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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인터뷰] 전형수 신임 국세동우회장의 절세론 

“상속·증여세율 현실에 맞게 낮춰야” 

글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양도·상속·증여세 납부는 시간 두고 미리 계획 세워야
동호회 소통 활성화 통해 1만 명 회원 친목 도모


▎전형수 신임 국세동우회장은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동우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2005년 봄, 국세청 내부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당시 차기 국세청장 복수 후보에 이주성 국세청 차장과 전형수 서울지방국세청장이 올랐다. 두 사람은 행시 16회 동기였다. 최종적으로 이 차장이 국세청장에 올랐다. 내부적으로는 전 청장이 국세청 차장으로 자리를 옮기지 않겠는가 하는 예상이 많았다. 동기끼리 청장과 차장을 나눠갖는 전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전 청장은 전격 용퇴를 선언했다. 신임 청장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였다. 전 청장은 퇴임사에서 “조직을 새로운 분위기로 바꾸기 위한 인사의 불가피성 등은 신임 청장체제 출범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문제”라며 “신임청장의 어려움을 덜어주고 후진들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모든 문제를 신임청장에게 맡기고 직을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공직을 홀연히 떠난 그가 다시 전면에 나섰다. 바로 전직 국세청 공무원 모임인 국세동우회 회장으로 취임한 것이다. 지난 5월 10일 제7대 국세동우회를 이끌 수장으로 선임된 그는 5월 16일 취임과 동시에 국민에게 다가서는 국세동우회 만들기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6월 11일, 서울 종로구 김앤장 법률사무소 회의실에서 만난 전형수 신임 회장은 “국세동우회장으로 선임된 기쁨보다는 부담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진작에 선·후배들로부터 동우회를 이끌어 달라는 권유가 있었지만 고사했다고 한다. 전 회장은 “국세동우회가 회원 간의 친목과 어려운 이웃에게 봉사하는 순수한 봉사단체로서 누군가는 이러한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1년 이상 고민 끝에 선배와 동료들의 뜻을 받아들이게 됐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소통과 화합 위해 온·오프 모임 활성화


▎전형수 회장은 국세행정 발전에 동우회가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취임하면서 새로운 구상을 가다듬었을 법합니다.

“어떤 모임이건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과 화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간 동우회는 간부 중심으로 운영되는 그들만의 모임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게 사실입니다. 오프라인 소통이 주를 이뤘지요. 앞으로는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소통을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아직까지 동우회 홈페이지가 없습니다. 홈페이지 개설을 위해 오늘도 이사회에서 어떤 방향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지 회의하고 왔습니다. 홈페이지가 만들어지면 누구든지 자유롭게 주요 국세행정에 관한 자료, 동우회 및 회원과 관련된 정보를 얻고 소통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회원 간 오프라인 소통도 중요하지 않은지요.

“현재 여러 유형의 동호인 모임이 잘 운영되고 있지만 등산, 바둑, 문우회 등을 더욱 다양화시킬 생각입니다. 많은 회원들이 선호하는 테니스 모임도 활성화시켜 친목을 높여야 할듯합니다. 아울러 역사·문화탐방 프로그램을 더 많이 개발하고, 소모임별로 진행되고 있는 친선골프회 등을 국세동우회 차원의 전체행사로 승화시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자는 의견도 있어 적극 논의할 예정입니다. 그 수익금은 우리 주변의 어려운 분들을 살피는 기회로 삼을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이외에 여러 채널을 통해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다양한 친목프로그램을 적극 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사회에 기여하는 외부 활동도 있을 텐데요.

“전임 이건춘 회장께서 자원봉사단을 발족시켜 많은 봉사활동을 추진해왔습니다. 앞으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분야를 적극 찾아내서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 좀 더 편리하고 비용을 덜 들이는 방향으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또 법규를 몰라서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국민들에게 더 가까이 가는 동우회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봉사활동을 진행하실 생각입니까?

“국세청 중앙민원실장을 지내면서 현장에서 국민들의 고충이나 애로사항들을 많이 처리했습니다. 퇴직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현직에 있을 때와는 또 다른 국민들의 고민을 접하게 됐습니다. 종합해보면 세금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많습니다. 특히 영세납세자의 경우에는 세금에 관한 의문이나 현안이 생겨도 전문가에게 자문을 얻을 형편이 못됩니다. 누구와 어떻게 상의해야할지 막막하고 자문에 소요되는 비용문제도 부담이 됩니다. 이럴수록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전문가에게 접근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고령자의 경우 자녀들에 대한 크고 작은 증여 상속 문제를 거의 누구나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렇게 납세 사각지대에 계신 분들의 고민을 덜어드리고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려고 합니다.”

8년간 서울동우회장으로 활동했습니다. 해보니 사람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지역 노인회 등 무료 세무상담을 가면 반응이 뜨겁습니다. 생활세금이라고 하는 양도세, 상속세, 증여세 분야의 질문이 참 많습니다. 10~20분 궁금증을 물어보시는 건 예사입니다. 그만큼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는 방증이라고 봅니다.

동우회에서는 개업 중인 유능한 세무사 회원을 주축으로 자원봉사단을 만들어 취약지역, 영세납세자 단체 등을 찾아가 무료 세무 상담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여러 언론 매체에 자주 나오는 스타 세금 해설가도 여러분 있습니다. 동우회 차원에서 양도·상속·증여 등 생활세금에 대한 안내책자도 제작해 무료로 배포하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세금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한 분야를 적극 찾아내 세금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연관분야에 대한 안내도 강화함으로써 어려운 여건 하에 있는 국민들에게 더 많은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간단한 절세 팁을 말씀해주신다면?

“주로 양도·상속·증여 등 개인세무에서 잘 활용해야 할 사항입니다. 양도세의 경우 주택, 상가 등을 양도하기 전 반드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면세, 공제요건 등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부동산 거래시 취등록세 등 거래세에 대한 부담도 정확히 따져봐야 합니다.

상속·증여의 경우에는 충분히 사전에 전문가와 상의해 계획을 세워 진행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예를 들어 성년 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 10년에 5000만원까지, 부부간에는 6억원이 면제됩니다. 충분히 시간을 갖고 사전에 계획을 세우면 여러 가지 절세방안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세금 전문가 손길 필요한 곳 어디든 갈 것”

전 회장은 현직시절 국세행정의 근본적 개혁론자로 평가받았다. 그는 국세통합시스템(TIS) 개발 실무팀장으로 전자 세정 구현에 공헌했고, 기획관리관으로 근무할 당시 지역담당제를 폐지하는 한편 62억여원의 성과 상여금을 최초로 확보하는 등 세정개혁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TIS는 납세자들의 부동산·금융자산·골프회원권 등 재산변동 내역에서부터 세금의 신고·납부실적·출입국동향에 이르기까지 세금과 관련된 정보가 총망라돼 있다. 국세청은 TIS를 통해 탈세혐의자와 세무조사 대상자를 자동 추적해왔다. 현직을 떠났지만 전 회장은 동우회를 통해 국민이 다가가기 편한 국세행정을 구현하기 위해 기여하겠다는 생각이다.

국세통합시스템(TIS) 개발은 국세 행정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입니다.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시스템 구축이었습니다. 국세행정을 TIS로 전면 새롭게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됐다고 자평합니다. 최근에는 TIS를 전면 업그레이드한 ‘NTIS’, 즉 ‘뉴TIS’를 운용 중에 있습니다. 지금의 NTIS는 단순한 세무신고, 자료처리 등의 수준을 넘어 성실납세 여부를 정밀하게 입체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발전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앞선 시스템은 주요 선진국에서도 벤치마킹하러 올 정도입니다. 이렇게 선진화된 시스템을 바탕으로 세금을 내는 국민들이 더 편하게 납세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안을 계속 연구해 나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동우회 차원에서 국세 행정 발전에 어떤 도움을 줄 생각입니까?

“국세행정 현장에서 활동하는 동우회원이 많습니다. 이분들은 세정현장에 국민이 불편해 하는 사항을 가장 빠르고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동우회 차원에서 필요하다면 풍부한 실무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개선 사항이나 보완을 요하는 사항을 정리해 국세청에 건의·조언할 수도 있습니다. 원활한 국세행정을 펴나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줘야 하는 것이 동우회의 역할이기도 합니다.”

고소득자에 대한 긍정적 인식 전환 필요


▎올 1월 11일 서울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국세동우회 신년회 모습. 한승희 국세청장을 비롯해 임환수·김덕중 등 역대 청장, 백재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소득수준을 불문하고 점점 세금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소득 규모에 따른 누진과세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해 더 많은 세금을 내게 하는 제도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고소득자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확산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전체 소득자의 절반 가까이 각종 공제 등의 이유로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소득이 높은 사람에 대한 세율인상만 계속 주장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근로 의욕 저하는 물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소입니다. 법인세율 인상에 관해서도 세계적인 추세나 현재 경제상황에 비춰볼 때 많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경영자총연합회와 대한상의가 상속세 개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상속세에 관해 기본적으로 인식의 출발점을 새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탈세가 만연해 상속세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정확한 세원포착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부동산, 예금 등 거의 모든 자산이 투명하게 과세당국에 노출돼 있습니다.

현재 대부분의 상속재산은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이미 법에 정한 세금을 부담한 이후의 재산을 기초로 형성된 것이라 봐야 합니다. 특히, 봉급생활자의 경우 모든 소득이 100% 노출되므로 현재 보유자산은 법에 정한 세금을 낸 후 저축, 투자 등을 통해 형성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원이 100% 노출되는 부분이 많아진 만큼 상속·증여세율도 현실에 맞게 인하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가업승계의 경우 평생을 일궈온 기업이 세대 간 손바뀜이 이뤄지더라도 계속해서 운영될 수 있도록 과세를 대폭 이연하는 방법을 도입해야 합니다. 해당기업의 가업승계가 안 돼 문을 닫거나 헐값에 처분되면 그 기업의 종업원도 일자리를 잃게 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부분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점에만 너무 집착하면 본질을 그르치게 됩니다.”

※ 1983년 창립된 국세동우회(이하 동우회)는 올해로 36년째를 맞았다. 국세청에서 평생 일하고 퇴직한 국세공무원들의 친목도모와 국민들에 대한 봉사를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회원들이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언제든 부담 없이 만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회원들의 ‘사랑방’으로 볼 수 있다. 현재 회원은 1만여 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중 개업 세무사로 활동하고 있는 회원은 5400여 명이다. 400여 명에 달하는 회원들은 단체장·교수·자문위원·사외이사 등 사회 각 분야에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1만여 명의 회원이 속한 조직을 이끌어가야 하는 전 회장의 임무는 막중하다. 그는 먼저 동우회가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 모임의 다양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전 회장은 “앞으로 국세동우회는 15인으로 구성된 상임이사회와 서울·중부·인천·대전·광주·대구·부산 등 7개 지방회, 자원봉사단, 테니스, 문우회, 산우회, 바둑, 골프회 등 다양한 동호인회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인천지방국세청이 새로 발족함에 따라 인천지방회 결성도 추진중이다.


[박스기사] 전형수 신임 국세동우회장 약력

■ 1953년 충남 보령 출생
■ 연세대 수학과 (학사)
서울대·건국대 행정대학원(석사)
건국대 대학원(법학박사, 조세법 전공)
■ 1998년 국세청 총무과장
2002년 국세청 감사관
2000년 대전국세청장
2003~2004년 조세심판원장
2004~2005년 서울지방국세청장
■ 주요 활동: 김앤장 법률사무소 상임고문(현)
연세대 경제대학원 객원교수(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자문위원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서울지역부회장

201907호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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