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없는 촘촘한 노인 복지제도 시행 목표… 관건은 재원 마련“발품 팔아 직접 보고, 듣고, 정책 반영하는 ‘현장제일주의’ 펼칠 것”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기초연금 도입 10주년을 맞아 월간중앙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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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자료 ‘2022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적정 노후생활비는 가구당 월 322만원, 최소 월 227만원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65세 이상 고령 인구 대부분이 공적연금인 국민연금을 단독 노후 수단으로 꼽았는데, 연금공단의 2023년 자료에 의하면 가입기간 20년 이상 수급자의 평균 연금액은 103만원에 불과하다. 이상적인 최소 노후생활비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OECD 자료 ‘2023 한눈에 보는 연금’ 자료에도 이런 현실이 반영됐다.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인구의 소득 빈곤율은 40.4%로 OECD 평균인 13.1%의 약 3배에 가깝다. 미국(23%), 일본(20%) 등 주요국과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이런 노인 소득 공백을 보완하기 위해 시행 중인 대표적인 공적연금이 하나 더 있다. 기초연금이다.기초연금 제도는 65세 이상 전체 노인인구의 소득하위 70% 이하를 대상으로 지급되는 ‘비기여형’ 공적연금이다. 올해 기준 연금액은 33만4810원(단독가구 기준 최고 금액). 단, 가구별 소득인정액이 선정기준액(2023년 기준 단독가구 202만원·부부가구 323.2만원) 이하라는 조건과 더불어 국민연금 가입기간 및 급여액 등에 따라 감액될 수 있다. 작년 보건복지부 자료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 약 650만 명이 기초연금을 받았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약 70%에 해당한다.
노인 인구 1000만 시대, 초고령 국가 진입기초연금법이 제정된 것은 2014년 박근혜 정부 때다. 그 이전인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시행한 기초노령연금을 계승 발전한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과 더불어 중요한 노후소득보장제도로 손꼽히며, 일명 ‘현금성 지원’이어서 저소득 노인 가구에 매우 요긴한 제도로 자리매김했다. 이 제도의 가장 큰 목적은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제공해 노인의 생활안정을 지원하고 복지를 증진하는 것이다. 노인 소득 빈곤율을 낮춰 재정적인 측면뿐 아니라 삶의 질을 상승시키며 심리적인 안정까지 돌보는 효과도 기대한다.기초연금은 2022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연금개혁 논의의 최전선에 있다. 기초연금의 제도적 설계가 국민연금과 밀접하게 맞물린 데다 기초연금 기준연금액이 빠르게 상승하는 반면, 국민연금액의 개선 등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두 제도 간 관계가 모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을 둘러싸고 지속해서 제기되는 관계 설정, 국민연금 연계 감액 등은 줄곧 도마에 오르는 제도적 주요 쟁점이다.올해 7월이면 기초연금제도 도입 10주년을 맞는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과 함께 지난 10년의 성과, 우리나라 노인 실태와 과제, 고령화 못지않은 사회적 위기인 저출산 현황 등을 살펴봤다.
기초연금, 노인빈곤율 낮추고 삶의 질 개선에 도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21일에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스물두 번째,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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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고령화 진행 속도가 일본이나 미국 등에 비해 굉장히 빠른 것으로 집계됐다.“올해 2월 조사에서 우리나라에 982만 명의 어르신이 계신 걸로 확인됐다. 아마 올해 말이 지나면 1000만 명이 되고, 내년에는 전체 인구의 20%가 어르신인 초고령 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인구의 20% 이상이 고령자일 때 초고령 국가로 진단하는데, 영국은 50년, 일본은 10년이 걸렸다. 반면 우리는 7년밖에 안 걸렸다. 너무 빠른 고령화는 변화에 준비할 시간이 부족해짐으로써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어떤 문제들인가?“예를 들면, 어르신들 기대수명이 84세다. 그런데 건강한 나이는 71세까지다. 대략 13년간을 아픈 상태로 보내야 하는데, 여기에 어떻게 대비하고 대처할 것인지 등이 모두 문제가 된다. 당장 치료비, 입원비, 간병비 얘기가 나오게 된다. 또 85세가 되면 40% 정도가 치매에 걸리는데, 전후로 치매 예방과 치매 치료에 대한 대책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을 잘 부양하기 위해 연금 개혁에 관한 수많은 의견이 나오게 돼 있다. 이 모든 것들이 과제라 할 수 있다.”
연금개혁의 주요 내용 중 기초연금에 관한 것을 빼놓을 수 없다. 벌써 제도 도입 10주년이다.“2014년 7월 시작된 기초연금은 어르신의 행복을 지키는 노후 보장의 핵심이 되는 제도라 할 수 있다. 작년 12월 기준 65세 이상 어르신의 약 70%에 달하는 651만 명이 이 기초연금을 받고 있다. 올해 예산액이 국비와 지방비 더해서 총 24조4000억원인데, 이는 우리나라 복지 사업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그런 만큼 사회적·재정적 의미가 매우 큰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중요성을 갖는 제도가 올해 10주년을 맞아 더욱 뜻깊은 한 해라고 생각한다.”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꼽는다면?“가장 큰 성과로 어르신들의 빈곤율을 낮추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 부분을 얘기하고 싶다. 기초연금은 그간 기준연금액을 꾸준히 인상해왔다. 첫해인 2014년에 20만원으로 시작했고, 현재는 33만4810원이다. 이 금액이 노인빈곤율을 낮추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조사해보니, 실제로 노인빈곤율은 기초연금 도입 이전인 2013년에는 46.3%, 2016년 43.6%, 2019년 41.4%, 2021년 37.6%로 꾸준히 하락해왔다. 지난 2022년에는 38.1%였다. 지난 10년간 노인빈곤율이 8.2%p 하락한 셈인데, 그중 기초연금이 노인빈곤율 완화에 기여한 효과를 7.2%로 추산(2021년 기준)하고 있다.”
우리나라 연금 수급자가 가장 많이 지출하는 분야가 식비, 고령으로 갈수록 병원비 지출이 많아진다는 통계가 있다. 기초연금 사용처는 어떤가?“기초연금도 마찬가지다. 어르신들이 주로 사용한 분야는 식비·주거관련비·보건의료비 순으로 많았다(2023년 기준 기초연금 사용처: 식비 81.4%, 주거관련비 9.3%, 보건의료비 6.2%). 실제 생활을 영위하는 데 필수 항목들로, 651만 어르신들이 편안한 노후생활을 영위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기초연금이 어르신의 행복을 지키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간 관계 재논의 필요한 시점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왼쪽)이 ‘제27회 노인의 날 기념식’에서 100세를 맞은 김택수 어르신께 청려장(장수지팡이)을 선물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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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제도 실행 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이라 할 만한 것은 무엇이었나. 또 그 해결은?“2013년 기초노령연금에서 기초연금으로 확대·개편하는 과정 중 수급범위, 기준연금액, 재원 등에 대해 많은 의견이 있었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최초·최고의 난관이었다. 당시 사회적 합의를 이뤄내기 위해 근로자 등 가입자 단체, 청년·노년층 세대별 대표 및 정부로 구성된 ‘국민행복연금위원회’를 구성했다. 총 13차례 회의를 통해 수급범위는 70%로, 기준연금액은 최고 20만원 내에서, 재원은 조세로 조달하기로 합의를 이끌어 내면서 해결한 바 있다.”
국민연금과 상호보완적이어야 할 기초연금이 오히려 국민연금의 걸림돌이라는 의견이 있다. 해결 방안은?“기초연금은 태생적으로 공적연금 사각지대에 놓인 어르신들의 노후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국민연금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으니 기초연금을 함께 수급해 총 노후소득을 증가시키는 역할이다. 그러므로 여전히 국민연금과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2023년 기준 65세 이상 어르신 중 51.2%가 국민연금을 받고 계시며, 어르신의 70%도 기초연금을 받고 계시므로,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간 관계에 대한 재논의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기는 하다. 현재 국회 연금특위에서 연금개혁에 대한 공론화를 추진 중으로, 이를 토대로 논의를 이어갈 생각이다.”
국비와 지방비가 소요되는 만큼 재원 마련과 마련된 재원을 어떻게 집행할 것인지가 관건일 듯하다.“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기초연금은 올해 총 24조4000억원의 예산이 편성된 대규모 복지 사업이다. 어떤 기준을 제시할지,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등을 세심하게 고려하고 원칙에 따라 진행한다. 현재 국가 부담인 국비는 지방자치단체의 어르신 인구 비율이나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우선한다. 이를 토대로 기초연금 지급에 드는 비용의 40~90% 범위 내에서 차 등 지원하고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 부담인 지방비는 국가가 부담한 금액을 차감한 액수에 대해 특별시·광역시·도 또는 특별자치도, 시·군·구가 상호 부담하고 있다. 부담비율은 어르신 인구 비율과 재정여건 등을 고려해 시·도 조례로 정하고 있다.”
연금개혁, 시민대표단 ‘500인 회의’ 개최하며 공론화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을 발표하는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 /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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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중 하나가 2024년에 기초연금을 40만원으로 증액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현재 연금개혁안이 진행 중인데, 40만원으로 인상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연계해 논의 중이다. 지난 3월 21일에 있었던 민생토론회에서도 대통령께서 거듭 ‘반드시 우리 정부 내에서 40만원으로 인상해서 우리 어르신들께 예우를 하겠다’고 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일등공신이었던 어르신들께 ‘효도하는 정부가 되겠다’고 하셨다. 어렵고 힘들 때 대한민국을 위해 고생한 어르신들을 예우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고 의무라고 생각한다.”
연금개혁에 관한 논의와 논란이 줄곧 있어 왔다. 방향성은 나왔으나, 세부적인 내용 협의가 제대로 되진 않은 모양새인데, 어떤가?“연금개혁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사회적 협의가 아닐까 한다. 현재 연금개혁 과제에 관해 서로 연구하고 논의하고 협의를 위해 시민대표단 ‘500인 회의’를 개최하는 등 공론화 단계다. 보험료를 얼마나 올려야 하는지, 소득대체율에 따른 분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수급 자격 연령을 몇 세로 정할 건지, 어디까지 보장해야 할지, 어느 정도 규모로 잡아야 할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상호보완적 관계로 어떻게 더욱 발전시킬 건지, 현재 시행 중인 퇴직연금이나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다양한 연금들과 어떻게 연계할 것인지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방위로 논의 중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시민들과 함께 공론화해서 나온 의견들을 종합해 받아들이고 반영할 예정이다.”
건강한 노후 지원책 및 저출산 지원 정책도 마련
▎제3차 국민연금 심의위원회에서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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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사를 보니 미등록 경로당을 지칭하는 ‘준경로당’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탄생시켰던데.“고령자 인구가 늘수록 경로당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아직 지역 곳곳에 미등록 경로당이 많다. 노인복지법이 정한 시설기준에 미달하기 때문이다. 지난 1월에 대전 장터노인정을 직접 방문했는데, 열악한 시설에 의존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현장에서 돌아와 곧바로 전수조사를 하고, 난방비를 지원하고 화재·안전 점검을 받도록 즉시 조치했다. 현재 미등록 경로당은 1676개소, 약 2만3000명이 이용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곳들이 ‘경로당’으로 전환되기 전까지 ‘준경로당제’를 운영해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지속할 예정이다.”
고령화 못지않은 사회적 위기로 저출산 문제를 꼽는다. 어떤 상황인가?“매우 심각하다. 작년 합계출산율이 0.72명이었다. 내년에는 0.68명, 2025년에 0.65명까지도 예측한다. 이렇게 되면, 생산인구 1명이 부양해야 하는 노인과 아이들이 1.19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가장 걱정되는 건 우리 사회의 체념하는 분위기다. 처음엔 다들 위기의식이 강했다. 하지만 점점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는 것 같아 우려가 된다. 사회 전체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출산 대책은 그동안 수없이 있었지만, 실효성 논란도 많았다.“정부가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한 후 17년 동안 저출산에 322조원을 투자하고도 합계출산율이 계속 감소한 것은 정책이 실패했다는 의미다. 정부의 책임 있는 당국자로서 또 기성세대의 한 사람으로 죄송한 마음이다.”
이전과 달라진 저출산 제도를 소개한다면?“과거에는 출산 자체에 집착했었다면, 지금은 아이를 잘 키울 환경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결혼이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 돌봄이나 양육 비용 부담을 덜고, 맞벌이가 가능하도록 육아를 지원하고, 주거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것이다. 특히 임신에 어려움을 겪는 난임부부를 위한 난임시술비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소득기준을 폐지하고, 체외수정 시술비를 지원하고, 난임시술 시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런 정책들은 모두 현장에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설문조사를 했기에 나올 수 있었다. 정책은 책상이 아니라 발이 만든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우리는 공급자가 아니라 국민의 이야기를 듣는 수요자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있다.”- 박세나 월간중앙 기자 park.sen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