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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련의 지구촌 인문기행 (8)] ‘아드리아해의 보석’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를 보지 않고 천국을 말할 수 없다” 

발칸반도의 어지러운 역사 잊게 하는 두브로브니크 요새 성벽 투어의 풍경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은 ‘신의 정원, 요정의 숲’이라 불리는 천상의 美


▎나라 곳곳이 문화유산 그 자체인 크로아티아를 대표하는 휴양지 중 하나인 스플리트는 밤에도 빛난다. / 사진:크로아티아 관광청
여행을 하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흠뻑 빠질 때는 탄성이 함께 나온다. 순연(純然)한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그 다음은 영세한 표현의 한계에 자탄하게 된다. 인간은 본성적으로 늘 표현에 목마름이 있는 존재라고 했던가. 이럴 땐 ‘끙끙대지 말고 안으로 천천히 마음 밭에 되새기자’라며 자신을 타이른다.

아드리아해를 끼고 동부 유럽 끝자락에 자리한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Plitvicka)를 접하고도 그랬다. 흔히 ‘신의 정원’이라고들 하더니 정말 그럴싸했다. 아니, “신이 자신을 위해 숨겨놓은 어여쁜 정원 같다”는 문장이 더 어울린다. 신성한 아름다움에 아기자기함과 정겨움도 갖추고 있어 매일 산책하지 않곤 못 배기는 정원에 어울린다.

가장 많은 관람자로 전 세계 영화사의 한 획을 그은 SF 영화 <아바타>의 무대 배경으로도 각광을 받은 플리트비체의 숲과 호수들. 영화 속에서 플리트비체는 100여 년 후인 2150년대 인류가 진출한 신비로운 행성, ‘판도라’의 자연과 원주민의 생활상을 표현하는 데 적합해 차용된 것 같다. 아마도 별세계의 신기함과 이질감을 그곳을 통해 관객에게 주입할 수 있으리라 자신한 모양이다.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한 EU 국가

눈부시게 아름다운 대자연을 만나는 일은 더할 수 없는 축복이다. 자연을 통해 인간은 창조주의 신성(神性)과 위대한 능력에 감읍하며, 절로 머리를 숙이게 된다. 그야말로 자연을 ‘하나님의 숨겨진 얼굴’인 양 받아들여 그 앞에서 경탄하고 소름이 돋는 경우가 종종 있다. ‘산이 많아 푸르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발칸반도로 향하는 마음은 생생하게 요동쳤다.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은 데다 ‘유럽의 화약고’라는 언어가 머릿속을 맴돌지만, 언젠가부터 ‘죽기 전 꼭 가봐야 할 명소’인 양 지구촌 사람들을 불러 모으니 더욱 그곳으로 발길을 재촉하게 된다.

유럽대륙 동남쪽 끝자락에 자리한 발칸 국가들은 우리에겐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길목인 곳. 그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다양한 세력의 끝없는 충돌과 속박을 받은 역사가 계속됐다. 발칸반도의 혼란스런 민족·종교·문화·영토 문제는 당연한 귀결이리라. 잦은 전투가 일상인 양 오랫동안 온 세상 매스컴에 노출됐으니 발칸의 뉴스는 왠지 그 지역이 위험하고 음울할 것 같은 선입견을 고착화한다. ‘폭력과 야만’, ‘인종청소’, ‘내전’, ‘유럽의 화약고’라는 단어가 멋대로 생각을 가둔다.

발칸반도의 나라들이란 19세기 이후 도나우강, 사바강 등을 경계로 한 이남 지역 나라들을 지칭한다. 유럽 남동부의 몬테네그로·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북마케도니아·불가리아·알바니아·코소보 및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그리스 대부분을 포괄한다. 그 중 여행지로 유난히 각광을 받는 곳이 있다. 1300여개의 섬이 담겨있는 아드리아해를 가운데 두고 장화같이 생긴 이탈리아를 건너편에 마주 보고 있는 크로아티아는 그 복잡다단한 역사와는 무관하다는 듯 천혜의 자연경관을 뽐낸다. 한때는 유고슬라비아의 한 부분이기도 했던 이곳은 기다란 해안과 깊숙한 내륙을 동시에 가진 V자 모양새를 하고 있다. 국토는 8만8000㎢로 10만4000㎢인 한국보다 약간 작지만, 국민은 약 403만 명 수준으로 한국의 13분의 1수준이니 느슨하다.

지난 2013년부터 유럽연합에 가입해 새로운 이미지를 형성 중이다.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독립한 국가 중 슬로베니아와 더불어 1인당 GDP가 1만 달러가 넘는 국가다. 약 1만6800달러 수준으로 3만5000달러인 한국의 2분의 1정도다. 관광산업이 주 수입원이지만 주요산업은 기계·조선·화학·석유·천연가스·알루미늄 등 경공업과 중공업이 고루 발달돼 있다. 한국인들에게는 약 10년 전 한 방송 프로에 소개된 이후 다른 어느 곳보다 매력적인 관광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단한 풍광으로 주목받고 있는 크로아티아는 옆구리에 아드리아해를 끼고 있다. 아드리아해 연안은 섬과 반도, 만 등 굴곡이 심한 해안선을 형성해 부근의 경치는 눈에 띄게 아름답고 변화무쌍하다. 이 지역은 역사적으로 동방정교회를 믿는 동로마제국(비잔티움제국, 395~1453) 치하를 거쳐 이슬람교의 오스만제국(1299~1922) 지배를 받았다. 연이어 로마 가톨릭교회가 주류인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1867~1918) 등의 영향권 아래에서 얽히고설켜 종교적 이합집산에 따른 정치 기류와 문화유산이 복잡다단하다. 정치적 지형 변화는 피지배인들에게 억압과 상처, 살상을 가져다주기 마련이다.

선계(仙界)의 신비 담은 플리트비체


▎신도 숨겨 놓고 싶은 비현실적 절경을 뽐내는 플리트비체 호수와 폭포들. / 사진:언스플래시
아직도 바깥세상 사람들에게는 러시아제국의 지배를 받고 한동안은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1945~1992)내 6개 공화국의 일부였다가 독립을 선언, 유럽연합의 한 국가가 된 이 나라가 낯설고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들 발칸 제국들을 제대로 느끼려면 우선 지나간 역사부터 공부하고 알아야 한다. 그래야 또 다른 매력으로 살아남은 그들 문화와 자연이 흥미진진해지고 소중해진다.

크로아티아의 아드리아해 해안가는 천혜의 자연이 비밀스럽게 둥지를 튼 느낌이 든다. 그중 플리트비체와 두브로브니크, 스플리트는 단연 압권이다. 그중 몇 곳의 기막힌 풍광들을 담은 영상이 몇 년 전부터 여행애호가들을 통해 부지런히 퍼 날라지다 보니 요즘은 전 세계 여행객들이 넘쳐 현지인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오버 투어리즘’의 현장으로 변모했다.

‘신의 정원’이라는 별명을 가진 크로아티아 최대, 최고의 국립공원인 플리트비체(Plitvicka) 호수공원은 조물주가 인간계에 내려올 때 마치 사색하고 휴식하기 위해 감추어놓은 정원 같다. 신이 자신을 위해 마련해 놓은 지구 행성의 휴식처 같다고나 할까? 그 자연경관이 내뿜는 정기조차 예사롭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숨가쁜 일정 속 거친 호흡과 맥박이 안정을 찾아 잔잔하게 흐르는 느낌을 가질 수 있으니 말이다.

유럽인들 사이에서도 가장 경이로운 풍광의 하나로 꼽히는 플리트비체는 울창한 숲속에 다양한 모습의 폭포들이 낙하하면서 저마다 다른 속도와 박자로 경쾌한 함성을 내지른다. 아름다운 두 개의 산 사이에 자리한 플리트비체는 16개의 에메랄드빛, 청록색 호수들이 90여 개의 다채로운 폭포들을 집중적으로 담아내 저마다 지상 최고의 아름다움을 경연하는 듯하다. 그야말로 신의 위대한 예술혼이 지구 행성의 자연 풍경을 가장 멋지게 보여주려 작심한 듯한 느낌이 든다. 플리트비체는 갖가지 보석이 가득 담긴 상자인 양 눈부시게 영롱하다. 호수 수심에 따라 청록색도 자연스레 다채롭게 변색한다. 하늘에서 흐르고 다시 호수 위에 그대로 비치는 뭉게구름 역시 혼재돼 시시각각 변신한다. 바람에 따라 흔들리는 나뭇잎도, 산책로를 도는 사람들의 울긋불긋한 모습도 비쳐 그야말로 선계(仙界)의 풍경을 내보인다. 그래서 ‘요정의 숲’이라는 또 다른 별명이 주어졌나 보다.

재난과 로맨스를 그려낸 영화 [타이태닉]을 만든 저명한 감독 제임스 캐머런이 연출한 [아바타]의 배경으로 잘 들어맞는 느낌이다. 지금까지도 그 후속작이 연이어 만들어지고 있는 영화다. 신의 화신이나 사용자의 분신을 의미하는 용어인 아바타를 통해 별천지 세계를 연출하려고 플리트비체를 선택한 제작진의 그 출중한 안목이 돋보인다.

영화 '아바타'의 배경


▎두브로브니크 중심 거리에 두브로브니크 성당이 랜드마크처럼 자리해 있다. / 사진:고혜련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Zagreb)에서 남쪽으로 2시간 30여분 달리면 이 신비로운 공간과 만날 수 있다. 석회암과 백색을 띄는 퇴적암인 백악 위로 흐른 물이 석회침전물을 쌓아 형성된 대표적인 카르스트 지형(석회암이 물속의 탄산가스에 의해 용식되거나 침전되어 형성되는 지형의 통칭)이다. 수천 년간 강물이 흐르면서 석회암이 융해돼 계곡처럼 움푹 파인 호수가 형성됐다. 호수들이 층층이 연이어지는 다단계 호수가 일품이다.

노쇠해 쓰러진 나무 위에 석회암침전물이 엉겨 붙고 호수를 막아 천연 댐이 형성된 후 자연스레 폭포가 되어 그 아래 곳곳으로 흘러내린다. 이토록 특정지역 안에 시시각각 다른 빛과 색상을 자아내는 16개의 크고 작은 호수들과 90여개의 폭포와 동굴 등이 촘촘히 얽혀 환상적인 모습을 보이는 곳은 매우 드물다. 초록과 옥빛이 감도는 호수 위에 조성된 나무 산책로들을 산책하다가 보트를 타기도 하면서 원시림에 안기면 뼛속 깊이 편안한 기운이 감돈다.

원시림 속의 호수·폭포 공원의 절경을 감상하는 코스도 다양하다. 여행자의 시간 여유에 따라 하루 코스·반나절 코스·2시간 약식코스 등이 있다. 최대 6~7시간 정도 걸리는 하루 코스의 경우 ‘입구2’에서 상층부→중층부→하층부 순으로 산책하면 된다. 상층부에서 하이킹을 시작해 오크루그라크·갈로바체·그라딘스코 호수 3곳을 감상할 수 있다. 중층부코스에서는 코즈야크 호수를 만나 15분간 배를 타고 이동해 하층부 선착장으로 가 하이킹을 다시 즐길 수 있다. 하층부에는 밀라노바츠·가바노바츠·칼루데로바츠·노바코비차 브로드 등 4개 호수와 벨리키폭포 등을 감상할 수 있어 즐겁다. 특히 높이 78m로 가장 낙폭이 큰 벨리키폭포에 연이어 줄줄이 떨어지는 다단계 폭포가 장쾌한 멋을 선사한다. 이 코스 등을 모두 이으면 산책로가 8㎞ 정도 된다.

넉넉하게 시간을 할애하면 근처 숲과 나무, 호수에 서식하는 동식물을 느긋하게 감상할 수 있다. 맑은 물에는 송어와 작은 물고기·청개구리들이 한가롭게 유영하고 100여 종의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이 낙원을 떠올리게 한다. 작고 귀여운 들꽃들이 청초한 아름다움을 뽐낸다. 운이 좋으면 사슴이나 늑대 등 야생동물을 접하는 기회도 주어진다. 플리트비체는 1949년 크로아티아의 첫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고, 1979년에는 유네스코에서 세계자연유산이 됐다. 총면적 8700만평(약 2만9000ha)에 숲이 6600만 평, 호수와 개천은 65만 평에 이른다. 이 공원 안에 담긴 큰 목장과 농장도 평화로움에 일조한다.

그 다음은, 평소 국내외에서 무수한 영상과 광고를 통해 가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 두브로브니크(Dubrovnik)로 발길을 재촉한다. “두브로브니크를 보지 않곤 천국을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다는 영국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1856~1950)의 찬사가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버나드 쇼도 반한 두브로브니크


▎두브로브니크의 해안마을 전경. 성벽 위를 걷게 만든 성벽 길이 민가와 어우러진다. / 사진:고혜련
대표적 이동 시설인 기차 편이 없는 두브로브니크를 버스로 가는 길은 멀고도 멀다. V자 형으로 생긴 크로아티아 땅덩어리의 맨 아랫부분에 놓여있으니 특히 그렇다. 비행기로 1시간 거리다. 아드리아해의 절경을 따라 좁은 육로들을 버스로 이동하면 시간은 걸리지만 원 없이 아름다운 해안 풍경에 심취할 수 있어 좋다.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하자마자 천상의 해안 절경을 따라 조성된 성벽 근처로 성급하게 달려가게 된다. 이곳 관광의 하이라이트는 단연코 성벽투어다. 마치 공중에 떠 있는 양 바다를 내려다보며 성벽 꼭대기에 구불구불 운치 있게 조성된 좁은 산책로를 따라 걷는 코스는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눈부시도록 검푸른 바다를 캔버스 삼아 펼쳐진 주홍색 마을 풍광에 당장 마음을 빼앗기게 마련이다. 아드리아해 스르지산 자락에 자리한 두브로브니크를 외부세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쌓은 2㎞ 이상의 성벽 위 길은 5개의 요새와 16개의 탑으로 구성돼 있다.

성벽 산책은 성벽 왼쪽, 티켓 판매 창구로부터 시작해 한 바퀴 돌면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게 돼 있다. 두 시간여 멋진 풍광에 흠뻑 취해 마치 다른 행성의 어느 곳을 여행하는 기분을 건질 수 있다. 때론 산책로 밑으로 자리한 서민들의 집안과 정원 풍경도 흘깃 훔쳐볼 수 있어 재미를 더한다. 빨랫줄에 걸린 속옷들, 먹이를 탐해 눈치를 보는 고양이 무리, 정원에서 서성이며 담배를 태우고 텃밭을 가꾸는 주민들의 생활상을 들여다보면서 현실과 상상 속을 넘나든다.

현재 남아있는 5개의 요새 중 성 요한 요새는 남동쪽 항구를 지키기 위해 1346년에 세운 첫 번째 사각형 모양의 부두 타워다. 성채 수비를 위해 쓰였던 대포가 포진해 있고, 지상층 요새에는 큰 수족관과 해양박물관도 자리하고 있다.

성곽 전망이 가장 멋지게 나오는 곳으로 소문나 누구나 인증 샷을 찍는 곳은 민체타 요새다. 이곳 전망대에 오르면 대표 영상으로 널리 알려진 주홍색 지붕, 아이보리 담장으로 거대하게 도배된 도시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바다를 껴안은 두텁고 높은 성벽이 천연요새 역할을 해 이 지역을 450년간 별 손상 없이 아름답게 유지할 수 있었다니 참 고마운 일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 두브로브니크를 잘 조망할 수 있는 스르지산 전망대에서 이 성곽도시의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보통 성벽 산책과 구시가지를 다 둘러 본 후 들르는 코스인데 이곳에서 보는 일출과 일몰의 황홀한 풍경은 잊지 못할 추억으로 여행객들의 머릿속에 깊이 박혀있으리라. 하늘과 바다, 절벽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요새 산책로 한 바퀴를 여유 있게 돌고 난 후 요새를 내려와 번화가인 스트라둔 대로(플라차 대로)를 구경하는 맛도 일품이다. 미로인 양 좁게 여기저기 펼쳐진 샛길 따라 자리한 상점들 역시 즐거움과 추억거리를 선사한다.

이곳 구시가지 건축물들은 하나같이 두브로브니크 근교에서 가져온 주홍빛 테라로사토(카르스트 지형에서 볼 수 있는 적색 토양)로 빚은 기와지붕을 저마다 모자인 양 얹고 있다. 검푸른 바다색과 어우러진 절묘한 색상의 조화와 변화가 요술 같다.

두브로브니크 번화가인 스트라둔 대로 끝자락에 있는 루자 광장 근처에는 바로크양식의 아름다운 성(聖) 블라이세 성당이 있다. 또 고딕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로 두 번의 지진에도 살아남아 원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스폰자 궁전, 15세기 두브로브니크 최고 통치자의 집무실이었던 렉터 궁전 등이 자리하고 있어 이 지역 역사의 흔적들을 살필 겸 부지런히 들려볼 만 하다.

인간을 겸허하게 만드는 아름다움

플리트비체, 두브로브니크 외에도 아드리아 해안가에는 천연의 아름다운 도시들이 줄을 잇는다. 자동차를 직접 운전하거나 버스를 이용할 경우 이왕 먼 길을 온 김에 한 번씩 들려 잊지 못할 자연을 가슴에 담아갈 만하다. 그중에서도 3세기경 로마의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아름답고 따뜻한 고향 해안가에서 여생을 보내기 위해 아드리아해 한 쪽에 호화로운 궁전을 지었다는 황제의 도시, 스플리트(Split)는 매력 넘치는 휴양도시로 전 세계인들이 줄지어 찾는 곳이다. 또 13세기 초부터 수백 년간 베네치아 공국의 지배를 받아 그 흔적이 남아있는 고도(古都)의 환상적인 일몰 풍경과 파도와 어우러져 감미로운 소리를 내도록 설치한 ‘바다 오르간’이 신비로운 음률을 쏟아내는 자다르(Zadar) 등도 들러볼 만하다.

눈부신 자연의 찬란한 아름다움은 인간들에게 창조주의 임재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소위 ‘자연 계시’의 영어 표현이 ‘natural revelation’다. 그렇듯 자연은 창조주의 존재를 드러내 폭로해주고 깨우쳐주니 딱 맞는 말인 것 같다.

※ 고혜련 - 칼럼니스트. 자연과 함께하기, 온 세상 여행하기가 요즘 주요 관심사다. 중앙일보 등 국내외 주요 일간지에서 기자·문화부장·런던특파원을 지냈다. [어머니, 당신은 내 운명], [힘내! 이제 다시 시작이야] 등 7권의 저서가 있다. 이화여대를 거쳐 미국 뉴저지주립대, 영국 런던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저널리즘을 전공했다. 현재 출판사(주)제이커뮤니케이션 대표로 일한다.

202402호 (2024.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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