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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NEW리더] 디지털전문가 이영 국민의힘 의원의 IT 제언 

“여야, 비효율적 아날로그 시스템 여전…, 따뜻한 디지털 정당 만드는 데 기여할 것”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디지털에 기반 둔 정치혁신, 데이터 기반의 정권교체 필요
美 공화당처럼 빅데이터 플랫폼 만들어 정책에 반영할 터


▎이영 국민의힘 의원은 2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벤처 산업계, IT 기술계 쪽 전체를 대변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의정활동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영(53) 국민의힘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디지털전문가로 꼽힌다. 카이스트 대학원 암호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그는 2000년 디지털콘텐트 보안솔루션 기업 ㈜테르텐을 창업한 1세대 여성 벤처 창업가 출신이다. 2015년부터는 제9대 한국여성벤처협회 회장을 맡아 후배 여성 벤처 창업가를 위한 지원에 앞장섰다. 전문성을 인정받아 2020년 미래한국당(미래통합당 위성정당)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입성한 이 의원은 ‘정당의 디지털화’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2년여 동안 이 의원은 자신의 말을 실천에 옮기는 데 주력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재확산하던 2020년 8월 이 의원은 21대 국회의원 가운데 최초로 비대면으로 법안을 발의했으며, 2021년 5월에는 드론이 전달해준 최고위원 출마선언문을 읽어 눈길을 끌었다. 또한 국민의힘 디지털정당위원장을 맡아 의원 간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온라인 협업 플랫폼도 구축했다.

이 의원은 ‘선거의 디지털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2021년 4·7 재·보궐선거 당시 당 선거대책위원회 디지털유세본부장, 빅데이터전략분석본부장 등을 맡아 당을 승리로 이끌었다. 3·9 대선을 앞두고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디지털 경제 공약’을 설계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월 10일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월간중앙은 이 의원과 ‘디지털 기반의 정치혁신’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벤처사업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유가 궁금하다.

“한국여성벤처협회장으로 일하면서 내 안에 공익적 유전자(DNA)가 있다는 걸 느꼈다. 여러 자리에서 벤처업계의 어려움과 지원의 필요성을 말할 기회를 가졌는데, 이를 본 선배들이 ‘네가 제도권으로 진출해 벤처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해줬으면 좋겠다’고 추천했고, 심사숙고 끝에 정치권 입문을 결심하게 됐다. 21대 국회에서 IT기업인 출신 국회의원이 거의 없는데, 내가 벤처 산업계, IT 기술계 쪽 전체를 대변한다는 책임감을 갖고 의정활동에 임하고 있다.”

이 의원은 21대 국회 전반기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이다. 국회에 입성할 당시 정무위원회 소속이었으나, 이해충돌 가능성으로 2020년 11월 지금의 상임위로 사보임됐다.

행안위를 제외하고 맡고 싶은 상임위는 무엇인가?

“굳이 하나를 꼽자면 정보위원회다. 초연결 사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서다. 사이버 범죄조직의 타깃이 과거에 국가였다면, 이제는 민간의 영역으로 내려오고 있다. 지난해 말 전국 700여 곳의 아파트 월패드(아파트 거실 벽면에 달린 인터폰 형태 자동화 기기)가 해킹당해 주민들 사생활 영상이 다크웹에서 비트코인을 통해 거래된 사건이 충격을 줬는데, 그건 시작일 뿐이다. 사이버 범죄는 더는 군대나 은행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이미 지구 사이즈보다 더 큰 사이버 공간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보위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국회의원이 된 지 1년 9개월여가 지났다.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여대야소 상황에서 작지만 꼭 필요한 변화를 끌어냈을 때다. 예를 들어 ‘시보 떡(공무원 임용자가 수습 기간을 마친 후 동료 직원에게 돌리는 떡)’으로 대표되는 공직사회의 불합리한 관행을 지적해서 시정하게 했던 일이 생각난다. MZ세대(1980~2000년대 출생) 신규 공무원 가운데 이 시보 떡 문화로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감정적 저항감이 크게 표출됐다. 그래서 내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이 문화를 없애달라고 건의했고, 전 장관이 ‘개선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 외에도 지난해 국정감사 때 군인이 재난지원금을 군마트(PX)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한 일도 기억에 남는다.”

“공직사회 불합리한 관행 시정하게 한 것은 보람”


▎이영 국민의힘 의원이 2021년 5월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최고위원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드론으로 전달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쉬운 순간을 꼽는다면?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허용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상태다. 이 법안에 대한 여야 논의가 산으로 가고 있어 안타깝다.”

중소기업중앙회와 벤처기업협회 등 10여 개 단체로 구성된 중소기업단체 협의회는 2월 10일 국회에 비상장 벤처기업의 복수의결권 허용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줄 것을 촉구했다.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주의 지분율이 30% 미만일 경우 창업주에게 복수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법사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일부가 복수의결권 허용 법안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벤처인을 위해 발의된 법안이면 벤처인의 입장에서 이 법안을 판단해야 함에도 민주당 일부 의원은 ‘이 법안이 재벌의 세습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고 반대한다.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어떻게 부작용을 막을지를 놓고 논의해야 하는데, ‘재벌 프레임’을 씌워 무조건 반대하는 상황이다. IT 벤처인 출신으로서 이 법안의 필요성을 국회에서 설명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지난해 6월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후보로 나선 이 의원은 이색 출마선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공중에 떠 있는 드론으로 출마선언문을 건네받은 이 의원은 “디지털 기반의 정치혁신, 데이터 기반의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당시 최고위원 출마를 결심한 이유는?

“전당대회가 열리기 2주 전쯤에야 출마를 결심했다. 전당대회에 나가 당원들 앞에서 ‘디지털 기반의 정치혁신, 데이터 기반의 정권교체’라는 비전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비록 낙선했지만, 당원들의 호응으로 2만여 표라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여의도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아날로그 국회 시스템으로는 민의 못 담아”


▎이영(가운데) 국민의힘 의원이 2021년 7월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인근 카페에서 열린 ‘요즘것들연구소 시즌2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왜 디지털 혁신이 정당에 필요하다고 판단했나?

“여야 모두 정당 시스템이 심각하게 아날로그적이다. 아직도 업무 진행의 상당 부분을 전화·팩스에 의존한다. 이 얼마나 비효율적인가. 예를 들어 전화로는 한 명에게만 정보를 전달할 수 있지만, 카카오톡 단체방을 사용하면 여러 명과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 또 디지털 혁신이 되면 정당 정보의 사유화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행태도 막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공천 파동이다. 우리 당은 물론이고 민주당도 선거철만 되면 공천의 기준이 뭐냐를 두고 갈등을 벌인다. 극소수 사람들만의 의사 결정으로 공천의 기준을 정하고, 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어떻게 하면 비효율과 오해를 해소할 수 있나?

“정당의 모든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정보 독점이 사라지면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평가가 이뤄질 것이고, 그러면 우리 국민이 공천 파동으로 눈살을 찌푸리는 일이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보좌진·당직자의 업무 효율성을 높여 그들이 좀 더 창의적인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할 수 있다. 계량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 당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일도 가능하다.”

이 의원은 정권교체도 데이터 기반의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어떤 의미인가?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두 명만 모여도 정권교체를 외친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 정권교체를 이룰지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정권교체가 우리 당의 최종 목표가 돼서는 안 된다.”

본인의 생각하는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따뜻한 디지털 정치다. 국민에게 한 발짝이라도 더 다가서기 위해서는 선거 이후에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들어야 하지만, 이는 기존 여론조사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여론조사 전화에 응답하는 세대가 점차 줄어들고 있지 않나. 또 국회의원 한 사람이 아무리 현장을 누빈다고 해도 만날 수 있는 사람은 한정돼 있다. 그러니 최대한 많은 민의를 수집할 수 있도록 정당에 시스템을 마련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더 나아가 디지털 정당을 디지털 국회로, 디지털 국회를 디지털 정치로 확장해나가야 한다.”

국회의원을 ‘민의의 전달자’라고 흔히 말한다. 정당에서 민의를 수집하면 국회의원은 어떤 역할에 집중해야 할까?

“정당이 디지털로 전환해도 수집된 많은 민의 가운데 진정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사람을 만나 어려움을 듣고, 지원을 약속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이것이 내가 말한 따뜻한 디지털 정치다.”

노인·장애인·어린이 등 정보 취약, 디지털 소외 계층과의 소통은 어떻게 강화할 생각인지?

“우리 세대 때는 ‘영어만 잘하면 먹고사는 데 지장 없다’는 말이 있었다. 지금 세대는 그 말이 ‘디지털 언어(Digital Language)’로 전환됐다. 그러니 과거 국가 차원에서 영어교육에 집중했듯, 이제는 국가가 디지털 언어를 전 국민한테 교육하는 데 힘써야 한다.”

디지털 언어는 디지털 공간에서 읽고 쓰는 데 필요한 언어이며, 통상 코딩(Coding, 컴퓨터용 언어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을 얘기하는데 이보다는 광범위한 의미까지 포함한다. 코딩같이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에서 각종 서비스를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숙련도까지를 포함한다.

디지털 세상 만들더라도 사람이 중심 돼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1월 28일 ‘디지털 경제’ 비전을 발표하며 “실습형 디지털 영재학교를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

“디지털 영재학교를 나온 인재들이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해 우리 국민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이끄는 역군이 될 것이다. 디지털 언어는 기존 교과목과는 다르게 나이가 든다고 역량이 올라가지 않는다. 오히려 초등학생이 대학생보다 더 빨리 디지털 언어를 숙달할 수 있다. 그래서 연령에 맞춰 진학하는 기존 교육 체계를 넘어서는 디지털 영재학교를 만들 필요가 있다. 디지털 영재학교 졸업자는 사회로 진출해 좁게는 한 가정, 넓게는 전 국민의 디지털 언어 역량 강화를 이끌 것이다. 신정부가 수립되면 디지털 언어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편리함의 도구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

이 의원이 맡았던 국민의힘 디지털정당위원회에서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가칭 ‘디랩’)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민의가 정책에 반영되는 데 빅데이터가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나라 5000만 명의 목소리 가운데 성별·지역·학력·소득 등으로 나눠서 영역별로 그들이 원하는 바를 들여다볼 수 있는 게 빅데이터의 장점이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과 관련해 해외 참고 사례가 있나?

“미국 공화당의 ‘i360’이다. 공화당 당원이 아니더라도 ‘i360’ 앱을 다운받을 수 있다. 거기에 자신의 소득과 관심사 등을 기재하면 그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의 공화당 공약을 맞춤형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미국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남미 계열 미혼모가 가장 원하는 정책은 어떤 것인지 볼 수 있다. 진정한 소통은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유권자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들어주고, 이것을 공약에 반영하는 정치인과 정당에 표를 주는 것 아니겠나. 그동안 자신의 의견을 대외에 적극적으로 어필하지 않은 ‘샤이 보수층’도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속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정당에서 긴 호흡을 갖고 빅데이터를 관리하면 결국은 모든 국민의 목소리를 계층별로 직접 담을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디지털 산업 관련 정책 중 새 정부가 꼭 손봤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디지털 뉴딜’과 관련한 일자리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가 디지털 뉴딜 정책의 핵심으로 디지털 관련 일자리 정책을 들고 나왔는데, 이후 상황이 어떤가? 청년 실업률이 역대 정부 가운데 최악인 수준으로 치솟았다. 실업률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넘어가면 그건 국가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 일례로 디지털 뉴딜을 추진하는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서 2020년 ‘공공데이터 청년인턴’이라는 단기 아르바이트 사업을 추진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정부가 국가 ‘100년지대계’인 디지털 대전환을 이렇듯 보여주기식으로 하고 있다는 데 대해 나는 분노한다. 청년 실업률은 과거에도 높았다. 하지만 유독 문재인 정부 들어 문제로 지적됐던 것은 ‘일자리 상황판’으로 대표되는 쇼에 그쳤기 때문이다. 임기 초에 호기롭게 만들었던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지 않았나! 저는 국회의원으로 일하는 동안 디지털 뉴딜과 관련해서는 끝장을 본다는 각오로 바꿔나갈 생각이다.”

- 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eon.minkyu@joongang.co.kr

202203호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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