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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특집] 여권 미래권력의 강점·약점 (4)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TK 일당(一黨) 독점 종식시킨 힘으로 

박재일 영남일보 논설위원 park11@yeongnam.com
민주당 대선후보로 뽑힌다면 노무현·문재인의 성공과 유사한 그림... 영남 출신으로 당내 기반 취약하고 경쟁자들에 견줘 지지율도 저조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지난 10월 경북 안동시 경상북도청에서 열린 2018 대구·경북 상생포럼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16년 국회의원 총선거는 어쩌면 한국 정치사에 작지만 획을 그을 만한 사건들로 점철됐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가 친박(親朴, 친박근혜) 세력 구축을 위해 새누리당 공천 작업에 개입하면서 진박 감별사 논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옥새 파동’, 유승민 의원(대구동을) 공천 배제가 휘몰아쳤다. 그 현장은 주로 박근혜 정권의 주춧돌 지역인 TK, 그러니까 대구·경북이었다. 지금 와서 보면 그건 일종의 어처구니없는 집권당의 분열이었고 ‘박근혜 탄핵’의 시발이었는지도 모른다.

반면, 새누리당 공천 파동의 대척점 한쪽에서는 조용한 준비가 시작됐다. ‘김부겸의 TK 재도전’이었다. 앞서 2012년, 3선을 했던 경기도 군포 지역구를 뒤로 하고 대구를 찾은 김부겸은 4년을 절치부심했다. 보수 우파의 아성 대구, 그것도 정치 1번지 수성갑에서의 첫 도전이었다. 이한구 당시 새누리당 의원에 맞서 접전을 펼쳤고 40% 득표에 만족해야 했다. 물론 승패를 떠나 정치적 상징은 건졌다.

음모론과 열린 기회


▎지난 4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회 새마을의 날 기념식에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설훈 의원 등과 함께 참석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그건 과거 ‘노무현의 부산 도전’과 오버랩됐다. 김영삼 전 대통령을 통해 부산에서 정치 입문에 성공했던 노무현은 이후 국회의원, 부산시장 선거의 연이은 패배에도 불구하고 2000년 총선에서 또다시 부산(북·강서을)에 도전했다. 여당(새천년민주당)이란 후광이 있었지만 ‘지역주의 벽을 넘겠다’는 명분이었다. 그의 낙선은 전화위복이 됐다. ‘바보 노무현’이란 별명과 함께 후일 한국 정치사를 바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가 인터넷을 통해 조직됐다.

김부겸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 후보로 다시 나섰다. 낙선했지만 대구 전역에서 40.33% 득표로 역대 민주당 계열 후보로서는 최고의 성적을 냈다. 명분과 함께 대구에서의 정치적 자산을 불려 나갔다고 할까. 마침내 2016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의 승자가 됐다. 그것도 보수의 좌장이 되겠다며 대구로 옮겨온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상대로 한 거의 더블스코어(62.3% 득표율) 승리였다. 30여 년 만에 민주당 계열 정치인의 첫 TK 입성으로 일당(一黨) 독점의 대구 정치를 종식시켰다. 김부겸이 ‘대구의 아이콘’이 될지도 모른다는 평가마저 나왔다.

지난해 연말을 전후해 정가에서는 묘한 ‘음모론’이 등장했다. 이른바 ‘안-이-박-김’ 타깃설(說)이다. 안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이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은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김을 두고서는 김경수 경남지사,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란 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장차 잠룡으로 분류된 이들 중 먼저 안 전 지사, 이 지사가 연이어 내상을 입었다.

‘안-이’ 두 사람은 지난 대선의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위협했다. 민주당 후보만 된다면 대권은 눈앞인 상황에서 처절한 공방은 불가피했고, 피차 앙금과 상처가 컸다. 집권 3년을 맞이한 지금쯤 친문(親文, 친문재인)의 권력 핵심이라면 차기 대선을 생각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과거 각을 세운 이들을 배제한 확실한 우군의 친문 주자를 점지하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음모론의 줄거리다. 민주당 관계자는 “차기 대선 잠룡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나가떨어지면서 묘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음모설에서 보듯 그건 김 장관에게 기회이자 동시에 뜻이 있다면 한편 조심해야 한다는 신호이기도 하다”고 언급했다. 물론 김 장관 측은 “지금은 장관직을 잘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지 그런 이상한 논리에 눈길을 줄 상황이 아니다”고 일축한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역대 대통령 중 장관을 거친 이는 두 명이다. 노태우(내무부·체육부 장관)와 노무현(해양수산부 장관)이다. 둘 다 전임 정권(전두환·김대중 대통령)을 계승했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장관 재직 시 부처 공무원들에게 비교적 호평을 받았고, 다소 불안정해 보이던 그의 능력을 검증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11월 28일 김부겸 장관이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 나타났다. 김 장관 옆에는 민갑룡 경찰청장이 대동했다. 전날 대법원장을 향한 초유의 화염병 투척 사건이 있었다. 김 장관은 법치주의 수호를 다짐하며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고개를 숙였고, 민 청장은 사과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장관의 발 빠른 ‘사과 정치’를 주목했지만, 한편 ‘대권을 의식한 행보다’라는 평도 나왔다.

또 그가 장관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2017년 8월 13일 국민들은 생경스러운 장면을 목격한다. 김 장관은 이날 이철성 경찰청장을 비롯해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 등 경찰 지휘부를 소집하고 이른바 ‘진실공방’ 논란에 대해 일제히 고개 숙여 사과하게 했다. ‘진실공방’이란 촛불집회 과정에서 당시 광주지방경찰청장이던 강인철 학교장의 SNS에 올라온 ‘민주화의 성지 광주’ 표현을 이 청장이 삭제하라고 지시했다며 강 학교장이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일종의 하극상이었다. 김 장관은 경찰 조직 내분을 정치인 출신답게 진화했고, 장관이 경찰의 ‘군기’를 확실히 잡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내각에 있는 한 나는 ‘로키(low key)’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12월 11일 동절기 화재예방 설비 등 안전점검을 한 뒤 비상 발생 시 완강기를 이용한 탈출 시연을 하고 있다. / 사진:행정안전부
그해 연말 수능시험을 하루 앞두고 포항에서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했다. 그날 현장에 내려간 김 장관은 고심 끝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도저히 시험을 치를 수 없는, 연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보고한다. 수능시험이 일주일 연기되는 힘든 결정이었다. 후일 김 장관은 사석에서 기자를 만나 “연기는 엄두도 안 나는 것이었지만 비록 소수라도 6000여 명의 포항 수험생도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을 해 과감히 교육부총리와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사실 다음 날 수능일에도 강한 여진이 있었다.

김 장관을 근 1년 이상 보필한 고시 출신 한 관료는 “정치 경험이 많아서인지 전문적인 일은 전문가나 관료에게 맡기고 문제적 사안이 생기면 전체적으로 조율을 잘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이 언제 물러날지 모르지만 만약 장관직을 무난하게 끝낸다면 그의 이력에 살을 붙이는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 김 장관 스스로도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그는 차기 후보군이냐는 질문에 “문재인 정부가 성공해야 하고 당장은 내각이 더 긴장해야 한다”며 “내각에 있는 한 나는 ‘로키(low key)’로 나갈 수밖에 없다. 먼저 일솜씨와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고 에둘러 답했다.

김 장관은 여전히 손을 내젓지만 대권 도전의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런저런 징후들이 있다. 2018년 가을 김 장관의 전국 후원 조직인 새희망포럼은 전라북도 장수군으로 야유회를 다녀왔다. 규모가 꽤 컸다고 한다. 대선 당내 경선에서 김 장관이 중도 포기했을 때 세가 약하다는 평은 둘째 치고 당에 납부해야 할 5억원의 기탁금이 없었다는 말이 나온 상황과 비견하면 확연히 달라진 셈이다.

김 장관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도 그 사이 상전벽해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수성갑의 대구시의원 2명(강민구·김동식)에 모두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이건 대구에서는 초유의 일이다. 나아가 수성구 의회는 민주당 의원이 처음 다수를 점하면서 수성갑에만 6명의 구의원을 거느리게 됐다. 대구 전역으로 보더라도 과거 민주당원은 2000~3000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만 명을 웃돈다.

김부겸 장관이 민주당 소속으로 대권 후보가 된다면 과거 노무현·문재인의 성공과 유사한 그림이 될 수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TK 출신을 내세워 영남권의 약세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찬 대표와 연대 가능성도

지난해 8월 민주당 대표에 김 장관 출마설이 나돌았다. 결국 접었지만 대신 김 장관이 이해찬 대표와 연대했다는 소문이 이어졌다. 당권 도전에 나선 송영길 의원이 김 장관에게 항의했다는 말도 나왔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해찬 대표와 김 장관은 서울대 원조 운동권 선후배 사이다. 서로 공통점이 있다”며 “김 장관이 지원했다는 것은 정설이며, 이는 2022년(대선)을 생각한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 장관이 자신의 약점인 당내 지지기반을 보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는 분석이다. 이해찬 대표로서도 ‘유시민 카드’가 있지만 김부겸과의 미래 정권 창출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 장관은 종종 경상도 사투리로 ‘다 묵지 마라’란 표현을 즐겨 한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독주하거나 가져간다는 것은 정치가 아니란 의미다. 그는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왔다. 정치의 본질을 알고 유연한 행동을 한다는 평이 있다. 야권과의 관계도 나쁘지 않다. 야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김 장관에게 질의하면서 ‘인품이 훌륭하다’는 식으로 덕담을 하기도 한다.

그는 자유한국당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첫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운동권 출신인 김 장관은 이념적으로 비교적 치우치지 않은 동시에 운동권의 맏형이란 이미지도 있다. 지난 전당대회를 거치고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친문, 반문을 떠나 신주류로서 두루 원만한 관계를 형성했다는 인상을 풍긴다.

김 장관은 차기 대선후보군 여론조사에서는 열세다. 열 손가락에 안에 포진해 있지만 이낙연 국무총리나 황교안 전 총리, 박원순 서울시장에 비해서는 격차가 있다. 물론 아직은 먼 여정이다. 남북관계와 경제를 포함한 어떤 뇌관이 차기 대선 가도에서 휘몰아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지금의 강점이 순식간에 약점으로 변할 수도 있고, 반대가 될 수도 있다. 대권은 분명 운(運)을 포함한 게임이다. 2022년의 김부겸은 아직 비관도 낙관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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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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