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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한국 500대 기업 기부금 ‘100억 클럽’ 大공개 

매년 1000억원 이상 기부, 삼성전자 유일… 네이버·LG생활건강·포스코는 액수 늘려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매출·순익 증가에도 기부금 지출은 전반적으로 감소
“경제 어려울수록 기업이 나서서 사회적 책임 다해야”


월간중앙이 한국CXO연구소와 공동으로 ‘국내 500대 기업 대상 2020년·2021년 기부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기부금 100억 클럽’에 삼성전자 등 23개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500대 기업 중 지난해 1000억원 이상을 기부한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부터 작년까지 낸 기부금 액수만 3조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100억 클럽에서 네이버를 비롯해 LG생활건강,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전년 대비 기부금을 300억원 이상 늘려 눈길을 끌었다.

조사 대상은 ▷전자 ▷자동차 ▷석유화학 ▷건설 ▷정보통신 ▷식품 ▷제약 ▷유통·상사 ▷철강 ▷금융 등 주요 10개 업종별 매출 상위 50개 기업 총 500곳이다. 기부금 지출 현황은 각 기업의 개별(별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조사했다.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우선 참고했고, 각 사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홈페이지에 기재된 내용도 파악해 조사했다.

2021년 기부금 지출 순위 1위 기업은 단연 삼성전자(1954억원)였다. 삼성전자는 특히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기부금으로 쓴 금액만 3조2891억원으로 3조원을 훌쩍 넘겼다. 매년 1000억원 이상을 꾸준히 사회에 기부했다. 국내 매출 1위 기업의 위상에 걸맞게 기부금에서도 최고 자리를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2013년에는 기부금 액수만 4042억원으로 역대 최고 금액을 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 50년간 삼성전자 성공의 원동력이 된 핵심 경영철학인 인재제일과 상생추구를 근간으로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과 기부 활동을 펼쳐온 결과”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902억원을 기부금으로 지출했다. LG생활건강(685억원)은 기부금 지출 순위 3위로 그 뒤를 이었다. 네이버는 검색 포털을 운영하며 쌓은 데이터 등을 활용해 소상공인의 창업과 비즈니스를 돕는 등의 CSR 사업을 진행 중이다. LG생활건강은 참전용사와 여성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생활용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네이버 ‘기부왕’


▎서울 강남구 ‘삼성청년SW아카데미’ 서울캠퍼스에서 2022년 7월 13일 열린 ‘SSAFY’ 8기 입학식에 참석한 교육생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SSAFY는 삼성이 2018년 발표한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방안’의 일환으로, 국내 IT 생태계 저변을 확대하고 청년 취업 경쟁력을 높이고자 실시하는 CSR 프로그램이다. / 사진:삼성전자
이어 SK하이닉스(600억원)가 4위, 포스코홀딩스(458억원)가 기부금 지출 순위 5위에 올랐다. 이 밖에 2021년 기부금 상위 톱10은 ▷현대자동차(380억원) ▷포스코인터내셔널(321억원) ▷기업은행(268억원) ▷SBS(215억원) ▷기아(184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지난해 기부금 100억 클럽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11위 에쓰오일(177억원) ▷12위 CJ제일제당(174억원) ▷13위 하나금융지주(151억원) ▷14위 카카오(145억원) ▷15위 LG화학(140억7000만원) ▷16위 현대모비스(140억3000만원) ▷17위 현대건설(135억원) ▷18위 SK텔레콤(111억원) ▷19위 이마트(104억원) ▷20위 SNT모티브(103억원) ▷21위 SNT중공업(102억3000만원) ▷22위 DB하이텍(102억원) ▷23위 NH투자증권(100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월간중앙과 한국 CXO연구소는 2020년 기부금 100억 클럽도 조사했다. 그 결과 2020년에는 ▷1위 삼성전자(2547억원) ▷2위 SK하이닉스(563억원) ▷3위 네이버(524억원) ▷4위 한전KPS(520억원) ▷5위 현대자동차(519억원) ▷6위 CJ제일제당(385억원) ▷7위 LG생활건강(356억원) ▷8위 포스코홀딩스(319억원) ▷9위 기업은행(266억원) ▷10위 기아(256억원) 순이었다. ▷11위 현대모비스(217억원) ▷12위 유한양행(213억원) ▷13위 엔씨소프트(190억원) ▷14위 에쓰오일(177억원) ▷15위 KT(159억원) ▷16위 SK텔레콤(151억원) ▷17위 하나금융지주(137억원) ▷18위 카카오(127억원) ▷19위 이마트(121억7000만원) ▷20위 LG화학(121억6000만원) ▷21위 대한유화(121억3000만원) ▷22위 삼성물산(108억원) ▷23위 삼성생명(103억 원)이 100억 클럽에 포함됐다.

2021년을 기준으로 2020년과 비교해보면 포스코인터내셔널, SBS, 현대건설, SNT모티브, SNT중공업, DB하이텍, NH투자증권이 기부금 100억 클럽에 신규 가입했다. 반면 ▷대한유화(20억원) ▷한전KPS(37억원) ▷KT(62억원) ▷유한양행(63억원) ▷엔씨소프트(71억원) ▷삼성물산(87억원) ▷삼성생명(99억원)은 2020년에는 100억 클럽 명단에 올랐지만 2021년에는 빠졌다.

기부금 100억 넘게 늘린 SNT 계열사 눈길


▎현대모비스가 개최한 ‘청소년 공학리더 자율주행자동차 경진대회’에서 학생들이 제작한 자율주행차로 경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현대모비스
조사 결과 500대 기업 중 지난해에 전년 대비 기부금을 10억원 넘게 늘린 곳은 33개 기업으로 파악됐다. 이 중에서도 1년 새 기부금을 가장 많이 늘린 곳은 네이버로 나타났다. 네이버는 2020년 대비 2021년 기준 기부금이 378억원 이상 증가해 조사 대상 업체 중 기부금 증가액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기부금 증가 2위는 328억원을 더 증액한 LG생활건강이었다. 포스코인터내셔널도 1년 새 304억원 넘게 기부금을 늘렸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기부금은 2020년 17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321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이 밖에 최근 1년 새 기부금을 100억원 이상 늘린 곳은 ▷SBS(209억원↑) ▷포스코홀딩스(139억원↑) ▷SNT모티브(103억원↑) ▷SNT중공업(102억원↑)이었다. 특히 SNT그룹 계열사인 SNT모티브와 SNT중공업은 2020년에는 기부금이 5000만원 미만이었는데, 지난해에는 100억원 이상 기부금을 지출했다.

또 지난해 기부금을 전년 대비 20억~100억원 늘린 곳은 10곳이었다. ▷DB하이텍(98억원↑) ▷현대건설(73억원↑) ▷NH투자증권(48억원↑) ▷카프로(40억원↑) ▷크래프톤(37억원↑) ▷SK하이닉스(36억원↑) ▷KG이니스(33억원↑) ▷LS(24억원↑) ▷HK이노엔(21억원↑) ▷DL건설(20억원↑) 등이다.

지난해 기부금 지출 10억원 이상 기업 중 전년 대비 지출 증가율이 2배 이상인 기업은 총 6곳으로 조사됐다. 기부금 지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었다. 이 회사는 2020년 17억원이던 기부금이 2021년에는 321억원으로, 증가율이 1788% 이상이었다.

KG이니시스도 같은 기간 기부금이 16억원대에서 49억원대로 증가하며 증가율(205.4%)이 높은 편에 속했다. ▷HK이노엔(175.6%↑) ▷DL건설(164.4%↑) ▷현대건설(117.2%↑) ▷SK바이오사이언스(100.9%↑)도 최근 1년 새 기부금 증가율이 100%를 뛰어넘었다.

지난해 기부금 지출 증가율이 50% 이상인 곳도 9곳으로 조사됐다. ▷NH투자증권(94.7%↑) ▷HDC현대산업개발(92.2%↑) ▷LG생활건강(92.2%↑) ▷네이버(72.3%↑) ▷GS리테일(67.7%↑) ▷동원개발(63.7%↑) ▷신한지주(57.3%↑) ▷광동제약(54.4%↑) ▷한양증권(52.6%↑)이 주인공이다.

반면 지난해 기부금을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줄인 기업도 많았다. 삼영무역은 2020년 기부금이 43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는 기부금을 따로 지출하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CJ씨푸드 98.6%↓(2020년 17억3857만원→2021년 2361만원) ▷티케이지휴켐스 96.6%↓(14억5508만원→4883만원) ▷대원 95.6%↓(16억9625만원→7400만원) ▷에스엘 95.0%↓(31억8170만원→1억5795만원) ▷JW생명과학 93.7%↓(13억1244만원→8207만원) ▷한전KPS 92.7%↓(520억8150만원→37억9600만원) ▷세아베스틸지주 92.0%↓(14억1359만원→1억1264만원) 등은 지난해 전년 대비 기부금 감소율이 90% 이상이었다.

기부금 증가율 1위는 포스코인터내셔널


▎LG화학이 개최한 그린 콘서트에서 청소년 멘티가 플라스틱 생수병을 활용한 대파 텃밭 만들기를 소개하고 있다. / 사진:LG화학
500대 기업 중 지난해 매출 대비 기부금 비율이 1% 이상을 차지하는 ‘매출의 1% 기부 클럽’에 가입한 기업은 총 11곳으로 집계됐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SNT중공업이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2589억원이었는데, 기부금은 102억원 수준으로 매출 대비 기부금 비율이 3.95%였다. 매출의 약 4%를 기부한 셈이다.

2021년 매출 9098억원인 SBS는 기부금이 215억원 이상으로, 그 비율이 2.37%를 차지했다. KH건설도 491억원 매출에 10억원 정도를 기부금으로 지출해 매출 대비 기부금 비율이 2.05%였다. 이 밖에 ▷한국유나이티드제약(1.84%) ▷네이버(1.80%) ▷이지바이오(1.42%) ▷LG생활건강(1.38%) ▷SNT모티브(1.15%) ▷휴젤(1.14%) ▷하나금융지주(1.14%) ▷풀무원(1%)이 매출의 1% 기부 클럽 멤버였다.

다만 이들 기업 중 KH건설은 지난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유일한 기업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손해를 본 당기적자만 25억원 정도였다. 경영 실적이 악화한 상황에서도 기부금을 10억원 넘게 지출해 다소 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매출의 1% 기부 클럽에 이름을 올린 11곳 중 7곳은 2년 연속 매출의 1% 이상을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지주(2020년 2.62%) ▷휴젤(1.77%) ▷한국유나이티드제약(1.64%) ▷이지바이오(1.40%) ▷네이버(1.27%) ▷KH건설(1.09%) ▷풀무원(1.05%)이 주인공이다.

‘매출의 1% 기부 클럽’ SBS 등 11개 기업


▎이주태(가운데) 포스코 구매투자본부장이 2월 23일 2022년 상반기 ‘동반성장지원단’에 참여하는 중소기업 대표들과 함께 킥오프 행사를 가졌다. / 사진:포스코
지난해 기부금이 50억 원을 넘는 기업 중 순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애경산업이었다. 이 회사가 작년에 올린 순익은 151억원 수준이다. 기부금은 50억원 정도로 순익 대비 기부금 비율이 33.42%에 달했다. 순익의 3분의 1 이상을 기부한 셈이다. 롯데제과의 순익 대비 기부금 비율도 22.68%로 높은 편에 속했다. 롯데제과는 지난해 303억원을 순익으로 거뒀고, 68억원을 기부했다.

이 밖에 순익 대비 기부금이 높은 상위 톱10에는 ▷3위 SBS(19.99%) ▷4위 SNT중공업(16.56%) ▷5위 포스코인터내셔널(15.68%) ▷6위 SNT모티브(12.69%) ▷7위 LG생활건강(11.29%) ▷8위 오뚜기(6.36%) ▷9위 네이버(5.92%) ▷10위 현대자동차(5.89%)가 포진했다.

지난해 기준 기부금 1위 업종은 전자업인 반면, 제약업은 상대적으로 기부에 인색했다. 업종별 기부금 1위 기업은 ▷삼성전자(1954억원, 전자) ▷네이버(902억원, 정보통신) ▷포스코홀딩스(458억원, 철강) ▷현대자동차(380억원, 자동차) ▷포스코인터내셔널(321억원, 유통·상사) ▷에쓰오일(177억원, 석유화학) ▷CJ제일제당(174억원, 식품) ▷현대건설(135억원, 건설) ▷삼성생명(99억원, 금융) ▷유한양행(63억원, 제약)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전년 대비 업종별 기부금 증가 1위 기업은 ▷네이버(378억원↑, 정보통신) ▷LG생활건강(328억원↑, 석유화학) ▷포스코인터내셔널(304억원↑, 유통·상사) ▷포스코홀딩스(139억원↑, 철강) ▷SNT모티브(103억원↑, 자동차) ▷DB하이텍(98억원↑, 전자) ▷현대건설(73억원↑, 건설) ▷NH투자증권(48억원↑, 금융) ▷HK이노엔(21억원↑, 제약) ▷팜스코(15억원↑, 식품)로 조사됐다.

한편 지난해 주요 500대 기업의 경영 성적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전 년 대비 크게 개선됐다. 평균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6% 증가한 것은 물론 당기순이익(순익)은 2배 가까이 늘었다. 회사에 남는 이익 곳간이 두둑하게 채워졌다는 의미다. 하지만 사회공헌과 관련한 기업들의 기부금 지출은 오히려 뒷걸음질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대상 500대 기업의 지난해 기부금 지출 액수는 전년 대비 평균 4% 가까이 감소했다. 줄어든 기부금 액수가 400억원을 훌쩍 넘었다. 최상의 경영 성적표를 받았을 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연관성이 높은 기부금은 되레 줄여 최근 재계에서 강조하는 ESG경영이 행동보다는 구호에만 그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된 셈이다.

기업들은 대부분 사업보고서 등에 기부금 또는 사회공헌비 내역을 따로 기재한다. 다만 일부 기업은 별도로 기부금 항목을 기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기업은 기부금이 없거나 ‘영업외비용’에 기타 항목으로 금액을 포함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번 조사에서는 기부금 항목이 따로 없는 곳은 ‘0원’으로 처리했다.

조사 결과 2020년 500대 기업이 기부금으로 지출한 금액은 총 1조1871억원이었다. 지난해에는 기부금이 1조1433억원으로 나타나 1년 사이에 438억원(3.7%)이 쪼그라든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같은 기간에 이들 기업의 매출과 순익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500대 기업의 매출은 2020년 1148조원에서 지난해 1331조원으로 평균 15.9% 증가했다. 지난해 전년 대비 매출이 증가한 곳이 408곳이며, 조사 대상 기업의 81.6%를 차지했다.


두둑한 곳간에도 기부 총액은 전년 대비 줄어

같은 기간 이들 기업의 순익은 59조5467억원에서 114조6792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순익 증가율이 평균 92.6%로 2배에 가까웠다. 이 기간 순익이 증가한 곳은 342곳(68.4%)으로 파악됐다. 반면 같은 기간 기부금을 줄인 곳은 240곳(48.0%)으로 절반에 육박했다. 기부금을 증액한 곳은 196(39.2%)곳에 그쳤다. 64곳(12.8%)은 기부금 항목이 따로 없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어렵다 보니 예술 공연 등 사회 참여와 관련해 지원할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었던 것이 기업 기부금이 줄어든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오 소장은 “상당수 대기업이 회사와 전혀 관련이 없는 제3의 사회복지 단체 등에 현금 등으로 기부금을 지원하는 방식보다는 회사와 연관성이 높은 공익법인에 기부금을 지원해 사회공헌과 기업 이미지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경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조사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 때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해 현직 대통령이 탄핵되고 기업 총수들이 구속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기부문화가 위축된 게 사실이지만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이 나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211호 (2022.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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