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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게임 | 특별기획] ‘6大 관전 포인트’로 즐기는 아시안들의 큰 잔치 

우승보다 치열한 2위 전쟁 ... 韓 65개, 日 60개 金 예상 

김원 중앙일보 기자
중국·인도·미국 다음 인구 많은 섬나라 인도네시아에서 개최… 한국, 축구·야구·양궁·펜싱·태권도 등에서 ‘무더기’ 메달 노려

▎양궁은 한국 스포츠의 최고 효자종목이다. 7월 10일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양궁 국가대표 오진혁·이 우석·정다소미·강채영·장혜진·이은경·김우진· 임동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양광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8월 18일~9월 2일) 개막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45억 아시아인의 대축제인 아시안게임에는 한국·일본·중국 등 45개국이 참가한다. 40개 종목 462개의 금메달을 놓고 선수·임원 약 1만 명이 16일간 열전을 펼친다.

적도 바로 아래(남위 6.55도) 1만3700개의 섬으로 이뤄진 인도네시아는 중국, 인도, 미국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2억6000만 명의 대국이다. 인구 1000만 명의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와 일곱 번째 도시 팔렘방(인구 140만 명)이 이번 대회의 주무대. 팔렘방은 자카르타에서 북서쪽으로 400여 ㎞ 떨어져 있다. 자카르타는 자바 섬, 팔렘방은 수마트라 섬에 위치해 있다. 팔렘방은 7~10세기의 강력한 말레이 왕국이었던 스리비자야 왕조의 수도로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도시다. 인도네시아는 1962년 제4회 대회를 개최한 뒤 56년 만에 다시 아시아의 최대 스포츠 축제를 유치했다.

이 대회의 애초 개최지는 베트남 하노이였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는 과도한 재정 부담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 개최권을 반납했고, 이를 인도네시아가 이어받았다. 대회 슬로건은 ‘아시아의 에너지(The Energy of Asia)’다. 주경기장은 자카르타 도심에 있는 겔로라 붕 카르노(GBK) 스타디움이다. 7만6127명을 수용하는 대형 경기장이다.

GBK 스포츠콤플렉스에서는 개·폐회식을 포함, 육상·수영·양궁·야구·농구 등 주요 종목 경기가 열린다. 팔렘방에선 여자축구·사격 등 11개 종목이 개최된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65개로 종합 2위 지키기에 나선다. 축구·야구 등 구기 종목과 효자종목 양궁·펜싱·태권도 등에서 금메달을 노린다. 놓쳐서는 안 될 ‘6대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01. ‘한국 축구의 보물’ 손흥민의 마지막 기회


▎한국 축구의 대들보 손흥민.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병역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손흥민 선수의 군 복무를 면제시켜 주세요.”

7월 러시아월드컵이 끝난 뒤 한국축구 국가대표팀 공격수 손흥민(26·토트넘)의 군 면제를 요청하는 청원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끊임없이 올라왔다. 손흥민은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독일전에서 경기 종료 직전 쐐기골을 넣으며 한국의 2대 0 승리를 이끌었다. 비록 한국이 1승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손흥민의 골은 한국 축구의 새로운 희망을 밝혔다.

군 미필인 손흥민이 유럽 무대에서 계속 활약하며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려면 병역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팬들이 발 벗고 군 면제 청원에 나선 이유다. 1992년생(만 26세)인 그는 28세가 되기 전에 군 복무(21개월)를 해야 한다.

2008년 동북고를 중퇴한 손흥민은 4급 보충역(사회복무요원) 소집 대상자다. 2019년 7월까지는 국외 여행 허가를 받아 해외에서 뛸 수 있다. 하지만 병역법상 군 축구팀인 상무나 경찰청에 입단하려면 28세가 되기 전인 내년엔 국내 팀에 입단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손흥민이 병역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아시안게임은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만 23세 이하 선수들이 참가한다. 손흥민은 팀당 세 장씩 주어지는 와일드카드(23세 이상)로 출전한다.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에게는 병역특례 혜택을 준다. 소속팀 토트넘도 손흥민의 아시안게임 출전에 적극적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키르기스스탄·말레이시아·바레인과 조별리그 E조에 편성됐다.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남자축구는 총 6개 조가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1, 2위 팀 12개와 각 조 3위 가운데 상위 네 팀 등 총 16개 팀이 토너먼트를 벌여 금메달 주인을 가리게 된다.

한국은 1970년 방콕 대회, 1978년 방콕 대회(북한과 공동 우승), 1986년 서울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이후 부진을 면치 못하다가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에서 북한을 이기고 28년 만에 금메달을 차지했다. 대회 2연패를 노리는 한국은 손흥민의 가세로 우승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승우(20·베로나)·황희찬(22·잘츠부르크)·백승호(21·지로나) 등 어려서부터 유럽 무대를 경험한 공격진도 무게를 더한다. 김학범 감독은 “한 경기 한 경기가 결승전이라는 생각으로 대회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02. 논란 딛고 ‘3연패’ 도전 나선 야구 대표팀


▎최근 역대 11번째로 개인 통산 300홈런 고지에 오른 최정은 ‘포스트 이승엽’으로 꼽히는 타자다. / 사진:양광삼
지난 6월 11일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전임(專任)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24명의 최종 엔트리를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팬은 선 감독이 선발한 대표선수 면면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저주에 가까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대표팀 관련 기사에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의 아시안게임 은메달 획득을 기원한다”는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시안게임에서 야구 대표팀의 금메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라이벌 일본은 사회인 야구선수를 위주로 아시안게임 대표팀을 구성했다. 1983년생인 가쓰토시 사타게(도요타)를 제외하고 모두 1992~97년생이다. 대만은 해외파 선수를 포함해 프로선수 10명, 아마추어 선수 14명으로 팀을 이뤘다. 일본과 대만 모두 KBO리그에서 뛰는 프로 선수로만 구성된 한국보다 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한국은 2010년(광저우)과 2014년(인천)에 이어 아시안게임 3연패를 노린다. 이 때문에 아시안게임 대표 발탁이 곧 병역면제로 인식된다.

팬들의 분노는 프로야구 LG 유격수 오지환(28)과 삼성 외야수 박해민(28)에게 집중됐다. 1990년생으로 만 28세인 오지환과 박해민은 아시안게임 대표에 선발되지 않았다면 현역병으로 군 복무를 해야 할 처지였다. 둘은 지난해 경찰 야구단과 국군체육부대(상무)의 마지막 지원 기회를 포기했다. 절박한 심정으로 올 시즌을 준비했고, 결국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일부 야구팬은 이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다. 대체 복무(상무·경찰청) 기회가 있었음에도 이를 포기한 것은 병역의무를 고의로 기피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또 두 선수가 대표팀에 뽑히면서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들이 피해를 봤다는 사람도 있다. 선수들은 대회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그 탓에 야구 대표팀이 금메달 획득에 실패한다면 그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지리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전력은 탄탄하다. 양현종(30·KIA)-차우찬(31·LG)-이용찬(29·두산) 등이 선발투수진을 이루고 함덕주(23)-박치국(20·이상 두산)-정찬헌(28·LG) 등이 중간을 맡는다. 한화 왼손투수 정우람(33)이 뒷문을 책임진다.

최정(31·SK)-박병호(32·넥센)-김재환(30·두산)-김현수(30·LG)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의 힘은 역대 최강이라는 평가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8개 나라가 본선에 올라 2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치른다. 조별리그 1, 2위 팀은 이틀간 수퍼라운드를 치러 최종 성적 1, 2위 팀이 결승에 나선다.

03. 평화의 상징 ‘남북 단일팀’, 또 빛날까


▎7월 4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 통일농구경기 도중 북측 박옥경이 남측 임영희를 일으켜주고 있다. /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한겨울 평창에서 시작된 남북 평화의 메시지가 한여름 자카르타로 이어진다. 지난 2월 열린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결성돼 화제를 모았다. 이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농구·카누·조정 등 3개 종목, 6개 세부종목에서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남과 북이 합의했다.

지난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상회담 후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다. 선언문의 네 번째 항목은 남북 간 협력과 교류를 활성화한다는 내용이다. 세부적으로 “2018년 아시아경기대회를 비롯한 국제경기들에 공동으로 진출하여 민족의 슬기와 재능, 단합된 모습을 전 세계에 과시하기로 하였다”로 적었다. 이를 토대로 6월 17일 남북 체육회담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아시안게임 개·폐회식 공동입장을 비롯해 공동입장 방식, 단일팀 구성, 남북통일농구경기 실시 등에 대해 합의했다.

남북 체육 관계자는 7월 2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아시안게임조직위 관계자를 포함한 4자회의를 개최해 단일팀 구성을 결정했다. 당초 탁구·농구·유도·카누·체조·정구·조정 등 7개 종목 경기단체에서 단일팀 결성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하지만 OCA가 평창올림픽 때와는 달리 엔트리 확대 불가 방침을 밝히면서 종목이 축소됐다.

평창올림픽 때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구성하면서 공정성 문제가 불거졌고 이를 주도적으로 추진한 정부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결국 여자농구와 카누의 남녀 드래곤보트, 조정에서 남자 무타포어, 남자 에이트, 여자 경량급 더블스컬 등으로 단일팀 종목이 최종 결정됐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단일팀은 카누에서 금메달 1~2개를 따내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남북 공동입장은 개회식 때 남북 각각 100명씩 총 200명의 선수단이 입장한다. 공동입장 때 한반도기를 사용한다. 여자농구 단일팀은 가장 주목을 받는 종목이다. 7월 4~5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진행된 통일농구경기를 통해 남과 북이 한 차례 호흡을 맞췄다. 북한에서 농구는 전략 종목 중 하나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스포츠 교류 얘기가 나오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경평(서울과 평양) 축구보다 농구부터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라고 말할 정도로 농구에 대한 관심이 많다. 통일농구경기를 통해 드러난 북한 선수들의 기량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인천 대회에서 한국은 결승에서 중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이문규 여자 대표팀 감독은 “북측 선수들의 개인 능력이 생각보다 뛰어나다”며 “구슬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이 조직력 강화에 힘을 쓰다 보면 중국·일본과 견줘도 밀리지 않는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04. 리우올림픽 이어 ‘전 종목 석권’ 노리는 神弓


▎아시안게임 수영 접영 100m·200m 등 5개 종목에 참가하는 안세현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국제종합대회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종목이라면, 역시 양궁이다. 한국은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2016년 리우 대회까지 여름올림픽에서 90개의 금메달을 땄다. 그중 23개(26%)가 양궁이다. 은메달 9개와 동메달 7개까지 더하면 총 39개의 메달이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는 남녀 개인·단체 4종목 금메달을 한국이 휩쓸었다. 아시안게임에서도 다르지 않다. 양궁은 78년 방콕 대회 첫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한국은 52개 금메달 가운데 38개를 따냈다. 2위 일본(7개)과의 격차는 31개다. 총 메달 수에서도 한국은 75개(금 38, 은 22, 동 15개)로 일본 23개(금 7, 은 9, 동 7개)를 크게 앞선다.

이번 대회에서 양궁에 걸린 금메달은 총 10개. 2014년 인천 대회에서 컴파운드 남녀 개인·단체전이 신설된 데 이어 이번에는 혼성전이 추가됐다. 한국의 목표는 금메달 10개이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인천 대회에서 한국은 리커브 전 종목 석권에 실패했다. 남자 단체전 준결승전에서 중국에 덜미를 잡혔다. 인천 대회 전까지 남자 대표팀은 아시안게임 단체전 8연패를 달리고 있었다.

양궁 대표 선발전은 엄격하고, 까다롭고, 공정하기로 유명하다. “양궁은 국내 선발전 통과가 국제대회 입상보다 어렵다”는 말이 결과로 증명된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지난해 9월부터 선발전이 진행됐다. 두 달 뒤 2차 선발전에서 남녀 8명씩이 선발됐다. 리우올림픽 남자 2관왕 구본찬(25)과 단체전 금메달리스트 이승윤(23), 올림픽에서만 금메달 3개를 딴 여자 양궁 간판 기보배 등이 탈락했다. 이후 두 차례 평가전을 더 치러 아시안게임 남녀 대표를 최종 선발했다. 리우올림픽 단체전 금메달 멤버 최미선도 고배를 마셨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은 국가당 2명만 나갈 수 있다. 단체전 엔트리는 3명이다. 즉 남녀 4명 중 1명씩은 후보라는 의미다. 세 차례의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예선까지의 성적을 합산해 최종 엔트리를 결정한다. 4명 중 1위는 3종목에 모두 출전한다. 2위까지는 개인전과 단체전에 모두 출전하고 3위는 단체전에만 나선다. 4위는 아시안게임에 나서지만 예선 경기가 끝이다.

리우올림픽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딴 김우진(26)과 여자 2관왕 장혜진(31)은 이번 선발전 1위에 올랐다. 남자부에서는 이우석(21)·오진혁(37)·임동현(32)이, 여자부에서는 이은경(20)·강채영(22)·정다소미(28)가 ‘바늘구멍’을 통과했다. 이 중에서 아시안게임 양궁 첫 3관왕이 탄생한다.

장혜진은 “각국의 에이스가 나서는 혼성전이 가장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1차 월드컵에서 김우진과 장혜진이 혼성전 우승을 포함, 3관왕에 올랐다. 양궁 리커브 대표팀은 6월 19~20일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소음 적응 훈련을 펼치는 등 아시안게임 준비에 전념하고 있다. 인천 대회에서 금메달 4개 가운데 2개(여자 개인·단체)를 따낸 컴파운드도 최근 기량이 급성장했다는 평가다.

05. 전략종목 금메달 급감 극복할까


▎체조선수 아버지와 어머니의 피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여서정. 한국 여자체조의 기대주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은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중국, 일본에 이어 종합 3위를 차지했다. 이후 98년 방콕 대회부터 2014년 인천 대회까지 일본을 제치고 5개 대회 연속 종합 2위에 올랐다. 2014년 대회에서 한국은 홈 어드밴티지를 톡톡히 누렸다.

금메달 79개, 은메달 70개, 동메달 79개로 중국(금 151개, 은 109개, 동 85개)에 뒤졌지만 3위 일본(금 47개, 77개, 77개)과의 격차는 크게 벌렸다. 두뇌 게임인 브리지를 제외한 39개 종목에 약 1000명의 선수단을 이번 대회에 파견하는 한국은 금메달 65개로 종합 2위 수성이 목표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1월 아시안게임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만년 3위’ 일본의 도전이 거세다. 일본은 그동안 아시안게임 일부 종목에서 1.5~2진급 선수를 파견해 왔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각 종목에 최정예 선수를 내보낼 것으로 예고했다. 일본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2년 뒤 도쿄올림픽의 시험 무대로 여기고 있다.

일본은 2년 전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 12개(은 8개, 동 21개)로 종합 6위에 올랐다. 한국(금 9개, 은 3개, 동 9개)은 2004년 아테네 대회 이후 처음으로 종합 순위에서 일본에 뒤졌다. 일본이 리우에서 따낸 총 메달(41개)은 한국(21개)의 두 배에 가까웠다. 전체 메달의 3분의 1 정도가 걸린 육상(금 47개)·수영(44개)·체조(18개) 등 기초 종목에서 금 4, 은 3, 동 7개를 수확했다.

육상 400m계주에서는 미국을 제치고 은메달을 땄고, 아시아인의 한계로 여겨졌던 카누·테니스에서도 메달을 획득했다. 집중적으로 육성한 실내 스포츠 탁구(은 1, 동 2)·배드민턴(금 1, 동 1)은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일본은 ‘sports for all(모두를 위한 스포츠)’을 스포츠 정책의 모토로 삼고 그동안 생활체육 저변 확대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올림픽·아시안게임 등에서 한국에 번번이 뒤처지자 변화를 모색했다. 나카모리 야스히로 일본 올림픽 조직위원회 마케팅 전략기획 총괄은 “올림픽이 끝날 때마다 성적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엘리트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2003년 도쿄 중심가에 부지를 매입해 한국의 태릉선수촌과 같은 아지노모토 국립훈련센터를 건립했다.

레슬링·유도·탁구 등 14개 실내 스포츠 연습 시설을 설치했다.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발굴해 스포츠와 교육, 해외 훈련 등을 정부가 모두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2007년에는 스포츠 과학·의학센터를 짓기도 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 이후에는 예산을 늘리고 스포츠 강국과 인적·물적 교류를 확대했다. 이러한 노력이 리우올림픽에서 결실을 봤다.

한국의 전략종목 메달 수가 줄어든 것도 걱정거리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이 걸린 건 수영(55개)이며 그 뒤를 육상(48개), 사이클(24개), 카누·카약(21개)이 잇는다. 지난 대회에서 금메달 44개가 걸렸던 사격은 이번 대회 18개로 대폭 줄었고, 태권도 역시 16개에서 12개로 축소됐다. 인천 대회에서 한국은 사격에서 금메달 11개(은 11개, 동 6개), 태권도에서 6개(은 2개, 동 2개)를 따냈다.

이재근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은 “당초 금메달 75개를 목표로 삼았지만 최근 각종 국제대회에서 일본이 급부상하고 있어 목표 수정이 불가피했다. 특히 우리의 전략종목인 볼링·레슬링·사이클·유도 등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우리가 금메달 65개를 따내고 일본이 60개 정도를 딸 것으로 예상하지만 지금 상황으로선 종합 2위를 놓고 일본과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06. “태환이도 없고, 연재도 없고”…수영 샛별 뜰까


▎부다페스트 세계대회 개인혼영 200m에서 6위를 차지한 김서영은 아시안게임 개인혼영 200m와 400m 등에 나선다.
2006년 박태환(29·인천시청)은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다. 경기고 2학년이던 그는 자유형 200m·400m·1500m에서 잇따라 1위에 오르며 3관왕을 차지했다. 은메달 1개와 동메달 3개도 따낸 그는 자유형 200m와 1500m에서 아시아 신기록까지 세웠다. 아시안게임 최우수선수(MVP)에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선정되는 영광을 누렸다.

4년 뒤 광저우 대회에서도 박태환은 자유형 100m·200m·400m 금메달을 거머쥐며 아시안게임 2회 연속 3관왕을 달성했다. 하지만 박태환의 시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인천 대회에서 그는 은메달 1개, 동메달 5개를 따냈지만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에 양성 반응을 보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메달을 모두 박탈당했다. 이번 대회에서 명예 회복을 노리던 박태환은 최근 “좋은 기록을 낼 몸 상태가 아니다”며 돌연 불참을 선언했다.

인천 대회에서 한국의 최고 스타는 리듬체조 손연재(24)였다. 첫 시니어 무대였던 광저우 대회 리듬체조 개인종합에서 한국 최초로 동메달을 따내며 주목을 받은 손연재는 인천 대회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손연재는 리우올림픽 4위를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도마의 신’ 양학선(26·수원시청) 역시 이번 대회 참가하지 못한다. 2010년 광저우 대회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양학선은 2014년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이후 내리막을 탔다. 2016년에는 오른쪽 아킬레스건마저 다쳐 리우올림픽에 불참했다. 양학선은 수년간 재활한 끝에 자카르타에서 명예 회복을 노렸지만, 대표 선발전에서 최종 탈락했다.

이들의 빈자리를 채워줄 새로운 별들의 등장이 절실한 상황이다. 박태환이 빠진 수영에는 ‘투톱’ 안세현(23·SK텔레콤)과 김서영(24·경북도청)이 있다. 안세현은 지난해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여자 접영 100m와 200m 두 종목에서 한국 신기록을 3차례나 작성하며 접영 100m에서는 5위, 200m에서는 4위에 올랐다. 안세현은 이번 대회에 접영 100m·200m 등 5개 종목에 참가한다. 부다페스트 세계대회 개인혼영 200m에서 6위를 차지한 김서영은 이번 아시안게임 개인혼영 200m와 400m 등에 나선다.

여자 기계체조 여서정(16·경기체고)도 주목할 만하다. 여서정의 부친 여홍철 경희대 교수는 두말할 필요 없는 한국 체조의 전설이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남자 도마에서 은메달, 94년 히로시마와 98년 방콕 대회 도마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여 교수가 현역 시절 선보였던 ‘여1’ ‘여2’ 기술은 지금도 도마에서 고난도 기술로 통한다. 엄마 김채은(45)씨도 94년 히로시마 대회 여자 단체전 동메달리스트 출신이다.

아빠와 엄마의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은 여서정은 지난해 소년체전 4관왕 등으로 주니어 무대를 평정했다. 올해 16세로 시니어 대회에 참가할 자격을 얻자마자 대표선발전에 나가 언니들을 제치고 1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여서정은 도마에서 양손으로 도마를 짚은 뒤 몸을 펴 두 바퀴를 비틀어 공중회전하는 신기술(6.2점)까지 구사한다.

- 김원 중앙일보 기자 kim.won@joongang.co.kr

201808호 (2018.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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