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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와 비장애의 벽을 붓으로 허문다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 예술의전당서 11월 17일 ‘상상을 깨우다-Dreamability전’ 개최
■ 발달장애 화가와 기성 화가 89명 작품 한자리에 모아 전시 예정


▎비채아트뮤지엄 주관 ‘상상을 깨우다-Dreamability전’에 기성화가로 참석하는 정정식 작가가 이번 전시회의 취지와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비채아트뮤지엄
발달장애 화가와 기성 화가의 창작품을 한 자리에 펼치는 대규모 전시회가 열린다. ‘붓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깨트린다’는 취지다.

전시기획 및 아트컨설팅 기업 비채아트뮤지엄(전수미 관장)은 27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갤러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11월 17일부터 27일까지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상상을 깨우다-Dreamability전’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전시회에서는 기성 화가 5명의 작품 15점과 발달장애 화가 84명의 124점이 전시된다. 기성 화가는 동양화를 그리는 박행보 작가를 비롯해 서양화가인 김인, 이재옥, 정정식 작가, 그리고 조각가 이기원등이 참여한다. 발달장애 화가로는 권한솔, 공윤성 작가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은 기성작가와 대등한 눈높이에서 협업을 진행하며, 기성 화가들의 작품이 판매될 경우 수익금의 일부를 장애인을 위해 기부할 예정이다.

그동안 발달장애 화가 전시회는 소규모 단위로 일반 갤러리나 카페 등에서 열려왔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는 예술의전당에서 대규모로 진행되는 만큼 발달장애인 가운데 작가적 재능이 뛰어난 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리고 이들의 작품이 충분한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발달장애는 언어, 인지, 운동, 사회성 등의 능력이 제 나이에 맞게 발달하지 못한 상태를 모두 지칭하는 말이다. 자폐성 장애와 다운증후군, 지적장애 등을 모두 포괄한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기성 화가들은 한결같이 발달장애 화가들이 지닌 표현력에 주목했다. 특히 영혼과 무한, 자연 등을 이미지로 표현하는 미술 분야에서 발달장애 화가들은 사회적 편견에서 자유로운 만큼 색감과 선을 폭발적으로 쏟아내면서 독창적이고 대담한 작품을 탄생시키곤 한다는 설명이다.

김인 작가는 “장애라는 것은 달리 보면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어떤 결핍을 드러낼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이다. 언어 예술에는 단어 선택이라든가 구성, 표현력에서 글 쓰는 사람의 사회적 계급이 숨겨져 있는데, 미술은 이미지라서 어떤 것을 그리든 화가 본연의 순수한 모습이 드러난다. 이를 표현하는 데 발달장애인들이 더 특별한 능력을 지닌 것 같다”고 평했다. 정정식 작가도 “상상은 눈만 감으면 언제든 할 수 있다. 상상 속에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발달장애 작가들이 몸은 좀 불편할지 몰라도 그림 표현과 기법이 무한하다. 작품을 통해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서적으로 교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달장애 평생교육원을 운영하는 김경희 아트림 대표도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다. 발달장애인 권한솔 화가의 어머니이기도 한 김 대표는 “아들이 근로 노동을 할 수 없어서 평생 그림을 그려왔다. 할 수 있는 게 그림뿐이니 노력을 하다가 좋은 날이 와서 저희가 예술의전당에서 전시하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됐다"며 "기성화가들과 함께 하는 전시회가 열린다니 감사한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비채아트뮤지엄은 앞서 ‘ACEP 2020 발달장애 아티스트 특별전’과 ‘ACEP 2022 한국 발달장애 아티스트 특별전’을 통해 발달장애 화가들의 작품을 선보여왔다. 전수미 비채아트뮤지엄 관장은 “발달장애 아티스트와 기성 화가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노력들이 쌓이면 언젠가는 발달장애라는 말은 없어지고, 모두 ‘작가’로서 창작하고 전시하고 판매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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