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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폭발적 가속력과 편안한 승차감, 기아 EV9 

큰 덩치에도 5초 만에 시속 100㎞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효율성도 돋보여… 도심·고속도로 전비 모두 ‘굿’
효율적 충전시간 만족… 20여분 만에 80% 충전


▎EV9의 외모는 웅장함 자체다. / 사진:기아
기아는 지난 6월 EV9을 출시했다. EV9은 현대자동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기반한 기아의 둘째 모델이다. 국내 최초 3열 대형 전동화 SUV로 인기다.

기아는 EV9을 앞세워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유럽 현지에서 EV9을 출시한 것을 기념해 세계적 테니스 스타이자 글로벌 홍보대사인 라파엘 나달에게 EV9을 선물했다. 2021년 10월 첫 전용전기차 EV6를 제공한 데 이어 EV9을 추가로 전달한 것.

나달은 스페인 태생이다. 기아는 2004년부터 나달을 공식 후원했다. 19년째다. 동행은 2025년까지 계속된다. 나달에겐 은인이 따로 없다. EV6는 물론 EV9을 유럽 현지에서 이동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넓은 실내에 수납공간도 ‘큼직’


▎EV9의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는 운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 사진:기아
최근 서울에서 경기 화성까지 왕복 160㎞ 거리를 EV9 어스 6인승 사륜구동(AWD) 모델로 달렸다. 시승 차량은 부스트 옵션 등을 지닌 9400만원대 풀옵션 모델이다.

EV9 에어·어스 후륜구동 19인치 타이어 장착 모델은 기아 전기차 라인업 중 가장 긴 복합 주행 거리를 지녔다. 완충 시 501㎞를 운행할 수 있다. 99.8㎾h 대용량 배터리 등을 탑재한 까닭이다. 사륜구동에 21인치 타이어를 단 시승 차량의 복합 주행 거리는 454㎞다. 도심에서는 502㎞를 달릴 수 있다. 고속도로에선 395㎞를 주행한다. 내연기관차와 달리 도심 전비(내연기관차의 연비)가 오히려 좋다.

화성으로 가기 전날 강변북로와 서울 시내 도로 위주로 118.6㎞를 운행했다. EV9은 에코·노멀·스포츠·마이 드라이브 등 4개 드라이브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 도심 연비를 테스트하기 위해 줄곧 에코 모드로 두고 주행했다. 에어컨 등은 가동하지 않았다.

덩치가 워낙 큰 차인 만큼, 친해지기 어려울 줄 알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금방 익숙해졌다. 다루기 쉬웠고, 아늑했다. 1·2열 모두 널찍했고, 헤드룸도 충분했다. 접혀 있던 3열은 그대로 뒀다. 곳곳에 충분한 수납공간이 자리했고, 3열과 아우러진 트렁크 적재 공간은 광활했다.

이제 고속도로 연비 등을 테스트할 차례다. 화성으로 떠나기 전 계기판을 확인했다. 차량 인수 당시 76%였던 배터리 잔량과 405㎞의 주행 가능 거리가 각각 59%, 324㎞로 줄어 있었다. 평균 전비는 5.4㎞/㎾h로 표시됐다. 시승 모델의 복합 전비(3.9㎞/㎾h)는 물론 도심 전비(4.3㎞/㎾h)를 웃돌았다.

주행 기록을 초기화하고, 에코 모드로 둔 채 목적지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급출발·급가속·급제동을 자제했다. 지점 과속 단속 구간 등에서는 ‘고속도로 부분 자율주행’ 기능을 최대한 활용했다.

고속도로 부분 자율주행은 고속도로 주행 시 운전자가 핸들을 잡지 않아도 앞차와의 안전거리와 차로를 유지한 채 최고 시속 80㎞ 속도로 주행할 수 있는 레벨 3 조건부 자율주행 기술이다. EV9은 2개의 라이다를 포함한 총 15개의 센서와 통합 제어기 등을 바탕으로 도로 환경에 맞춰 속도를 조절한다. 전방 차량은 물론 끼어드는 차량을 판단해 안전거리를 유지한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경기 화성 서신면까지 81.3㎞를 운행했다. 배터리 잔량은 45%, 추가 주행거리는 247㎞로 표시됐다. 평균 전비는 5.8㎞/㎾h로, 서울 시내에서보다 오히려 기록이 좋았다. 고속도로에서도 운전 습관에 따라 ‘전비 주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돌아가는 길엔 달리기 테스트를 해보기로 했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바꿨다. 차량이 한결 날렵하게 반응했다. 고속도로 진입 구간에서 가속 페달을 있는 힘껏 밟아봤다. 즉시 고개가 뒤로 젖혀지면서 총알처럼 튀어나갔다.

EV9 기본 트림(에어·어스) 중 사륜구동 모델은 최고 출력 283㎾(384마력), 최대 토크 600Nm의 전·후륜 모터를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 부스트 옵션을 더한 시승 차량과 GT 라인은 토크를 700Nm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5.3초 만에 도달할 수 있다.

화성에서 서울까지 78.9㎞를 더 달렸다. 배터리 잔량은 28%, 잔여 주행 거리는 140㎞였다. 평균 전비는 4.9㎞/㎾h로, 시승 모델의 고속도로 전비(3.4㎞/㎾h)를 상회했다. 도심은 물론 고속도로에서도 효율성이 돋보였다. 다만, 고속 주행 시 차량 내부에서 발생하던 ‘찌그덕’거리는 잔 소음은 대단히 아쉬운 대목이다. 이는 시승 차량만의 문제일 수도 있다.

외장 디자인은 웅장함 그 자체


EV9의 외모는 웅장함 자체다. ‘디지털 타이거 페이스’를 적용한 전면부는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과 ‘스몰 큐브 프로젝션 LED 헤드램프’, ‘스타맵 LED 주간주행등’ 등이 어우러져 미래 지향적 느낌을 준다.

EV9 측면부는 직선으로 구현한 다각형과 부드러운 볼륨감이 느껴지는 차체 면과의 대비를 통해 단단함과 고급스러움을 동시에 담아냈다. 후면부는 ‘스타맵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를 적용해 전면부와 통일감을 준 것은 물론 넓은 차폭을 강조했다. 깨끗하게 정제된 면의 테일 게이트가 각진 숄더라인에서 연결되는 날렵한 엣지와 어우러져 세련되고 강인한 자세를 완성했다.

EV9 실내는 편평한 바닥과 긴 휠베이스 등 E-GMP의 특성을 활용해 설계한 공간에 정제된 느낌의 시트와 센터콘솔 등의 디자인으로 공간감을 극대화했다. 12.3인치 클러스터·5인치 공조·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스플레이를 매끄럽게 이은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는 운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한다.

기아는 EV9에 차체를 최적의 상태로 제어해 안전성을 높여주는 기능들을 적용하기도 했다. ‘다이나믹 토크 벡터링(eDTVC)’은 차량 선회 시 각 바퀴에 적절한 토크를 분배해 안정적으로 회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횡풍 안정 제어’는 고속 주행 중 측면에서 강풍이 발생할 경우 편제동과 조향 토크제어 기능을 바탕으로 거동 안정과 차선 이탈 방지를 보조한다. ‘오토터레인 모드’는 스노우·머드·샌드 등 노면에 적합한 모드를 자동으로 설정해준다.

전기차는 ‘밥 먹이는’ 시간이 가장 중요하다. 기아에 따르면 EV9은 350㎾급 충전기로 24분 만에 배터리 용량을 10%에서 80%까지 채울 수 있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202312호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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