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커스

Home>월간중앙>투데이 포커스

인천도시공사 퇴직자의 '수상한 취업'.... 지역사회 시끌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 "퇴직 후 취업심사 받지 않고 유관업체 재취업해 공직자윤리법 위반"
■ 경찰이 무혐의로 사건 종결처리하자 검찰이 재수사 지시해 업계 '촉각'


▎인천도시공사 임원 출신인 김모씨가 2020년 11월 퇴직 후 D건설에 재취업하는 과정에서 취업심사를 받지 않아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인천도시공사
지방 공기업 임원이 퇴직 후 취업심사를 받지 않고 유관업체에 재취업하는 사례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지검은 최근 인천도시공사 임원을 지낸 김모(64)씨가 취업 심사를 받지 않고 유관 건설업체인 D건설에 재취업한 공직자윤리법 위반 사건에 대해 경찰에 재수사를 지시했다. 인천 서부경찰서가 조사해 위법 여부가 없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지만, 검찰이 재수사를 지시하면서 1년 가까이 끌어온 이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지방 도시공사의 경우 퇴직자들이 관련 업계에 들어간 뒤 근무했던 조직의 인맥을 활용해 도시공사 주관 사업 심사에 입김을 넣는 ‘전관예우’ 관행이 있어 왔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서는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민간업체에 취업하기 전 기존의 업무와 관련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취업 심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인천도시공사에서 등기이사를 지낸 김씨의 경우 2020년 11월 퇴직 후 인천시 공직자윤리위로부터 취업제한 여부 확인을 받지 않고 D건설에 임의로 취업한 혐의가 드러나 경찰의 조사를 받아왔다. 더구나 김씨는 2019년 9월 도시공사 재직 시절 인천 남동구 '구월 A3BL 장기공공임대 및 소규모 공공임대주택 사업’ 공모에 D건설이 시행사로 선정됐을 때 심사평가위원장을 맡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김씨 문제는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인천광역시 국정감사장에서까지 거론됐다. 결국 인천시 공직자윤리위가 2021년 12월 김씨를 경찰에 고발 조치했지만 사건을 담당한 인천 서부경찰서는 11개월이나 수사한 끝에 지난 9월 김씨의 범죄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인천 서부경찰서 관계자는 "사건 발생 후 1년이나 지난 시점에 수사 의뢰가 들어왔기 때문에 증거를 수집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김씨가 D건설에 취업한 것이 아니라 서류상으로 서울 소재의 한 건축사무소에 취업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해당 건축사무소는 자본금이 39억3013만원인 중소기업으로 퇴직 공직자의 취업제한대상 민간업체에 속하지 않는다.

경찰의 무혐의 판단 직후 인천시 공직자윤리위는 회의를 열어 이 사건을 종결 처리하고 경찰에 심의신청(재수사 요구)을 하지 않았다. 인천시 감사실 관계자는 “나름대로 조사할 수 있는 부분은 모두 수집해 증빙서류 등을 수사기관에 제출했다"며 "이번에 별도의 추가 조처를 하지 않은 것은 수사기관의 판단을 전적으로 따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웥간중앙 취재 결과 김씨가 취업했다는 해당 건축사무소는 D건설로부터 수차례 설계 발주를 받은 협력업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김씨가 취업심사를 피하고자 협력업체에 위장 취업해 이면 계약 등으로 본사의 자리를 보전 받았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김씨 자신이 D건설 인천지사장이라는 명함을 들고 영업 활동을 벌였고, D건설 내부 조직도에 김씨 이름과 직위가 게시돼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천지검이 경찰에 재수사를 지시하고 검찰 지휘를 받게 한데는 이런 정황들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과 건설사의 ‘오작교’로 통하는 전관들

인천 지역사회에서는 인천도시공사 퇴직자 김씨의 공직자윤리법 위반 행위가 전관예우 관행으로 지역사회에 고착화돼서 경찰 수사가 미온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에 재취업한 퇴직 임원들은 이른바 '오작교'로 통한다고 한다. 도시공사 주관의 개발사업 일감을 따내기 위해 건설사와 친정 부처 간에 다리를 놓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이들은 해당 부처에 있었을 때 쌓은 인맥으로 소속 건설사가 공모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개입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공모 심사의 공정성이 퇴색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천도시공사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지만 고질적인 관행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승우 인천도시공사 사장이 “퇴직자들이 내부 직원과 접촉하는 부분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제도화하겠다”고 밝힌 시점이 2021년 6월이지만 인천도시공사는 현재도 공모 심사 등에 내부 직원을 최대 50%로 채우는 규정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김씨의 공직자윤리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D건설 측은 김씨가 본사 소속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김씨가 본사 소속 행세를 하고 다녔기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토로했다. D건설 관계자는 월간중앙에 “김씨가 우리와 근로계약 관계가 아니라는 점은 경찰에 충분히 소명했다.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라는 것도 그러한 관계가 인정돼야 성립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항변했다. 아울러 김씨가 D건설 인천지사장 명함을 가지고 다니며 활동했다는 주장에는 “우리 회사에는 인천지사장이라는 직함 자체가 없다. 김씨가 본사 소속 직원을 가장한 행위는 수사 결과에 따라 피해보상 등 책임을 김씨에게 묻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간중앙은 당사자인 김씨의 입장을 듣고자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 안덕관 월간중앙 기자 ahn.deokkwan@joongang.co.kr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