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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도전 인터뷰(2)] 정용상 동국대 명예교수의 ‘대선 시대정신’ 

“다가올 대선은 공정의 가치 싸움, 이념 끼어들 틈 없다” 

‘공정과 상식 회복 국민연합’ 이끌며 외곽에서 윤석열 정치 참여 논리 개발
“검사 경험으로 얻은 사회 통찰력과 살아 있는 권력에 저항하는 이미지 강점”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 상임대표를 맡은 정용상 동국대 명예교수는 “다가오는 대선의 시대정신은 ‘공정의 회복’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5월 21일 출범한 ‘공정과 상식 회복을 위한 국민연합’의 상임대표를 맡은 정용상 동국대 명예교수는 법학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을 맡아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헌법재판관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 현 정부의 사법·검찰 개혁을 가까이서 목도(目睹)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개인적 인연은 없지만, ‘법치에 의한 정의 실현’이란 교감이 있었기에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이한주 경기연구원장과 마찬가지로 정 상임대표도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이 ‘공정’이란 데 이견이 없어 보였다. 그는 5월 9일 두 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국민대통합을 위한 용광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보궐선거를 통해 청년들이 표출한 정치적 의사는 보수와 진보로 나눈 기존의 이념적 구분법을 뛰어넘었다. 그 원인을 무엇으로 보나.

“간단히 말해 청년들이 공정사회를 원해서다. 공정은 정의의 외피(外皮)다. 우리 사회가 공정하다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거다. 실제로 현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은 주권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이다. 청년들은 선물인 줄 알고 정책을 열었더니 독소만 들어 있던 거다. LH 사태가 그랬고 부동산 문제, 조국 사태 모두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표방한 ‘기회의 균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가 잘못됐던 건가.

“기회의 균등은 출발점이 같다는 의미다. 그런데 형식적으로는 공정한 것 같은데 실질적으로는 그렇지 않았다. 기회 자체가 봉쇄되거나 원천적으로 운동장이 기울어져 있으니 들어가려 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

기성세대는 흔히 ‘요즘 애들이 우리 때와 다르다’는 말들을 하곤 한다. 곁에서 직접 본 청년들의 모습은 어떤가?

“대학교에서 34년간 학생들을 가르쳤다. 내가 본 청년들은 어른이 보는 것과 다르게 아주 합리적이다. 맹목적인 집단주의보다 개인의 이익들이 쌓여 공동체의 이익이 되길 바라는 경향이 짙다. 또 경쟁원리에 익숙하고 공정한 게임을 좋아한다. 청년을 바라보는 시각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청년들의 이념적인 성향은 어떻게 보이나?

“보수와 진보, 좌우 얘기하는 걸 무척 싫어한다. 지금 청년들은 민주당에 분노하는 게 아니다. 기득권을 가진 기성세대에게 분노하는 거다. 한쪽에 경도돼서 다른 쪽을 경멸하는 건 역효과다. 실용적인 이들에게 자꾸 한쪽의 이념을 강조하는 건 반감만 키울 뿐이다.”

그렇다면 어떤 가치를 내세워야 청년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공정의 가치를 구현하는 게 저들의 공감을 얻는 길이다. 반드시 윤 전 총장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불공정, 불평등, 불균형, 불신이 난무하는 사회를 만든 데 대해 집권층이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나. 공정과 상식이 회복되고 깨진 법치 시스템을 복원하기 위해 정권교체나 범야권 통합이 수단이 되는 것이다. 청년의 공감을 얻는 데 이보다 더 소중한 가치가 어디 있을까.”

진영 논리에 갇힌 정권에 국민 등 돌려


▎2013년 10월 21일 서울고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당시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위원들에게 답변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은 당시 수사 외압이 있었음을 폭로하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해 강골검사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공정에는 외형과 실질이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나 진보 진영에서는 실질적 공정의 가치를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는 듯하다.

“절차적 공정, 형식적 공정이 안 되는데 후자가 가능한지 모르겠다. 형식적 시스템도 안 돌아가는데 좋은 정치인이 나와 실질적 공정을 추구하는 건 대단히 위험하다. 깨진 그릇에 아무리 좋은 걸 담아봤자 결국 새고 만다. 그릇부터 제대로 만들어놓고 담을 음식을 고민하는 게 순서다.”

형식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건가?

“음식에 따라 적당한 그릇을 준비하듯이 형식과 실질은 조화를 이뤄야 한다. 당장 물 한 모금이 필요한 사람에겐 그릇 챙길 여유보다 물부터 줘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준 것처럼 말이다. 다만 불가항력적인 비상 상황에서 긴급처방으로 해야 한다. 공정에 담기는 가치는 자유와 평등이다. 자유를 강조하면 평등이 무너지고, 평등을 강조하면 자유가 훼손된다. 이걸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중요하다.”

공정이란 가치는 이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졌을 때부터 화두로 던져졌다. 문재인 정부가 가장 복원하고자 했던 가치이기도 하다. 한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던 국민은 왜 현 정부에게 등을 돌린 걸까.

“상당수 국민은 이념보다 내 삶의 질과 행복에 관심 있다. 실용적인 정책을 펴야 하는데 진영 논리에 갇혀서 패거리 정치만 보여주니 실망할 수밖에 없는 거다. 정파의 이익 중심으로 정책이 흘러가면 안 된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승지(청와대 비서)가 육조 판서(장관)를 호령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뭐라고 보나.

“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라고 본다. 현 정부 여당은 목적 지향적이다. 과정의 적법성보다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는 데 중심을 둔다. 장기적 관점에서 국가를 경영해야 하는데 5년 안에 모든 목표를 달성하려는 조급함에 빠져 있다. 게다가 의회의 견제 기능조차 마비되니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이 더 커졌다. 통치관에 상당한 문제가 있는 거다.”

윤석열, 대학 때 철학 심취해 사시 미루다 늦깎이 합격


▎6월 9일 서울 중구 남산예장공원 개장식 겸 이회영기념관 개관식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퇴임 후 첫 공식 행보다. / 사진:우상조 기자
정 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화를 소개했다. 1987년 헌법이 개정된 뒤 DJ가 제1야당의 당수였을 때 그는 종종 ‘내 정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이라고 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야당 할 맛 나는’ 시절이었던 셈이다. 정 교수는 그 배경을 “우리나라 최초의 여소야대 구도여서 여야의 협상과 협조가 가장 왕성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대화와 타협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한 청와대 권력과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습을 버리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대통령제를 바꿀 헌법 개정의 필요성을 시사하는 건가?

“내가 말하면 괜한 억측과 오해를 불러일으킬까 봐 조심스럽긴 하지만, 법학자로서 지금 헌법은 문제가 있는 게 사실이다. 국가 지배구조의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정 교수의 설명이 이어졌다.

“내가 법학교수회장 하는 동안 대법관을 8명이나 뽑았다. 지금 사법부를 국민 권리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라고 믿는 사람이 어디 있나? 대법원 전원합의부에 올라가면 이미 몇 대 몇으로 답이 나와 있다. (대법관의 성향에 따라 판결이 정해져 있다는 의미였다.) 더구나 그분들이 가인 김병로(초대 대법원장)처럼 대쪽같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니다.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지명하는 건 정권의 수장으로서가 아니라 국가원수로서 하는 거다.”

이제 윤석열에 대해 얘기해보자. 윤 전 총장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윤 전 총장은 억척스럽다. 게다가 두뇌도 명석하다. 윤 전 총장이 사법고시를 9년 만에 합격했다고 하는데 그 스승들에게 들은 바로는 8년 동안은 철학에 심취해서 사시 공부는 안 하고 도서관에서 동서양 철학서만 공부했다고 한다. 그러다 부친의 훈계를 받고서 마음잡고 공부해 10개월 만에 합격했다고 한다. 가끔 메시지가 함축된 짧은 문장을 툭툭 던지는 게 그 시절에 쌓은 인문학적 소양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싶다.”

윤 전 총장이 침묵하고 있으니 목표가 뭔지 알기 어렵다.

“엄정한 잣대로 법 앞에 만인의 평등을 실현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것, 그게 법의 본질이다. 윤 전 총장은 이 정신을 실천적으로 논증했다. 살아 있는 권력에 항거한 사람이 가인 이후 있었던가. 대검에 있을 때는 약자를 보호하는 노력도 보였다. 정인이 사건의 경우 영유아 학대죄가 아닌 살인죄를 검토하라는 지시를 한다든가, 심신이 미약한 금치산자나 한정치산자에게 필수적으로 변호인을 지정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 등이다. ‘법치 젠틀맨’이라고 할 만하다.”

윤 전 총장의 공정은 법전(法典)을 벗어난 삶 속에서 실체가 있을까?

“아직까진 동굴 속에 있으니 지금까지 걸어온 길로 유추해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윤 전 총장의 공정에는 막스 베버가 주창한 형식적·합리적 개념이 들어 있다고 본다. 요즘 이따금 다니는 곳을 보면 보호받아야 할 법익이 존재하는 곳 중심이다. 청년을 만난다든가, 골목상권을 찾는다든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윤석열 띄우기 아닌 시대가 필요로 하는 것”

공정과 상식 국민연합의 성격은 무엇인가? 누구는 윤석열의 싱크탱크라고 하고, 누군가는 외곽 지지세력이라고도 한다.

“나 스스로 우리 활동을 규정하기가 쉽지 않다. 스펙 화려하고 대단한 분들이 모인 것도 아니고, 우리끼리 말하길 ‘일꾼들 모임’이라고 한다. 싱크탱크가 되려면 우선 캠프가 구성돼야 하는데 아직 공개적인 정치선언도 없으니 성격을 규정하는 건 섣부른 일이다.”

어찌 됐든 윤 전 총장을 대선후보로 세우려는 건 맞지 않나.

“지금 일어나는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고쳐야 한다는 데 뜻을 두고 있다. 물론 정권 재창출로 이재명 지사나 이낙연 전 총리 같은 분들이 고칠 수도 있을 거다. 그게 더 효율적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방법엔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정권 교체를 통해 우리 내부의 통일부터 이뤄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의 집권세력을 능가하려면 연합하지 않고는 이길 방법이 없다. 다시 말해 윤석열을 띄우기 위한 게 아니라 범야권 통합과 법치 시스템 복원을 위해 윤석열이 필요한 거다. 윤 전 총장 말고는 이런 시대적 소임을 다할 분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정치란 원칙의 깃발을 들었다고 해서 힘이 모이지 않는다. 정당이란 갑옷도 필요하고 선언적 이벤트도 필요하다.

“무소속으로 대선에 나가는 건 당연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상징적으로 제1야당을 무시하고 끝까지 제삼지대에 머무는 것도 내가 보기엔 의미가 없다. 범야권 통합을 위한 밀알이든 선도자든 역할을 해야 할 거다. 나는 윤 전 총장이 대통합을 견인할 선도적 지도자가 되길 희망한다.”

공식 선언은 언제쯤 할까?

“그렇게 멀진 않을 거다. 국민의힘이 전에 없는 속도로 변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을 포함해 모든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자리를 펴줄 거라고 본다. 윤 전 총장의 스타일을 보면 개인의 유불리를 계산하기보다 국민이 도와주지 않겠나, 이런 생각으로 결단을 내릴 것 같기도 하다. 본게임 시작하기 전의 몸풀기는 끝나지 않았나 싶다.”

검사만 해봐서 정치를 잘하겠느냐는 시선을 잘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동의하지 않는다. 검사는 사건을 통해 사회의 온갖 부조리를 다 목격하고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사회 정의와 문제점을 통찰할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정치적이지 않아서 더 정치 고단수라고도 해석하는데 그건 여의도식 정치 문법이 통하지 않으니 하는 소리다.”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이라고 보나. 어떤 지도자에게 국민이 마음을 줄까.

“앞서 말했듯이 공정의 회복, 공정의 극대화, 사회 통합과 통일이다. 이념이 끼어들 여지가 없을 거다. 다른 후보들도 공정을 화두로 내세울 거라 본다. 그만큼 지금의 우리 사회가 공정하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윤 전 총장이나 이 지사, 최재형 감사원장처럼 법과 원칙을 지키면 누구나 뜰 수 있다. 원칙대로 하면 주권자는 다 안다.”

정 상임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며 “주권자의 법의식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가 주인인데 종으로 알고 있으면 안 되잖느냐”며 그가 소개한 로마의 법언(法諺)은 이렇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 글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 사진 김현동 기자 kim.h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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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호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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