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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Is Money 

 



“기업과 시장을 주도하려거든 이야기꾼(Storyteller·스토리텔러)이 돼라.”

지난해 말 한국을 찾은 덴마크의 미래학자 롤프 옌센(Rolf Jensen)이 세계지식포럼에 참가한 국내 기업인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정보화 사회에 완전히 적응하기도 전에 꿈과 감성, 그리고 이야기가 주도하는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가 활짝 열렸다고 그는 진단했다.

소비자들은 이제 상품 그 자체를 사는 것이 아니라 상품에 얽힌 이야기를 사며, 이야기를 품지 못한 상품은 창고에 처박힐 것이라고 단언했다.

실제 제품과 기업, 나아가 사람에게 꿈과 감성이 담긴 스토리를 입히는 ‘스토리 마케팅’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기업의 부가가치를 끌어 올리는 핵심은 창의성이고, 창의성은 바로 스토리로 연결된다. 스토리 자체가 비즈니스가 되고 있을 뿐 아니라 굴뚝 기업도 스토리가 없으면 이내 사양 길로 접어든다. 스토리에 웃고 우는 기업이 얼마나 많은가.

나이키는 신발에 마이클 조던이나 타이거 우즈의 성공을 담고 있다. 나이키는 불패와 승리의 신화를 중시하고 나이키를 신는 사람은 이 이야기를 체화한다.

페라가모는 구두의 기능보다 영화배우 마릴린 몬로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강조한다. 몬로는 숨을 거둘 때까지 페라가모 구두의 단골이었다. 그 페라가모 구두는 또 창업주 살바토레 페라가모의 꿈과 열정으로 버무려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불과 아홉 살의 나이에 구두 만드는 기술을 배우기 시작해 한 우물을 판 페라가모. 그는 수백만 명의 고객이 느끼는 발의 편안함에서 행복을 찾았다. “이 구두를 신으면 발가락이 수영을 하는 기분이네요. 이런 자유는 어느 누구도 내게서 빼앗아가지 못할 거예요”란 말을 평생 가장 큰 칭찬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회장은 CEO보다 i포드(Pod)의 성공담을 들려주는 이야기꾼을 자청한다. BMW의 뮌헨 공장은 단순히 자동차 공장이 아니라 제조라인과 박물관, 테마파크가 한데 어우러진 스토리 팩토리로 변신했다.

지포(Zippo) 라이터는 30년 전 베트남 전쟁에서 지포 라이터로 총알을 막았다는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로 지금도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런 스토리는 하루아침에 생겨나는 게 아니다. 꿈과 영감, 이를 이루기 위한 불굴의 신념이 한데 어우러져 나온다.

리더십에서도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감성 리더십’에 점차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버드대의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er)는 저서 <다중지능>에서 “우리 시대의 리더는 스토리텔러”라고 말한다. 그는 현대 지도자가 갖춰야 할 필수 덕목으로 대중에게 설득력 있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능력을 꼽았다.

이쯤 되면 이야기는 자리를 즐겁게 만드는 양념에 불과한 게 아니라 기업,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막강한 성장 잠재력이라 할 만하다.

창간 5주년을 맞은 포브스코리아는 감성이 지배하는 21세기에 새로운 부를 창조하는 열쇠로 ‘이야기’를 찾았다.

13박14일 동안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독일을 돌면서 패션 브랜드 살바토레 페라가모, 최대 명품업체 루이뷔통 모엣헤네시(LVMH), 자동차 브랜드 롤스로이스·마세라티, 가전 제조업체 밀레(Miele), 명품 화장품 브랜드 달팡(Darphin), 와인 브랜드 반피(Banfi) 본사를 방문했다.

이야기를 사고팔며 자신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된 기업들이 그 주인공이다.

오너와 CEO를 만나고 마케팅 담당자와 이야기 디자이너도 인터뷰했다. 이들이 풀어놓는 ‘이야기 보따리’엔 가격 경쟁력이나 경기 침체, 샌드위치론 같은 말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대신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제품에 입혀 꿈과 감성이 가득한 명품으로 만드는 노하우가 듬뿍 담겨 있었다. 그 뒤엔 창의력을 바탕으로 한 국가 교육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었다.

이들 기업은 스토리란 DNA(유전자)를 자사 제품에 주입하기 위해 지금도 끊임없이 노력한다. 이런 노력이 치열할수록 기업의 생명력은 강해지고 상품은 두고두고 고객들에게 사랑받는다.

어떤 전문가는 나이 80이 돼서도 어린이의 영감을 가져야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나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분명하게 하는 핵심 이야기만 있으면 제품 값이 아무리 비싸도 고객들은 지갑을 연다는 게 마케팅 전문가들의 지론이었다.

물론 한국에도 각 분야에 이야기꾼이 여럿 있다. 그러나 꿈과 열정, 창의력을 갖춘 이야기꾼이 훨씬 더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한국의 미래도 밝아진다.(편집자주)

200803호 (200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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