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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관전법 

민심과 당심은 사라지고 ‘윤심(尹心)’이 판을 친다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나경원 출마 여부 놓고 친윤-비윤 강 대 강 대치 긴장 격화
친박-비박 갈등 끝에 참패했던 2016 총선 전 상황 판박이


▎나경원 전 의원은 1월 16일 국립현충원을 찾아 이승만, 박정희,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 사진:나경원 전 의원 페이스북
1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길 건너 직선거리로 200m쯤 되는 곳에 있는 대산빌딩 앞이 모여든 군중들로 시끌벅적했다. 건물 앞에는 커다란 전통 북이 놓여 있었다. 북에는 ‘예산의 힘’, ‘홍성의 힘’, ‘충청의 힘’, ‘국민의 힘’ 문구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친필이 새겨져 있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2월 22일 대선 유세차 충청을 방문했을 때 지지자들 앞에서 쳤던 북이다. ‘둥둥둥’ 북소리가 거리에 울려 퍼지자 사람들이 환호했다. 빨간 머플러를 두르고 북채를 든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이 힘차게 북을 두드렸다. 군중은 “김기현, 김기현”을 연신 외쳤다. 3·8 전당대회 당권에 도전하는 김기현 의원의 캠프 개소식이 열린 현장은 근래 보기 드물게 열띤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김 의원 측은 이날 온종일 캠프를 찾은 이들이 어림잡아 3000명은 된다고 추산했다.

이날 행사에 동원된 대북은 윤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 조직에서 충남 모처에 보관해오던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윤심(尹心)’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용산(대통령실)과 교감이 없었다면 이런 퍼포먼스를 할 수 있었겠느냐”고 했다.

보수 원로들의 응원도 쇄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축사를 보냈고, 김형오 전 국회의장과 이병석·이주영 전 국회부의장, 신경식·유준상·황우여 상임고문, 이인제 전 경기지사 등이 캠프를 찾아 김 의원을 격려했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 중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한 김 의원은 일단 기선 제압에 성공한 듯했다.


▎당대표 출마를 선언한 김기현 의원은 윤핵관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과 손을 잡고 세몰이에 나섰다.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공식 일정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뜨겁게 달아올랐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치르는 데다 이번에 구성될 지도부가 2024년 국회의원 총선거의 공천권을 쥐기 때문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친윤계와의 갈등 끝에 강제로 물러난 상황에서 치러지는 터라 계파 간 감정의 골도 그대로 드러났다. 친윤이든 비윤이든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인 점은 매한가지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전당대회 방불케 한 ‘김기현 캠프’ 개소식


▎2015년 7월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친박의 공세로 원내대표직을 사임했다. 8년 뒤 유 전 의원은 ‘친윤’으로부터 다시 공격받는 처지가 됐다.
당권 경쟁구도는 크게 친윤과 비윤의 대결로 압축된다. 김기현 의원은 일찌감치 ‘윤핵관 중의 윤핵관’으로 꼽히는 장제원 의원과 손을 잡았다. 김 의원이 대표가 되면 장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는다는 게 정설이 돼 있다. 사무총장은 당 살림과 내년 총선의 공천 실무를 지휘하는 자리다. 킹메이커를 자임하며 대선을 승리로 이끈 일등공신인 그가 당권에서도 같은 역할을 하려는 속내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전당대회 출마가 거론되는 인물은 대략 6명 정도다. 현역 의원 중에는 김기현, 안철수, 조경태, 윤상현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 유승민 전 의원도 당권 도전 의사를 밝혔고, 나경원 전 의원은 조만간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한 원외 인사는 “나 전 의원이 정계를 은퇴하지 않는 한 그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다. 설령 지더라도 이번에 출마해서 확보한 당내 지분을 밑천 삼아 다음을 도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의 출마 선언 시기는 해외 순방 중인 윤 대통령이 귀국하는 20일쯤이 유력하다.

누가 대표가 될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 녀 국민의힘 지지자 515명을 상대로 한 당대표 후보 지지도와 당선 가능성 조사에서 김 의원이 32.5%로 처음 나 전 의원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나 전 의원은 26.9%, 안 의원 18.5%, 유 전 의원 10.4%, 윤 의원 1.6% 순이었다. 김 의원은 그동안 대중적 인지도가 약하다는 평을 받아왔다.

객관적인 상황을 놓고 보면 이번 전당대회는 친윤을 위해 판을 깔아준 거나 다름없다. 국민 여론조사에서 가장 앞섰던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당원 100%로 선출 방식도 바꿨다. 국민의힘 비윤계의 한 의원은 “친윤 후보가 여론조사 1위였어도 선출 방식을 그렇게 바꿨을지 생각해보면 의도가 너무나 명백하게 드러난다. 경기 시작 직전에 골대를 옮긴 거나 다름없다”고 했다.

표면적으로는 김 의원이 우세해 보이지만,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의 격차는 아니다. 윤 대통령의 눈 밖에 난 나 전 의원과 유 전 의원이 손잡으면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 정치권에선 2위를 달리는 나 전 의원이나 유 전 의원 중 한 사람이 결선투표에 가게 되면 친윤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판세를 좌우할 키맨은 출마를 고심 중인 나 전 의원이다. 외교부 기후환경대사와 장관급 예우를 받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윤석열 정부에서 향후 중책을 맡을 것이란 기대를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을 ‘해임’하면서 갈등관계로 돌아섰다. 비록 설화를 일으켰다고는 하나 4선을 지낸 중량급 인사가 제출한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바로 해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반응이다.

다만 나 전 의원은 대통령과 직접 겨루는 모양새는 피하려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을 고려해 출마 여부 결정을 대통령 귀국 이후로 미뤘다. 대신 화살을 ‘윤핵관’ 장제원 의원에게 돌렸다. 나 전 의원은 1월 15일 자신의 SNS에서 장 의원을 겨냥해 “제2의 진작 감별사가 쥐락펴락하는 당이 과연 총선을 이기고 윤석열 정부를 지킬 수 있겠느냐”며 “윤석열 정부의 진정한 성공에 누가 보탬이 되고, 누가 부담되는지는 이미 잘 나와 있다. 당원과 국민들도 분명히 그 팩트를 알게 될 것”이라고 직격했다.

퇴로 막힌 나경원, 비윤 구심점 고심


▎친윤과 비윤의 당권 경쟁이 고조되면서 2015년 친박-비박 갈등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친박 좌장인 서청원 의원(왼쪽)과 비박의 중심인 김무성 의원(오른쪽)의 당대표 경쟁은 김 의원의 승리로 끝났지만, 양측의 갈등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이듬해 총선에서 참패했다.
나 전 의원이 대통령과 친윤을 분리 대응하는 이유는 뭘까. 여권 인사들의 해석을 종합하면 당원 민심 잡기용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방식이 당원 투표 100%로 바뀌면서 일반 국민의 대중적 지지보다 당내 조직과 당원 여론이 당락의 결정적 요소가 됐다. 따라서 윤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임으로써 용산과의 갈등설을 해소할 수 있다. 나 전 의원이 장 의원을 저격한 이튿날, 윤 대통령이 아랍에미리트에서 40조원 규모의 투자 약속을 받은 것에 대해 SNS에서 “가슴이 벅차오른다. 큰 성과를 끌어낸 윤 대통령께 감사드리며, 남은 일정도 건강히 소화하고 돌아오시길 바란다”고 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김 의원을 중심으로 친윤이 뭉쳐 세를 과시하는 상황은 비윤의 연대 가능성을 높이는 역설을 내포하고 있다. 지지율 3위인 안철수 의원은 1월 15일 페이스북에 “특정인을 향한 백태클이 난무한다”고 했다. 이튿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특정인이 ‘나 전 의원’을 뜻하느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그렇다”고 했다. 안 의원은 나 전 의원이 친윤 의원들을 ‘제2의 진박(眞朴) 감별사’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서도 “예전에 진박 감별사 때문에 완전히 다 이길 선거를 망친적이 있었다”고 공감했다. 당장 단일화 가능성은 선을 그었지만 “결선투표에서 떨어진 의원들이 각자 누구를 더 지지하겠다,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라고 암시를 남겼다.

인천을 지역구로 둔 윤상현 의원도 나 전 의원을 두둔하며 공세의 칼끝을 친윤계로 내밀었다. 윤 의원은 “화합의 축제가 돼야 할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이 오히려 불신과 비방, 분열과 대립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며 “작금의 상황에 책임이 큰 윤핵관 내 일부 호소인들은 깊이 자중해야 한다”고 했다. 장 의원이 앞서 페이스북을 통해 “제2 진박 감별사 결코 될 생각이 없으니 나 전 의원도 ‘제2 유승민’이 되지 말길 바란다”며 나 전 의원과 유 전 의원을 싸잡아 비난한 것에 대한 대응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아예 노골적으로 윤핵관과의 전쟁을 선포한 상태다. 유 전 의원은 1월 11일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인 ‘아시아포럼21’ 토론회에서 “지금 당대표 출마 예상자로 거론되는 분 중에 대통령 이름을 팔지 않고 정치하는 사람은 저밖에 없”며 “당대표가 되면 ‘윤심팔이, 윤핵관’에게 절대 공천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윤핵관과 등 돌린 그에게 이번 전당대회는 ‘반(反)윤핵관’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 수도권의 한 의원은 “유 전 의원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신이 당선하지 못하더라도 윤핵관의 득세를 막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친윤-비윤 갈등이 고조될수록 당내 민심에서도 피로감이 감지된다. 특히 ‘제2 진박 감별사’라는 용어가 그간 잊고 있었던 트라우마를 일깨웠다. 2014년 서청원, 김무성 전 의원이 격돌한 당대표 선거로 시작된 친박-비박 내분이 바로 그것.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를 등에 입은 친박 의원들의 득세로 유승민 전 의원이 원내대표직에서 임기 도중 물러나고 김무성 대표가 직인을 들고 잠적하는 촌극까지 빚어지며 양쪽의 갈등은 점입가경이었다.

되살아나는 ‘친박-비박 대전’ 악몽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1월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당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 사진:김성룡 기자
2023년 국민의힘 상황은 9년 전과 여러모로 닮았다. 우선 대통령의 당무 개입 논란이 그렇다. 2015년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전 의원이 청와대, 친박그룹과 갈등을 빚자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를 심판해달라”며 유 전 의원을 직격했고, 유 전 의원은 결국 원내대표직을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당권 주자를 잇따라 관저로 초대했다. 지난해 12월 김기현 의원이 관저를 다녀갔고, 안철수 의원 부부도 김건희 여사 초청으로 신년인사회 때 관저를 찾았다. 1월 초까지만 해도 전당대회 출마 의사를 밝혔던 권성동 의원이 관저 정치가 본격화한 직후 갑자기 불출마를 선언(5일)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여기에 나 전 의원을 해임해 윤심을 명확히 했다는 점도 개입 논란에 불을 지폈다.

2014~2015년 당시 새누리당 주류였던 친박의 비박 찍어내기는 ‘친윤’, ‘비윤’으로 단어만 바꾸면 현재 상황으로 치환된다. 2014년 7월 당대표 경선에서 친박의 좌장 서청원이 나서자 비박계는 김무성을 중심으로 결집했다. 결국 당대표-원내대표 경쟁은 비박의 승리로 끝났다. 하지만 이후에도 친박의 지도부 공격은 집요하게 이어졌고, 궁극적으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총선 참패로 귀결했다. 보수당에선 이 사건을 “제 밥그릇 지키려다 밥상 걷어찬 대표적인 사례”(국민의힘 전 의원)로 꼽는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과도한 ‘윤심 마케팅’과 ‘친윤’의 득세를 비토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청년당원 100명은 1월 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당대회가 과연 당원들의 총의로 치러질 수 있는 건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우영 청년당원 대표는 “당원 지지율 압도적 1위인 후보(나 전 의원)의 출마를 저지하기 위한 인위적 정치 공세가 있는가 하면, 대통령실이 직접 후보 교통정리를 한다는 등의 온갖 안 좋은 소식들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현재 상황을 “윤심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답정너’ 전당대회. 이대로 흘러가면 국민의힘은 또다시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2016년 총선 참패 이유는 ‘친박’의 득세


▎1월 9일 국민의힘 청년당원 100명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나경원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를 촉구했다. / 사진:연합뉴스
안철수 의원 측근인 김영우 전 의원은 김기현-장제원 연대인 이른바 ‘김장연대’를 두고 “윤심팔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절하했다. 허은아 의원은 “세력으로, 힘으로 권위를 만들고 내세우고 싶다면 스스로 먼저 반민주주의자임을 당당하게 커밍아웃하시길 바란다”고 했고,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은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개념마저 깔아뭉개는 윤핵관들의 행태가 어처구니없다”며 “집권당 일각의 조폭 같은 정치 행태”라고 비판했다.

지금의 친윤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는 자칫 2016년 총선 참패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서청원-김무성의 당권 경쟁으로 시작한 친박-비박 대결은 유승민 찍어내기에 성공한 친박의 승리로 끝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16년 4월에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당초 기대했던 과반 의석은 고사하고, 참패 마지노선으로 여겼던 130석마저 무너지는 굴욕을 당했다. 앞서 19대 국회에서 152석으로 과반 의석을 차지했던 새누리당은 300석 중 122석을 얻는 데 그치며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여소야대 지형은 국정동력을 약화했고, 이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의 단초가 됐다.

더구나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 앞에 펼쳐진 정치 상황은 2016년보다 더 험난하다. 2016년 당시 새누리당은 이미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었다. 게다가 야권이 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갈라지면서 총선 승리가 유력한 상황이었다. 2015년 말부터 2016년 초까지 박 전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 긍정 비율도 40%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현재 국민의힘 의석 수는 2016년에 참패했다던 성적표(122석)보다도 적다.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40%를 밑돈다. 특히 나 전 의원을 해임하고 당내 갈등이 격화한 직후 실시한 리얼미터 1월 2주차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상황이 심각하게 흐르자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나섰다. 정 위원장은 1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친윤’, ‘반윤’이란 말을 쓰지 말자”고 했다. 그는 “3김 시대에는 상도동계, 동교동계라는 계파가 있었지만 정치적 계파는 거기까지였다”며 “공천 좀 편하게 받겠다는 심산에서 ‘친이’, ‘친박’을 자부했고, 그게 두 정권을 망친 불씨가 됐다”고 했다.

또 현역 의원들은 당대표 후보 캠프에서 직책을 맡지 말자고도 제안했다. 어떤 정치인은 자신이 당대표가 되면 반대편에 선 사람들을 다음 총선 때 낙천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다고 한다. 의미심장한 말도 덧붙였다. “대통령을 끌어들여 비하하고 당을 헐뜯어서 반대 진영에서 환호를 얻고, 그걸 대중적 지지라고 우겨대는 사람들을 당원들은 더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갈한 대목이다.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친윤 세력이 당권을 잡을 경우, 최대 장점은 당 관계가 안정을 찾아 국정 추진에 동력이 붙을 수 있다는 점이다. 윤핵관과 갈등을 빚었던 이준석 대표 체제 이후 최근까지 이어진 당 지도부 공백기 탓에 당정이 이렇다 할 국정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게 국민의힘 내부의 평가다. 물론 자신을 ‘비윤’으로 분류하는 후보가 없다는 점에서 당정 간 호흡이 윤핵관의 전유물이라고 할 순 없다.

윤핵관 당권 쥐고 총선 패하면 최악 시나리오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군.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조경태·김기현·나경원(전)·윤상현·유승민(전)·안철수 의원
문제는 윤핵관이 당권 경쟁에서 밀려난 경우다. 한순간일지라도 우선 용산과 관계 경색이 불가피하다. 또 총선 공천을 두고 2016년의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도 크다. 제아무리 대통령 권력을 등에 업었다 해도 정치인은 선거를 통해 선택돼야 존재감을 얻는 법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권모술수가 나올 수도 있다. 나 전 의원이 출마를 강행하면 검찰 수사를 통한 압박이 가해질 수도 있다는 걱정 어린 여권 내 목소리가 가볍게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윤 대통령에게도 이번 전당대회는 향후 국정 운영 향방을 가늠할 중요한 변곡점이다. 내년 총선에서 원내 1당 지위를 탈환하지 못할 경우, 국정 추진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 윤핵관이 당권을 장악하고 총선에서 패배하는 경우가 최악의 수다. 당무 개입 논란은 물론, 선거 패배의 책임은 오롯이 윤 대통령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2024년은 이미 집권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이어서 총선 결과에 따라선 조기 레임덕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나 전 의원이나 유 전 의원 등에게 당권이 넘어갔을 때 생길 당정 불협도 부담이다. 이 경우 총선 결과에선 자유로울 수 있지만, 임기 말로 갈수록 대통령이 고립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한 정책통 인사는 “윤 대통령의 비타협적 성향으로는 뒤로 칼을 숨기고 앞에서 웃는 정치 행위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비윤 지도부가 들어선다 해도 윤핵관에 대한 의리를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302호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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