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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권력지형 바꾼 6·1 지방선거, 여야 내부 당권투쟁으로 전선 이동 

‘취임덕’ 피한 윤석열 대통령, 정권교체 완성했지만 2% 부족?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친윤 vs 이준석 갈등에 칼자루 쥔 尹 대통령 ‘정치 거리두기’로 권력균형 고심
■여권 차기 주자로 오세훈·한동훈 주목받아, 안철수는 당내 우군 확보에 잰걸음
■이재명 간판 내세워 중도층 잃은 민주당, 내홍 극복할 차세대 당권주자 인물난


▎2022년 6월 10일 윤석열(가운데)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로 국민의힘 이준석(왼쪽) 대표와 권성동(오른쪽)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를 초청했다. 지방선거 승리 후 여권 내 권력 투쟁에 윤 대통령은 개입하지 않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문재인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김영춘 전 의원은 민주당의 6·1 지방선거 완패를 예견한 듯했다. 86세대의 일원이자 서울과 부산에서 총 3번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김 전 의원은 부산시장 출마설을 일축하며 3월 21일 정계 은퇴를 전격 선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제 민주주의, 통일, 기득권 타파 등 거대담론의 시대가 아니라 생활정치의 시대가 됐다”며 “국민에게 더 중요한 것은 먹고사는 문제의 해결이고 일상의 행복이다. 그걸 더 잘해줄 수 있는 후보에게 투표하거나 그렇지 못한 집권당에 응징 투표를 하는 시대가 됐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약 70일 후, 김 전 의원의 고언을 외면했던 민주당은 나락으로 치달았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국민은 3·9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를 심판했다”며 “그러나 민주당은 정신 못 차리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등으로 국민을 불편하게 했다. 이에 대한 분노 표시”라고 지방선거 결과를 요약했다.

3월 9일 대선에서 민주당 이재명(47.83%)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48.56%) 후보보다 불과 0.73%p(24만7077표 차이) 밀렸다. 그러나 이 격차가 6월 1일에는 9.87%p로 벌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17개 광역자치단체장(시·도지사) 선거에 참여한 유권자 가운데 국민의힘 후보에 투표한 숫자는 1198만9460명(53.13%)이었다. 민주당 후보에 투표한 유권자 976만2313명(43.26%)을 압도했다. 득표 차는 222만7147표에 달했다.

‘호남의 비(非)민주당, PK(부산·경남)의 반(反)민주당’ 정서도 확인됐다. 부산에서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는 역대 최다 득표율(66.36%)을 기록했고, 민주당은 기초단체장 16곳 전석을 뺏겼다. 부·울·경에서 생환한 민주당 후보는 장충남 남해군수가 유일했다. 반면 민주당의 본진인 광주에서 주기환 국민의힘 후보는 선거비 전액을 보전받는 15% 득표율을 돌파(15.90%)했다. 국민의힘 소속 광역의원(김용님)도 처음으로 배출했다. 광주시장 선거 투표율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37.7%였다. 3·9 대선 때(81.5%, 전국 1위)에 비해 반 토막이 났다.

중앙권력에 이어 지방권력까지 장악한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덕’ 공포에서 벗어나며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일견 윤 대통령 중심으로 여의도 정치 지형이 재편된 듯 보여도,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민주당에 행사했던 것과 같은 강한 그립과 거리가 있다. 실제 선거 승리 후 1주일도 지나지 않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친윤 그룹의 갈등이 표출됐다. 대패한 민주당도 2024년 4월 총선 공천권을 겨냥한 친명, 친문 간 헤게모니 다툼이 시작됐다. 그 서막은 새 대표를 뽑는 8월 전당대회다.

역대 대통령의 사례에 비춰볼 때 정치인 윤석열의 권력 기반은 매우 독특하다. 국민적 지지는 있지만 정치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검사 출신 대통령과 여의도에서 잔뼈가 굵지만 대중적 호감도는 떨어지는 친윤 그룹 혹은 ‘윤핵관’ 사이의 협업과 균형으로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팬덤을 거느린 보스도 아니고, 특정 세력의 대리인 성격도 옅다. 이렇다 보니 윤심(尹心)을 ‘누가’,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관건이 됐다. 권력자가 아니라 권력자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사람에게 힘이 쏠리는 권력의 속성이 여지없이 작동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친윤(親尹)의 관계


▎2022년 6월 7일 취임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친윤의 입김에서 벗어난 윤석열 대통령의 인선으로 꼽힌다. / 사진:금감원 제공
집권 초기 윤 대통령은 인사권 행사로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의 경기지사 공천 탈락과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의 국무조정실장 고사가 대표적이다. ‘윤심’의 묵시적 동의를 얻은 친윤 그룹의 의견이 관철된 케이스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유 전 의원이 경기지사 출마를 선언한 뒤에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연락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사전에 ‘동의’를 구한 것이 아니라 사후에 ‘통보’를 한 것으로 윤 대통령이 받아들였을 수 있다. 경선 직전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유 전 의원은 “윤 당선인으로부터 ‘선배님, 응원합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윤심’이 자신을 비토하지 않고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당시 두 사람의 통화가 썩 매끄럽지 않았다는 증언도 있다. 유 전 의원이 3월 31일 출마를 선언하고 채 1주일도 지나지 않은 4월 6일, 김은혜 인수위 대변인이 불쑥 경선에 참여한 정황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심을 캐치하고, 친윤들이 유 전 의원을 겨냥해 김 대변인을 차출한 것”이라고 봤다.

결과적으로 김은혜 후보는 경선에서 유 전 의원을 제쳤지만, 경기지사 선거에서는 김동연 민주당 후보에게 석패했다. 경기도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22:9로 민주당에 압승했다. 그러나 정작 도시자 선거에서는 김은혜 후보가 김동연 후보에게 0.15%p 차이로 뒤졌다. 자치단체장 선거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를 찍고, 도지사 선거는 민주당 후보를 찍은 ‘교차투표’ 숫자가 25만 표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당내에서는 “선거 막판 김 후보가 재산 신고를 실수한 것이 치명적이었다”며 “강용석 무소속 후보는 문제가 아니었다. 인물론에서 밀린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다만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인사일수록 김 후보의 낙선을 아쉬워한다. 소위 ‘마음의 빚’이 생긴 셈이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국무조정실장 ‘낙마’도 한덕수 국무총리를 친윤 그룹이 견제한 결과였다. 익명의 기업은행 관계자는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은 윤석열 정부 초대 국무조정실장을 맡을 의향이 있었다. 주변에 ‘내가 문재인 정부 경제수석을 역임했는데 (윤 정부에) 가도 되겠나’라는 말도 했다”며 “내부적으로도 윤 행장이 임기(2023년 1월 2일까지)를 채우지 않고 떠날 것을 대비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랬던 윤 행장이 선거를 불과 나흘 앞둔 5월 28일, “논란이 매우 부담스럽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순리”라며 국무조정실장 직을 돌연 고사했다. 한 총리는 기재부 시절부터 윤 행장의 능력을 눈여겨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친윤 그룹은 윤 행장이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관여한 인물이라며 임명을 반대했다. 윤 행장 측 인사는 “시기적으로 볼 때 소득주도성장에 윤 행장은 깊숙이 개입할 수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통하지 못했다.

친윤 그룹의 의견이라고 다 수용되는 건 아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 검찰 출신 인사 중용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지방선거 승리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6월 7일 윤 대통령은 이 금감원장 임명을 강행했다. ‘검찰 출신이 요직을 독식한다는 비판을 어떻게 보느냐’는 출근길 질문에 윤 대통령은 “인사 원칙은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 금감원장은 검찰 출신이지만,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보유하는 등 전문성을 지니고 있다.

‘윤석열 라인 검사들’의 잇단 채용에 친윤 핵심으로 통하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9일 “(윤석열 대통령이) 앞으로는 더 이상 검사 출신을 기용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윤 대통령은 10일 “필요하면 (검찰 출신을) 또 쓰겠다”고 일축했다. “과거(문재인 정부)에는 민변 출신들이 도배하지 않았느냐”는 발언(8일)도 했다.

권력의 정점에 올라섰지만, 윤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처럼 팬덤이나 지역 기반이 약한 정치인으로 꼽힌다. 취임 후 한 달도 안 돼 치른 지방선거에서 낙승했지만, 2년 후 총선은 중간선거 성격이 짙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여권에 불리한 구도다. ‘협소한 인재 풀이 빚은 검찰 편중 인사’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믿을 만한 사람들로 채워 넣어서 결과로 말하겠다는 결연함이 읽힌다.

이에 비해 이준석 대표를 바라보는 ‘윤심’은 가장 해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내심 제거를 원하는 것인지, 끝까지 품고 가겠다는 것인지 모호하다. 6월 11일 취임 1주년을 맞은 이 대표는 대선과 지방선거 연승을 이끌었음에도 책임론이나 사퇴론에 시달리고 있다. 정작 이 대표는 임기(2023년 6월)를 채우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국민의힘의 한 인사는 “이 대표가 대통령으로 원하지 않았던 사람을 꼽는다면 안철수와 윤석열이었을 것”이라며 “대선 캠프에서 두 차례나 ‘도망’간 과거가 지워지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현재 이 대표 비서실장이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박성민 의원”이라며 ‘억측’을 일축하는 시각도 있다.

이준석 대표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선거 승리 후 국민의힘 내부에서 예상보다 일찍 내부 투쟁이 불거진 데는 친윤에 속하는 정진석 의원이 이 대표를 공개 저격한 것이 기폭제였다. 당내에서도 “국회부의장이나 되는 분이 이준석의 캐릭터를 뻔히 알면서 왜 싸움을 걸었는지”를 두고 의아해 한다. 실제 이 대표는 우크라이나 방문 도중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싸가지’, ‘추태’ 등의 거친 언사로 정 의원을 맹폭했다. 정 의원의 ‘개소리’ 발언에 이 대표는 육모방망이 모양 철퇴 사진으로 응수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상식적으로 지금 이 대표와 각을 세워서 윤 대통령에게 무슨 실익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정 의원의 독자적 판단일 개연성이 높다고 봤다. 선거 직후 이 대표가 출범시킨 혁신위에 대해 친윤 그룹이 불편함을 가졌을 수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1년 남은 대표가 2년 후 총선 공천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존재한다. 혁신위에 참여한 최재형 위원장이나 천하람 위원은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이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이 대표와 친윤의 결이 다른 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윤들끼리도 일치단결한 대오는 아니다. 인수위 비서실장을 지낸 장제원 의원의 친윤 세력화에 권성동 의원이 반대한 것은 상징적이다. 권 의원은 차기 당대표 후보군에 속하지만, 나머지 친윤 그룹이 반드시 밀어준다고 단언할 수 없다.

정치권에서는 6·1 지방선거의 최대 수혜자로 큰 이견 없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거론한다. 오 시장은 25개 서울 자치구에서 전부 이겼다. 서울 전역에서 단 1동도 빼놓지 않고 송영길 민주당 후보를 앞서는 퍼펙트 승리를 거뒀다. 구청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17곳을 차지했다. 8곳은 민주당이 잡았다. 오 후보의 개인적 매력이 당 지지도를 능가했다는 뜻이다. 서울시장에 4번째 당선된 오 시장의 임기는 2026년 5월까지다. 차기 대선이 2027년 3월임을 고려하면 ‘이상적인’ 스케줄이다.

오세훈·한동훈과 안철수·홍준표의 손익계산


▎오세훈(왼쪽) 서울시장과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당내 지지 기반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주목된다.
오 시장의 대권 가도는 부동산 안정화 여부에서 갈릴 수 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협력과 경쟁 관계일 수밖에 없다. 6월 10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차기 대통령’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은 10%를 기록해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이어 2위로 나타났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자 사이에서 지지율은 20%에 달했다. 잠재적 경쟁자에 해당하는 안철수 의원, 홍준표 대구시장(각 9%)보다 높았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경기도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3번째로 국회에 입성했지만, 득보다 실이 컸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재원 교수는 “험지가 아닌 분당갑 출마 명분인 경기지사를 못 가져왔다”며 “국민도 (거듭된 출마로 이미지를 소모한) 안 의원에게 피로감이 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6월 7일 국회에 첫 등원하며 “국민의힘 여러 의원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본인은 부정했지만 차기 당권 도전을 위한 첫걸음으로 여기는 시선이 짙다. 안 의원과 이준석 대표의 불화는 익히 알려져 있다. 반면 이 대표는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부터 오세훈 시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안 의원이 친윤그룹과 어떻게 관계를 설정해나갈지가 차기 당권의 향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하방(下方)’을 택했다. 차재원 교수는 “지난해 11월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홍 시장은 민심에서 이겼지만 당심에서 윤 대통령에게 패했다”며 “보수 본진인 대구에서 성과를 내서 국민의힘 지지층에게 구애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실제 홍 시장 측 관계자는 “당선 다음 날 합동 인터뷰 외에는 언론 접촉을 하지 말자는 것이 시장님 뜻”이라며 “하루라도 빨리 시정 업무를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시장 당선과 별개로 출마 자체가 악재였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익명을 요청한 여론조사기관 임원은 “당의 주류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구 출마를 선택하며 더 선호도가 떨어지게 됐다”고 비관했다.

역설적이게도 홍 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과 역(逆)의 관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대선 때부터 윤 대통령의 선거 운동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은 데다 경선에서도 사실상 대척점에 섰기 때문이다.

6월 10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주목할 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대선후보군으로 포함한 대목이다. 첫 조사에서 한 장관은 4% 지지율을 얻었다. 특히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9%를 기록해 안철수 의원, 홍준표 시장과 동률을 이뤘다. 한 장관은 검찰 조직 개편 등을 통해 민주당 ‘검수완박’의 최전선에서 대응하고 있다. 차재원 교수는 “공직자 인사검증 권한까지 가진 한 장관은 ‘소통령’이라고 불리지만, 청와대 민정실보다 잡음이 나오지 않게 일 처리를 해낸다면 총선을 통해 정계에 데뷔할 수도 있다”고 봤다.

지지율 바닥 민주당 “이재명을 어찌할꼬?”


▎이재명(왼쪽) 민주당 의원은 김동연(오른쪽) 경기지사의 공천과 당선에 절대적 지분을 행사했다.
이재명 민주당 의원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승리했음에도 연일 낮은 자세로 말을 아끼고 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는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이 내세우는 가치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반지역주의를 지향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그의 팬클럽 노사모와 같은 새로운 그림이 이재명과 ‘개딸(개혁의 딸)’에게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 교수는 “민주당이 그동안 제시한 정치적 상품의 시효가 다 됐다”고 단언했다. 권위주의에 대해 저항하며 적폐를 청산하자는 86세대의 가치가 더는 시대와 호환되지 않는 것이다.

‘전가의 보도’처럼 여겨졌던 북한도 더는 정치공학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종전까지 선거 즈음에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핵 실험을 위협하면, 민주당은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이분법으로 유권자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통해 북한은 선거 변수가 될 수 없음이 확인됐다. 강 교수는 “북한은 여전히 한국 선거에 영향을 미칠 생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 이슈를 바라보는 한국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북한에 대해 협조 정책, 적대 정책 다 해봤지만 북한은 안 바뀐다는 것을 국민이 경험으로 알게 됐다”며 “특히 2030세대가 북한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 윗세대와 다르다”고 짚었다. 젊은 유권자들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원칙 없는 비율로 구성되자 격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민족주의보다 공정한 경쟁, 굴욕적 평화보다 수평적 동맹을 중시하는 성향을 띤다.

‘이재명 한계론’이 불거지는데도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듯 이재명의 대체재가 없다는 것이 민주당의 현실이기도 하다. 이 의원의 차기 대선 지지율은 15%에 달했고, 특히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41%로 김동연 경기지사(6%),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5%)를 압도했다. 친문 진영에서 전해철 의원, 홍영표 의원 등이 대항마로 거론되지만 대중성 면에서 취약하다. 김부겸 전 총리는 정계 은퇴를 선언한 상태다.

민주당의 장래가 어둡지만, 그렇다고 정계개편을 말하기는 아직 섣부르다는 게 중론이다. 윤 대통령의 구상을 뒷받침할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역할론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관측이 많다. 만에 하나 친명과 친문이 갈라서더라도, 국민의힘과 연합하는 길은 자멸이라는 위기의식이 강하다.

연패를 당했는데도 민주당 지지율은 여전히 35~40% 안팎을 찍었다. 호남은 기권은 했을지언정 국민의힘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뒤집어 말하면, 지금이 민주당의 바닥일 수 있다. 6월 10일 출범한 우상호 비대위 체제에서 민주당이 8월 새 대표를 어떻게, 누구로 선출하느냐가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시작일 것이다.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2207호 (202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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