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의 대부’이자 일본 부자 순위 24위 한창우 회장. 2010년 매출 목표 50조원의 야망을 품고 있는 그는 우선 롯데를 뛰어넘어야 할 단기 목표로 삼았다. 돈은 일본에서도 얼마든지 벌 수 있다는 그에게 한국은 투자보다는 봉사하고 싶은 조국이다. ‘코리아 드라마 페스티벌’의 국제위원장을 맡아 고향을 찾은 그를 만났다. 진주 남강은 진양호에서 모였다가 삼천포로 흘러 망망대해로 나아간다. 10월 7일 진양호가 한눈에 들어오는 아시아레이크사이드호텔의 2층 비즈니스룸에서 만난 한창우(74) 마루한 회장도 60년 전 고향 삼천포를 뒤로하고 바다 건너 일본으로 떠났다. 그곳에서 온갖 차별과 인생의 굴곡을 이겨낸 그는 파친코 사업으로 억만장자가 됐다. 고향 얘기가 나오자 그는 아직도 선명한 경상도 사투리로 옛일을 회상했다.
“먹고 사는 게 힘들고 공부가 하고 싶어 열다섯 나이에 조그만 조각배를 타고 형이 있는 일본으로 밀항을 했지요. 세 시간이면 갈 줄 알았는데 꼬박 스물네 시간을 뱃멀미에 시달리다 시모노세키(下關)항에 도착했습니다. 당시 봇짐 속에 든 것은 콘사이스(영어사전)와 쌀 두 되가 전부였어요. 그때 들었던 기모노를 입은 일본 여자들의 게다(나막신) 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해요.” 그 소리는 ‘밀항자 신세를 면하려면 빨리 신고하라’는 누군가의 귀띔과 함께 그에게 타향살이의 막막한 시작을 알리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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