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막걸리 장수와 와인 

라 몽도(La Mondotte) 96 

우서환 비나모르 사장
매서운 바람이 몰아치던 날, 그의 종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5년이 넘도록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추우나 더우나 하루에 서너 번씩 꼭 들었던 소리였다. 저만치서 종소리가 울리고, 이어 뜻을 알 수 없는 “어허, 아싸” 같은 외침이 조금씩 가깝게 들리면 그가 집 앞에 온 것이다. 순회 중간에는 꼭 인도에 리어카를 대놓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그는 이 거리의 명물로 각인된 막걸리 장수다.



그의 복장은 1년에 두세 번 바뀌면 다행일 정도로 언제나 똑같다. 어디서 주운 듯 때에 찌든 ‘로스케(러시아인)’ 모자에 때가 묻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진한 갈색 셔츠, 청바지와 운동화 등. 어느 하나 온전해 보이는 게 없는 듯한 차림새다. 집을 수리할 때 공사판을 기웃거리며 인부들에게 막걸리를 팔려고 들어오기에 호통쳐 내보낸 적이 있는데 그 이후 나만 보면 웃으며 인사를 건네기 시작했다. 우락부락하게 생긴 모습이 영락없는 부랑자이지만 그의 생활은 오로지 ‘막걸리에서 막걸리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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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호 (2024.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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