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富를 위하여
이 땅에 민주주의 정치체제와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들어온 지 어언 60년-. 한데 아직도 부자를 보는 눈은 곱지 않다. 비슷한 자본주의 역사를 가진 일본은 물론 사회주의 체제 아래서 자본주의 원리를 도입한 중국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다.
지난해 서울에서 아파트값이 한창 오를 때 택시를 탄 뒤 도곡동이나 대치동으로 가자고 하면 눈치가 보여 적당한 거리를 두고 미리 내렸다는 사람도 있었다. 비싼 집에서 살거나 외제차를 굴린다는 점만으로 ‘이상하게’보는 국민정서부터가 문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월 초 성인 1,0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자들이 부정적인 방법으로 부(富)를 축적했을 것’이란 답변은 70.1%. ‘정당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했을 것’이라는 응답(25.2%)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잘나가는 사람과 기업을 질시하는 풍토는 한국 경제의 ‘동맥경화’ 현상을 악화시키는 병균이다.
우리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달성을 그토록 외쳐대지만 ‘반부자(反富者) 정서’ 내지 ‘반기업 정서’가 이래선 선진국 대열에 끼기 어렵다. 1990년대 사회주의 체제 아래의 동구권 몰락이 보여주듯 개인의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시장경제의 발전은 없다. 지나친 반부자 정서는 부자들로 하여금 지갑을 해외로 나가 열도록 만듦으로써 내수침체의 악순환을 연장시킬 수 있다.
부자를 존중해야 경제가 돌아가고 사회도 발전한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자기 것이 된다는 믿음이 있어야 더욱 머리를 쓰고 돈도 굴리는 법이다. 먼저 부자 스스로 정직하고 당당해야 하고, 사회가 그 정당한 부(富)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사전에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부터 없앨 필요가 있다. ‘장사꾼 정신’을 존중하자는 얘기다. 아직도 우리 의식 저편에 남아있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유교적 가치관을 떨쳐내고 ‘상공농사(商工農士)’의식을 갖자. 돈을 많이 벌려고 애쓰는 것은 권장할 일이지, 결코 터부시할 게 아니다.
포브스코리아는 창간 2주년을 맞아 한국에서도 부자들이 당당하게 사는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 ‘한국의 부호’ 리스트를 작성했다. 부자는 그냥 되는 게 아니다. 그들은 남다른 노력으로 오늘의 부를 일궜다.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신흥부호로 등극하는가 하면 과거의 영예를 뒤로 한 채 무대에서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 분야에서 부자 예비군이 뛰면서 세대교체가 진행되고 있다.
포브스코리아는 앞으로 개인별 재산, 젊은 벤처업계, 여성 경영자 등 분야별로 우리나라 부자를 분석해 소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