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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화제] 3·9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재·보선 5곳이 중요한 이유 

각 정당이 내건 ‘책임 정치, 새로운 정치’ 실상 엿볼 기회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거대 정당 후보 중 젊은 피는 물론, 중도층에 호감 살 인물 없다” 비판도
국민의힘 텃밭 대구 중남구, 주성영·도건우 등 보수 후보만 6명 이를 듯


▎서울 서초갑 보궐선거에서 유일하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가 맞붙는다. 양당은 전략공천으로 이정근(왼쪽) 민주당 후보와 조은희 국민의힘 후보를 확정했다.
다가오는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함께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대선보다 관심이 떨어지나 해당 지역구의 상징성과 선거 결과가 갖는 의미가 대한민국 정치사에 의미 있는 바람을 일으킬 수도 있다. 아울러 각 정당이 내건 ‘책임 정치, 새로운 정치’의 실상을 엿볼 기회다. 재·보선의 사유가 의원직 사퇴, 불법 행위로 인한 법원의 당선 무효 결정에 따른 탓이기 때문이다.

월간중앙이 서울 종로·서초, 대구 중남구, 경기 안성, 청주 상당 등 5곳에서 치러지는 재·보선 지역구의 특징과 후보로 나선 이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서울 종로는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선 출마를 위해 의원직에서 사퇴하면서 보선 지역구가 됐다. 5선 의원이던 이 전 대표는 2021년 9월 8일 당내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지지율 답보 상태를 타파하고자 고향인 호남을 찾았을 때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서울 서초갑은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의 사퇴로 주인 없는 지역구가 됐다. 윤 전 의원은 2021년 8월 2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선 출마 포기와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의힘 의원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윤 전 의원의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을 제기했다.

대구 중·남구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의 사퇴로 무주공산이 됐다. 곽 전 의원은 아들의 ‘화천대유 퇴직금 50억원’ 수령으로 코너에 몰렸고, 탈당에 이어 2021년 10월 2일 의원직도 내려놨다. 경기 안성은 이규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당선 무효형 확정에 따라 공석이 됐다. 이 전 의원은 2020년 4·15 총선 과정에서 경쟁자이던 당시 김학용 미래통합당 후보와 관련해 “김 후보가 의원 시절 바이크의 고속도로 진입 허용 법안을 발의했다”는 허위 사실을 총선 선거 공보물에 공표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2021년 9월 30일 대법원은 이 전 의원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선출직 공무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그 직을 잃게 된다.

청주 상당구도 정정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당선 무효형 확정으로 빈자리가 됐다. 정 전 의원은 21대 총선 과정에서 회계 부정을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정 의원은 1심에서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추징금 3030만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에 대해 징역 1년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다. 정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은 회계책임자의 벌금형에 따른 것이다. 청주지법은 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 A씨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현행법상 선거사무장 또는 회계책임자가 선거법을 어겨 3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해당 국회의원 당선이 무효된다. A씨는 1심 판결 후 항소하지 않았다.

이렇듯 이들 5개 지역구는 정치적 책임과 현역 의원의 비리 의혹 내지는 비리가 재·보선의 사유다. 여야가 ‘책임 정치’를 강조하며 후보를 내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1월 25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고인 물’ 정치가 아니라 ‘새로운 물’이 계속 흘러들어오는 정치, 그래서 늘 혁신하고 열심히 일해야만 하는 정치 문화가 자리 잡도록 굳건한 토대를 만들겠다”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특히 서울 종로를 비롯해 민주당의 귀책사유로 공석이 된 경기 안성과 청주 상당구 등 3곳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다만 서울 서초갑과 대구 중남구는 전략공천하기로 결정했다.

국민의힘은 대구 중남구에 무공천을 확정했다. 서울 서초의 경우 윤 전 의원의 의혹이 있지만, 국민의힘은 “범죄 행동·행위와 관계가 없다”는 논리로 전략공천을 결정했다. 윤 전 의원의 신속한 사퇴 결정도 영향을 끼쳤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서울 종로·서초, 청주 상당구는 전략공천을, 경기 안성은 일반공천을 확정했다.

이런 이유로 이번 재·보선에서는 서울 서초에서만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맞붙는다. 다른 선거구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기대할 수 없고 후보 선택지가 적다 보니 ‘반쪽 재·보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주요 정당의 무공천과 재·보선 지역구가 특정 정당의 깃발만 들어도 이긴다는 ‘텃밭’인 탓에 이변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대선후보였던 인물의 첫 국회 입성과 3선 이상 중진들의 귀환, 현역 지자체장으로서 잔뼈가 굵은 새로운 인물의 등장 등 당 차원에서의 변화 가능성이 주목된다.

홍준표 추천 최재형, 종로 출마 확정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021년 10월 7일 경북 영주시 풍기인삼시장을 찾은 자리에서 시장 상인이 건넨 인삼을 맛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있다. 최 전 감사원장은 서울 종로에 전략공천 됐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로는 지역구 자체로 의미를 갖는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큰 역할을 했던 정치인 중 ‘정치 1번지’ 종로에서 배출된 인물이 많다. 대표적으로 윤보선·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이 종로구 출신 국회의원이다. 아울러 정세균·이낙연·장면 전 국무총리도 종로에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으며, 이 외에 다수의 장관·국정원장도 종로 출신 의원이다.

국민의힘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종로에 전략공천했다. 최 후보는 탈원전 정책 감사 등으로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다 지난해 감사원장직을 내려놓고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 대권에 도전한 인물이다. 국민의힘 최종 대선후보가 된 윤석열 후보의 선대위에서 상임고문을 맡기도 했다. 특히 홍준표 의원이 윤 후보의 선대위에 합류하는 조건으로 최 전 원장의 종로 공천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전략공천을 확정하며 ‘원팀’을 강조했다. 공천관리위원인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은 “최 전 원장은 윤석열 후보와 경선에서 경쟁했던 분으로 같이 원팀을 이룬다는 의미”라며 “대쪽 감사원장으로서 공정의 상징성을 지닌 분”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변이 없는 한 최 후보가 국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 당선된다면 정치사에 종로가 갖는 상징성과 윤 후보의 러닝메이트였다는 점에서 초선 의원 이상의 무게가 실린다. 정권 교체 시, 법원 판사 경험과 감사원장 이력으로 정부의 요직을 맡을 수도 있다.

물론 최 후보가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일간에선 최 후보의 득표율·투표율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연구위원은 월간중앙과의 전화 통화에서 “민주당의 무공천으로 최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질 수 있겠지만, 그와 별개로 득표율·투표율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민주당을 선택한 표심을 최 후보가 어떻게 설득하는지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종로에서는 16~18대까지 박진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19~20대는 정세균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가, 21대는 이낙연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배 위원은 “최 후보 입장에서는 대선후보의 러닝메이트로서 마이크를 잡게 됐는데 윤 후보와의 조합과 케미로 어떤 결과를 일으킬지도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구청장 출신 조은희, 다선 정우택·김학용도 도전장


서울 서초갑은 유일하게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맞붙는 선거구다. 사실상 단 한 번도 민주당이 깃발을 꽂지 못한 지역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후보는 조은희 전 서초구청장이다. 조 후보는 지난해 10월 일찌감치 구청장 자리에서 물러나며 보선 도전 의사를 밝혔다. 국민의힘이 구청장 사퇴를 만류한 탓에 서초갑 자리를 두고 벌인 당내 경선에서는 5%p가량의 감점 페널티를 받았다. 그럼에도 3선의 이혜훈 전 의원, 전희경 전 의원, 전옥현 전 국정원 제1차장, 정미경 최고위원 등을 제치고 과반을 득표, 결선 없이 공천장을 따내는 저력을 보였다.

언론인 출신인 조 후보는 오세훈 시장이 재임하던 2010년 서울시 최초 여성 부시장을 지냈으며, 2014년 서초구청장에 당선돼 2018년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 4·7 서울시장 보선 국민의힘 경선에서는 오세훈·나경원 후보에 이어 3위에 오르기도 한 인물이다. 첫 국회의원 도전인 만큼 당선된다면 국민의힘에 새로운 인물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이정근 미래사무부총장의 재투입을 결정했다. 이 후보는 지난 20~21대 총선에서 서초갑에 출마했으나 각각 이혜훈·윤희숙 후보에게 패했다. 2018년 서초구청장 선거에서는 조은희 구청장을 상대로 낙선했다. 현재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 홍보부본부장을 맡고 있다. 민주당은 전략공천을 이유로 이 후보가 여성이라는 점과 서초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무공천을 선언한 대구 중·남구에 대구 출신 백수범 변호사를 전략공천했다. 2022년 1월 25일 인재영입을 통해 민주당에 들어온 백 후보는 1978년 대구 출생으로 대구고등학교와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뒤 제4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대구에서 변호사 활동을 해왔다. 또 백 후보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소속이었으며, 대한변호사협회 이사, 경북 교육소청심사위원,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평가자문단위원 등으로도 활동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31% 지지율을 얻은 만큼 국민의힘이 빠진 이번 선거에서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충북 청주 상당은 4선 출신인 정우택 전 국민의힘 의원의 전략공천이 확정됐다. 민주당의 무공천 결정에 따라 사실상 독주가 예상된다. 경기 안성도 3선 출신인 김학용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됐다. 이곳 역시 민주당이 무공천을 결정한 곳이다. 정 전 의원과 김 전 의원은 당내 원내대표·부대표,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장 등 다양한 경험을 갖춘 중진 인사다. 원내로 돌아온다면 남은 임기 2년 동안 국민의힘에 무게감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인물 쇄신 없는 ‘안전빵’ 공천” 비판도


▎대구 중·남구 보선후보로 나선 백수범(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후보. 경기 안성시 재선거 후보인 김학용 국민의힘 후보, 청주 상당구 후보인 정우택 국민의힘 후보. / 사진:연합뉴스
거대 양당의 최종 공천 확정자의 면면을 살펴보면 ‘유명한’, ‘익숙한’, ‘봐왔던’ 인물이 대다수다. 여야를 대표하는 정당이 ‘책임 정치’를 내걸었으나, 인물 쇄신은 없는 구태 정치를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정당의 귀책사유로 인한 무공천 지역구가 많아 사실상 경쟁 없는 선거를 치름에도, 새로운 인물을 발굴하거나 당내 새로운 정치 세력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월간중앙과의 전화 통화에서 “상당수 재·보선 지역구가 무공천으로 경쟁 없는 지역인, 소위 ‘안전빵’인 선거인데 후보 선정과 최종 결정에 공을 들이지 않았다”고 직격했다. 박 교수는 “전략공천은 뻔하지 않은, 새로운 시도를 할 때 효과가 배가되고 그 의미도 살릴 수 있다”며 “뻔한 사람, 안정적인 사람을 공천하는 모습은 거대 정당이 ‘여전히 오만하다’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선을 위한 외연 확장 측면에서도 양당의 결정이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한 정치평론가는 “종로에 전략공천된 최재형 후보의 경우 2030세대 등 젊은 세대에 소구력을 가질 수 있는 인물이라고 보기 어렵다. 다른 지역구도 마찬가지”라며 “거대 정당의 후보를 살펴보면 ‘젊은 피’도 없고 중도층에 호감을 살 만한 인물도 없다”고 말했다.

탈당에 따른 후보자 등록도 논란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재·보궐선거가 벌어진 데 대해 책임지겠다’며 무공천을 선언한 지역구에서 소속 당원이 탈당 후 선거 도전을 선언했다. 서울 종로의 경우 3선 구청장을 지낸 김영종 전 종로구청장이 민주당을 탈당하며 출마를 선언했다. 김 전 구청장은 페이스북에서 “종로는 민주당 후보가 무난히 당선되는 지역이 아니다. 하물며 이번 선거는 무소속 후보로 당선되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 저도 잘 안다”며 “종로를 위해 땀 한 방울 흘려보지도 않은 후보에게 종로를 맡길 수는 없다”고 적었다.

대구 중남구는 주성영 전 의원과 도건우 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이 나란히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주 전 의원은 한나라당 소속으로 대구 동구갑에서 재선 의원을 지냈다. 지난 2020년 총선이 끝나고 탈당 이후 무소속을 유지해왔다. 도 전 청장은 국민의힘 당적을 유지하다 무공천 방침이 결정되자 2022년 2월 3일 탈당계를 제출했다. 강사빈 전 청년나우 대표도 당을 떠났다. 지역 정가에 따르면 보수 성향의 후보자가 최소 6명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배철호 수석전문연구위원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는 정치 불신과 혐오를 가중하는 매우 안 좋은 행태”라며 “정당이 구두 차원에서 경고로 끝낼 것이 아니라 영구 제적, 영구 복당 금지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조규희 월간중앙 기자 cho.kyuhee@joongang.co.kr

202203호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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