 말이다. 이 작가의 마음속 상처는 상당한 듯했다. 화천군의 사정에 밝은 인사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간 ‘SNS 스타’인 이 작가를 통해 화천군이 대외적으로 많이 소개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지역민들의 밑바닥 정서는 이 작가의 주장과는 조금 다르다고 했다. 주민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거나 긴밀한 융합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다. 화천군민 일각에서는 이 작가가 화천군에 별다른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준 것도 없다는 정서가 있다고 했다. 이런 정서를 반영하듯 지난해 10월 문제를 제기한 이흥일 군의원도 “감성마을 관련 운영비로만 매년 2억 이상(실제 1억8000~1억9000만원)이 소요되지만 지역주민들이 생각하는 경기 활성화에 대한 체감은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주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없고 예산이 아깝다는 말을 듣고 있다면 과연 지금 감성마을의 이러한 운영 상황이 우리 군과 우리 군민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외수 작가 측의 입장은 명확했다. “작가는 사업가가 아니다. 화천군을 잘살게 하는 것까지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돈 벌려면 기업을 유치하지 왜 문학인을 유치하느냐”는 반박이다.

지역주민들과 소통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더라.

“그런 분도 있을 수 있지만 할 만큼은 했다. 내가 화천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것은 화천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내가 ‘마을에 밥 한 그릇 팔아준 적이 없다, 주민들과 소통이 안 된다’고 주장하는데, 전혀 사실무근이다. 감성마을에 와서 이외수 만나러 왔다가 문전박대 당했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그건 사정이 있었다. 내가 주로 밤에 글을 쓰고 아침에 자는 사람인데, 느닷없이 찾아와 만나겠다, 같이 사진 찍겠다고 떼쓰고 하면 문전박대 당할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런 사례를 겪은 일부 사람의 일을 침소봉대해서 내가 그렇게 대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주민과 소통 안 했다고? 사실무근이다”


▎이외수 작가는 감성마을을 방문한 관람객들에게 나눠주고 있다며 마을 약도가 그려진 전단을 보여줬다. / 사진:이외수문학관
감성마을에 살면서 작품을 32권이나 출간했다는 SNS 글을 봤다. 화천을 배경으로 한 소설도 여러 편 쓴 것으로 안다.

“지난해 출간한 소설 [보복대행전문주식회사]는 전체가 화천이 배경이다. 단편소설 [파로호]에도 화천이 나온다. 소설 [장외인간]도 반은 화천이고 반은 춘천이 배경이고…. 2014년부터 감성마을에서 문학연수를 진행하고 있는데, 인원이 40명쯤 된다. 등단 작가도 벌써 7명이나 나왔다. 내가 문학연수를 지도하면서 지역경제에 도움을 드리려고 다목리 식당을 한 번씩 다 돌아가면서 팔아준다. 그런데 40명 인원을 다수용할 만한 식당이 없다. 그래서 20명씩 나눠서 먹으러 간다. 그것뿐인가. 매년 복날에는 마을 노인네들 고아 드시라고 닭을 100마리씩 드린다. 마을 행사가 있을 때마다 후원금 내고, 노인 분들 여행도 보내드린다. 마을에 대학생이 생기면 한 명당 50만원 이상 장학금을 지급해왔다. 어떤 해는 대학생이 여섯 명이나 됐는데도 다 줬을 정도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내가 마을에 밥 한 그릇 팔아준 적 없다는 거다. 마을 주민과 교류가 없다고 하는데(화가 난 듯 마을 약도가 그려진 전단을 보여주며) 이게 내가 일일이 감성마을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나눠주는 것들이다. 다목리 마을을 소개하고 마을식당 메뉴와 수용인원, 전화번호, 숙박업소까지 다 적어놓았다.”

그런데도 왜 이런 일이 벌어졌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일로 지금 얼마나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가. 우선 화천군 이미지가 나빠졌다. SNS에서는 화천을 ‘토사구팽의 마을’이니 ‘배은망덕의 마을’이니 비난하는 말이 나온다. 심지어 화천 산천어축제에 안 가겠다고도 한다. 아무래도 이번 일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저를 (진영논리의) 프레임 속에 가둬놓으려고, 출마 예정자들이 저를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 한다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이 작가는 지난 정부에서 이른바 ‘블랙리스트’ 명부에 오른 바 있다.)

현재로선 이 작가가 감성마을을 떠날 가능성이 커 보였다. 화천군과 군의회도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최초에 문제를 제기했던 이흥일 의원은 지난해 10월 군의회 본회의 자유발언에서 “오히려 운영을 하지 않는 기간 동안 향후 이 감성마을을 어떻게 운영하여야 화천문화 발전에 도움이 되고 많은 관광객을 오게 하여 지역경기 활성화에 보탬이 되는지에 대해서 심도 있게 고민해 보고 감성마을이 실질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으로 변화되는 계기를 만들어나가는 미래지향적인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함양군의 이외수 작가 모시기가 이번 사건의 빌미가 됐다는 시각도 있다. 함양군(군수 임창호)은 2014년부터 ‘이외수문학관’ 건립 계획을 추진해왔다. 당초 10억원을 들여 문학관 설립을 추진했다가 토지 매입 등의 문제로 여의치 않자 인근 초등학교를 매입해 60억원을 들여 이외수 ‘함양문화테마촌’으로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화관광부와 경남도가 예산 지원에 난색을 표하자 지난해 8월 율림리 전통놀이 체험공방를 개조해 이 작가의 집필실과 거주공간을 만들었다. 10년 전에 준공해 아직 쓸 만한 공방을 5억여 원을 들여 급히 리모델링한 것이다. 함양군 일각에서는 지역주민들 사이에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군 당국의 의욕이 앞서다 보면 화천군의 전철을 되풀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자체 ‘셀레브리티 마케팅’ 점검할 기회


▎이외수 작가는 평창올림픽을 전후해 그동안 머물렀던 화천을 떠나 고향인 함양으로 거처를 옮길 예정이라고 했다.
그동안 과정은 어찌 됐건 화천군과 상생의 길을 찾는 게 좋지 않을까?

“(한참을 생각하더니) 방법이 있겠지. 어쨌든 군청이 요구해오면 그쪽 요구대로 집필실 사용료를 줘야겠지. 하지만 나도 받을 건 받아야지. 내가 광고회사에 ‘감성마을’ 네임 마케팅으로 얻은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 문의해봤는데, 못해도 1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행정소송하면 화천군이 날 이길 수 있을까? 내가 이기면 그 돈 받아서 방세 내면 된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하면, 군이 법으로 하겠다면 나도 법대로 하겠다는 거다. 그렇게까지 해야 한다면 하는 거다. 난 지금까지 화천을 위해 봉사해온 사람이다. 화천군을 위해 그 군의원이 더 많이 일했는지, 제가 더 많이 했는지는 세월이, 역사가 말해줄 거다.”

1946년 개띠생인 이외수 작가의 출세작 [들개]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은 아마도 인간의 자만심에 불과할 것이다. 모기를 보라. 얼마나 만물의 영장을 조롱하고 있는가. 만물의 영장이 제 손으로 제 따귀를 갈귀는 모습을 보며 귓전에서 깔깔깔 웃는 소리….”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하면 이외수 작가는 물론 화천군도, 화천군민들도 이미지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서로가 한 발짝씩 양보하면 상생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 화천군도 ‘이외수 퇴거’보다는 이번 일을 계기로 문학관 운영과 관련해 법적·제도적 시스템 마련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가에 대한 행정조치도 법리적인 검토를 거친 후 진행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아직은 합의점을 찾는 데 시간이 남아 있는 셈이다.

한편으로 ‘이외수 퇴거’ 논란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지방자치단체의 ‘셀레브리티 마케팅’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수원시에 집필실과 거처를 마련한 고은(84) 시인도 지난해 일부 주민의 퇴거 요구에 시달린 바 있다. 화천군의 한 인사는 “유명 작가가 조용한 곳에서 집필하고 싶다고 했을 때 자치단체에서 도와주는 건 좋지만 그것을 단체장의 업적으로 이용하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문학관이나 기념관 신축보다 작가의 생가나 발자취가 남은 기존 건물을 보존하는 유럽의 문화정책도 보고 배울 필요가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 나권일 월간중앙 기자 na.kwon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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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호 (20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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