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업

Home>월간중앙>경제.기업

[화제기업] 尹 정부 에너지믹스 전환에 주목받는 해상 풍력 기업 두산에너빌리티 

국내 유일 해상 풍력발전 실적 보유… 한국형 발전기 개발에 수천억원 투자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원전 비롯한 풍력 등 에너지 신산업 육성하는 정부 방침에 수혜 전망
수천억원 투자해 산업 생태계 구축… 장차 국산 발전기 수출 꿈 키워


▎두산에너빌리티가 발전기 등을 공급한 60㎿ 규모 ‘서남권해상풍력실증단지’. / 사진:두산에너빌리티
정부가 7월 5일 발표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의 핵심은 ‘실현 가능하고 합리적인 에너지믹스(전원별 구성 비율)의 재정립’이다. 원전 산업 생태계를 복원해 수출 산업화하는 한편, 원전 발전 비중을 지난해 27.4%에서 2030년 30%대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또한 규제 혁신을 통해 해상 풍력발전 등 에너지 신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중점 육성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가 에너지믹스 전환을 공식화하면서 한국 유일의 원전 주기기 제작사인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가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유일의 해상 풍력발전 실적 보유 기업이기도 하다. 발전 단지 설계, 발전기 공급, 설치, 시운전, 유지·보수 등 해상 풍력 사업 전 영역을 아우르는 기업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과 세계적 석탄 화력 발주 감소 등의 여파를 극복하기 위해 해상 풍력을 핵심 사업 부문으로 육성해왔다.

새 정부도 해상 풍력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초대형 발전기 등 차세대 기술 조기 상용화와 수입에 의존하는 발전 설비 핵심 부품 국산화에 힘을 싣기로 했다. 해상 풍력발전 성능 평가와 실증, 전문 인력양성 등 업계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업 지원 인프라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해상 풍력발전은 말 그대로 바다 위의 풍력 설비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풍차의 원리를 이용한다. 날개(블레이드)가 달린 풍력발전기를 해상에 설치해 전기를 만들고 생산된 전기를 해저 케이블을 통해 육지로 운송하는 식이다. 해상 풍력발전기는 산지나 폐염전 부지, 휴경지 등에 조성하는 육상 풍력발전 설비에 비해 환경 훼손 우려가 덜한 편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상용화 사례에 주목해 2005년 해상 풍력발전 기술 개발에 본격 착수한 이후 이 분야에 수천억원을 투자했다. 2010년 첫 수주에 성공했고 약 1조원의 해상 풍력발전 누적 수주액을 기록하고 있다.

2005년 뛰어들어 1조원 누적 수주


▎해상 풍력발전기 제작을 위한 너셀 프레임이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본사 ‘풍력2공장’으로 입고되고 있다. / 사진:두산에너빌리티
글로벌 시장에서 후발주자에 속하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초기 해상 풍력발전 사업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유럽 등에 비해 약한 한국의 바람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한국의 해상 평균 초속은 약 7m이며, 해외 주요 지역 해상의 평균 초속 10m에 크게 못 미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의 저풍속 환경에 맞춰 블레이드 길이를 확장하고 이용률도 높인 ‘한국형 해상풍력발전기’를 개발해 지리적 단점을 극복했다. 2011년 아시아 최초로 3㎿급 해상 풍력발전기를 개발해 국제 인증을 받았고, 2019년에는 ‘5.5㎿ 해상 풍력발전시스템 국제기술인증’을 획득했다. 2018년에는 국책과제로 8㎿급 대용량 해상 풍력발전기 개발에 착수했다. 이 발전기는 올해 실증을 거쳐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출시를 앞둔 제품은 평균 초속 10m에서 8㎿ 출력이 가능하고, 한국과 비슷한 평균 초속 6.5m에서도 이용률이 30% 이상인 고효율 발전기다. 최대 초속 70m인 극한 환경에서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도 갖췄다. 해외는 물론 태풍과 저풍속이 빈번한 한국에서도 적합한 제품이라는 게 두산에너빌리티의 설명이다.

사업 추진과 관련해 어업 피해를 우려한 지역 주민의 반대도 걸림돌이었다. 해상 풍력의 핵심인 발전기 블레이드는 그 길이만 100m 이상이다. 충돌 위험 등을 감안해 해상 풍력발전기가 설치된 곳에서 반경 500m는 선박 운항은 물론 조업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여기에 국방부가 군부대 레이더 전파 간섭 우려를 제기하면서 국책사업조차도 제동이 걸리곤 했다. 현대일렉트릭(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이 초창기 고정식 해상 풍력 사업에서 모두 발을 뺀 이유다. 이들 기업은 먼바다에 발전기를 띄우는 형태의 부유식 해상 풍력으로 고개를 돌린 상태다. 전문가들은 부유식 해상 풍력발전은 이르면 2030년께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발전기 부품 국산화 70%대로 끌어올려


▎두산에너빌리티가 상용화를 앞둔 8㎿급 대용량 해상 풍력발전기는 서울 남산의 N서울타워 높이에 달한다. / 사진: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는 사업에서 철수한 경쟁사들과 달리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하는 가장 빠른 길이 고정식 해상 풍력에 있다고 보고 투자를 이어갔다. 뚝심은 성과로 이어졌다. 한국에는 지난해 말 기준 142.1㎿(두산에너빌리티 96㎿, 유니슨 34.5㎿ 등) 용량의 해상 풍력발전 설비가 설치돼 있다. 이 중 유니슨의 연구·개발(R&D) 목적 설비와 연안에 설치된 발전기를 제외한 실질적 해상 풍력발전 단지는 30㎿ 규모 ‘탐라해상풍력단지’와 60㎿ 규모 ‘서남권해상풍력실증단지’ 두 곳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두 곳에 풍력발전기를 공급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해상 풍력 수주 물량 증가와 5.5㎿급 대형 풍력발전기 생산에 대비해 지난해 3월 창원 본사에 ‘풍력2공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해상 풍력발전기의 핵심 자재인 너셀과 허브를 조립하는 것은 물론 출하 전 성능 검증을 실시하는 시설이다. 너셀은 풍력발전기가 들어가는 컨테이너 형태의 뼈대를 뜻한다. 허브는 블레이드를 지탱하는 둥근 구조물이다. 두산중공업은 기존 ‘풍력1공장’과 2공장을 통해 연간 30기의 해상 풍력발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추가 투자는 또 한 번의 결실로 이어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6월 제주한림해상풍력㈜과 100㎿ 규모의 ‘제주 한림해상풍력단지’ 기자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전력공사 등으로 구성된 제주한림해상풍력에 5.56㎿급 대형 해상 풍력발전기 18기를 공급하는 계약이었다. 계약 금액은 약 1900억원 규모다. 국내 최대 규모로 건설되는 제주 한림해상풍력 단지는 제주시 북서부 한림항 인근 해상에 조성된다. 2024년 4월 준공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공급하는 해상 풍력발전기는 블레이드 길이 68m인 대형 제품이다. 최대 초속 70m인 강한 태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3월 한국중부발전과 제주 한림해상풍력단지 장기 유지 보수 계약도 체결했다. 2024년부터 20년 동안 풍력발전기 유지 보수 서비스 업무를 수행하는 거래이며, 계약 금액은 약 1800억원 수준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한국 해상 풍력발전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사업 초기 30% 수준이던 해상 풍력발전기 국산 부품 사용률을 70%대로 끌어올린 상태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두산이 생산하는 블레이드와 타워 등 풍력발전기 부품 생산에 130여 개 국내 중소기업이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국내 수주가 이어지면서 국산 해상 풍력발전기 수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윤용한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두산에너빌리티는 당분간 한국 시장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베트남 생산 법인을 현지 풍력 시장은 물론 동남아향 발전기 진출 기지로 활용할 수도 있다”며 “베트남의 유일한 중공업 생산자 지위를 활용해 시장을 선점하면 납품 실적과 브랜드 가치의 제고가 동시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학계 “산업 활성화 위해 판부터 키워야”

다만 아직 걸음마 수준인 한국의 해상 풍력발전 단지 현황을 감안하면 수출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지난 5월 독일, 덴마크, 네덜란드, 벨기에 등 4개국은 2050년까지 유럽 북해에 150GW 이상 규모의 해상 풍력발전 단지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은 2030년까지 해상 풍력발전 12GW 보급을 목표로 세웠지만 실상은 목표 대비 10분의 1을 조금 넘긴 수준이다. 풍력발전기 부품을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발전기 수출은 기본적으로 충분한 트랙 레코드를 쌓고 검증이 뒷받침된 이후에야 가능한 얘기”라며 “한국에서도 운영 실적이 미비한 시스템이라서 다른 나라에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상 풍력발전 사업 추진과 관련한 복잡한 인허가 체제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해상 풍력발전은 부지 선정부터 타당성 검토, 주민 수용성 확보 등 투자 결정 과정에만 수년이 소요된다. 김범석 제주대 대학원 풍력공학부 교수는 “발전 사업자와 연관 기업이 충분한 경험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해상 풍력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며 “주민 수용성 개선과 함께 복잡한 다부처간 인허가 체계를 단일화해 프로젝트 사업 추진을 가속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중국산 해상 풍력발전기의 한국 시장 잠식 우려도 넘어야 할 장애물이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지멘스 등 유럽산 해상 풍력발전기 가격이 다소 오르면서 중국산 저가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점차 돋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한국 해상 풍력 산업 생태계 보호를 위해 정부가 민간 발전 사업자에게 더 적극적으로 국산 제품을 사용하도록 권장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마저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그랬다간 중국과 유럽이 당장 국제 무역 규범 위반을 이유로 국제무역기구(WTO)에 한국을 제소할 것”이라며 “당장은 한전 산하 6대 발전 공기업이 국산 제품을 우선 구매하도록 장려하는 것부터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208호 (2022.07.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