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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인터뷰] 김덕룡 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의 국가론 

“文정부, 국민통합 못하면 낙제점 받을 것” 

■ “미숙한 국정운영은 예상했지만 위기 국면 생각보다 빨리 왔다”
■ “보수, 박근혜 망령 못 벗으면 한 발자국도 못 나가”
■ “21대 총선 후 1년 내 개헌해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 근절하자”


▎김덕룡 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분열된 보수는 영원히 설움받는 야당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수락하고 취소할까 며칠을 계속 고민했어요. 정치권 떠난 지도 오래돼 돌아가는 상황도 잘 모르고 시기가 예민해 무슨 말을 해야 하나….”

김덕룡 전 민주평통수석부의장은 여야 정치권과 한국 사회를 향해 고언을 하기로 마음먹기까지 많은 생각을 한 듯했다. 그가 지참한 답변지 십여 장에는 깨알 같은 메모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 중점 과제로 ‘국민통합’을 꼽았다. 보수 진영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모습으로 대안세력의 자격을 보여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 전 부의장은 제 기능을 상실한 정치권이 개헌을 통해 연정과 협치를 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국민이 직접 헌법을 발안할 수 있는 ‘헌법 국민 발안권’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1대 총선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원포인트 개헌안도 함께 투표에 부치자는 게 그의 지론이다. 김 전 장관과의 만남은 2019년 12월 12일, 서울 서초구 그의 사무실 덕린재에서 진행됐다.

지금 그는 현실 정치에서 물러섰지만 한때 정치권에 신진 인사들을 다수 진입시키는 통로 역할을 했다. 86세대들의 정치권 입문과 성장 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본 인물 중 한 사람이다. 그에게 먼저 정치권 세대 교체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86세대, 자기 반성해야 역할 커져”


▎2008년 3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을 찾은 김덕룡 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 사진:뉴시스
86세대들의 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사실 86세대는 젊은 나이에 정치권에 진입했기 때문에 국정 전반을 심도 있게 공부할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했다. 그런데 ‘민주화는 우리가 주도했다’는 자부심은 있었다. 그런 것들이 국민의 눈에 오만한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러나 특정 세대 전체를 획일적으로 퇴장시키는 것은 적절치 않은 선택이다. 어떤 분야든 경륜과 패기를 동시에 필요로 하는 것 아닌가. 정치권에 있어 보니 노장청(老壯靑) 조화가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86세대는 50대 중반이자 우리 사회를 끌어가는 중추이지 않나. 진퇴 여부는 당사자의 판단과 유권자의 선택에 맡기는 게 좋을 것 같다.”

한쪽에서는 여전히 ‘86세대 역할론’이 나오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그들이 다양성을 외면한 채 정치를 해왔다고 비판한다.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이다. 86세대는 민주주의 암흑기에 일선에서 치열하게 투쟁했던 공이 크다. 가장 역동성 있는 현대사를 이끌어 온 세대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앞서 말했던 것처럼 민주화를 자신들이 이끌었다는 자부심 때문에 반감도 쌓이게 된 것이다. 86세대들에게 지금 이 시기에 자신을 성찰하고, 내공과 실력을 쌓는 일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어떤 의미에서는 ‘다시 태어나기’와 같은 운동을 하라는 것이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면, 향후 정치권에서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학생운동 시절 지나치게 친북적인 입장에 섰던 사람이 정치하겠다고 하면 이 말은 꼭 해두고 싶다. ‘그때 내가 잘못 생각한 게 아닌지’ 자기 고백과 반성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야 86세대에 대한 믿음이 커지지 않을까.”

김 전 부의장은 문민정부 시절 정무장관을 지내는 등 권력의 핵심으로 일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YS)은 민중당 출신 이재오·김문수·이우재 등 재야 운동권 인사와 대중적 인지도가 있던 홍준표 변호사 등 참신하고 적극적인 인재 영입을 통해 선거의 판도를 바꾼 바 있다.

YS의 인재영입은 당시 어떻게 이뤄졌나?

“1990년 3당(민주정의당,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합당을 했다. 군부 통치 시대의 주역과 민주화 운동의 주역 등 이질적인 세력들이 한솥밥을 먹게 된 셈이다. 분포를 보면 극우와 군부 출신들이 다수를 이뤘다. 당시 YS는 당의 이념을 확장하고 정치 패러다임을 바꿔야 민주주의가 발전한다는 믿었다. 그래서 기존의 보수진영과는 거리가 있었던 민중당 등 진보 성향 인사들의 영입에 적극 나섰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고 또한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지만 오랜 시간 접촉하고 설득한 끝에 열매를 맺었다. 나아가 YS는 손학규, 남경필, 김형오, 정의화, 맹형규, 권오을 등의 인사들을 정치권으로 끌어들였다. 13대 총선 당시에 노무현 전 대통령도 YS가 영입하지 않았나.”

민중당 출신 이재오·김문수·이우재 등 재야 운동권 영입은 어떻게 이뤄졌나?

“노태우 대통령 당시부터 진행된 작업이었다. 당시 마침 민중당이 만들어졌는데 정치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려면 진보적인 세력이 정치에 많이 참여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먼저 찾아갔다. 그리고 ‘제도권 안으로 들어와라. 제도권 밖에서 하는 투쟁은 의미도 없고 성공 가능성도 없다. 정치권 안에 들어와서 투쟁하라’고 제안했다. 그들도 현실의 벽을 인정했다. 그래서 노태우 대통령에게 그들을 신년 인사회에 초대할 것을 건의했고 그도 흔쾌히 수락했다. 그때 민중당 사람들이 청와대에 와서 노 대통령과 처음 인사를 하고, 그 당시 정치권 사람들과 첫 대면을 할 수 있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 뒤로 영입 과정에 들어갔다.”

“보수 통합 못 하면 영원히 설움 받는 야당으로”


▎2004년 한나라당 심야 의원총회에서 당시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가 무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어떤 인물이 가장 파급효과가 컸나?

“앞서 언급한 민중당 인사들이 가장 센세이셔널했다. 영입하려다 실패한 인사도 있었다. 후에 김대중 정부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을 지낸 이태복씨였다. 진보적 노동운동가였던 그를 총선 당시 공천을 주려고 했다. 그런데 그가 사회주의자 아니냐는 당내 반발과 거부감이 커서 실패로 돌아갔다. 새로운 인물을, 이념이 다른 인재를 영입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됐다. 인재 영입은 새로운 분야에서 한두 명 인사를 끌어들이는 차원이 아니라, 정치지형을 바꾸는 정도로 과감하게 해야 성공한다. 구색 맞추기, 보여주기식 인재 영입은 의미가 없다.”

지금도 여야는 21대 총선을 앞두고 인재영입에 부심하는데.

“최근 인재 영입을 보면 뚜벅뚜벅 크게 가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YS야말로 좋은 정치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당과 나라를 생각해 반대쪽에도 손을 내밀지 않았나. 그런데 지금은 그런 강한 추진력으로 밀고 나가는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이 보이지 않다는 것이 답답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운동권 영입 등의 과감한 정치를 했다. 인재 영입은 통 큰 정치의 다른 말이다.”

김 전 부의장은 1988년 국회에 입성해 5선을 역임했다. 그러면서 한나라당 부총재와 원내대표 등을 지내며 1990년대와 2000년대 보수 정당의 중심에 있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혼란과 분열을 거듭하는 보수 진영에 대해 “시대의 큰 흐름을 잘못 읽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 지도자는 시대에 맞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한데 보수 정당은 아직도 과거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라고 그는 진단한다.

지금 보수 진영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보수는 ‘자기혁신’이 제일 중요하다. 특히 무조건 반대하는 것만이 강한 야당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큰 착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정확하게 정리하는 것도 보수가 해야 할 중요한 숙제다. 나는 훗날 우리의 역사가 최서원에 의한 국정농단을 아마 고려 말 신돈의 국정 농단과 같은 어두운 역사로 기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만약 박근혜가 탄핵당하지 않았으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됐을까 생각해보라고 묻고 싶다. 한 요승(妖僧)에 의한 나라 통치가 계속됐을 텐데 그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최근 박근혜 석방에 대한 이슈가 터져 나오고 있지만 그를 정치권 중심으로 끌고 나오는 건 별개의 문제다. 박근혜를 이용하는 정치세력에는 미래가 없다. 박근혜의 망령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결단 없이는 한 발자국도 더 나아갈 수 없다고 단언한다. 역사는 전진해야 한다. 그게 오늘의 보수가 가야 할 방향이다.”

10개월 넘게 황교안 대표가 자유한국당을 이끌고 있다.

“지금 황 대표는 원리주의자 내지 공안검사식으로 정치를 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그런 정치는 먹히지도 않을뿐더러 성공할 수도 없다. 지금 황 대표에게 꼭 필요한 것은 ‘정치력’이라는 한 마디가 아닐까? 야당이 더 전향적이고 더 통 큰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여당을 이기기는커녕 따라잡기도 벅차다. 가령 남북관계와 통일과 같은 문제에서 한국당이 더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않아 안타깝다.

한 가지 희망적인 건 황 대표가 박근혜 그늘을 벗어나 혁신하고 통합하면, 오히려 국민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황 대표에겐 모범생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아직 시간과 기회는 있다. 썩은 물은 고일 수밖에 없다. 대안 세력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이고 국민에게 믿음을 주는 일을 해야 한다. 여당·정부 비판만 해서는 국민이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똑같은 상황 와도 문재인 다시 지지”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김덕룡 당시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오른쪽)과 이야기하며 간담회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보수 통합은 가능할 것이라 보는가? 시기는?

“탄핵 문제를 갖고 누가 옳은가의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며 싸우고 논쟁을 하다가는 통합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기득권은 내려 놓지 않고 서로 잘잘못만 따지면서 ‘네가 들어오라’고 서로 주장만 해서는 절대 통합이 될 리 없다. 일단 대화하고 통합한 후 그다음에 논쟁해도 늦지 않다. 정당이라면 선거에서 승리하고 정권을 획득하는 것이 가장 먼저 아닌가. 그래서 선거 전에 합쳐야 한다. 통합을 못 하면 영원히 설움 받는 야당이 될 수밖에 없다. 집권당이 되고 싶으면 힘을 합쳐야 한다.”

여전히 흡수·입당 등 통합 방식을 놓고 견해 차가 크다.

“YS가 정치할 때를 돌이켜보면 군사 독재 시절,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에 들어간 3당 통합이나 ‘40대 기수론’ 등 ‘큰 정치’를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정치가 보이지 않는 것이 참 답답하다. 야당은 과거와 같은 이념 프레임에서 벗어날 시점에 와 있다. 지금이야말로 정치권이 대오각성해야 한다. 경제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큰 정치’를 해야 할 때다. 여당도 마찬가지다. 정권 프리미엄을 내던지고, 협치·연정이 가능한 이슈를 제기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그런 정치가 필요한 시기다.”

호남 출신으로 개혁적 보수 성향의 김 전 부의장은 ‘상도동계’로 통칭되는 김영삼 전 대통령(YS) 그룹의 좌장 격이다. 그는 2012년 18대 대선, 2017년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18·19대 대선에서 연달아 문재인 당시 후보를 지지했다.

“문재인 후보 지지에 대해서는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 똑같은 상황이 와도 그렇게 할 것이다. 왜냐면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분명 민주주의는 후퇴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국정운영 능력이 없다는 확신이 있었고, 아버지 영광을 위해서 살 사람이지 국가를 위해 헌신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박근혜를 지지하는 것은 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다.

지난 대선 때는 개혁적 보수나 양심적 보수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앞에 나섰다. 그리고 염원인 개헌을 당시 문 후보가 약속했기 때문에 지지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을 2019년 8월까지 지냈다. 문재인 정부의 전반기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소회가 참 복잡하다.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2년 동안 평화 프로세스가 잘 진행돼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에 한·미, 북·미, 남북 관계가 정체된 상황으로 가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이다. 어쨌든 전쟁 없는 평화, 통일의 평화 프로세스는 절대 후퇴해서는 안 된다. 야당도 그런 길을 가기 원한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평화 프로세스는 국민적 합의와 국제적 협력을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국민적 합의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는 것이 아쉽다. 남북관계에 역점을 두는 것은 좋지만, 국민적 합의를 만드는 일이 전제돼야 한다. 때문에 외교와 국민통합에 더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와대가 검찰을 비난하는 듯한 모습도 보기 안 좋아”


▎김덕룡 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 2018년 스즈키컵에서 우승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의 사인이 적힌 유니폼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과 잘 아는 사이다.
임기 반환점을 돈 문 대통령에게 주문하고 싶은 말은?

“처음부터 나는 문 대통령의 정치 경험이 짧아 국정운영이 미숙할 수도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의외로 위기 국면이 빨리 만들어졌다. 이제 임기 반환점을 맞은 시점에서는 초심으로 돌아가 새 변화를 꾀해야 한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통합을 할 것이라 했다. 이 정부가 하고 있는 적폐청산은 국민 통합과 매우 상치될 수 있다. 사실 적폐청산은 사람이나 집단을 청산하기보다 나쁜 관행과 시스템을 청산한다는 의미가 더 적절하다. 근데 너무 사람에게 기울어서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있다. 사람을 청산하는 쪽으로 가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다. 이 때문에 지금 국민은 광화문, 서초동에서 진영 대립을 벌이고 있지 않나.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새롭게 시작해야 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낙제점을 받는 길로 가지 않을까 걱정된다.”

국민통합이란 사안이 조금 모호하다.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연정, 협치를 가능케 하는 개헌을 하는 것이다. 승자가 독식하는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는 여야가 정치의 본분인 대화와 협상은 어렵다. 당장 야당은 선거 직후부터 반대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협치가 가능한 체제가 온다면 아직 한국에 희망이 있다고 믿는다. 개헌하면 국민 통합의 계기도 만들 수 있지 않겠나.”

청와대와 검찰이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다.

“최근 검찰 수사를 보면 대통령을 겨냥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한 이가 바로 문 대통령이다. 여당과 청와대 측근이나 지지 세력들은 이런 검찰을 배은망덕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고검장도 안 한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앉힌 파격 인사를 실행한 이가 바로 문 대통령 아닌가. 검찰도 정도(正道)의 자세로 수사한다면 힘겨루기라는 말이 있을 수가 있겠는가. 일단 검찰에게 수사를 맡겼다면 지켜봐야 한다. 특히 청와대가 검찰을 비난하는 듯한 모습도 보기 안 좋다. 청와대와 검찰 모두 정도를 지켜서 하늘을 우러러 떳떳하고 당당하게 행동했으면 한다.”

일각에서는 레임덕으로 가는 시그널이라 보기도 한다.

“대한민국을 검찰 공화국이라 하면서 검찰 개혁을 외치는데 사실 정치권에도 책임이 있다. 정치권이 그동안 서로 간의 분쟁이 터지면 그 일을 검찰로 가져갔기 때문에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여줬다. 정치권이 자초한 것이다. 다만 과거에 비춰본다면 검찰의 속성상 정권 후반기가 다가올수록 정치권에서 오는 이런저런 유혹을 떨쳐버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의 남은 과제는?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국민통합이라고 생각한다. 나라가 이념적으로 두 갈래 세 갈래 갈라지고 찢어져서 국민이 아픔을 겪고 있다. 국가발전에는 국민을 통합하는 동력이 꼭 필요하다. 최우선 과제를 국민통합에 놓고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5선을 역임한 김 전 부의장은 그만큼 국회와 정치권 생리에도 정통하다. 20대 국회가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그는 “과장이 아니라 20대 국회는 정말 최악”이라고 일침을 놓는다. 김 전 부의장은 “야당엔 실패작으로 판명난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주역이 모여 있고, 여당엔 노무현 탄핵으로 덕 본 사람들로 모여 있다보니 국가의 존엄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현 상황에서 다음 총선은 누가 이길 것이라고 보는가?

“누가 더 시대정신을 정확히 읽고 국민 쪽으로 다가가는가에 달려 있다. 누가 더 혁신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미래지향적 비전을 제시하는가에 달려 있다. 4개월 남은 기간 여당이 더 큰 정치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가능성을 보여줄 때, 야당은 대안 세력이라는 자격이 있는 정치 세력이라는 평가를 받을 때 승리하는 정당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총선과 함께 국민개헌발의권 원포인트 개헌해야”


▎1997년 7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신한국당 대통령후보 경선이 열리는 전당대회에 참석해 투표권을 행사하고 있다. 앞줄 왼쪽이 김덕룡 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21대 국회는 달라질까?

“과연 21대 국회가 나아질까? 이렇게 물어보면 대답을 못하겠다. 그렇지만 개헌을 해서 타협하는 시스템을 만들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 그런 개헌을 정치권이 안 하겠다고 피해왔는데, 이제는 국민이 개헌을 이뤄내야 한다. 이번 총선 때 원 포인트 개헌 투표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개헌이 가장 중요한 정치 이슈로 부상하기를 바라고, 모든 정당이 개헌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길 기대한다. 그런데 정치권에서 입으로는 개헌을 외쳐도 결국엔 무위로 돌아갔고 또 그렇게 돌아갈 수 있다. 그래서 먼저 국민이 직접 헌법 개정을 발의할 수 있는 ‘헌법 국민 발안권’을 도입했으면 한다. 이를 위한 원 포인트 개헌안을 이번 총선에서 국민투표에 부치면 좋겠다. 국민이 개헌안을 발안하면 정치인들도 개헌 문제를 더는 방치할 수 없게 돼 개헌 논의가 촉진되리라는 취지다. 이를 위해 앞으로 사람들과 힘을 모아 원 포인트 개헌 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국민개헌발의권’은 김 전 부의장만의 생각은 아니다. 2019년 11월,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개헌발의권 쟁취를 위한 대토론회’에 참석한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표하지 못하면 주권자인 국민이 필요한 결정을 스스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내년 총선에서 헌법 국민 발안제 도입 국민투표를 함께해 원포인트 개헌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종민 민주당 의원도 ‘개헌의 적기는 총선 후 1년 내’라는 김 전 부의장 주장에 동의하며 “그 1년이 지나면 또 차기 대통령 후보에게 각 당에서 구심력 생기고 개헌 논의는 또 어렵게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왜 21대 총선 이후가 개헌 적기인가?

“2012년 10월 전직 국회의장·총리·당대표 등 20여 명이 당시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문재인·안철수·심상정에게 제안했다. ‘대통령 되면 1년 안에 개헌해라, 기초자치단체 정당 배제, 그리고 대통령 분권형 제도를 만들어라.’ 그런데 아무도 흔쾌히 동의하지 않더라. 그래서 그때 ‘대통령 선거 전은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판단을 했다. 그래서 이번 21대 총선 끝난 후가 가장 적기라 본다.”

2020년 경자년(庚子年)의 화두는 무엇이라 보는가?

“화합과 전진이라 본다. 지금이 우리 한민족이 세계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방탄소년단을 봐라.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이 세계 대중문화를 휩쓸고 있다. 우리 민족의 창조적 능력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나는 우리 한민족이 세계의 중심에서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통일이라는 목표를 잊어서는 안 된다. 가령 남북이 통일됐다고 하면 일본이 감히 이번에 우리를 백색 국가 명단에서 제외하고, 중국이 사드 보복을 했겠는가. 우리가 통일만 되면 거침없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갈 수 있는 대 전환기에 지금 우리가 서 있다. 그러기 위해선 화합과 전진이 방향이어야 하고 이를 위해 개헌이 필요하다.”

- 글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 사진 신인섭 선임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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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호 (2019.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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