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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제언] 민주당 혁신을 위한 양향자 의원의 고언 

“이재명 의원 당대표 나서면 ‘계륵’ 된다” 

민주당 고립은 극단적 지지층에 대한 의존과 ‘처럼회’ 같은 당내 강성파들 탓
대대적 인적 쇄신 필요, 강성파보다 실력 있는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야


▎민주당 지지자들도 송영길·이재명 두 사람의 출마를 이해하지 못했다. 많은 이가 투표장에 왜 나가야 하는지, 선거 끝까지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 사진은 6·1 보궐선거에 나선 이재명 후보(오른쪽)와 서울시장 선거에 나선 송영길 후보. / 사진:연합뉴스
6·1 지방선거가 끝났다. 예상대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졌다. 대선 직후 치러지는 선거는 ‘야당의 무덤’이라고 한다. 실제 김대중 정부 출범 세 달 뒤 실시된 1998년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가 압승했고, 이명박 정부 출범 한 달 반 만에 치러진 2008년 총선에서는 한나라당이 국회 과반을 차지했다. 이번 지방선거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 20일 만에 치러졌다. 말 그대로 ‘허니문 선거’다. 야당이 패할 것이 자명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더 크게 졌다.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도 투표가 끝난 직후 “예상보다 더 크게 진 것 같다”고 말했다. 왜 그랬을까?

보통 야당의 선거 전략은 정권 견제론이나 심판론이다. 이에 반해 여당은 정권 안정론, 지역 발전론(‘힘 있는 여당일꾼’)이다. 취임 초 청와대 용산 이전, 검찰 편중 인사 등 윤석열 대통령의 비합리적 행보는 국민에게 “누가 대통령을 좀 말려야 한다”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싫어하거나 싫어할 준비가 된 사람만 투표장에 불러내도 이긴다, 민주당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른바 ‘검수완박’ 국면에서 국민에게 정부여당은 견제해야 할 강자가 아닌 약자로 비쳐졌다. “윤석열 대통령을 일하게 하라”는 정권 안정론의 프레임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송영길·이재명 두 걸출한 인사가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각각 대선을 이끈 당대표였고 대선후보였다. 이들의 출마로 지방선거는 정권 견제 선거에서 대선 연장전으로 성격이 변했다. 당장 국민의힘은 대선 불복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현역 단체장들의 인물론과 업적을 활용한 ‘일꾼론’도 먹히지 않았다. 두 사람의 출마가 당 차원의 전략을 교란시켜버린 것이다.

지지자들도 두 사람의 출마를 이해하지 못했다. 많은 이가 투표장에 왜 나가야 하는지, 선거 끝까지 그 이유를 찾지 못했다. 송영길 전 대표는 선거 중 자신을 포함한 ‘586’ 용퇴론을 주장했었고, 이재명 전 후보는 대선 직후 “0.7% 패배는 모두 제 책임”이라며 정치 무대에서 내려왔다. 이런 이들이 사퇴 20일 만에 정계복귀를 선언하고 마치 서로 짠 듯 자신의 지역구를 넘겨주며 출마했다. 책임지지 않는 모습에 중도층의 실망이 컸다. 더구나 대선 패배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라서 기이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 덕에 여당의 정권 안정론이 점점 설득력을 얻어갔다. 그리고 결국 ‘대선 2차전’은 1차전에서 신승했던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책임질 사람들은 책임지고 물러나라


▎국회에서 기자회견하는 양향자 의원. 문재인 전 대통령의 1호 영입 인사로서 늘 민주당 내 개혁을 주장해 왔지만 현재는 무소속이다. / 사진:양향자 의원실
필자는 두 사람의 출마를 처음부터 반대했다.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될 때 “이번 선거 완패를 막으려면, 당장 송영길과 이재명 두 분은 사퇴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선거가 끝난 지금까지도 필자의 주장이 틀렸다는 사람들이 있다. “완패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출마가 완패를 막았다”는 논리다.

그 근거 중 하나는 민주당 김동연 경기도지사다. 그의 신승이 이재명 후보 덕이라는 말인데, 필자가 보기에는 김동연 지사는 청렴성과 능력으로 이겼다. 재산신고 누락 등 구설을 겪은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보다 더 깨끗했고, 지역 전문성과 행정 경험이 부족한 상대보다 더 유능해 보였다. 더구나 돈을 좇지 않는 그의 공직자다움은 대형 로펌 등에서 고수익을 올렸던 현 정부 일부 국무위원의 탐욕과 비교되면서 국민에게 감동을 줬다.

그렇다면 “송영길 이재명 두 사람의 출마가 이번 선거에 도움이 되었는가?” 이 질문을 해보자. 중요한 것은 누구에게 질문하느냐는 것이다. 답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 누구일까? 강성 지지자들은 객관적이지 못하다. 필자는 이번 선거에 직접 출마한 ‘출마자’에게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서울에 출마했던 기초단체장, 시·구의원 후보들에게 질문해보라. “두 사람이 선거에 도움이 됐습니까?” 어쩌면 따귀를 맞을지도 모른다.

같은 맥락으로 현재 민주당의 문제를 진단할 때도 강성 지지자들이 아니라 비판적 지지자들에게 묻자. 그들이 정확한 답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를 선택했으나 이번 지방선거에는 투표에 불참한 사람들을 선별해 그 이유를 조사해보라.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을 지지했으나 이재명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찾아서 묻는 것도 현명하다.

지금 민주당은 민주적 시스템이 붕괴했다.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당원들의 의견이 당무에 반영되지 못한다. 주류와 다른 의견을 내면 ‘반개혁파’ 내지는 ‘배신자’라며 매도당하는 분위기다. 송영길 전 대표는 서울지역 국회의원 90%가 반대하는데도 서울시장에 출마했다. 이재명 고문은 중앙당 전략공천위원회가 반대하는데도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이 고문은 출마선언에서 “당의 부름에 응하겠다”고 했다. 도대체 누가 그를 불렀단 말인가?

정당 내의 민주적 시스템을 복원하라


▎양향자 의원이 보기에 민주당은 역사가 70년이 된 전통 있는 정당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주먹구구, 임기응변식이다. 사진은 지난해 6월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일었을 때 당의 지시에 불복하고 홀로 진상을 밝혀 명예를 회복한 우상호 의원.
이른바 ‘검수완박’ 국면에서도, 국민이 우려하는 법안을 172명 국회의원이 전원 발의했다. 이견은 허용되지 않았다. 각자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은 체스판의 말처럼 피동적으로 당의 결정에 따랐다. 필자는 이를 두고 “지금의 민주당은 ‘민주’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군대와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원에게 어떤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민주당은 그들이 만든 시스템 안에서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빨리 언론의 관심에서 사라지게 하는 게 급선무였다. 역사가 70년이 된 전통 있는 정당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주먹구구, 임기응변식이다. 지난해 6월 민주당 의원 12명에게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적이 있다. 당시 송영길 대표는 즉시 ‘전원 탈당’을 지시했다. 그 명단에는 민주당의 큰 자산인 지금의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도 있었다. 결국 우 위원장은 당의 지시에 불복하고 홀로 진상을 밝혀 명예를 회복했다.

외부 영입인사였던 필자가 보기에 이 같은 시스템은 위험천만하다. 정치가 아닌 다른 세계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을 데려다 만신창이 만들기 딱 좋은 구조다. 마치 블랙컨슈머의 제보 하나로 제품에 관여된 책임자를 조사 없이 해임하는 회사 같다. 누가 회사에 충성하겠는가? 누가 위험한 일에 앞장서겠는가? 누가 정치하겠다고 민주당에 들어오겠는가? 반드시 다음 당 지도부는 확고부동한 민주적 시스템, 건강한 의사결정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목소리 큰 사람 말고 실력 있는 사람으로


▎민주당이 점점 고립되어가고 있는 이유는 극단적 지지층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사진은 ‘개딸(개혁의 딸)’ 인사가 이재명 의원을 비판한 홍영표 민주당 의원의 인천 부평 지역구 사무실에 비난성 대자보를 붙인 모습.
지난 대선과 이번 지방선거 결과는 민주당에게 중도 확장을 명하고 있다. 현재의 지지층과 강도로는 못 이긴다는 뜻이다. 민주당이 점점 고립되어가고 있는 이유, 첫째는 극단적 지지층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필자는 ‘개딸(개혁의 딸)’과 같은 극단적 지지층을 ‘교조적’이라고 비판하며 이들을 마냥 반기기보다 신중히 대하라고 충고했다. 이들에게 환호하는 민주당의 모습을 “슈퍼챗에 춤추는 유튜버 같다”고도 했다. 극단적·교조적 지지층은 당의 중도 확장, 외연 확대에 걸림돌이다. 어느 당이나 마찬가지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른바 ‘태극기 부대’를 받아 안았다면 지금의 국민의힘이 될 수 있었을까? 민주당의 개딸 등은 국민의힘의 태극기 부대와 같다. 아까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결별해야 한다. 2021년 태극기 부대를 국회 영내로 불러들인 황교안 대선 경선 후보에게 민주당이 뭐라고 욕을 했는지 기억해보자.

이재명의 지방선거 출마를 비판하는 홍영표 전 원내대표에게 ‘치매’라고 인식공격하며 패악을 부렸던 사람들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밤낮으로 욕설 테러를 해대는 이들과 다르지 않다. 이들을 감싸고 편드는 정당은 누구든지 왕따가 될 것이다.


▎민주당의 외연 확대를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는 ‘처럼회’와 같은 당내 강성파들이다. 사진은 최강욱·김남국의원 등이 지난 2020년 7월 29일 한 자리에 모여 있는 모습. TV에선 대전 홍수 뉴스특보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외연 확대를 저해하는 둘째 요인은 ‘처럼회’와 같은 당내 강성파들이다. 민주당 지지자들 중에서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이들이 벌이는 강공 드라이브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재 민주당의 주류라고 평가되는 이들은 이번 지방선거의 패인도 ‘미완의 개혁’, ‘부족한 개혁 의지’라고 믿는 듯하다. 이제 자중해야 한다. “당을 더 강하게 이끌어 개혁을 완수할 수 있도록 더 큰 힘을 달라”고 할 게 아니라 한발 뒤로 물러나야 맞다. 어느 체제나 실패하면 주류가 비주류가 되고 비주류가 주류가 되는 것이 순리다.

민주당에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 특히 실력 있는 사람들이 다음 지도부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 국민이 정당을 평가하는 요인은 노선, 철학, 정책, 비전, 인물 등이다. 때로는 인물 한 사람이 나머지 것을 설명하기도 한다. ‘상징 인물’을 찾자. 민주당의 ‘전통 어젠다’인 복지와 서민, 인권은 물론 ‘미래 어젠다’인 경제, 첨단산업, 청년 등을 상징할 수 있는 사람들이 당을 대표하게 해야 한다.

나중에 민주당에 이재명이 필요한 순간 올 것


▎과학기술 인재로 꼽히는 양향자 의원. 월간중앙 기고문을 통해 “민주당에는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며 “목소리 큰 강성파보다 실력 있는 사람들이 다음 지도부의 전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사진:양향자 의원실
이재명 의원이 8월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보궐선거에 출마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그는 지금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국이다. 다음 대선까지 권력 행보는 멈출 수 없을 것이다. 필자는 민주당을 위해서나 이재명 자신을 위해서나 이번 전당대회에는 나서지 말라고 충고하고 싶다. 이번 선거 전 필자는 “이재명 후보는 아깝고 안쓰러워 당장 표를 받겠지만, 결국 소비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그렇게 됐다. 이재명 후보가 인천 계양을에서 당선은 되었지만 그가 이번 선거로 정치적으로 성장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깎아먹었다”는 평이 많다.

전당대회도 마찬가지다. 그가 출마하면 ‘계륵’이 될 것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이재명 ‘당대표’ 후보는 확신을 갖고 찍어줄 수도, 그렇다고 안 찍어줄 수도 없는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는 민주당의 리더이자 유력한 차기 주자다. 자칫 그 지명도와 오라가 사라질까봐 걱정이다. 당에도, 자신에게도 좋지 않은 결과가 될 것이다.

서두에 밝힌바,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 이번 선거 총괄선대위원장이었던 이재명 의원은 선거 결과에 책임지고 당분간 물러나 있는 것이 맞다. 이재명에게 민주당이 필요한 순간이 아니라 민주당에 이재명이 필요한 순간이 올 것이다. 만약 이번에 뽑힌 새로운 지도부가 다음 총선을 이끌 능력이 없다면, 당원들은 ‘용장’이자 ‘맹장’인 이재명을 반드시 다시 부를 것이다.

2020년 총선에서 대승한 강팀 민주당은 2년 만에 존폐의 기로에 선 약팀으로 전락했다. 민주당이 그동안 승리했던 이유는 두 가지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와 ‘똥볼 차는’ 야당 덕분이었다. 이제 모두 사라졌다. 문 대통령은 양산으로 떠났고, 국민의힘은 지방선거에서 이기고도 변화를 외치며 ‘혁신’을 선점할 만큼 강팀이 되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취임 일성으로 “민주당의 색깔을 유지하며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색깔이 뭘까? 정체성이 뭘까?’ 필자뿐만 아니라 민주당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이 상념에 잠겼을 것이다. 민주당은 어디에서 왔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그 근본적 질문부터 던져야 할 때다.

- 양향자 국회의원(광주 서구을, 무소속)

202207호 (202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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