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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특집 | 전문가 진단] ‘미국식 일대일로’ B3W 어떻게 대응하나 

미국 주도 글로벌 공급망 경제·외교 이익 확장 기회로 삼아야 

국제 협력 이끌어 리더십 되찾겠다 벼르는 바이든 행정부
협력하되 한·중 관계 망가지지 않도록 지혜로운 외교 절실


▎G7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2일(현지시간) 영국 콘월 카비스 베이 양자 회담장 앞에서 참가국 정상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문재인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둘째 줄 왼쪽부터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스코트 모리슨 호주 총리. 셋째 줄 왼쪽부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 / 사진 : 영국 총리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은 늘 미국의 신경을 건드렸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도, 트럼프 행정부도 중국의 굴기(屈起)를 꺾지는 못했다. 올해 초 임기를 시작한 바이든 대통령 역시 일대일로 대응 전략에 부심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에 맞서 어떤 카드를 꺼내 들까. 그 카드는 먹혀들 수 있을까. 또 미·중 양강 사이에 낀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험로를 뚫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편집자 주]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해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현재 주도하고 있는 ‘B3W (Build Back Better World, 글로벌 기반시설 투자 구상)’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앞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재임 2017년 1월~2021년 1월)은 재임 기간 동안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기반을 둔 정책에 충실했다. 그는 반(反)이민, 반자유무역협정(FTA) 정책을 주장하면서 “이민자들 때문에 미국 국민의 일자리가 줄어들었다. 외국 수입 물품 때문에 미국 기업이 도산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트럼프의 주장은 대내적으로는 자신에 대한 미국 국민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왔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또한 대외정책으로도 표출됐다. 즉, 미국 중산층이 경제적으로 힘들고 미국의 경제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왜 미국이 국제경찰 역할을 해야 하느냐는 논리로 동맹국들을 압박했다.

트럼프의 정책은 이처럼 철저히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을 둔 현실주의 기조를 보였다. 그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외교 정책의 근간이 돼왔던 자유주의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를 부정하고, 미국이 챙길 수 있는 협소한 이익에 치중했다. 애초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엔창설, 브레턴우즈 체제(1944년 7월 미국 브레턴우즈에서 발족한 국제 통화 체제) 등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구축하면서 패권국이 됐다. 당시 미국의 GDP(국내총생산)는 전 세계의 42%를 차지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의 GDP는 전 세계의 25%에 불과하다. 이에 트럼프는 미국이 과거처럼 국제사회에 대한 공공재를 제공할 수 없다는 논리로 동맹국들에게 청구서를 들이밀었던 것이다. 이처럼 트럼프 시대의 미국은 일방주의적인 대외 정책을 지향하면서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액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통해 미국의 이익을 중시하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유지했다.

시진핑은 이런 트럼프를 읽고 있었다. 2013년 시진핑 중국 주석은 일대일로 전략을 통해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아프리카 국가들을 연결하는 통상·투자·사회·문화 네트워크 구축에 나섰다. 미국에 맞서 중국 중심의 국제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시진핑은 아시아인 프라투자은행(AIIB)을 설립해 자국 중심의 국제규범 틀을 마련하는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후 막대한 중국 자본을 빌려주고, 이를 상환하지 못하는 국가들의 항만 등 주요 인프라 운영권을 중국에 양도하게 함으로써 그들 국가의 자산을 하나씩 중국 소유로 만들어나갔다.

트럼프 정부, 미국 우선주의로 동맹국 강화 실패


▎미국 주도의 안보 협의체 쿼드의 첫 정상회담이 3월 12일 화상으로 열렸다. /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IPS, Indo-Pacific Strategy)’은 이러한 중국의 세력 확장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됐다. 2017년 10월 18일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연설에서 렉스 틸러슨 당시 미 국무부 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은 인도양·서태평양, 그리고 주변 지역 국가들을 포함하며, 이 지역은 21세기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후 트럼프는 아시아 안심법안(Asia Assurance Initiative Act, 2018)에 서명했으며, 이를 통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적 우위 및 억지력 강화를 위한 예산을 국방수권법안에 반영했다. 트럼프는 인도-태평양 지역에 미국의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5년 동안 매년 15억 달러를 사용할 것을 재가했다. 이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를 지원하며 미국과 대만 간 외교 국방 관계를 증진했다.

그러나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결과적으로 중국의 팽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미국 우선주의 때문에 많은 우방국을 확보하지 못했으며, 미국의 일방주의적 인도-태평양 전략의 한계만 드러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인도·호주·베트남·싱가포르 정도가 트럼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호응했을 뿐, 기타 국가들의 호응도 역시 미미했다.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기에는 지원 규모도 미미했다. 2018년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부 장관은 인도-태평양 비즈니스 포럼 연설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의 경제적 비전을 발표했는데, “역내 국가들에 대해 1억1350만 달러 규모의 경제 지원, 에너지 및 인프라 건설 지원 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해 미국은 빌드 법안(BUILD Act)을 제정해 개발금융 지원 규모를 연 300억 달러에서 600억 달러로 확대하는 데 그쳤다. 이후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이 2019년 11월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기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인 블루닷네트워크 계획을 발표했지만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기에는 실질적인 재정 지원 확대가 너무 부족했다.

바이든, 힘에 바탕 둔 대중국 정책 추진


▎2015년 9월 24일 미국 워싱턴 앤드루 공군기지에 도착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부통령과 나란히 걷고 있다.
올해 1월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는 망가진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올해 초 바이든 당선인 측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웹사이트 주소는 ‘Build Back Better’였는데, 이는 ‘과거로 돌려, 더 좋게 만들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다시 말해 트럼프가 망쳐놓은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다시 세우겠다는 것이다. 바이든은 자유주의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를 다시 구축해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하겠다는 뜻을 세웠다. 실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권력을 사용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자유무역과 자유민주주의는 미국이 동맹을 형성하고 수출 시장을 구축하게 해준 중요한 수단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특히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자유주의 국제 질서를 방어하고 유지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기존 미국의 동맹 체제를 유지·강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글로벌 동맹은 바이든 외교정책의 핵심이며,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국 이슈, 기후변화 등 대부분의 글로벌 이슈를 다루는 데도 적용되고 있다. 즉, 민주주의 가치를 중심으로 동맹을 강화하고 국제 협력을 이끌어서 리더십을 되찾겠다는 것이 바이든 외교정책의 핵심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최우선 순위 어젠다는 자유 세계와 단합해 부상하는 독재정권에 대항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의 리더십을 분명히 하며, 동맹 관계를 재건하는 데 있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는 임기 초부터 민주주의를 강조하고 글로벌 민주주의 연대(Coalition of Democracies)를 강화했다. 임기 첫해 글로벌 민주주의 정상회의(Summit for Democracy)를 개최하고, 이를 통해 부패와의 전쟁, 전제주의로부터 수호, 인권 증진을 이룰 것을 천명하고 있다. 또 향후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민주주의 국가들의 경제적 힘을 결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 정책으로는 미국 외교의 활성화, 민주주의 및 인권 강조, 트럼프의 이민정책 철폐, 기후변화 강조, 비확산 및 군축 협정 갱신, 영원한 전쟁 종식 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데 바이든의 대중국 정책은 시간이 갈수록 매우 강경하게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 때만 해도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 정책과 유사해질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중국과 경쟁하기보다 협력을 강조할 것이라는 예상은 철저히 빗나가고 있다.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미·중 경쟁은 한마디로 전략경쟁이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전략적 우위를 계속 점해나가겠다는 심산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공고히 하고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강화하며, 이를 기반으로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첨단산업 부문에 있어서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추진하려 한다. 소위 부분적 디커플링이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는 소위 중국과의 경쟁적 공존(Competitive Coexistence)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힘에 기반을 둔 대중국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것도 전 정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얼마 전 발간된 ‘잠정 국가안보전략서(Interim NSS)’에는 “중국과의 힘든(stiff) 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prevail)”고 기술되어 있는데, 보고서에서 중국을 유일한 경쟁자로 지목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직접 미·중 간 체제 경쟁을 언급하기도 했다.

“G7 회의는 중국의 일대일로 맞설 B3W 합의”


미국 워싱턴 D.C. 분위기 역시 매우 강경하다. 즉, 대중국 정책을 펴면서 체제 전환(Regime Transformation)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예를 들어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이 전략 경쟁, 즉 대중국 우위를 점해나가는 것이라 하더라도 중국의 대미 정책은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중국이 미국을 대체해 패권국의 지위를 점하려 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 경우 미·중 간의 경쟁은 시진핑 정권이 붕괴돼야 끝난다. 또 미·중 간 우발적 군사 충돌이 생길 경우 반드시 미국이 승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다. 10년 후 중국의 군사력이 미국을 앞서기 전에 중국을 군사적으로 누르고, 이를 바탕으로 시진핑 정권의 붕괴까지도 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트럼프 행정부와 차별화되는 점은 유연하면서도 다자주의적 접근법이라는 데 있다. 물론 트럼프 행정부 역시 쿼드(QUAD, 미국·인도·일본·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비공식 안보회의체)를 강조했다.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은 2020년 일본 [니케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쿼드가 중국 공산당에 대응할 수 있는 다자안보협의체임을 강조했다. 또 2020년 9월 스티브 비건 부장관은 ‘쿼드’로 불리는 인도·일본·호주와의 인도-태평양 방위 관계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유사한 것으로 확대, 공식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처럼 안보협의체를 강조하지 않고 매우 느슨한(informal) 형태의 쿼드 개념에서 시작했다. 올해 3월 21일 열린 첫 번째 쿼드 화상 정상회담은 자유롭고 개방되고 규칙에 기반을 둔 질서를 강조했으며, 기후변화·기술·코로나19 협력을 강조했다. 실제 쿼드 참여국들 사이에 군사 의제는 빠졌으며, 중국이라는 단어도 담기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처럼 느슨하고 유연한 형태의 쿼드 협의체를 통해 다양한 국가의 협력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두 번째 특징은 글로벌 공급망 구축이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의 핵심이다. 바이든은 2월 24일, 반도체·배터리·희토류·의약품에 대한 100일간의 공급망 검토 행정명령을 내렸다. 또 향후 1년간 국방·공중보건·IT(정보통신)·운송·에너지·식품생산 분야의 공급망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쿼드 정상회담에서 주요 협력 의제는 보건 협력, 신기술, 기후변화였는데, 미·일 정상회담, 한·미 정상회담, G7(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 등 선진 7개 국가) 정상회의에서도 협력 의제는 동일하게 합의됐다. 다시 말해 미국은 다양한 국가와 코로나19 보건 협력, 기후변화 관련 협력, 5G·6G 등 신기술 협력을 이뤄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G7 정상회의에서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하는 글로벌 기반시설 투자 구상인 B3W(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창한 국제적 개발도상국 인프라 투자계획이며 G7 등 주요 선진국이 주요 인프라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보건, 디지털 기술, 성 평등에 수천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계획)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관련국들은 2035년까지 약 40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시설 투자·건설을 위한 지원에 합의했다.

미국은 오랜 패권국, 한·미 동맹 중심의 외교 펼쳐야


▎ 사진:연합뉴스
세 번째 특징은 쿼드 국가들 및 관련 국가들 간의 군사훈련 및 협력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11월 인도 주최의 두 차례 말라바르 해상훈련에 미국·일본·호주가 참여했다. 말라바르 훈련은 1992년 인도 해군과 미 해군 훈련으로 시작됐으며, 일본은 2015년 훈련에 참여했다. 올해는 호주가 13년 만에 참여해 쿼드 4개국이 모두 훈련에 참여하게 됐다. 또 인도와 일본은 2020년 9월 상호군수지원협정(ACSA, Acquisition and Cross-Serving Agreement), 인도와 호주는 2020년 5월 상호군수지원협정(MLSA, Mutual Logistics Support Agreement)을 체결했다. 그런가 하면 미국과 인도는 2020년 10월 군사지리 정보 공유를 위한 ‘기본교류협력협정(BECA, 베카)’을 체결했다. 양국은 2002년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시작으로 ‘군수지원협정(LEMOA)’과 ‘통신 상호 운용성 및 보안협정(COMCASA)’을 각각 2016년과 2018년에 체결한 바 있다. 미국과 인도의 군사 협력은 본격적인 단계로 진입했다.

바이든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네 번째 특징은 EU(유럽연합) 국가들의 참여 확대에 있다. 현재 영국·프랑스·독일·네덜란드 등 많은 EU 국가가 쿼드 국가들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CPTPP(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가입까지도 선언했으며, 2027년까지 5G 통신망에서 화웨이 퇴출을 약속했다. 또 2017년 미국과 필리핀의 남중국해 ‘발리카탄 훈련(Balikatan Drills)’에, 2019년 미국과 호주의 ‘탈리즈만 세이버(Talisman Saber)’에 동참했다. 영국은 올해 5월 인도-태평양 지역에 신형 항공모함인 퀸엘리자베스 항모 전단을 파견하고 영·미·일이 공동 훈련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프랑스는 2019년 5월 남중국해에서 미국 구축함 윌리엄 로렌스함과 일본·인도·필리핀 해군과 함께 ‘항해의 자유’에 참여했다. 또 2020년 인도·호주·프랑스 간 국장급 3자 대화에 참여했으며, 2021년 4월 쿼드 4개국과 함께 인도 벵골만에서 합동 해상훈련을 실시했다.

한국은 미국 주도의 ‘B3W’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한국은 지리적으로 중국 대륙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한국은 중국의 간섭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한·중 관계는 경제적으로 상호의존적이지만, 중국은 한국에 잠재적 위협이기도 하다. 운 좋게도 지금까지는 미·중 간 경쟁이 거세지 않았던 까닭에 한국은 양국 사이에서 나름대로 외교적 공간을 가질 수 있었다. 굳이 한쪽을 택하지 않아도 국익에 손상이 오는 일이 없었다. 오바마 시절 미·중은 G2로 협력하던 관계였으며, 미·중 관계는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강하게 형성돼 있었기에 미국은 과감하게 중국을 때리지 못했다. 트럼프 시절에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추진됐지만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견제일 뿐이었으며, 동맹국들에 미국 쪽에 줄 서라는 압박은 그리 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바이든 행정부는 미·중 관계를 제로섬 게임으로 만들고 있으며, 미국과 함께 중국을 견제하자는 압박을 동맹국들에 넣고 있다. 이제 과거에 한국이 누리던 외교적 공간은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고 한국이 거세지는 미·중 갈등에서 벗어나거나 초월하는 외교를 펼치기도 어렵다. 한국은 싱가포르같이 작고 지리적으로도 리스크가 적은 지역에 있는 국가와는 다른 입장에 처해 있다. 한국은 미·중 양국이 무시할 수 있는 규모의 국가도 아니고, 그럴 만한 지리적 위치에 있지도 않다. 결국 한국은 미·중 경쟁의 파장을 겪어가면서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외교적 전략을 만들어내야 하는 중요한 상황에 처해 있다.

한·중 관계 위해 쿼드 국가와 군사 협력은 신중하게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맞아 열린 ‘중국공산당과 세계 정당 지도자 정상회의’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는 시진핑 국가주석. /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한국이 지켜야 할 중요한 원칙이 있다. 첫째, 한국은 한·미 동맹 중심으로 외교를 펼쳐야 한다. 예전에도 지금도 미국은 패권국이다. 중국보다 국력에서 앞선다. 또 그동안 미국이 형성해놓은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는 미·중 경쟁에서 미국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더욱더 중요한 것은 트럼프 정부를 지나면서 미국의 대중국 정책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미국은 중국 때리기를 거세게 추진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를 막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따라서 한국은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한·중 관계를 관리하는 외교 전략을 만들어내야 한다.

둘째, 적극적인 외교가 필요하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은 한국 외교가 패러다임을 새롭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한·미 양국은 지역 차원의 협력은 매우 미진했는데, 이는 중국 문제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 양국은 중국 견제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미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구축에 참여했다. 미·중 간 실질적으로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중국의 과도한 영향력 확대를 차단해야 하며, 한·미 동맹의 지속적인 유지·강화가 필요하다. 향후 한국의 국력에 맞는 적극적이고 당당한 외교를 추진해야 하며, 미국 주도의 글로벌 공급망을 이용해 한국의 경제적·외교적 이익을 글로벌 수준으로 확장하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이 같은 한·미 양국의 협력 강화가 가능한 이유 중 하나는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배치 이후 중국의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의 결과가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경제 보복 이후 한국 내 반중 정서는 매우 높아졌으며, 만일 중국의 경제 보복이 되풀이될 경우 한·중 관계는 회복하기 힘든 수준으로 손상을 입을 것이다. 중국으로서도 또 한 번의 경제 보복은 부담이다. 이 경우 한국은 완전히 미국 쪽으로 편승해 중국 견제의 수위를 높이게 될 것이다.

셋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중 관계는 관리돼야 한다. 중국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중요한 국가이며, 이를 무시한 대중국 외교를 추진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2017년 10월 한국은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MD) 참여,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군사 협력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인정한다며 이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쿼드 국가들과의 군사 협력을 레드라인으로 제시한 것이다. 따라서 한·중 관계 관리를 위해서라도 쿼드 국가들과의 군사 협력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하고 억제된 입장에서 천천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

-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 hwkim08@mof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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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호 (202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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