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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의 민심 뚫어보기(4)] 윤석열의 창과 이재명의 방패, 끝나지 않는 정치 전쟁 

尹 대통령은 민생이 급하고 李 대표는 리스크 해소가 먼저다 

尹 대통령, 낮은 지지율 속 ‘이재명 수사’ 강행은 부담… 민생에 집중해야
李 대표는 ‘친일 국방’ 등 자극적 발언보다 사법 리스크 털어내는 게 우선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서로를 겨냥한 정치 대결은 흡사 창과 방패의 대결을 보는 듯하다. 지지율 부침을 겪는 윤 대통령의 창은 무딘 반면, 이 대표의 중도층 방패는 아직 견고하다. /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이의 ‘정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6개월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극렬히 충돌 중이다.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이 대표는 6·1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바로 등판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비워놓은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국회의원이 됐고 이어 전당대회에 나가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당대표가 됐다.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는 이 대표가 진두지휘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별다른 경쟁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다음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역시 이 대표가 될 것이다. 이는 대선후보 간 대결에서 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선후보의 경쟁으로 뒤바뀐 모양새다. 역대 한국 정치사에서 볼 수 없었던 풍경이다. 1992년 14대 대선에서 패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조차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한국을 떠났다가 1996년에야 다시 정치에 복귀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경우 임기 초 ‘허니문 랠리(국가 지도자가 임기 초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호의적인 평가를 얻는 기간)’를 전혀 맛보지 못하고 있다. 대선후보 시절 강조했던 ‘통합’보다는 전임 정부에 대한 거침없는 수사와 이 대표의 사법 혐의 수사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대통령 지지율이 매우 낮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필요한 수사는 진행하면서 민주당이 무리하게 통과시킨 검경 수사권 조정, ‘검수완박’ 법안 철회를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대통령의 의지에 부응해 마약 수사 등을 검찰 수사 범위에 포함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시행령을 통해 ‘검수원복’을 시도하고 있다.

역대 그 어떤 대통령도 임기 초 개혁의 고삐를 느슨히 하지는 않았지만 윤 대통령은 역대 어떤 국가 최고 지도자 보다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통령 취임식을 하기도 전에 불거졌던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을 비롯해 여야 간 신구 정치 세력의 충돌은 더욱더 첨예해지고 있다.

여야 간 전쟁 같은 대결 구도는 마치 윤석열의 ‘창’과 이재명의 ‘방패’가 맞부딪히는 형국이다. 윤 대통령은 임기 초반임에도 낮은 지지율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윤석열 정부 검찰은 이 대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경기도 국정 감사에서 이 대표가 ‘백현동 토지 용도 변경은 국토교통부의 협박’이라고 발언한 부분과 대선 토론 과정에서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처장을 모른다’고 부인한 사실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이 이 대표를 기소한 상태다. 이 대표와 관련된 다른 혐의도 수사 중이고 추가 기소도 진행하고 있다. 성남시가 운영하는 성남FC 축구단에 대한 성남시 관내 기업들의 후원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이 ‘제3자 뇌물 공여’로 이 대표를 기소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연루된 쌍방울 기업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등 이재명을 향한 강도 높은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대·륙·주’ 결집하며 尹의 ‘창’ 빛나나


직전 대선의 후보이자 의석수 과반이 넘는 국회 제1당의 대표를 수사하는 일은 정부로서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자칫 수사 결과에 따라 엄청난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 속 윤 대통령의 ‘창’은 낮은 지지율 탓에 다소 무뎌져 있다. 이런 경우 여론의 공감을 끌어내기가 어렵다.

하지만 최근, 윤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을 중심으로 선명한 결집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정기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직무를 잘 수행하는지 아니면 잘못 수행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이 중 전체 응답자가 아닌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들여다봤다. 지방선거 직후인 6월 7~9일 조사에서 대구·경북은 윤 대통령 지지율이 66%나 됐다. 핵심 지역 기반인 셈이다. 그러나 8월 2~4일과 9월 27~29일 조사에서 대구·경북의 윤 대통령 지지율은 각각 38%, 35%로 최저치 수준이었다. 그러나 가장 최근인 10월 4~6일 조사에서 대구·경북의 긍정 지지율은 44%까지 회복했고 이는 부정 평가보다 더 높은 수치다. 이는 북한이 연신 미사일 도발을 자행하고 여야 정치 대전에서 윤 대통령이 지지율 면에서 밀리는 장면이 연출되면서 핵심 지지층이 결집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윤 대통령의 ‘창’이 서서히 빛을 발하면서 동시에 핵심 기반인 ‘대구·경북과 60대 그리고 가정주부층’(대륙주)이 결집하는 양상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안정화되려면 ‘대륙주’의 결집은 필요하다.

곳곳에서 여야 협력보다 대립 요소 돌출


민주당과 이 대표의 운명은 사법 리스크 앞에서 풍전등화 상태다. 여러 사법 의혹과 혐의가 무사히 해결된다면 몰라도 그중 하나라도 최종 유죄 판결이 난다면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뿐만 아니라 민주당도 풍비박산 한다. 민주당 지지층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당에 부담이 되는 줄 알면서도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카드를 선택했다.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이 대표와 민주당은 정치적 운명 공동체가 된 셈이다. 이 대표가 만약 좌초한다면 당이 난파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래서 윤 정부와 대립각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곳곳에서 충돌이 일어나리란 것은 예견된 일이다. 윤 대통령의 조문 외교 외에도 미국 뉴욕에서 있었던 ‘48초 한·미 회동’이나 ‘30분 한·일 회동’의 결과를 두고도 여야가 충돌했다. 윤 대통령의 욕설 파문까지 더해져 정치적 대결 구도는 더욱 격렬해졌다.

아니나 다를까, 10월 국정 감사에 들어가기도 전에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 답변 요청’에 대해 여야는 불을 뿜으며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은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는 문 전 대통령의 답변을 전하며 감사원 요청이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공격했고, 국민의힘은 감사원의 공적 요청에 ‘성역은 없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에서 ‘감사원의 문 전 대통령 서면 답변 요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감사원은 헌법 기관이고 독립적인 기능을 하는 곳”이라고 답변했다. 말인즉슨 ‘대통령이나 대통령실이 개입할 이유가 전혀 없지만 감사원 스스로 판단할 때 필요한 조사라면 해야 할 것이다’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윤 대통령의 ‘창’이 반짝이는 순간이다. 이에 민주당은 감사원 사무처장이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과 문자를 주고받은 점을 들어 반격하고 있다. 윤 정부의 정책을 비롯해 곳곳에서 여야 협력보다는 대립이 고개를 쳐들고 있는 상태다.

현 정부의 검찰 수사를 견디면서 집권여당인 국민의힘과 정치적 공방을 벌이는 이재명의 생존 전략은 ‘중도층’ 방패다. 진영 간 대결 구도에서 가장 중요한 우군은 튼튼한 지지층이지만 가운데서 심판 역할을 하는 유권자는 중도층이다. 한국갤럽의 자체조사에서 중도층의 정당 지지율을 분석해봤다.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었는데 지방선거 직후인 6월 7~9일 조사에서는 국민의힘 40%, 민주당 28%로 민주당이 열세였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한 7월과 8월을 거치면서 중도층 지지율 판도는 변했다. 8월 2~4일 그리고 9월 27~29일 조사에서 중도층의 민주당 지지율은 각각 39%와 37%로, 20%대에 그친 국민의힘 지지율보다 오차범위 밖에서 더 높은 결과가 나왔다. 또한 가장 최근인 10월 4~6일 조사에서 민주당의 중도층 지지율은 32%로 나타나 국민의힘 중도층 지지율보다 약 10%p 앞섰다. 중도층이 사법 수사의 ‘창’을 막는 ‘방패’가 돼주고 있다. 아직까지 이 대표가 쌓아 올리고 있는 중도층 명분은 양호한 상태다.


▎여야의 정치 공방 속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중도층 명분은 양호한 상태다. 하지만 이 대표에게는 정치적 발언이나 이념다툼보다는 사법 리스크 해소가 시급하다.


이재명은 중도층 지지로 ‘철옹성’ 쌓기


▎정치인들의 빅데이터 긍정 감성 비율이 대체적으로 낮은 편이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우 일반 평균보다 유난히 더 낮은 수준이다.
이에 더해 남북관계를 둘러싼 이념 전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북한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20여 차례 탄도 미사일 발사를 비롯한 도발을 저지르고 있다. 윤 대통령은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미·일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미·일 해군과 합동 연합 훈련을 진행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따른 한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 탄도 미사일의 사정권에 위치한 일본과 공동 대응하자는 취지였다. 이는 10월 초 북한이 동해상으로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자 미국으로 돌아가던 항공모함 레이건호가 동해로 돌아오며 이뤄졌다.

정치 성향을 진보와 보수로 나눌 때 가장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기준이 되는 것이 북한을 대하는 태도다. 최근에는 경제 이슈나 사회적 현안을 두고도 진보와 보수를 나누기도 하지만 가장 명확한 구분은 대북 인식이다. 이 대표가 일본 자위대가 욱일기를 달고 한·미·일 합동 군사 훈련에 참여한다면서 ‘친일 국방’으로 프레임을 만들자,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친북’과 ‘친중’이라고 공격하기에 여념이 없다. 우려스러운 일이다. 그렇다면 윤석열의 ‘창’과 이재명의 ‘방패’ 대결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의 마음은 과연 어떤 상태일까.

빅데이터상 최고의 카드는 ‘민생’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를 통해 10월 3~9일간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감성 연관어를 분석해봤다. 윤 대통령에 대한 감성 연관어로 ‘삭감하다’가 가장 큰 비중으로 등장했다. 고유가·고물가·고환율·고금리 4중고를 겪고 있는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각종 민생 및 서민 예산이 삭감될 것이라는 최근 뉴스에 걱정이 반영된 감성 연관어다. 물론 많은 논란을 낳고 있는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이슈, 조문 외교와 관련해 정치적 반응을 나타내는 연관어도 나타났다. ‘욕설’, ‘논란’, ‘위기’, ‘창피하다’, ‘아프다’, ‘미숙’ 등이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로 나왔다. 해외 순방 관련 이슈를 담고는 있지만 더 두드러지는 연결 고리는 민생이다.

이 대표 연관어로는 ‘범죄’가 가장 큰 비중으로 등장했다. 그 외 연관어로 ‘의혹’, ‘비판하다’, ‘혐의’, ‘욕설’ 등이다. 대체로 부정적 연관어 성격을 띤다. 이 대표와 관련되는 감성 연관어의 성격을 분석해보면 ‘친일 국방’처럼 자극적이고 이념 지향적 발언이나 대응보다 급한 것은 자신의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민생이 급하고 이 대표는 리스크 해소가 먼저라야 한다.

두 인물을 같은 기간 동안 긍정과 부정 감성 추이로도 분석해봤다. 윤 대통령은 긍정 감성 비율이 18%이고 이 대표는 20%로 나타났다. 정치인들의 빅데이터 긍정 감성 비율이 대체로 낮은 편이지만 이는 일반 평균보다 유난히 더 낮은 수준이다. 부정 감성 비율은 윤 대통령이 78%, 이 대표가 75%로 나타났다. 두 사람의 긍정과 부정 감성 추이를 보면 오십보백보다. 그래서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면서 여야 대전이 벌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윤석열의 ‘창’과 이재명의 ‘방패’, 이 전쟁의 승부처는 ‘민생’과 ‘사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민생을 안정시키고 세계적 경기 침체의 파고를 넘는 성과를 보인다면 지지율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 긍정 지지율이 40%대로 다시 올라간다면 현직 대통령의 영향력은 더 강해지고 윤석열의 ‘창’은 단단해진다. 마찬가지로 이 대표는 ‘사법 리스크’를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사가 용두사미가 된다. 사법 리스크를 훌훌 털어버리고 나면 이 대표 역시 차기 대선후보로 지지율 상승의 날개를 달게 되고, ‘방패’는 어떤 창도 뚫지 못하는 ‘전설의 병기’가 된다. 윤 대통령의 ‘창’과 이 대표의 ‘방패’의 대결은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다.

202211호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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