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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특집] 여권 미래권력의 강점·약점 (1) 박원순 서울시장 

지방선거 3연승 저력 차기 대선에선?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초빙교수
서울시장이 주는 프리미엄 외 특유의 필살기 장착 여부가 관건... 탄력근로제 규탄 집회 참석하는 등 정부 정책과 엇박자 행보

▎박원순 서울시장이 12월 5일 서울에서 열린 ‘2018 공공외교의 밤’ 행사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에겐 4년 전 악몽(惡夢)이 되살아나는 기분이겠네.”

지난 10월 초 한 모임에서 며칠 전 보도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월례조사 결과가 화제에 오르자 여권의 한 관계자가 한 말이다. 10월 5일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범(汎)진보 차기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박 시장은 11.7%로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14.6%의 이낙연 국무총리였다. ‘6·13 지방선거’ 이후 첫 선두주자의 교체였다.

사실 박 시장은 사상 첫 3선 서울시장이라는 정치적 프리미엄을 업고 네 달 동안 1위를 달리던 중이었다. 여권 관계자의 이어지는 말이다. “2014년 서울시장 재선 이후에도 박 시장은 반짝 선두를 달렸다. 그것도 여야 전체를 통틀어서. 그런데 결국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됐나. 이번 결과가 4년 전과 똑같은 패턴 반복의 서막일지도 모른다.”

실제 2014년 8월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 조사에서 박 시장은 17.1%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한 적이 있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14%)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13%)가 그 뒤를 이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물론 이듬해 메르스 사태 때 잠시 1위를 되찾았지만 곧 밀려났다. 이 관계자의 예언이 맞아떨어지는 것일까. 한번 2위로 처진 박 시장의 지지세는 상대적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2월 4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박 시장은 11.7%로 범여권 선호도 2위였다. 21.3%로 1위를 차지한 이 총리의 절반에 불과했다.

그러나 차기 대통령 선거(2022년 3월 9일)까지 남은 시간은 3년 2개월여. 지난 2011년 10월 시민운동가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뛰어든 지 불과 한 달 보름 만에 당선 기적을 이뤘던 박 시장의 입장에선 시간이 차고도 넘친다. 거기다 재선 서울시장 승리 여세를 이어가지 못했던 뼈아픈 경험도 충분히 새기고 있다면 말이다.

번번이 역전 당하는 지지율 1위 주자


▎11월 17일 서울에서 열린 ‘2018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만난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왼쪽)과 박원순 서울시장. / 사진:연합뉴스
‘박원순 대망론’의 가장 큰 바탕은 역시 ‘3선 서울시장’이다. 1천만 명이 사는 수도이자, 특별시인 서울시는 외교와 국방을 뺀 대한민국의 축약판. 당연히 서울시 행정은 국정에 버금갈 만큼 방대하다. ‘서울공화국’이라는 별칭에서 보이듯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가 총집결한 한국적 특수성 때문에 서울시장 또한 특별한 법적 지위를 누린다. 지방자치단체장 중 유일하게 국무회의에 참석할 수 있는 특권이 대표적 사례. 국가 현안을 직접 들여다보고 나름의 대책도 강구하면서 사실상 미리 대통령직 예행연습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서울시장의 일거수일투족은 여느 정치인 못지않게 뉴스의 초점이 된다. 선출직으론 대통령 다음으로 인식되는 만큼, 당선되는 즉시 차기 대선 잠재적 주자로 자리매김된다. 1995년 이후 민선 서울시장을 거친 조순·고건·이명박·오세훈에다 박 시장까지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모두 일찌감치 잠룡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런 엄청난(?) 자리에 한 번도 아닌 세 번씩이나 오른 박 시장으로선 그 어떤 대선주자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 지방선거 3선 과정에서 확인된 그의 경쟁력은 향후 상당한 정치적 자산이 될 전망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박 시장은 1차 투표에서 이변 가능성을 단숨에 잠재워 버렸다.

당초 국민 관심 제고를 이유로 결선투표제가 전격 도입되자, 2차 투표까지 가는 접전은 물론 2, 3위 후보의 연대로 역전 예상마저 나오던 터였다. 하지만 박 시장은 66.26%의 지지를 얻어 박영선 의원(19.59%)과 우상호 의원(14.14%)을 손쉽게 따돌렸다. 본선도 파죽지세 양상이었다. 3파전 대결에서 놀랍게도 52.79%의 압승을 거뒀다. 재선 경기지사를 지낸 자유한국당의 김문수 후보(23.34%), 2년 전 총선에서 국민의당 녹색바람의 주인공 안철수 후보(19.55%)를 가볍게 누른 것이다. 특히 안 후보는 2011년 서울시장 보선 때 ‘아름다운 양보’로 오늘의 박 시장을 있게 한 인물. 선거 내내 “이번엔 박원순이 양보할 차례”라는 정치공세를 극복해 ‘안철수 그늘’을 벗겨낸 것도 큰 소득이었다.

세 번의 서울시장 당선 과정을 통해 박 시장은 시민운동가에서 행정가로, 다시 정치인으로 완전히 새로 태어났다. 이 과정에서 패배의 멍에를 걸머져야 했던 김문수, 안철수는 물론 보선 때의 나경원, 재선 때의 정몽준 후보 등 하나같이 중도·보수진영의 내로라하는 기대주들이었지만 정치적 치명상을 입고 한동안 정치일선을 떠나야 했다. 새삼 입증된 정치적 파괴력으로 박 시장은 여권에선 ‘강력한 미래 권력’으로, 야권에선 반드시 잡아야 할 ‘경계대상 1호’으로 각인됐다.

무릇 ‘빛이 있으면 그늘이 있는 법’. 사상 첫 3선 서울시장이 지니는 상징만큼이나 기대가 큰 탓이다. 박 시장이 차기 주자로 인식되면서 자주 비교되는 인물이 이명박 전 서울시장. 시장 4년 재직 동안 버스중앙차로제,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혁신행정의 달인’이라는 국민적 인기를 토대로 단박에 대통령직을 꿰찬 성공신화를 박 시장에게 오버랩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시장 당시 정무부시장을 지낸 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의 평가는 대단히 박하다. “천만도시 수장으로서 도시 인프라, 도시 장기비전 등 눈에 보이는 만큼의 서울시 변화의 실적이 없다. 국민공동체를 책임질 큰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비문 쪽으로 기울자 여권도 견제 나서


▎6월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자 토론회에 앞서 경쟁 후보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박원순 서울시장(맨 오른쪽).
이런 평가와 주변의 기대를 의식했기 때문일까. 박 시장은 지난 7월 ‘여의도·용산 통개발’을 공개 언급했다. 평소 신중한 그의 언행에 비춰 볼 때 파격적 변신. 3선에 성공하자 나름의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시장은 뜨겁게 반응했다. 여의도와 강남은 물론 서울 전역의 집값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결국 국토부장관이 직접 불 끄기에 나서야만 했다. 박 시장도 7주 만에 ‘개발 보류’로 자신의 말을 주워 담았다. 구겨진 체면만큼이나 정치적 생채기가 크게 났다. 서울시 행정을 감시해 온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한 매체에 이렇게 썼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합의를 통해서 결정하겠다는 민주적 절차, 잘 들리는 목소리가 아니라 잘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더욱 키워 듣겠다는 ‘청책(聽策)’, 그리고 가급적 시장의 권한을 나눠서라도 민간과 행정이 협력하도록 만들겠다는 협치와 새로운 거버넌스의 실험이 멈춰 섰다.” 3선 서울시장으로서의 성과에 대한 조바심이 게도 구럭도 놓치는 결과를 빚었다.

시민운동가 출신 박 시장은 우여곡절 끝에 현 여권 주류를 형성한 친문(親文, 친문재인)과는 거리를 둔 비문(非文, 비문재인) 진영의 대표주자로 인식된다. 이런 정치적 배경 탓에 최근 잇달아 불거진 박 시장과 여권 핵심과의 엇박자가 미묘한 파장을 자아내고 있다. 발단은 지난 11월 17일 한국노총 집회에서의 박 시장 발언이다. 문재인 정부의 탄력근로제 확대를 규탄하기 위해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자신을 ‘노동 존중 특별시장’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임종석 비서실장이 노동계를 향해 강경한 메시지를 던진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 당장 야당이 그 틈새를 파고들었다. “자기 정치가 도를 넘었다”(당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청와대에 정면으로 치받고 올라온다”(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 등. 박 시장은 “우리 당과 저를 이간질하려는 시도를 중단하라”고 발끈했다. 하지만 언론은 “자신의 소속이 어디인지 모르는 것 같다”고 한 민주당 관계자의 말 등을 인용, 여권 핵심의 불편한 속내를 전했다.

나흘 뒤엔 역으로 박 시장이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11월 21일 여야가 전격 합의한 공공기관 고용세습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 때문이었다. 조사 대상에 강원랜드가 포함되긴 했으나 주 타깃은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 앞서 서울시 국정감사 때 감독 책임을 진 박 시장을 매섭게 몰아붙였던 야당이 여세를 몰아 ‘박원순 죽이기’에 나섰다는 게 지배적 해석이었다. 박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로지 정파적 이득을 위해 국정조사를 이용했다”며 야당에 날을 세웠다. 반면 덜컥 합의를 해준 친정, 민주당에 대해선 “고충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박홍근 의원은 “(야당의) 끝없는 당리당략에 언제까지 끌려 다녀야 하는지”라며 사실상 원내 지도부를 겨냥했다. 당 안팎에서도 “박 시장이 친문이었다면 그렇게 쉽게 합의해 줬을까”라며 맞장구를 놓았다.

이 와중에 이른바 ‘안이박김, 살생부’ 소문까지 겹치자 양측 모두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소문의 요지는 ‘미투’ 폭로로 낙마한 안희정 전 충남지사, 각종 의혹에 휘말린 이재명 경기지사에 이어 박 시장과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마저 곧 정치적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는 예측. 공교롭게도 당사자 모두 비문들이다. 앞서 경기도 국정감사 때 대한애국당 조원진 의원이 이 소문을 언급했을 때만 해도 모두 한바탕 웃고 넘어갔다.

그러나 최근 박 시장이 여권 핵심과 갈등하는 듯 보이자 이번엔 제법 진지 모드로 다시 급부상했다. 이에 대해 문재인 대선캠프를 거쳐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을 지낸, 대표적 친문으로 꼽히는 진성준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호사가들의 얘기일 뿐 전혀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시민의 참여 이끌어 낸 리더십

어쨌든 최근 일련의 에피소드는 박 시장이 최소한 여권 내에서의 정치적 입지가 그리 탄탄하지 못하다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광주광역시 3선 의원 출신으로 친문과도 막역한 관계인 강기정 전 민주당 의원도 비슷한 견해를 내보였다. “박 시장이 1년 전쯤 정치적 거취를 묻길래, ‘더 이상 시장 할 생각 말고, 무조건 여의도로 들어와라’고 했다. ‘여의도에서 (국회와 당을 오가며) 선수로 제대로 뛰어봐야 한다. 그래야 대선이 쉬울 거’라고 했다. 그런데도 결국 3선 도전을 선택하더라. 여의도(와 당내) 정치에 기반을 갖출 기회가 없는 게 약점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진성준 부시장은 “기성 정치권과의 관계가 부족하다는 점이 (오히려) 기존 정치 문법에 물들지 않고 신선하게 정치개혁을 해나갈 수 있다는 장점도 된다”고 반박했다. 오랫동안 몸담은 시민운동이라는 독특한 관점과 ‘현장에 답이 있다’는 ‘현장 반응성’, 적극적 소통을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낸 리더십이 박 시장이 선보일 새로운 정치문법이라고 소개했다. 이민주 서울시장 공보특보 역시 “영남 출신 검사로서 보장된 출세가도를 박차고 나와 인권변호사로 헌신해 온 정의감과 참여연대, 희망제작소, 아름다운가게를 이끌며 보여준 개혁성과 창의성 등은 여의도 정치에선 결코 얻을 수 없는 박 시장만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초빙교수 jwhn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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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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