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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NEW리더] 정당혁신 플랜 짜는 ‘더민초’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뼈를 깎는 마음으로 쇄신…, 초선 뜻 모아 당에 할 말 하겠다”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북유럽식 복지국가 실현이 정치 목표, 복지위서 기반 다져나갈 것
다당제로 변화 위해 지방선거 ‘기초의원 3인 이상’ 선거구제 필요


▎지난해 5월 6일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더민초 쓴소리 경청 20대에 듣는다’ 간담회에 참석, 간담회 시작에 앞서 참석한 20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해 4·7 재·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서울·부산 시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모두 내어주자 민주당 내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실에 모습을 드러낸 고영인(경기 안산 단원갑) 민주당 의원은 “우리 (민주당) 초선 의원은 당내에서 불거진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 성비위 사건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국민과 피해자에 사죄한다”며 “아울러 당 지도부에 국민과 피해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로부터 1년 후 민주당은 대선에서도 패배했다. 5월이면 172석 거대 집권여당에서 야당으로 지위가 바뀐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 의원 그룹은 당의 위기 극복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후 당의 쇄신을 원하는 민주당 초선 의원 80여 명이 모여 만든 ‘더민초(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도 그러한 의원 그룹 가운데 하나다. 월간중앙은 3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 의원과 만나 ‘민주당 위기 극복 방안’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김상곤 경기교육감과 초·중 무상급식 실현에 일조


▎3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월간중앙에 “더민초는 당 지도부에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엔지니어 출신이 왜 정치를 하게 됐나?

“군사정권이라는 엄혹한 시대에 대학을 다녔다. 당시 많은 대학생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민주화를 외치며 학생운동을 했고, 졸업한 뒤에는 노동운동과 시민운동에 뛰어들었다. 왜 건축가가 아닌 정치인을 선택했냐고 주변에서 자주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건물이 아닌 국가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고 의원은 경기도 안산에서 천정배 전 의원의 지역보좌관으로 일하다 2008년 재보궐 선거에서 통합민주당 후보로 경기도의회 의원에 당선됐다. 그로부터 2년 후인 2010년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의원 재선에 성공했고, 2020년 총선에서 당선돼 국회에 발을 들였다.

국회의원 도전을 결심한 계기는?

“76명 민주당 경기도의회 의원의 대표로 활동하면서 김상곤 경기도교육청 교육감과 함께 초·중등학교 무상급식이 실현되는 데 일조했다. 경기도에서 시작된 초·중 무상급식은 전국으로 퍼졌고, 보편적 복지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다. 국민의 행복을 더욱 높이는 길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던 나는 우리나라를 보편적 복지의 본류인 북유럽식 복지국가로 만들기 위해 중앙정치로의 진출을 목표로 세우게 됐다. 내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온 이유도 북유럽식 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보건복지위 이외에 해보고 싶은 상임위는 없나?

“북유럽식 복지국가의 실현은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과 연관돼 있다. 예를 들면 고부담 고복지 재정 정책과 이런 복지 정책이 국민에게 반영되도록 하는 다당제 시스템이 필요하다. 단순히 복지 정책 예산을 증액한다고 북유럽식 복지국가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당분간 보건복지위에서 복지 시스템의 틀을 먼저 갖춘 후에 기획재정위·환경노동위·교육위 등 다양한 상임위로 진출하고 싶다.”

국회의원이 된 지 2년여가 다 돼간다. 가장 좋았던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을 꼽는다면?

“내가 3수 만에 당선돼서 그런지 수백 명의 지지자와 같이 환희의 눈물을 흘렸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아쉬운 순간은 대선 패배다. 1·2위 표차가 24만여 표에 불과해 우리 당 의원과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지고도 지지 않은 선거’,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의 줄임말)’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패배했다. 6월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뼈를 깎는 마음으로 쇄신을 이뤄내야 한다.”

그간 민주당 내부에서 쇄신 요구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더민초를 비롯해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것들이 당 지도부에서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쇄신을 이루려면 정당 민주주의가 우선 실현돼야 한다. 상향식 의견 수렴을 위해 선수 위주의 정치 문화를 타파할 필요가 있다. 이제는 우리 더민초에서도 보다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생각이다.”

당 지도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은 문제제기는 어떤 것이 있나?

“4·7 재·보궐선거는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비위로 치러진 만큼 우리 당에 귀책사유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 당 후보를 내는 데 신중히 해야 한다고 더민초에서 얘기했지만, 당 지도부는 애초 계획대로 후보를 냈다. 그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지 못한 게 아쉽다.”

지난해 5월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는 ‘더민초, 20대에 듣는다’ 간담회가 열렸다. 당시 자리에 참석한 20대 청년 8명은 민주당 초선 의원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소위 ‘조국 사태’에 대한 민주당 측의 소극적 대처도 도마 위에 올랐다.

4·7 재·보궐선거 패배 후 당 지도부에 쓴소리


▎3월 1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월간중앙에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승리할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역할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조국 사태’와 관련해 더민초에서 보다 선명한 목소리를 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시는 더민초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입장이 통일되지 않았다. 조 전 장관을 옹호하는 측도 있었고,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자는 측도 있었다. 그래서 더민초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큰 흐름은 반성하자는 쪽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더민초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국민 눈높이 정치다. 정당 내부의 논리, 상황적 논리가 아닌 국민의 요구에 맞게 정치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당은 그 부분에 부족한 모습을 보여왔고, 그런 점 때문에 대선 기간 국민은 민주당을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이제부터라도 더민초 내에서 격의 없이 토론을 거쳐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필요한 목소리를 지도부에 가감 없이 전달하려고 한다.”

3월 11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선 패배의 원인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더민초는 이날 자체적인 대선 패인 분석과 더불어 향후 당의 진로와 관련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떤 대화가 오갔나?

“패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한다기보다는 당면한 상황을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할까를 놓고 논의를 가졌다. 이러한 논의를 계속해나가면서 대선 평가 문제는 조금 신중하게 접근해나갈 생각이다.”

의원총회에서는 윤호중 비상대책위(비대위)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윤호중 비대위로 6월 지방선거를 잘 치르고 대선 책임은 나중에 따지자”는 유보론과 “윤호중 비대위로는 당을 쇄신할 수 없다”는 부정론이 부딪혔다. 그런 가운데 김두관 민주당 의원이 “윤 원내대표는 물러나고 이재명 전 민주당 대선후보가 비대위를 맡아 지방선거까지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이 됐다.

비대위를 두고 논란이 많다.

“더민초 운영위원 10여 명이 대화를 나눴다. 윤호중 비대위가 잠깐 유지되는 건 괜찮지만, 이대로 계속 이어지는 건 국민에게 안이하게 비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고, 지켜보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김두관 의원이 말한 것처럼 ‘이재명 비대위’로 가야 한다는 의견에는 우리(더민초)가 공감하기 힘들다. 일단 비대위가 출범했기 때문에 조금 지켜보면서 더민초가 가진 비판적 문제의식을 어떤 방식으로 표출할 건지 정리할 생각이다.”

민주당은 대선 기간 당론으로 채택한 정치개혁안을 신속히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 4년 중임제와 결선투표제 개헌, 다당제 연합정치 등이 주요 내용이다.

여러 정치개혁안 가운데 우리 사회발전을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안이 있다면?

“모두 중요하지만, 꼭 하나를 꼽으라면 다당제 정치다. 내가 꿈꾸는 보편적 복지국가와 연관돼 있다. 선거에서 득표한 비율만큼 국회의원 수에 반영되는 구조는 민주사회에서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비록 소수지만 우리 사회에 필요한, 예를 들면 녹색당 같은 정책 집단이 계속 커져나갈 수 있는 정치 환경을 만들어줘야 제대로 된 민주사회라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거대 양당이 아닌 제3정당의 목소리가 커져야 정책 중심의 경쟁과 발전이 우리 정치판에 나타날 수 있다.”

“민주당 초선 모임 정기화해 지혜 모아나갈 것”


▎지난해 4월 20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더민초 쓴소리 경청 1탄’에서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최진석 서강대 교수의 강연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다당제를 정착시키려면 비례성을 높이는 개혁이 필요하다.

“국민의 저항이 있어 전체 국회의원 수를 늘리기는 어렵다. 하지만 선출직을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 수를 더 늘리는 건 우리 국회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용단만 내리면 가능한 일이다. 우리 당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의원들도 만나 다당제의 필요성을 설명해나갈 생각이다.”

대선 전 민주당에서는 ‘기득권을 내려놓자’는 취지로 86(80년대 학번, 60년대생) 용퇴론이 나왔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

“86세대는 엄혹했던 시기 자기희생을 두려워하지 않고 독재 세력과 맞서 싸웠다. 그런데도 지금 비판받는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다. 2000년 전후 유입된 86 정치인들이 과연 ‘20년이 지난 현시점에 국민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결과물들을 제대로 내놨느냐’, 그리고 ‘국민이 왜 고통을 호소하는지 제대로 읽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왔느냐’고 한다면 미진한 부분이 분명 있다. 하지만 나이만을 기준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보다 86 정치가 쇄신할 수 있도록 정치혁신·정치교체로 방향을 잡고 가야 한다.”

민주당이 추진한 국회의원의 ‘동일 지역구 4선 연임 금지안’에 대한 입장은?

“초선 의원 중에 공감하는 의원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도 큰 틀에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입법부는 미국과 달리 예산 편성권을 갖고 있지 못해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 힘든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런데 4선 연임을 금지하면 입법부의 역량이 약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입법부 권한을 조금 더 강화하면서 ‘연임 금지’를 같이 연계해 다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의정활동 계획은?

“대선에 패배했더라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정권이 이양되기 전 여러 개혁 입법 과제, 민생 과제, 정치 개혁 과제를 달성해나갈 생각이다. 예를 들어 이번 지방선거 때 다당제 도입을 위해 기초의원 최소 2인을 3인으로 늘리는 중대선거구로 바꿔 다양한 세력이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오를 말해달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승리할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역할을 해나가겠다. 초선 의원은 국민과 가장 가까이서 국민의 입장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조건을 가졌다. 하지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정치혁신·정당혁신을 이룰 수 없다. 그동안은 대선에 전념하느라 초선 의원 활동을 몇 달 동안 하지 못했는데, 이제부터 모임을 정기화하면서 엄중한 시기를 잘 돌파하기 위한 여러 지혜를 모아나가겠다.”

- 글 최현목 월간중앙 기자 choi.hyunmok@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202204호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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