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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CEO] 김석환 한세예스24홀딩스 부회장의 신년 출사표 

“스토리는 중독성 높아… 문화 콘텐트로 영토 확장하겠다”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그룹사 매출 첫 3조원 돌파… 패션에서 문화 콘텐트·웹 플랫폼으로 미래 먹거리 넓혀
예스24 해외 진출도 추진… 산업 생태계 강화·신생 벤처기업 지원 등 ‘상생’ 행보 지속


▎김석환 한세예스24홀딩스 부회장은 과거 미국 유학 시절 실리콘밸리에서 일하면서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를 지향했다. 그 경험은 지금의 그룹사가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데 밑천이 됐다. / 사진:한세예스24홀딩스
김석환 한세예스24홀딩스 부회장은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었다. 매일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아버지(김동녕 한세그룹 회장)와 학구적인 집안 분위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김 부회장도 책을 읽는 습관을 들였다. 그런 그가 1980년대 유학 자율화 이후 더 많은 지식을 습득하고자 미국 유학길에 오른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석사 과정을 공부하며 워싱턴DC의 벤처캐피털과 일할 기회도 자연스레 생겼다. 폐쇄적인 실리콘밸리와 DC를 연결하는 형태로 업무를 보면서 “나도 언젠가 직접 벤처를 운영해보겠다”는 마음이 커졌고 그렇게 귀국해 가업에 합류했다.

성공적인 벤처기업이자 대한민국 최초의 인터넷서점 예스24가 2023년으로 24주년을 맞았다. 그간 김 부회장은 도서 사업의 초격차 역량을 확보하고 IT 전문성 유지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왔다. 그 결과 그룹사는 2022년 최초로 매출 3조원대 돌파를 앞두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한파 속에도 출판업계 등 사업 협력사들과 협력하고 신생 벤처기업들을 지원하는 공생의 철학도 실천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있지만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 꾸준히 이익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세예스24홀딩스는 인터넷서점 1위라는 타이틀에 안주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공연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는 이미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웹소설 플랫폼 ‘북팔’, 뮤지컬 전문잡지 [더뮤지컬]을 인수하며 새로운 시장으로도 시선을 돌리고 있다. 과거 김 부회장의 유학 시절 다양한 방면의 전문가가 되고자 노력했던 것이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그 시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듯, 올바른 사업 지향성을 갖고 착실하게 나아가고 있다.

올해로 예스24의 24주년을 맞았다. 소감은?

“예스24는 지난 24년간 국내 최초의 인터넷서점으로 총알배송 시스템 외에도 공연사업과 전자책 구독서비스인 ‘북클럽’까지 고객들과 함께 하고자 꾸준히 노력해왔다. 24주년을 기점으로 새로움을 향해 가는 ‘시작의 한 해’가 되도록 하겠다. 처음 합류했을 때 예스24는 상장이 된 후였는데, 벤처 회사의 장단점을 모두 지닌 모습이었다. 진취적이고 도전정신을 지닌 구성원들, 물류 부문에서의 경쟁우위가 장점이었다. 단점은 전략, 소통, 내부시스템 부재였다. 누구도 우리가 ‘왜’ 다른지, ‘어떻게’ 남들과 달라야 하는지를 생각하지 못했다. 문제에 관해 건설적인 논의를 할 채널이 없었고, 이런 어려움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준비도 부족했다. 지금은 많은 부분을 재구성해 발생하는 이슈에 대한 대응이 빨라졌으며, 그래서 모두의 일이 더 많이 쉬워졌다. 기억에 남는 일 중 하나는, 고객이 ‘그래서점’, ‘네네24’, ‘예사’ 등 예스24의 서비스에 애칭을 붙여주었을 때가 아닌가 싶다.”

“고객이 ‘그래서점’, ‘네네24’, 애칭 붙여줘”


▎인터넷서점 예스24는 업계 생태계 내 ‘상생 관계’ 형성을 위해 출판업계는 물론 지역 서점, 동네 책방들과도 다양한 제휴를 맺고 있다. 사진은 예스24 중고매장 부산점.
예스24가 인터넷서점 1위를 유지하는 비결은 무엇인가?

“처음 예스24에 합류했을 때, 창업 때부터 누적된 IT 관련 이슈가 많이 있었다. IT시스템은 어떻게 보면 뜨개질 같아서 꼬인 부분이 생긴 뒤 계속 만들면, 만든 곳까지 풀어서 다시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기술적 이슈에 장기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준비하는 한편, 전자상거래 관련 기술이 어떻게 발전하고 어떻게 국내의 사정에 발맞춰나갈지를 기술적인 로드맵을 만들어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 그 결과, 예스24는 2010년 서점 업계 최초로 모바일 쇼핑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국내 전자상거래 업계 최초로 모바일커머스 앱을 선보였고, 2020년 스마트앱어워드 전자책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자책 단말기 크레마 시리즈 개발 외에도 전자책 관련 콘텐트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꾸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아울러 내부 조직을 기민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 기존의 일을 잘 진행하며 의미 있는 변화를 이뤄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내부 인재들이 동업계 최고 수준임을 믿고 자생적인 역량 배양을 이뤘다. 실무진의 권한을 극대화해 더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예스24 전자책 및 북클럽 현황과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

“올해 전자책 사업부 예상 매출은 500억 규모로 전 년보다 30% 상승한 수치다. 예스24 전자책 구독 플랫폼 ‘북클럽’ 누적 가입 회원은 2022년 12월 기준으로 75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7.1% 상승한 수치다. 일반 단행본 1만2000종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으며, 새로 선보인 7일 대여 서비스 ‘북클럽 라운지’ 콘텐트 6만 종까지 더해 총 7만2000종을 서비스 중이다.”

“법과 기술 트렌드 바뀔 때 세상 바꾸는 벤처 나온다”


▎김석환 한세예스24홀딩스 부회장은 세계적인 K콘텐트의 위상을 몸소 느끼고 있었다. 그는 양손에 문화 콘텐트 IP와 플랫폼이라는 무기를 들고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 사진:한세예스24홀딩스
한세예스24홀딩스 부회장을 맡고 있다. 그룹 차원의 미래 먹거리 전략은?

“한세는 글로벌 패션 수출기업인 한세실업이 모태기업이지만 현재 예스24, 동아출판 등 문화 콘텐트 산업을 아우르는 그룹사로 성장했다. 지속적으로 문화 콘텐트, 웹 플랫폼 분야에 진출할 것이다. 유망한 스타트업에도 계속 투자할 예정이다.”

‘데모데이’라는 그룹 내 제도가 인상적인데 소개해준다면?

“데모데이는 문화·콘텐트·AI·패션·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2022년 7월 제1회 데모데이’를 개최했다. 초기 기업 전문 투자사(액셀러레이터)나 3년 미만 업력의 유망 기업 대상으로 진행했고. 최종 선정된 8팀에 총 10억원을 지원했다. 이번 데모데이는 한세예스24파트너스에서 개최한 첫 공개 스타트업 IR행사이며, 그룹사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 영위기업(문화,콘텐트, 패션 등)에 대한 멘토링, 사업 연계 등을 추진할 것이다.”

김 부회장이 미국에서 처음 한 일이 벤처 투자에 관련된 일이었기 때문일까. 그는 자연스레 국내 벤처업계 전반과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등에 관심을 보였다. 그가 한국에 돌아오기 전 미국에서 벤처기업을 시작해보겠다고 생각했을 때 500만 달러라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액수를 손쉽게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던 것을 기억한다. 예스24는 성공한 벤처 기업이고, 예스24의 기술적인 로드맵에 따라 함께하는 많은 신생 벤처 기업에게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김 부회장은 “법이 바뀔 때와 기술의 트렌드가 바뀔 때 세상을 바꾸는 벤처가 나온다”며 신생 벤처를 지속적으로 후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출판업계와의 상생을 위한 프로젝트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도서 공급자인 출판업계도 우리와 함께 살아가야 할 생태계에 속해 있다. 대표적으로 동네 책방, 지역 서점 전용 도서 주문 서비스인 ‘예스24 책방 컬래버’는 예스24와 출판사 사이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바탕으로 출판사와 지역 책방 사이의 도서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후에는 독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책을 경험할 수 있도록 출판사와 각 지역 서점과 협업하는 컬래버 프로그램도 기획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 예스24 플랫폼을 통해 독서 인구, 콘텐트 소비자가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한다.”

“엔터 분야 매출 2000억, 코로나 이전 훨씬 상회”

인터넷 서점 외 다양한 신사업을 펼치고 있다. 웹소설 플랫폼 ‘북팔’을 인수한 이유와 계획은?

“사람들은 모두 스토리에 중독돼 있다. 남의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없다. 우리 모두 드라마, 책, 웹툰 등을 통해 이야기를 소비한다. 예스24는 다양한 웹소설 및 웹툰 작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디지털콘텐트 생산자로서 지적재산권(IP)을 확대할 필요성을 느꼈다. ‘북팔’은 웹소설을 서비스하는 플랫폼과 작가들의 매니지먼트가 합쳐진 스토리 콘텐트기업으로서 작가 개인 페이지, 출판사 투고 등을 통해 웹소설 작가 육성과 확보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콘텐트 생산력과 플랫폼의 가치를 더욱 크게 만들어 웹소설·웹툰 시장에서 강자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공연 등 엔터 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그 비결이 궁금하다.

“예스24는 문화기업으로서 티켓 예매, 공연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22년 ENT 거래 매출만 약 2000억원을 예상한다. 이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매출을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작년에 진행한 가수 나훈아, 임영웅, 조용필 등 단독 대형콘서트 티켓도 예스24에서만 구매할 수 있었다. 이런 대형 공연을 독점한 비결은 코로나로 힘든 시기임에도 과감한 투자와 공연 업계 지원 등을 통한 기획사 간의 신뢰 구축에 있다. 또 20여 년에 걸쳐 구축한 문화 사업 전문 브랜드 입지와 전용 티켓(디지털 티켓 도입)과 같이 시장을 선도하는 서비스, 대형 트래픽에도 안정적인 예매 서비스를 제공했다. 또 예스24라이브홀과 스테이지 운영, 직접적인 공연 제작 등을 통해 공연 전반적 프로세스를 이해하는 전문 인력과의 협업이 가능했다는 점도 들 수 있다.”

2023년 신년을 맞아 계획하고 있는 사업이 있다면?

“2021년에 뮤지컬 전문잡지 [더뮤지컬]을 인수했다. 예스24의 노하우와 인프라 바탕에 [더뮤지컬]의 심층 취재를 통해 전문성이 더해진다면 충분한 시너지를 낼 것이다. 장기간 코로나로 위기였던 업계가 다시 회복하고 있는 만큼, 국내 창작 뮤지컬을 외부로 알리는 데 기여하는 게 목표다. 향후 문화 콘텐트 플랫폼으로서 서비스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고 적극적인 영토 확장을 진행하겠다.”

K콘텐트가 전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K콘텐트의 세계적 확산과 관련해 그룹이 중점을 두고 대처하는 부분이 있다면?

“K콘텐트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 예스24의 한국문학 영미권 번역서 판매량을 살펴보면 2020년 기준으로 3년 연속 성장세를 보인다. 문화 콘텐트 중 세부 카테고리나 순서 등의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공개할 수 없지만 예스24도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 이승훈 월간중앙 기자 lee.seunghoon1@joongang.co.kr

202301호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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