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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별기획시리즈] 한국 시민사회운동의 새로운 미래는 있는가(2) 

왜 MZ세대는 시민사회운동에 등을 돌렸나 

시민 대변하기보다 플레이어로 직접 나서서 행동하는 것 더 원해
MZ세대가 시민사회로 유턴할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 모색할 때


▎서울환경연합 및 청년기후긴급행동 관계자 등이 지난해 6월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 한강에서 한강 변 초고층 건축, 수변감성도시 등 난개발 정책에 반대하고 생물양성 보호 정책 등을 촉구하며 카약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9월 1일 ‘2022 엔 포럼(N_FORUM)’에 참여해 ‘사회혁신을 고민하는 새로운 모델, 가벼운 공동체’라는 주제로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 현장에서 300여 명, 유튜브 생중계에 접속한 사람까지 합하면 500명의 젊은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참여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시민사회운동 영역에 젊은 세대, 소위 MZ세대(1981~1996년생의 새천년세대와 1997~2012년생의 Z세대)가 사라졌다는 것이 아님을 확인해서다. 젊은이들이 시민사회운동 단체를 떠나 좀 더 광의의 시민사회운동 생태계에 눈을 돌린 것이다. 왜 그들은 시민사회운동에 등을 돌렸을까?

MZ세대가 마주한 기회구조의 변화와 커리어 사회학


▎지난해 9월 1일 아산 프론티어 네트워크가 웨스틴조선호텔 서울에서 실시한 ‘2022 엔 포럼(N_FORUM)’ 현장에는 300여 명의 젊은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 사진:아산 프론티어 네트워크
MZ세대의 관심사는 탈정치적이고 미시적인 개인 문제에 머물까? 그들의 사회문제 키워드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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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특성을 여러 가지로 표현할 수 있지만, 그들은 감성, 개성, 창의적 혁신, 그리고 자발적 변화를 강조한다. “MZ는 같음을 통해 연결하는 것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며 연결되는 세대”라고도 한다. M세대와 Z세대 사이에도 적잖은 차이가 있다. 이들을 결코 개인의 문제나 자기 경계를 주장하는 개인주의자, 소비 지향의 이해관계자로만 볼 수 없다. 위의 관심 키워드를 볼 때 그들 역시 정치·경제·사회·문화·환경 등과 관련해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이슈들은 미시에서 거시에 이르기까지 시민사회운동 영역도 동일하게 다루는 주제들이다. 그렇다면 왜 MZ세대가 동일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시민사회운동을 선택지로 생각하지 않고 광의의 시민사회 영역으로 눈을 돌렸을까?

먼저 ‘시민사회 활동가 커리어 사회학’을 살펴보자. 이는 시민사회 활동가를 향한 기회구조의 변화, 경력의 비전 부재와 연결된다. 그 영역이 MZ세대에게는 매력적이지 않거나, 분명한 보상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시민사회운동의 자연적인 소멸 현상도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1990년대 초 절차적 민주주의 달성 이후 시민사회운동이 급부상하던 시기에 학생운동 세대는 노동운동·농민운동·시민운동이냐를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섰다. 그중 ‘시민운동’이 새로운 선택지가 됐다. 한 리더 활동가는 30년 전을 회고하면서 “당시에 농촌 혹은 빈민 지역으로 들어가 농민 혹은 빈민 활동가로 살거나, 공장으로 들어가 노동자와 같이 살 정도의 자신감이 없었다”고 고백했다.

이런 선택이 지금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MZ세대도 전통적인 시민사회운동이냐, 아니면 보다 다양한 영역에 참여할 것이냐는 선택지를 마주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사회적 경제, 소셜 벤처, 마을 공동체, 도시재생, 청년 창업과 같은 영역에서 직접 사회문제 해결을 맛보고 싶어 한다. 그래서 장기적인 시간·열정·헌신·희생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운동보다는 사회문제 해결책을 바로 제시할 수 있는 스타트업과 같은 소셜 벤처를 선택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부정적 결과인 불평등과 양극화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으로 사회적 경제를 적극 육성·지원하는 제도와 재원이 위로부터 ‘풍성하게’ 제공됐던 것도 작용했다. 정책 구현의 협치와 수평적 파트너십이라는 ‘아름다운’ 메커니즘은 MZ세대에게는 보다 매력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지가 된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MZ세대는 ‘운동보다는 창업과 임팩트 조직을 통한 변화’를 추구했다.

사회적 문제에 관심 있었던 MZ세대의 다수가 소셜 벤처 창업으로 일종의 쏠림 현상을 보인 이유는 공공선을 위한 ‘사회적’ 이슈를 다루면서도 경제적인 문제, 즉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분야로서 자신의 역량과 커리어 발전에 도움이 됐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커리어 사회학 측면에서 보면 MZ세대의 선택은 양가적 측면을 보인다. 사회적 가치나 임팩트 생태계를 제고하기 위한 소셜 벤처나 비영리 스타트업에 참여한 MZ세대는 어떻게 보면 사회적 책무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이 분야에서 경력을 쌓음으로써 새로운 영역인 기업으로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분야의 참여 경험이 취업에 가산점이 될 수도 있다.

시민운동보다 소셜 벤처 창업으로의 쏠림 현상 나타나


▎일본 교토 황궁 옆에 위치한 제로 웨이스트 마트는 일본 내 다른 로컬푸드 마트와 달리 MZ세대 다수가 일하고 있다. / 사진:공석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반면 시민사회운동 영역은 진로를 고민하는 신입 실무자에게 제공하는 구체적인 보상체계와 경제적 수익이 불안정하다. 또한 커리어 발전 경로가 불투명하고 모델이 부재하다. 더 나아가 시민사회운동에 참여한 열정·헌신의 시간에 대해서도 사회적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 즉 불안정, 불투명 그리고 불인정, 이 세 가지 요소가 MZ세대들이 시민사회운동 영역을 선뜻 선택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다. 사실 지난 30여 년 동안 시민사회운동 영역이 이 부분에 대해 공동의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오히려 대기업 후원 공익재단이나 정부 지원으로 급성장한 비영리 스타트업을 선택한 MZ세대를 시민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헌신과 열정, 그리고 공공선 제고에 무관심한 이기적 세대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개인 책임론은 시민사회운동 영역이 철저히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MZ세대가 제시하는 체인지 메이커, 젊은 정치인, 솔루션, 임팩트, 협치 등의 용어 사용에서 매우 야심 차고 도전적인 정신을 읽을 수 있다. 이들의 관심과 문제의식은 시민사회운동과 차이가 없을 정도로 기후위기·환경·소수자·정의·도시 빈곤·불평등·여성·아동·장애인·이주민 등의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한다. 각각의 문제를 자그만 솔루션을 통해 임팩트를 가져와 궁극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혹 이것이 협치의 파트너로서 기업과 국가를 만만하게 보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한다. 한국 사회의 민주화와 산업화라는 이른바 압축적 근대화 과정을 돌아볼 때 그 과정에서 공고화된 장애물, 이를테면 불안정한 정당구조, 대기업 중심의 기업지배 구조, 이익집단으로 전락한 노동조합, 주민과 시민 격차, 지역의 토건 지배 구조, 가족이기주의, 연고주의와 텃세 등이 건강한 비영리 생태계를 가로막고 있음을 비판적으로 독해해내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왜 MZ세대는 정당정치, 리더십, 국가 책무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견인하기 위한 도전과 갈등적 저항관계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할까? MZ세대가 기존의 획일적 시민사회운동 방식을 거부하는 것은 당연하고 타당하다. 하지만 운동성을 견지하는 시민사회 단체가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주장은 위험하다. 자그만 실천도 필요하지만, 공동의 연대 활동을 통해 정부나 기업의 정책과 제도 변화를 추동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선언한 기업 중에 과연 몇 개의 기업이 이 가이드라인을 준행할까? 서구 선진국의 경험을 볼 때 그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본질적 변화는 자그만 솔루션이 쌓이는 것으로 가능하지 않으며 도전과 갈등의 저항을 통해 책임 있는 변화를 이끌 수 있다. 물론 한 MZ세대 활동가의 “본래 큰 시민사회운동 단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에겐 누구나 쉽게 행동으로 시작할 수 있는 조그만 당사자 단체가 매력적이다”라는 고백은 기존 시민사회운동조직과 활동 방식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들이 자신의 활동 범위·주제·방식을 이미 경계 짓고 그 안에 머물고자 할 때, 어떻게 이들에게 연대와 협력의 목소리를 내게 하는가가 큰 과제다.

운동(activism)보다는 행동(action)과 활동(activities)


▎일본 교토 황궁 옆에 위치한 제로 웨이스트 마트는 자원순환, 유기농, 공정무역, 지역 커뮤니티, 환경교육, 로컬푸드, 그리고 사회혁신까지 통합적으로 결합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 사진:공석기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한국 시민사회 생태계는 분명히 바뀌었다. 1990년대 초에 시민사회운동에 대한 신뢰와 관심은 매우 높았다. 시민운동에 대한 미디어의 관심과 지원으로 여론이 움직였고, 제도와 정책 변화를 추동하는 시민사회운동을 체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시민사회운동은 이러한 영향력과 성취를 결코 맛볼 수 없을 정도로 국가나 기업의 자원과 영향력이 훨씬 앞서 있다. MZ세대 한 활동가의 고백처럼 “시민사회운동 영역 선배들은 자꾸 우리에게 사회를 바꾸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뭘 바꾸라는 건가? 이런 독려가 부담스럽다. 솔직히 현재 시민사회운동의 대변 및 옹호 활동이 사회변화를 가져오고 있는가? 별 영향력이 없지 않은가?”라는 그들의 변한 마음과 태도를 제대로 읽어내야 한다. 그들은 거시적 변화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 미시적인 차원에서 변화를 추동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사회적 경제 영역이 하나의 대안으로 보인다. 사회혁신, 스타트업, 그리고 협동조합 등에서 소수가 모여 직접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

이런 이유에서 한국 사회의 변혁과 나아가 세계를 바꾸는 것을 꿈꾸라는 선배들의 도전에 MZ세대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반문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거대한 사회구조 변화보다는 공감할 수 있는 당사자들끼리 자기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삶의 방식, 자그만 실천을 통한 사회적 행동을 선택한다. 운동(activism)보다는 행동(action)과 활동(activities)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처럼 MZ세대는 일반 시민을 옹호하고 대변하는 운동보다는 내가 플레이어로 직접 나서서 사회적 행동과 활동을 하려고 시도한다. 세계화, 정보화, 특히 디지털 및 인터넷 혁명을 통해 개인들이 활동 주체로서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조직하는 활동을 전개한다. 혹자는 이것을 “시민의 마음이 변한 것이다”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MZ세대가 살아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교육·복지·돌봄·지역·환경·아동·장애인·소외·공동체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창업 활동이 급증하고 있으며, 과거에 상상하지 못한 놀라운 성과를 낳기도 한다.

그런데 이것이 개인 삶의 조건 변화, 즉 취업·결혼·육아·교육·전직·이주 등의 생애사적 변화에 따라 지속되지 못할 때 어떻게 연속성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시민사회 생태계 구축이라는 시민사회 공동의 과제가 제기된다.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즉 어떻게 살 것인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런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가치관과 세계관을 구축할 수 있는 시민의식과 교육의 장소, 그리고 사람들이 중요하다. 이것은 일시적인 사회적 행동과 사업으로 가능하지 않다. 끊임없는 시민사회운동을 통해 자양분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체인지 메이커나 임팩트 조직의 활동가가 경제적 이익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얼마나 사회적 가치를 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인내하며 공공선을 제고하는 비영리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관심과 참여를 견지할 수 있을까? 정부의 지원 정책이 감소하고 당장의 경제적 수익이 보장되지 않을 때 과연 이들을 붙들어놓을 수 있을까? 사회문제 해결 플레이어로서 지속적인 참여를 견지할 수 있는 동기와 자원은 무엇일까?

지속적인 동기 부여할 시민교육운동 절실해


▎필자들은 2018년 미국의 자원봉사활동 사례연구를 위해 워싱턴 지역을 방문했다. 미국의 청년들은 1년 동안 지역 시민사회 생태계에 소속돼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다양한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지역을 이해하고 관심을 갖는 시간을 가진다. / 사진:임현진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창립소장
결국 인내 자본과 사회적 가치, 그리고 시민성을 갖춘 시민을 만드는 교육이 핵심이다. 2020년 기준, 한국의 대학 진학률이 70.4%에 이를 정도로 교육 수준이 매우 높은 한국 사회다. 만약 고등교육자에게 시민교육을 얘기하면 “대학 나온 사람에게 뭘 더 가르칠 것이 있겠는가?”라고 반문한다. 그러나 과연 시민 스스로 공공선을 제고하는 데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가? 공공선을 제고하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무엇인지 스스로 성찰하는 시간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실천 활동을 반복하지 않는 한 체인지 메이커, 임팩트, 솔루션 플레이어의 등장은 불가능한 것이다. 자본주의 세계 경제 체제의 구조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우리는 결국 이기적 인간으로서 행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익, 공정, 더 나아가 정의를 마음 판에 새겨 지킬 정도로 성숙한 시민이 되지 못한다. 시민성을 갖춘 시민으로 사회문제에 참여하려는 지속적인 동기 부여와 교육을 전개하는 시민교육운동이 절실하다.

이것은 세대를 떠나 모두에게 해당하는 문제다. 공익, 공정 그리고 정의를 외쳤던 정치 시민사회 리더들이 실망스럽게도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기에 MZ세대들은 크게 실망했다. 오히려 일부는 자기 이익과 권리를 노골적으로 주장하는 이권 사회의 중심에 서 있지 않은가. 시민사회 교육운동에 보다 철저하지 못한 시민사회 영역의 자기반성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시민사회운동의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 쇠락의 끝은 힘없는 1인 비정부기구(NGO)가 정부의 틀 안에서 그저 힘없이 정부 보조금 사업을 수행하는 공익활동 대행자로 전락하는 것이다.

지난가을 한 간담회 자리에서 30년 가까이 시민사회운동에 쉼 없이 참여한 한 리더가 변화하지 않는 지역 시민사회 현실을 마주하며 자신의 헌신과 열정의 시간이 공허하게 느껴진다고 밝힌 소회에 안타까움과 동시에 존경의 마음이 생겼다. 변하지 않는 강고한 지역 이권 사회에 틈을 내어 공공선의 가치를 공급하고자 악착같이 다양한 시도를 꾀했지만, 아직도 요지부동의 모습에 나오는 한탄과 공허함이었다.

한국 시민사회운동은 아직 30여 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시민사회에 하부구조를 착근하기 전에 제도화가 빨랐다. 절차적 민주화를 달성한 선배 세대 운동가들의 헌신과 희생의 길이 제도화를 이루는데 기여했을지라도 그것이 성숙한 시민사회 생태계를 완성하는 확정된 경로는 아닐 수 있다. 전 지구적 차원의 기후위기를 절감해 환경운동 단체 활동가로 헌신적인 활동을 하다가도 그 운동과 조직 방식에 공감하지 못하고 곧 떠날 수 있다. 그것을 안타까워할 필요가 없다. 과거와 같은 헌신과 열정 그리고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으로는 MZ세대를 결코 유인할 수 없다. 비록 환경운동 단체를 떠났지만, 기후위기와 환경생태에 대한 관심을 잃은 것이 아닌 그들은 환경 아카데미, 사회적 협동조합의 방식으로 기후위기와 생태계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소셜 벤처 혹은 협동조합, 마을 만들기, 도시재생사업, 제로 웨이스트와 자원순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하면서도 기후위기를 양산하는 정치·경제·사회 체계에 대한 본질적 문제의식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시민사회운동 단체를 떠났지만, 다른 영역에서도 환경 이슈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후원할 수 있고, 때로는 공동의 캠페인과 기후위기 반대 연대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후위기와 환경생태계를 고민하는 다양한 조직들의 생태계, 즉 광의의 시민사회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일본 교토 황궁 옆에 위치한 제로 웨이스트 마트는 자원순환, 유기농, 공정무역, 지역 커뮤니티, 환경교육, 로컬푸드, 그리고 사회혁신까지 통합적으로 결합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다른 로컬푸드마트와 달리 여기에는 MZ세대 다수가 일하고 있는 모습이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다. MZ세대에게 매력적인 장소가 아닐 수 없다.

눈여겨봐야 할 시민사회 영역으로의 유턴 사례

2018년에 미국의 자원봉사활동 사례연구를 위해 워싱턴 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다. 청년들이 지역의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게 필요한 돌봄과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1년 동안 지역 시민사회 생태계에 소속돼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고 다양한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지역을 이해하고 관심을 갖는 시간을 가진다. 이처럼 지역 주민에게 단순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친밀감을 구축하고 그들의 삶을 목격하면서 지역 시민사회 생태계를 체득하는 것이다. 비록 1년 이후에 학교로 진학하거나 혹은 다른 직업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이것은 매우 귀한 경험이 될 수 있다. 그것이 자신의 공백기가 아니라 경력 개발, 즉 시민성, 시민의식, 지역공동체, 비영리 섹터 생태계를 깊이 이해하고 체감하는 귀한 시간이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바로 비영리 섹터에 들어가기도 하고, 우선은 다른 직업을 선택하지만 비슷한 영역에 있으면서 추가로 경험을 쌓은 후에 다시 비영리 섹터로 돌아오는 경우도 많았다. 미국 청년 봉사단의 사례처럼 한국에서도 중장기적 관점에서 MZ세대가 시민사회 영역으로 언젠가 유턴할 수 있는 다양한 채널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임현진 - 서울대 명예교수이며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다.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 저서로 [전환기 한국의 정치와 사회: 지식, 권력, 운동], [비교시각에서 본 박정희 발전모델: 라틴아메리카의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와 아시아의 한국] 등이 있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창립소장이며 경실련 공동대표를 지냈다.

※ 공석기 -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관심 분야는 정치사회학, 사회운동론, 시민사회론, 사회적 경제 등이다. 주요 연구 저서로 [글로벌 NGOs: 세계정치의 와일드 카드], [뒤틀린 세계화: 한국의 대안 찾기] 등이 있다. 현재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경희대 공공대학원 겸임교수, 환경운동연합 국제협력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202302호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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