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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극강의 안락함 혼다 CR-V 

세단 능가하는 승차감과 정숙성 돋보여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겉멋보다 기본기에 충실한 SUV
넓은 실내와 트렁크 공간도 장점


▎CR-V 외부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전면부는 블랙 프런트 그릴을 적용해 이전 모델 대비 강인한 인상을 강조했다. / 사진:혼다코리아
딱 세 번 ‘일본차’ 운전대를 잡아봤다. 7년 전 미국 출장 때와 5년 전 일본, 4년 전 괌 여행에서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마쓰다3, 오키나와에서는 도요타 프리우스, 괌에선 혼다 어코드를 운전했다. 매번 일본차는 다루기 쉽고 실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겉멋을 강조하기보다는 기본에 충실한 느낌이었다.

혼다의 준중형 SUV CR-V는 어떨까. 혼다코리아는 지난 4월 ‘2023년형 올 뉴 CR-V 터보’를 출시했다. 혼다가 6년 만에 선보인 CR-V 풀 체인지 차량을 최근 시승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인천 중구를 거쳐 서울 광진구까지 왕복 119㎞를 달렸다.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티맵’ 편리


▎CR-V 내부는 직선 위주의 레이아웃이 돋보인다. 전면에 직사각형 글라스 디자인을 적용하고, A필러와 후드 형상을 최적화해 시야를 넓혔다. / 사진:혼다코리아
시승 전날 퇴근길과 당일 오전까지 서울 간선도로와 시내도로 위주로 32.3㎞를 주행했다. CR-V 역시 다른 일본차와 마찬가지로 금세 친숙해졌다. 승차감과 정숙성은 가히 압권이었다. 엔진 흡기커버와 무단 자동변속기의 벨트 소음 등을 이전 모델 대비 개선한 덕이다. 과속방지턱 구간도 굉장히 부드럽게 통과했다. 신호 대기 구간 등에서 ‘오토홀드’ 뒤 가속페달에 발을 올릴 때 차체에서 전해지는 뒤틀리는 듯한 진동이나 ‘찌그덕’거리는 소음도 전혀 없었다. 깔끔하게 출발했다.

인천으로 향하기 전 확인한 평균 연비는 8.5㎞/ℓ. 614㎞였던 주행 가능 거리는 546㎞로 확 줄어 있었다. 줄곧 에어컨을 가동하긴 했지만, 도심 연비는 기대 이하였다. 노멀, ECON(에코), 스노우 모드 중 에코 모드를 택했는데도 말이다. 혼다코리아에 따르면 CR-V의 복합 연비는 12.1㎞/ℓ다. 도심에서는 휘발유 1ℓ로 11.1㎞를 달릴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는 평균 연비가 13.8㎞/ℓ로 다소 향상된다.

주행 기록을 초기화하고 인천으로 출발했다. 고속 주행 ‘실연비’ 테스트를 위해 드라이브 모드를 에코로 유지했다. 급출발·급가속·급제동을 자제했고,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을 최대한 활용했다. 안정적 패턴으로 스스로 가다서길 반복했다. 시내 도로에서와 마찬가지로 고속 주행 중에도 승차감이 굉장히 근사했고 조용했다.

CR-V의 또 하나의 장점은 티맵 등 평소 사용하던 내비게이션을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내장형 기본 내비를 없앤 대신 스마트폰 유·무선 연결이 가능한 애플 카플레이와 유선으로 연결하는 안드로이드 오토 기능을 적용한 덕이다. 센터페시아 상단 디스플레이가 9인치로 요즘 트렌드와 달리 비좁은 편이지만, 스마트폰으로 보던 작은 티맵 화면을 생각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서울 성동구에서 인천 중구까지 57.4㎞를 주행한 뒤 확인한 평균 연비는 13.0㎞/ℓ, 잔여 주행 거리는 493㎞였다. ‘에어컨 연비’는 확실히 떨어진다.

서울로 돌아가는 길엔 노멀 모드로 달렸다. 에코 때보다 살짝 더 잘 나가긴 했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CR-V에는 ‘1.5ℓ 직분사 VTEC 터보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 출력이 190마력(ps), 최대 토크는 24.5㎏·m다. 힘이 다소 부족한 느낌이지만, 그렇다고 달리는 데 큰 무리는 없다. 노멀 모드 때도 승차감과 정숙성은 ‘극강’ 수준이었다.

인천 중구에서 서울 광진구까지 61.9㎞를 운행했다. 평균 연비는 9.0㎞/ℓ, 주행 가능 거리는 407㎞로 표시됐다. 연비 등 여러 부분을 감안하면 굳이 노멀 모드를 택할 필요까진 없겠다.

CR-V 외부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전면부는 블랙 프런트 그릴을 적용해 이전 모델 대비 강인한 인상을 강조했다. 측면부는 전장과 휠 베이스를 이전보다 각각 75㎜, 40㎜ 늘려 다이내믹하면서도 안정감 있는 실루엣을 완성했다. 후면부는 CR-V 시그니처 디자인인 버티컬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진화시켰고, 하부 볼륨감도 업그레이드했다.

CR-V 내부 디자인은 직선 위주의 수평적 레이아웃이 돋보인다. 전면에 직사각형 글라스 디자인을 적용하고, A필러와 후드 형상을 최적화해 운전자와 탐승객의 시야를 넓혔다는 게 혼다 측 설명이다.

실내 공간도 부족함이 없다. 1·2열 모두 헤드룸과 레그룸이 넉넉하다. 특히 2열 레그룸은 기존 대비 15㎜를 확장했다. 동급 최고 수준이다. 트렁크 기본 적재 공간 역시 1113ℓ로 동급 최대다. 골프백 4개가 충분히 들어갈 정도다. 2열 시트를 접으면 적재공간이 2166ℓ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한다. 차박도 가능하겠다.

혼다는 CR-V의 기본 안전·편의 사양도 이전 모델보다 대폭 늘렸다. 우선, CR-V 최초로 ‘HDC’ 기능을 기본 적용했다. 내리막길에서 브레이크 조작 없이도 속도를 줄여주는 기능이다. 기어 노브 옆 스위치를 눌러 온·오프할 수 있다.

‘락폴딩’ 부재 등 단점도 여럿


CR-V에 기본 탑재한 운전자 주행 보조 시스템 ‘혼다 센싱’도 업그레이드됐다. 차량에 부착한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외부 상황을 인지하고, 사고 예방을 돕는 시스템이다.

혼다는 ‘신형 센싱’에 시야각을 90도까지 확장한 광각 카메라를 장착했다. 레이더 인식 범위는 120도로 늘렸다. 덕분에 정속 주행 장치와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 성능이 향상됐다. 혼잡 교통 상황에서 차선을 감지해 작동하는 조향 보조 시스템 ‘트래픽 잼어시스트’ 기능과 시속 10㎞ 이하 저속 주행 시 차량 앞·뒤 물체를 감지해 구동을 제어하는 ‘저속 브레이크 컨트롤’ 기능도 센싱에 추가했다.

혼다는 원격 차량 관리 서비스 ‘혼다 커넥트’를 CR-V에 첫 적용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을 제어하고 상태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CR-V는 이밖에 ‘10 에어백’ 시스템과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시스템, ‘운전자 졸음 방지 모니터’ 등이 기본 옵션이다.

다만, CR-V는 반드시 따져봐야 할 단점도 지녔다. 사이드미러 ‘락폴딩’ 기능이 없는 게 대표적이다. 승·하차 시 운전석 도어트림에 자리한 버튼을 직접 눌러 미러를 접거나 펼쳐야 한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치명적 단점이다. 굉장히 불편했다. 주차 뒤 습관처럼 시동을 껐다가 다시 켜 버튼을 누르는 게 반복됐다. 승·하차할 때마다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계속됐다.

운전석 대비 넓은 조수석 쪽 사각지대를 없앤 ‘레인 와치’ 기능도 아쉽다. 우회전 방향 지시등을 켜면 사이드미러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후측면 상황을 디스플레이로 확인할 수 있지만, 좌회전할 때는 이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화질은 그야말로 ‘안습(안구에 습기 찬)’ 수준이다. 차량 내 스피커 음질도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 투박하고 거칠다. 티맵 등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등에게는 내장형 기본 내비가 없는 것도 불편 요소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309호 (202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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