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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취재] 더불어민주당 ‘586 운동권’의 내로남불 백태 

공교육 중요성 부르짖으며 뒤로는 특목고·자사고에 자녀 보내나 

조국 이어 황희·권칠승·이인영·임종석 자녀 문제로 구설
비판 나오면 “난 몰랐다” “아이가 원했던 일” 발뺌으로 일관


▎문재인 대통령이 2월 15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신임 국무위원 임명장 수여식을 마친 뒤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 둘째),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왼쪽),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오른쪽)과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고심하는 듯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건 2월 10일 저녁. 문 대통령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임명안을 재가했다. 이 정부 들어 29번째 야당 ‘패싱(passing)’이었다. 황 장관은 친문 핵심인 도종환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을 맡은 ‘민주주의4.0’ 멤버 중 한 명이다. 이 모임은 민주당 정권 재창출을 목표로 하는 당내 이너서클이자 싱크탱크다. 자타공인 친문 현역 의원 56명이 이 모임에서 함께하고 있다.

29번째 야당 패싱은 ‘역대’급이다. 국무위원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한 2005년 이후 야당 패싱, 임명 강행 사례를 보면 ▷노무현 정부 3명 ▷이명박 정부 17명 ▷박근혜 정부 10명으로 총 30명이었다. “문제를 문제로 여기지 않게 되는 것, 이런 게 바로 국기 문란이고 민주주의의 타락”(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앞서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자의 의혹을 거론하며 “이미 26명의 장관급 인사를 야당을 무시하며 임명한 문재인 정부”라며 “정부여당의 끝없는 오만과 독선, ‘내로남불’, ‘아시타비(我是他非)’가 공수처장 청문회에서는 멈추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시타비는 전국 대학교수들이 뽑은 2020년 ‘올해의 사자성어’다. 같은 사안을 두고도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의미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한자로 번역해 만든 신조어다. 신조어가 대학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타비를 추천한 정태연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모든 잘못을 남 탓으로 돌리고 서로를 상스럽게 비난하고 헐뜯는 소모적 싸움만 무성할 뿐, 협업해서 건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최재목 영남대 철학과 교수는 “여야, 진보와 보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사이는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을 두고도 사회 도처에서 ‘내로남불 사태’가 불거졌다”고 촌평했다.

‘후안무치’가 아시타비에 이어 둘째로 많은 표를 받은 사자성어로 선정됐다. 후안무치를 뽑은 교수들은 “임명직이 임명권자를 능멸했다”, “586(5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집권세력의 초법적 행태” 등을 추천 이유로 설명했다.

황희 “딸 자사고 입학한 사실, 난 몰랐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2월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도중 야당 의원들의 의혹 제기에 안경을 만지고 있다. / 사진:오종택 기자
586으로 대표되는 ‘친문 운동권’은 집권 여당의 주류다. 이들은 21대 총선에서도 당선인 60여 명을 배출하며 여전히 당 주도 세력임을 입증했다.

친문 운동권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흔히 말하는 586은 1980년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왕성하게 활동했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세력을 지칭한다. 전대협 초대 의장 출신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부의장을 지낸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대표적 원내 인사다.

3기 전대협 의장을 지낸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현재 원외 인사다. 그는 ‘임수경 방북 사건(1989년 임수경 당시 한국외대생이 밀입북해서 김일성 북한 주석을 만난 일)’을 주도했다. 임수경 전 민주당 의원이 1989년 6월 전대협 대표 자격으로 밀입북했을 당시 임 전 실장은 전대협 의장이었다.

나머지 두 부류는 전대협 이전 운동권 인사와 대학 졸업 후 시민단체나 노동계에서 활동하다가 정치권에 입문한 경우다. 운동권 경력이 있거나 노동계와 인연이 깊은 당직자·보좌진 출신 여당 국회의원 역시 이 부류에 속한다. 황희·안민석·권칠승·송옥주 민주당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친문 운동권은 주류사회와 기득권 타파를 기치로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다. 반대·비판에 부딪힐 때면 그들은 공정과 정의를 외치며 맞섰다. 친문 운동권이 공교육의 정상화를 강조하며 내세운 가치도 공정과 정의였다. 문 대통령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특수목적고(특목고) 폐지를 2017년 대선 공약으로 내건 이유이기도 하다.

부모의 재력이 학생들의 학벌을 대물림하는 통로로 이용되는 부작용 때문이라는 게 이들이 자사고 등의 폐지를 외친 이유다. 문재인 정권 교육부는 공약에 따라 2025년 자사고·특목고를 일몰 폐지하기로 했다. 이에 반발한 전국 자사고·외고·국제고 교장들은 헌법소원을 추진 중이다.

이 지점에서 내로남불 논란이 불거진다. 현 정권 고위공직자 중 자녀를 자사고·특목고 등에 보낸 사례는 적지 않다. 결국 자사고·특목고 등의 혜택을 누릴 만큼 누린 현 정권 고위공직자들이 남의 자녀는 그 혜택을 누릴 수 없도록 사다리를 끊으려 한다는 비판이 인다.

현 정권 고위공직자 자녀의 자사고·특목고 진학 문제는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딸의 특목고 진학 문제가 청문회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2월 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는 황 장관(당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친노·친문을 관통하는 황 장관은 민주당 내 운동권의 막내로 불린다.

황 장관의 딸은 2011~2016년 미국에서 초등학교를 다닌 뒤 한국으로 돌아와 중학교를 졸업했다. 이후 서울 목동의 한 자사고에 1학기를 다니다 1년 수업료 4200만원인 외국인학교로 옮긴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외국인학교는 부모나 자녀가 외국 국적이 아니면 입학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은 인사청문회 당시 이에 대한 이용 국민의힘 의원과 황 장관 사이의 주요 질의응답.

후보자 자녀는 자사고를 거쳐 미국 거주 생활을 인정받았고, 그다음에 외국인학교에 재학했는데 자사고에서 외국인학교로 옮긴 이유가 무엇입니까?

“사실 저는 (딸이) 자사고 입학한 것을 몰랐는데요. 혹시 TO(정원)가 없어서 못 들어갈 것을 우려해 자사고에 본인이 입시 응시를 한 겁니다.”

후보자는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문제는 문 대통령이 공약하고 2019년 정부가 발표한 외고·자사고·국제고의 일반고 전환에 찬성하는지, 아니면 반대하는지 이 부분에 대해서 간략하게 답변해주십시오.

“저는 자사고·특목고에 반대한 적 없고요, 다만 이런 의견은 있습니다. 현재 자사고·특목고가 목적·취지대로 하지 않고 서열화되는 것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황 장관은 자사고·특목고를 폐지해야 한다고 직접 말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20·21대 민주당 국회의원 시절 자사고·특목고가 아닌 공교육 중심의 고교 평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줄곧 강조했다.

권칠승 “딸이 특목고 원하는데 내가 어떻게 말리나”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0·21대 총선에서 아예 고교 평준화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21대 총선을 앞둔 지난해 4월 2일 ‘1하는 공약(교육 편)’을 통해 봉담1고 개교 후 고교 평준화를 세부 공약으로 발표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는 ‘걱정 말아요, 화성’의 세부 공약으로 고교 평준화를 제시했다.

권 장관은 공약을 발표한 뒤 “화성시민과 간담회 및 현장 방문 등을 통해 발굴한 엄마와 아이들을 위한 내용을 담았다”면서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행은 다른 문제다. 검증된 능력과 집권 여당의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경제학과 84학번인 권 장관은 기업에서 노동운동을 하다가 청와대와 지방의회를 거친 뒤 황 장관과 마찬가지로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 대표적인 친문 운동권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그는 친문 인사들의 비공개 모임인 ‘부엉이 모임’의 일원이었다.

2월 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회의실에서는 권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권 장관 딸의 특목고 진학이 도마 위에 올랐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청문회장에서 권 장관이 특목고 폐지를 주장해왔으면서 정작 자신의 딸은 특목고에 진학시켰다며 질타했다.

특목고 폐지에 동의하십니까?

“동의합니다.”

동의하는데 자식은, 딸은 (특목고에) 보냈다, 그 말씀이죠?

“본인이 갔습니다.”

아, 본인이 간 것은 괜찮다?

“제가 보낸 게 아닙니다. 본인이 갔습니다. 저는 우리 아이들을 특목고에 보내기 위해 과외를 하거나 학원을 보내거나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내가 보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관없다, 아이가 갔기 때문에?

“그런 뜻이 아닙니다. 그다음 해 봄에 이사했습니다. 우리 딸이 중학교 3학년이었습니다. 걔가 고양시에서 태어나서 계속 살았습니다. 딸 친구들이 전부 다 거기에 있을 것 아닙니까? 그래서 고양시에 있는 학교를….”

아니, 따님이 특목고를 갔느냐 안 갔느냐, 뭐 공부를 잘했느냐 이것을 물어보는 게 아니고 특목고 폐지를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

“찬성합니다. 제 오래된 소신이고 제 딸한테도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나는 특목고를 폐지하지만, 딸은 그냥 특목고를 갔다’로 정리하겠습니다.

“딸이 가는 것을 어떻게 말립니까?”

김 의원은 권 장관이 딸을 특목고에 진학시키기 위해 위장 전입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2010년 경기 화성에서 경기도의원 선거에 출마한 권 장관은 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주소지를 고양에서 화성으로 이전했다. 배우자와 자녀들은 선거 후 다시 고양시에 전입 신고했다. 이후 권 장관의 딸은 고양의 한 특목고에 입학했다. 권 장관은 청문회장에서 위장전입은 인정하면서도 “자녀 교육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위 인턴 경력으로 의사까지 된 조국 전 장관 딸


▎보수 성향의 대학생 단체 ‘신(新)전대협’ 회원들이 2월 8일 서울 도봉구 한일병원 앞에서 이 병원의 조민씨 인턴 채용에 항의하는 현판식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김 의원은 청문회에서 “내 애는 영어를 잘하고, 남의 애는 ‘가붕개(가재·붕어·개구리)’가 되든 말든 상관없다(는 것이냐)”고 권 장관을 질타했다. 가붕개는 교육과 관련한 여권 인사들의 내로남불 행태를 지적할 때 야권에서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다.

출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페이스북이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012년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개천에서 가재·붕어·개구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바 있다.

조 전 장관이 운동권 출신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조 전 장관과 서울대 법대 동기(82학번)인 원희룡 제주지사는 최근 대학 시절 운동권에 몸담았던 경험을 유튜브를 통해 설명하던 중 “운동권에서 조국은 사실 나한테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안팎에서는 조 전 장관을 여전히 친문 운동권으로 분류한다.

이런 가운데 후보자 시절 불거진 조 전 장관의 입시 비리 의혹은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지난해 12월 23일 1심에서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허위로 발급했다고 판결했다. 딸 조씨는 2014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지원 당시 정 교수가 작성한 허위 표창장을 제출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또한 재판부는 조씨의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아쿠아펠리스 호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분자인식연구센터 등의 인턴 활동 역시 허위라고 판단했다. 특히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확인서를 위조한 사람은 조 전 장관이고, 정 교수도 공범이라고 판결문에 적시했다.

이 같은 7가지 허위 인턴 경력이 조씨의 부산대 의전원 합격 당락을 결정하는 데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는 판단도 나왔다. 재판부는 “조씨가 입학원서와 자기소개서에 동양대 표창장 수상 사실을 기재하지 않고, 위조된 표창장을 제출하지 않았을 경우 서류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아 탈락했을 수 있다. 2단계 인성 면접에서도 높은 점수를 못 받아 최종 합격을 못했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조씨는 1월 14일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해 의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2월 4일 한국전력공사 산하의 한전의료재단이 운영하는 한일병원에 인턴으로 지원해 합격했다. 한일병원 인턴 응시 자격을 보면 ▷의과(치과)대학 또는 의학전문대학원 졸업자 또는 졸업 예정자로서 의사면허 소지자 ▷당원 인사규정 제16조에 결격사유가 없는 자라고 돼 있다.

이런 이유로 야당은 허위 인턴 경력이 드러난 이상 부산대가 조씨의 의전원 입학을 취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조씨의 부산대 의전원 입학 취소와 관련해 “여러 가지 법률적 검토를 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이에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 등 44명은 2월 1일 검찰이 조씨를 기소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인영 아들 비싼 스위스 유학비 도마에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7월 2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태영호 미래통합당 의원의 의사진행 발언을 듣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른바 ‘조국 사태’는 특히 2030세대의 공분을 불러왔다. 이들이 주로 활동하는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조로남불(조국과 내로남불의 합성어)·조적조(조국의 적은 조국)·조카이캐슬(조국과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합성어) 등의 신조어가 빠르게 확산했다. 공분은 쉽게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보수 성향의 청년단체 ‘신(新)전대협’ 소속 대학생 4명은 2월 8일 조씨가 인턴에 합격한 한일병원을 찾아 ‘여권 인사 우수채용병원’이라는 문구의 현판을 붙이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전대협 1기 의장 출신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586의 맏형격이다. 그는 1987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서 학생운동을 이끌었다. 이후 각 대학 총학생회장을 모아 전대협 결성을 주도한 사람이 바로 이 장관이다. 정계에 입문해 4선 국회의원이 된 이 장관은 지난해 7월 3일 통일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청문회 당시 이 장관 아들의 스위스 유학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아들 이씨는 2013년부터 파주에 위치한 ‘타이포그래피배곳’이라는 디자인 관련 교육기관에서 공부한 뒤 스위스 유학길에 올라 그곳 바젤 디자인학교에서 학위 프로그램을 마치고 귀국했다.

청문위원이었던 김기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통일부가 이 장관) 자녀의 병역의무 이행과 불분명한 스위스 유학 자금 출처에 대한 구체적 자료,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자료, 납세 등 각종 금전 납부 의무와 관련된 기본 체크 사항도 못 주겠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스위스 유학이 이 장관의 내로남불 문제로 번진 이유는 간단하다. 고물가로 유명한 스위스는 고위층 자녀들의 유학지로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586 운동권이 그동안 고위층 자녀의 유학 문제와 이를 기반으로 발생하는 기득권 대물림에 반대해왔다는 점에서 이 장관의 행태가 옳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 장관 아들의 스위스 유학 논란은 앞서 불거진 윤미향 민주당 의원 딸의 미국 유학, 임종석 전 비서실장 딸의 미국 유학, 김두관 민주당 의원 아들의 영국 유학 등과 함께 내로남불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히 임 전 실장의 경우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대권주자로까지 거론되는 인물이다.

임 전 실장 딸의 미국 유학 논란은 강용석 변호사의 소셜미디어에서 시작됐다. 2018년 9월 21일 강 변호사는 “임종석이 딸은 미국 유학을 보냈군요. 희한하게도 반미 외치고 좌파인 사람들이 아들딸은 일찍부터 미국 유학 보내는 건 뭘까요? 좌파의 이중성이랄까”라는 글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다.

이처럼 여당 주요 인사의 자녀 해외 유학 논란은 잊을 만하면 불거지곤 한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2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황희 장관의 한 달 60만원 생활비 의혹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호 사건으로 수사해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김두관은 2011년 경남지사 시절 1억1919만원 재산 신고를 했는데 아들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영국 유학을 했다. 그 기간 딸도 중국 유학을 했고 귀국해 중국은행에 취직했다. (…) 임종석도 2017년 4억3445만원, 2019년에는 6억4945만원 재산 신고를 했다. 그런데 딸이 무슨 돈으로 학비만 연 1억원 정도 든다는 시카고의 아트스쿨로 유학을 갔는지, 유학 기간 동안 오히려 재산이 증가한 것은 무슨 귀신의 조화인지, 딸이 무슨 돈으로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명품으로 치장한 인스타(그램) 사진을 올릴 수 있는지 공수처가 당연히 내사할 대상이다.”


▎강용석 변호사로부터 딸의 미국 유학에 대해 비판받은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 /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대통령의 집권당 지배… 인사청문회 무용론까지


인사청문법에 따르면 국회에서 인사청문 절차가 완료되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기한을 정해 국회에 인사 재송부를 요청하게 된다. 10일은 여야가 한 번 더 숙고하고 협치하라는 의미다. 다만 10일 이내에서 얼마나 시간을 줄지는 전적으로 대통령 권한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문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3번 요청했고, 이 가운데 2번은 10일을 모두 보장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청문보고서 마감 기한이 끝나면 더 기다려주지 않고 다음 날 곧바로 임명하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문 대통령이 10일을 다 채워준 경우는 2018년 11월 임명된 조명래 전 환경부 장관이 사실상 유일하다.

지난해 4·15 총선 이후 ‘공룡 여당’이 탄생한 뒤로는 여당의 야당 패싱이 훨씬 더 자연스러워졌다. 18개 국회 상임위원회를 독식한 여당이 단독으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임명된 장관급 인사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정의용 외교부 장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집권 여당에서는 검찰 통제는 얘기하면서 대통령에 대한 통제는 왜 얘기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한 뒤 “대통령이 집권당을 완전히 지배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청문회 제도가 무력화되고 있다. 청문회 무용론이 나오는 이상 의회는 직무를 회피한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인사청문회 제도가 ‘정부 고위 인사를 공개적으로 검증한다’는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데는 이견이 별로 없다. 정책 검증보다 후보자 흠집 내기에 골몰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인사권자와 여당의 독주가 당연시돼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사권 행사가 법률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라도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인 협치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한정훈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국회는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인사청문회 제도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15일로 제한돼 있는 인사청문위원회 활동 기간의 개선도 고려해볼 만하다”며 “인사청문회 제도가 효과적으로 운영될 때 비로소 대통령 인사권에 대한 견제도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최경호·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2103호 (2021.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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