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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레저] 한강변 따라 자전거 라이딩 100배 즐기기 

두 바퀴에 몸 실으니 가을바람이 ‘솔솔'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난지한강공원·반포한강공원·광나루한강공원·강서습지생태공원 등 인기…바이크 용품 전문매장 밀집한 ‘천호자전거거리’는 동호인들로 ‘북적북적’

염제(炎帝)가 무섭게 토해내던 폭염도 기세를 잃고 한 발짝 비켜섰다. 이래서 절기(節氣)는 무섭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입추가 지나면서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뜨거운 아파트 단지를 나와 두 바퀴에 몸을 싣고 한두 시간만 가면 자연의 품속에 안길 수 있다. 한강변을 따라 자전거 여행을 즐길 만한 곳을 월간중앙이 추천한다.


▎입추가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면서 자전거족들의 한강 나들이가 늘고 있다. ‘스타필드 하남’ 인근 한강공원에 모인 라이더들이 미사대교를 향해 힘차게 페달을 밟고 있다.
아침 해 떠오르니 밤안개 걷히고
(朝日初昇宿霧收, 조일초승숙무수)
채찍 재촉하니 한강 머리에 닿았구나
(促鞭行到漢江頭, 촉편행도한강두)
천왕이 돌아오지 않으니 뉘에게 물어볼꼬
(天王不返憑誰問, 천왕불반빙수문)
해오라기는 한가히 날고 물은 절로 흐르는구나
(沙鳥閑飛水自流, 사조한비수자류)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문호(文豪)이자 풍류객 이규보(李奎報)는 ‘江上待舟’(강상대주: 강가에서 배 기다리며)라는 칠언절구에서 한강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노래했다. 이규보 뿐 아니라 이 땅에서 살았던 수많은 문인·작가가 한강을 예찬했다. 6000년 전 신석기시대부터 우리 민족이 함께해 온 한강 아닌가.

한강은 서울시민에게 신이 내려준 축복이자 선물이다. 세계적으로도 인구 1000만 도시 중 이만큼 멋진 강을 가진 곳은 흔치 않다. 런던의 템스강, 파리의 센강보다 한강을 더 치는 이도 많다.


가을의 문턱에서 한강과 친해지는 데 자전거만 한 매개도 없다. 헬멧 쓰고 장갑 끼고 자전거 안장에 오르면 한강 구석구석을 마음껏 오가며 즐길 수 있다.

한강 자전거길은 서울·고양·하남·구리·남양주 등으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서울 한강을 중심으로 자전거길이 조성돼 있다. 서울 한강 자전거길은 난지한강공원~반포한강공원, 광나루한강공원~반포한강공원, 강서습지생태공원~난지한강공원, 크게 셋으로 나눌 수 있다. 서울 한강 본류와 지류에 개설된 자전거길은 총연장 240㎞에 이르며, 계속 늘어나고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한강 남쪽의 공원을 가는 데는 지하철 9호선이 함께한다. 가양동 일대에서부터 여의도를 지나 반포동 일대까지 강변을 따라 지하철이 오간다. 이 사이에 양화한강공원·선유도공원·여의도한강공원·샛강생태공원·반포한강공원 등이 있다.

5시간이면 일반인도 완주 가능해


▎선유도공원도 자전거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한강 남단인 반포한강공원에서 하류 쪽 행주대교까지는 약 20㎞. 행주대교를 반환점으로 강변북로 자전거도로를 통해 출발점으로 되돌아오면 총 40㎞를 달리는 셈이다. 이 코스는 전문 바이커(biker)가 아닌 일반인라도 5시간 정도면 완주할 수 있다. 여유롭게 달리면서 가을 풍광을 눈에 담을 수 있으니 즐거움이 두 배다.

반포대교에서 동작대교를 지나면 63빌딩과 맞닥뜨린다. 여기에서 좀 더 가면 한강여의도공원에 이른다. 다시 페달을 밟으면 선유도한강공원이 나온다. 자전거에서 잠시 내려 땀도 닦고 기지개를 켜도 좋다.


이어 성산대교를 거쳐 가양대교를 지나면 방화대교 직전에 한강 생태현장의 백미인 강서습지생태공원에 도착한다. 34만㎡에 이르는 담수지·저수지 등에 습생·수생식물이 있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행주대교를 향해 달리면 서해와 인접한 곳에 이른다. 서울과 경기의 도계(道界)이기도 한 이곳 강 한가운데서는 어부들이 배를 띄우고 물고기 잡는 광경을 볼 수도 있다.

자전거를 타고 행주대교에 오르면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가 나온다. 도로가 비좁아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상대를 추월할 때는 “지나가겠습니다”라고 외치는 게 예의다.


▎오용석 아세로 대표(오른쪽)가 서울 천호동 닷아웃코리아 1호점을 찾은 고객의 헬멧을 고쳐 씌워주고 있다. / 사진:이효중
행주산성 뒷마을을 지나 창릉천을 건너면 한강 북단 자전거도로를 만난다. 이어 망원지구∼양화나루터∼마포나루터∼이촌지구 새남터를 지나 잠수교(반포대교)를 건넌다. 어느덧 4∼5시간에 걸친 한강 하류 자전거 일주를 마치게 된다.

서울 동쪽에 자리한 라이딩족의 안식처


자전거길을 따라 동쪽으로 동쪽으로 달리다 보면 한강시민공원 광나루지구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천호공원 방향 나들목으로 들어서면 자전거거리가 나온다. 자전거거리를 알리는 표지판 같은 것은 없지만 도로 양편에 늘어선 매장을 보면 이곳이 어디인지 금세 알 수 있다. 한강변에서도 가깝고 안전하게 자전거도로까지 갖춰져 있으니, 달리다 지친 라이딩족(族)들의 안식처로는 그만이다.

이곳에는 수 년 전부터 자전거 관련 매장이 하나둘 들어서더니 시나브로 자전거거리로 자리매김했다. 지금은 의류·장비·액세서리 등 각종 자전거 용품을 판매하는 매장만 20여 곳에 이른다. 전국 몇몇 자전거거리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유명 브랜드 매장의 경우 평일에는 10~20명, 휴일에는 50~60명의 자전거 동호인들이 찾는다고 한다.


▎자전거 동호인들이 남양주시 북한강철교를 줄지어 통과하고 있다.
서울 강동구는 천중로 4~32 300여m 구간에 ‘천호자전거 거리’라는 ‘명예도로명’을 붙였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삼성동 아셈길 같은 명예도로명은 도로명주소법에 따라 명명된 도로의 전체나 일부 구간에 추가로 붙인 이름이다.

자전거거리의 매장들은 단순히 자전거 용품만 판매하는 곳이 아니다. 카페를 겸하는 곳도 꽤 많다. 카페에서는 자전거 용품 구경은 물론 자전거 잡지도 읽을 수 있다. 매장 안이 답답하다면 문 밖 데크(deck)에 설치된 파라솔 아래에 앉아 커피를 마셔도 좋다. 커피값은 2500원 안팎으로 부담이 크지는 않다.

천호자전거거리에 국내 1호점을 낸 ‘닷아웃(DOTOUT)’의 공식수입사인 아세로(ACERO)의 오용석 대표는 “처음에는 완성차(자전거) 위주의 매장이 많았지만 2~3년 전부터는 의류·액세서리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천호자전거거리는 전국의 몇몇 자전거거리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이어 “국내에는 자전거 전문 백화점이 없기 때문에 이곳이 사실상 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라며 “여러 브랜드를 두루 비교하며 직접 착용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천호자전거거리만의 매력이다. 가격 면에서도 온라인 해외 직구(直求) 등과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의 비(非)유명 브랜드도 없지는 않지만, 이곳에는 글로벌 브랜드 매장이 많다. 자전거 용품의 특성상 아무래도 유럽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너무 겁낼(?) 것은 없다. 필수 안전용품은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구비할 수 있다. 닷아웃 브랜드유통팀의 신원희 대리는 “로드바이크(Road Bike) 동호인이라면 헬멧·빕숏(엉덩이 패드)·장갑이 3대 필수 안전장비라 할 수 있다. 20만~30만원으로도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팔당호에서 만끽하는 가을바람


다시 헬멧을 쓰고 안장에 앉아 페달을 밟다 보면 어느새 하남시에 이른다. 하남시 미사리는 아베크족들의 데이트 명소로 유명한 곳이다. 그렇지만 근처에 ‘미사리 자전거길’로 불리는 경정공원이 있을 만큼 라이딩 코스로도 제격이다.

미사리 조정·카누경기장은 올림픽대로를 타고 하남시 쪽으로 가다 팔당대교에 이르기 전에 만나게 되는 휴식공간이다. 40만여 평(약 1322만314㎡)의 대지 위에 10만여 평의 호수가 함께 조성돼 있다.


▎북한강 자전거길 가평 구간. 자라섬의 전경을 보면서 달릴 수 있다. / 사진:가평군
호수 주위를 따라 잘 단장된 5㎞의 자전거 하이킹 코스는 미사리 조정경기장의 압권이다. 싱그러운 잔디와 녹지, 각종 생활체육시설과 여가시설은 가족들의 휴식공간으로도 그만이다. 올림픽대로·중부고속도로·팔당대교와도 인접해 교통도 편리하다.

남양주시에는 아름다운 자전거길이 두 개 있다. 첫 번째는 ‘남한강 자전거길’로 팔당역에서 시작해서 양평을 지나 충주 탄금대교로 이어지는 총 148㎞ 구간이다. 팔당역에서 길을 따라 달리면 팔당댐·팔당호의 빼어난 풍경를 즐길 수 있다. 잠시 자전거를 멈추고 시원한 가을바람을 마음껏 마셔도 좋다.

팔당역을 출발해 6㎞쯤 달리면 능내역에 이른다. 기차가 달리지 않는 폐역(廢驛)으로 지금은 자전거 쉼터로 변신했다. 라이더들에게는 휴식과 식사를 함께 해결하는 장소로 애용되고 있다. 오래된 기차, 철도원(鐵道員)의 빛 바랜 사진, 빨간 우체통 등이 있어 옛날을 추억하고 카메라에 담기에 그만이다.

두 번째는 ‘북한강 자전거길’로 남양주 북한강철교에서 춘천 신매대교를 잇는 70.4㎞ 구간이다. 북한강의 아름다운 풍광을 마주하며 달리 수 있는 구간으로 자전거 마니아라면 한 번쯤 다녀오는 코스다. 두 자전거길 모두 비교적 코스가 평이한데다 경치 또한 빼어나다. 경의중앙선 팔당역과 운길산역 등 전철을 이용한 접근성도 우수하다.

-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전민규 기자 kim.hd@joongang.co.kr

201809호 (2018.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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