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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포커스] 이낙연과 친문의 ‘오월동주’는 가능할까 

서로 필요성은 인정, 지지율이 관건 

친문 좌장 이해찬 민주당 대표 직접 나서 ‘비대위론’ 제동
훗날 갈라선다는 비관론, 결국 한배 탄다는 낙관론 교차


▎문재인 대통령이 1월 7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올해 첫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문 대통령 뒤로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가 입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4·15 총선 20여 일 전인 3월 20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낙연 전 총리와 친문을 동시에 직격했다. “양정철(민주연구원장)은 개국공신 광흥창팀의 수장이고, 이낙연은 PK(부산·울산·경남) 친문의 데릴사위로 성골 조국의 낙마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육두품에 불과하다. 당연히 양정철이 권력서열에서 이낙연의 위에 있을 수밖에.”

진 전 교수는 “이낙연보다 양정철이 세다는 것이 말이 되냐”는 내용의 하승수 정치개혁연대 사무총장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링크한 뒤 이같이 주장했다. 하 사무총장은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용 연합정당 추진 과정에서 양 원장과 등을 돌린 뒤 그에게 비판의 날을 세웠다.

총선 후 여권 내 키워드는 단연 이낙연과 친문이다. ‘이낙연 따로, 친문 따로’가 아니라 ‘#이낙연친문’식의 합성어가 등장한 것이다. 민주당 당직자 출신의 정치컨설턴트는 “요즘 민주당 쪽 사람들을 만나면 ‘이낙연과 친문은 어떻게 될까’라는 말이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고 여의도 분위기를 전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여야를 통틀어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유력 잠룡이다. 친문은 현 정권을 창출한 세력으로, 총선을 통해 여의도 권력마저 장악했다. 총선에서 친문 중심의 민주당과 그 비례대표 위성정당은 전체 300석 가운데 180석을 차지했다.

다시 정치컨설턴트의 말이다. “엄밀히 말하면 민주당 내에 비문(非文)은 없다. 비문이라 할 만한 사람들은 이미 당을 떠났거나 총선 때 공천 탈락했다. 민주당에 비주류는 있을지언정 비문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친문과 손을 잡아야 한다.”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처리와 관련해 지도부와 결을 달리하던 금태섭 의원은 민주당 지역구 공천에서 탈락했다. 그런가 하면 5월 7일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했던 정성호 의원은 일부 친문 네티즌의 공세에 시달렸다. 계파색이 옅은 정 의원은 이재명 경기지사와 가까운 인사로 분류된다. 급기야 정 의원은 지난 대선 때 당시 문재인 후보와의 합동 유세 사진을 공개하는 등 진화에 나서야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김경수 경남지사 같은 친문 적자(嫡子)들이 법적·정치적으로 상처를 입었기에 비문 주자들로서는 공간이 넓어진 셈”이라면서도 “하지만 친문의 선택을 받기까지는 여러 난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웬만해선 그들이 서두르지 않는 이유


▎2016년 국회 본청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는 당시 민주당 전해철(왼쪽)·김경수 의원.
20대 대선은 2022년 3월 9일 치러질 예정이다. 민주당 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대권에 도전할 경우 선거 1년 전에 사퇴해야 한다.

여기에 이낙연 전 총리 측의 딜레마가 있다. 새 지도부를 선출하는 오는 8월 전당대회에 이 전 총리가 출마해서 당대표에 당선되더라도 임기는 7개월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전 총리와 가까운 인사들 사이에서 ‘비대위론’이 나왔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대위론이란 이 전 총리가 오는 8월부터 대선 1년 전인 내년 3월까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당을 이끄는 걸 말한다. 실제로 당내 일각에서는 이 전 총리(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 주장에는 유력 대권후보인 이전 총리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당의 기반인 호남 민심에 부응하는 것이라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한마디로 이 전 총리에 대한 과도한 특혜라는 것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당에 비대위가 웬 말이냐”며 “전당대회를 열지 않고 비대위 체제를 꾸리겠다는 건 원칙에도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쳤다.

물밑에서 갑론을박이 거세지자 이해찬 대표가 직접 교통정리에 나섰다. 이 대표는 5월 1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공당(公黨)은 예측 가능한 시스템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며 8월 전당대회 개최를 시사했다. 일각에서는 ‘이낙연 비대위론’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 대목에서 수도권 민주당 재선 의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 의원은 친문과는 결이 다른 비주류 인사다. 이 의원은 차기 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선 5~6개월 전쯤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친문 입장에서 보면 차기 대선후보 결정 시기를 최대한 늦추려 할 것이다. 대선후보를 일찍 뽑으면 친문 내에서 분화와 함께 파열음만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21년 8~9월 쯤 경선을 통해 대선후보를 선출하지 않겠나.”

2012년 당시 민주통합당은 9월에, 새누리당은 그보다 한 달 이른 8월에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민주당의 경우 2016년에는 대선 한 달 전인 4월 초에 대선후보를 결정했다. 2016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5월에 대선이 치러졌다.

친문은 이미 분화가 상당히 진행됐으며, 향후 대선 과정에서 더 세분될 거란 주장도 제기된다. 친문이 한목소리로 차기 대선후보를 지지하긴 어려울 거란 얘기다.

민주당 당직자의 말이다. “2018년 8월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돌이켜보자. 당시 이해찬·송영길·김진표 후보가 출마했는데 김태년 현 원내대표 등 당권파는 이 후보를, 전해철 의원 등 친문 핵심인 ‘부엉이 모임’ 멤버 중 일부는 김 후보를 지지했다. 같은 해 6월 지방선거 때도 당권파는 경기지사 후보로 이재명 전 성남시장을 밀었지만, ‘부엉이 모임’ 쪽에서는 전 의원을 지원했다. 누가 차기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든 3년 전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 대오를 형성했던 모습은 재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대권 행보 세 가지 시나리오


▎2002년 대선 승리가 확정되자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는 노무현 당선인.
총선에서 당의 대승과 함께 지역구(서울 종로)에서 5선 고지에 오른 이낙연 전 총리의 발걸음엔 속도가 붙었다. 이 전 총리 측이 이미 ‘캠프 꾸리기’에 착수했다는 말도 들린다. 오랫동안 여의도를 떠나 있었던 이 전 총리로서는 전투력을 갖춘 실무진이 필요할 거라는 데 이견은 별로 없다.

이런 가운데 이 전 총리의 대권 행보와 관련해 크게 세 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첫째, 8월 전당대회 직접 출마다. 이낙연 대망론을 펴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결심을 굳혔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 전 총리가 전당대회에 출마할 경우 당장은 친문의 지원이 아쉽지 않을 거란 예상도 있다. 이 전 총리가 각종 여론조사 대선후보 선호도 1위를 바탕으로 당의 근간인 대의원과 권리당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전당대회는 대의원 투표 45%, 권리당원 투표 40%, 국민 10%, 일반당원 5% 순으로 표심이 반영된다.


▎2017년 5월 10일 취임식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만일 전당대회에서 이 전 총리가 승리한다면 대망론은 대세론으로 확산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2월 전당대회에서 대권·당권 분리론을 주장하던 박지원 후보를 따돌리고 당권을 거머쥐더니 이내 당을 장악했다. 이 전 총리 측으로서는 ‘문재인 학습효과’를 떠올릴 법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전당대회 출마를 검토하는 송영길(5선)·홍영표(4선)·우원식(4선) 의원 등의 기세도 무시할 수 없다. 만일 이들과의 경쟁에서 패하거나, 설령 이긴다 하더라도 신승에 그칠 경우 이낙연 대망론이 퇴색할 수 있다.

둘째, 전당대회와 거리를 둔 채 일단은 관망하는 것이다. 이 전 총리가 직접 출마하지도 않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도 않은 채 곧바로 대권 준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도 당장 친문 등 특정 세력의 지원은 절실하지 않다.

물론 여기에도 부담은 없지 않다. 당의 가장 큰 이벤트인 전당대회와 거리를 둠에 따라 여론의 관심도 멀어질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의원들과의 스킨십을 강화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 전 총리는 2014년 지방선거(전남지사)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 전 총리의 여의도 복귀는 만 6년 만이다.

셋째, 김부겸 의원과의 연대 가능성이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서 주호영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패한 터라 다시 원외(院外)로 돌아가야 한다. 김 의원 측은 8월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놓고 장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총리 측에서 주목하는 건 김 의원과 이해찬 대표 등 친문 당권파와의 관계다. 김 의원은 당권파의 지지를 받는 인사로 분류된다. 따라서 이 전 총리가 직접 출마 대신 김 의원을 지원한다면 자연스레 당권파와 교감을 형성할 수 있을 거란 해석도 가능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총리 측으로서는 ‘호남 대선후보, 영남 당대표’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며 “4년 전 그랬듯이 김 의원으로서는 전당대회 출마와 대선 직행을 두고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의원은 4년 전 20대 총선 당선 직후 전당대회 출마와 대선 직행 사이에서 갈등하다 전당대회를 포기했다. 김 의원이 전당대회 출마 대신 대선 직행을 노리자 당시 친문은 같은 TK(대구·경북) 출신인 추미애 의원을 밀었다. 추 의원은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민주당 사상 첫 여성 당대표로 선출됐다.

PK 후보 필승론 뛰어넘을까


▎2018년 전당대회에 출마한 이해찬·김진표·송영길 후보(오른쪽부터).
민주당 대선 필승공식이 ‘호남 지지+PK 후보’라는 데 이견은 많지 않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민주당은 이 공식을 통해 두 차례 집권에 성공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현 대통령 모두 PK 출신이다.

PK 후보 필승론은 ‘이낙연 불가론’의 동의어나 마찬가지다. 호남 민심은 어차피 민주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는 만큼 영남, 그중에서도 PK 출신 후보를 내세워야 확장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PK 후보 필승론의 요지다.

민주당 출신 정치컨설턴트는 “친문 입장에서는 조국이나 김경수는 차치하더라도 경쟁력 있는 영남 주자로 김부겸·김두관·김영춘 등이 있는 마당에 굳이 이낙연을 택할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이번 총선에서 호남 전체 28석 가운데 민주당이 27석을 휩쓸면서 당내 일각에서는 PK 필승론이 더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K 필승론에 대한 반론도 있다. 호남에서 특히 지지율이 높은 이 전 총리이기에 친문이 선뜻 손을 놓기 어려울 거란 예상이다.

김민준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은 “호남 유권자들은 전략적인 투표에 강하다”며 4년 전 총선 때는 호남 28석 가운데 23석을 안철수의 국민의당에 몰아준 사실을 예로 들었다. 이어 “만일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문이 이 전 총리를 팽(烹)하는 모습이 비친다면 호남 민심이 어떻게 변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호남 출신인 정세균 현 총리와의 경쟁을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지금은 각각 당의 중심(이낙연 전 총리)과 내각의 수장(정세균 총리)으로 역할 분담이 이뤄졌지만,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펼쳐지면 진검승부를 피하기 어려울 거란 예상이다. 당대표·국회의장·국무총리를 지낸 정 총리의 남은 선택지는 대선이 유일하다고 하겠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낙연 전 총리와 정세균 현 총리는 프로야구로 비유하면 과거 해태와 쌍방울”이라며 “이전부터 범친노로 분류됐던 정세균 현 총리가 이 전 총리보다는 친문과 한층 더 가깝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종합해보면 이낙연 전 총리와 친문과의 관계, 그리고 그의 대선 가도 전망은 낙관론과 회의론이 공존한다.

먼저 낙관론은 이 전 총리의 든든한 지역 기반과 정치적 안정감에서 출발한다. 이 전 총리의 한 고교 선배는 “이 전 총리는 좀처럼 실수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라며 “지금까지는 친문과 돈독한 관계가 아니었더라도 추후 만들어가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의정부 청와대에서 요직을 지낸 인사다.

낙관론과 회의론의 공존


▎민주당이 21대 총선 1주일 전인 4월 8일 부산에서 사전투표 독려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 전 총리는 1987년 개헌 이후 ‘최장수 총리’ 기록을 갈아치웠을 만큼 안정감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전 총리는 2017년 5월 31일 취임 후 안정적 국정 운영과 신속한 현안 대처에 높은 평가를 받아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채진원 경희대 교수는 “이 전 총리는 기자 출신으로 4선 의원, 전남지사, 총리까지 지내며 다양한 경력을 쌓았다”며 “오랜 경험을 통해 정무적 판단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당 안팎에서는 이 전 총리의 중도·통합 행보 가능성에도 대체로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 전 총리는 품격 있고 외교적인 언사를 쓰며, 상대를 적으로 보지 않는 의회주의자의 면모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총리는 온화·포용의 이미지가 눈에 띈다”며 “보수 성향의 중도층 지지도 끌어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장점이 곧 단점이라는 회의론도 있다. 김민준 소장은 “온화하다는 건 경우에 따라 개혁 의지가 불분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며 “그런 지적을 자주 받다 보면 친문 진영의 호감도가 낮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확고한 당내 지지세력이 없다는 것도 이 전 총리의 약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계파와 진영 논리에선 자유로울 수 있지만, 핵심 지지층이 없으면 당 대선후보가 되기 어렵다”고 조언한다. 호남 출신으로 지역 기반은 탄탄하지만, 수도권과 영남 등 외연 확장성에는 의문부호가 붙기도 한다.

이 전 총리의 ‘일 욕심’을 단점으로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이 전 총리의 민주당 사무총장(2010~2011년) 재직 시 당 사무국에 몸담았던 한 인사의 회고다.

“일 하나만 보면 이낙연 전 총리만큼 똑 부러진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일 이외에는 당직자들과의 스킨십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정세균 현 총리는 스타일상 반대에 가까웠다. 지금 정세균계로 불리는 의원들이나 당직자들 중 상당수가 정 총리가 당대표(2008~2010년)였을 때 관계를 맺었던 사람들이다. 정치라는 게 결국은 사람 장사 아니겠나.”

이 전 총리는 지난 5월 이천 화재 합동분향소 조문 과정에서 유가족들과 마찰을 빚는 등 공감 능력이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노동자 죽음에 대책을 가져오라는 주문에 “현직에 있지 않아 책임 있는 위치가 아니다”고 답해 유가족들의 반발을 샀다. 나아가 “그럴 거면 뭐 하러 왔냐” “장난치는 거냐”는 유가족들의 힐난에 “장난으로 왔겠느냐. 저는 국회의원도 아니고 한 조문객으로 왔다”고 정색했다. 끝내 “사람들 모아놓고 뭐 하는 거냐”는 물음에는 “제가 모은 게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해 야권으로부터 알맹이 없는 조문으로 유가족들을 실망시켰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당장은 이 전 총리나 친문이나 서로를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다만 양측의 관계가 언제까지 유지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친문이 이 전 총리를 활용은 하되 선택하진 않을 거란 전망과 결국 친문과 이 전 총리가 한배를 타게 될 거란 예상이 교차한다.

따라서 양측이 대선까지 굳게 손을 잡고 갈지, 아니면 중도에 손을 놓게 될지 관건은 결국 지지율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 전 총리가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펼쳐질 때까지 지지율 1위를 확고하게 지킨다면 친문으로서도 이전 총리의 손을 놓기 어려울 수 있다. 반면 지지율이 급락하거나 야당 후보에 추월당한다면 ‘이낙연 불가론’이 언제든지 고개를 들 수도 있다. 2002년 대선 당시 지지율 답보에 따른 ‘노무현 불가론’이 거세지면서 당이 크게 흔들리고 분열됐던 걸 민주당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다.

미래통합당이 영남 후보를 낼 경우


▎이낙연 전 총리가 5월 5일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를 찾아 분향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4월 20∼24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2552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를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9%p)한 결과 이 전 총리는 40.2%로 1위를 차지했다. 총선 전과 비교했을 때 이 전 총리의 지지율은 10%p가량 상승했다. 2위는 14.4%를 얻은 이재명 경기지사, 3위는 7.6%를 얻은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원래 이 전 총리는 친문도 강경파도 아니다. 이 전 총리는 친문 주류와 비교하면 중도에 가깝다. 이 전 총리는 4월 2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1가구 1주택 실수요자가 다른 소득은 없는데 종부세(종합부동산세)를 중과하는 것은 큰 고통을 준다”며 “실수요자의 현실을 감안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의 발언을 두고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을 펼치고 있는 정부·여당의 기조와 결을 달리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낙연 전 총리와 친문은 뿌리가 다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깊은 신뢰가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민주당 전략 파트 관계자는 향후 양측의 관계를 다음과 같이 그렸다.

“임기 말에도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안정세를 이어간다는 전제하에서 이 전 총리 역시 지지율 1위를 지켜나간다면 친문으로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본다. 반면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는 상황에서 미래통합당이 영남 후보, 그중에서도 PK 후보를 낸다면 친문으로서는 그 대항마로 이 전 총리가 아닌 PK 후보를 물색할 수도 있다. 요약하면 대통령, 민주당, 이 전 총리의 지지율 유지 여부에 따라 양측이 끝까지 함께 갈 수도, 훗날 결별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2006호 (2020.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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