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녁 비가 와서 밤 공기가 유난히 상쾌하게 느껴지던 날이었다. 앳돼 보이는 두 아가씨가 와인을 시켰다. “넉넉지 않은 학생이니 싸고 맛있는 걸로….” 두어 시간 지났을까 이런 말을 했다. “인터넷 검색을 했더니 지휘자 카를로스 클라이버의 죽음과 와인에 관한 글을 쓰셨기에 찾아 왔어요.” 한 아가씨는 바이올린을, 다른 이는 작곡을 공부했단다.
이런저런 음악 이야기 끝에 ‘이 자그만 자리에서 라이브 음악이 될까’하고 중얼거렸다. 한 20분 지났을까 아가씨가 집에서 바이올린을 가져왔다. “김현식 노래를 연주해도 되죠?”,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 씨도 ‘얼굴’이랑 최백호의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도’를 리코딩했는데 뭘….” 그녀는 김현식의 대표곡인 ‘사랑했어요’를 시작으로 이어 클래식 한 곡을 들려 주었다.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현의 울림에 전율이 일어날 만큼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몇 해 전 두물 워크숍에서 첼리스트 피터 비스펠베이(Pieter Wispelwey)가 바흐 무반주 첼로 조곡을 코앞에서 연주하는 것을 들으며 감격해 했던 기억이 새삼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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