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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 쓰나미의 위력이 이만저만 아니다. 물건이 안 팔리고 실업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그 바람에 올해 한국의 성장률은 마이너스로 떨어지게 생겼다. 외환위기 때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이 사태의 근본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최근 10여 년간 미국을 휩쓴 자유방임적인 시장주의와 그것이 가능하도록 한 미국 정부의 금융규제 완화 정책 탓이다.” 저자인 최운화 로스앤젤레스(LA) 커먼웰스 비즈니스은행장은 이렇게 말한다.
모든 문제가 그렇듯 이 사태도 기본적으로 탐욕에서 출발했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하지만 욕심은 본성이다. 그래서 그는 탐욕 자체를 탓하진 않는다. “무분별한 탐욕을 방치하고 조장한 제도가 문제”라는 것이다.
미국은 대공황 후 금융 시스템을 적절히 규제하던 글래스·스티걸법을 66년 만인 99년에 폐지했다. 그러곤 금융회사의 다양한 영업 활동에 넘치는 자유를 부여한 그램겦?죦블라일리(GLB)법으로 대체했다.
저자는 이것이 오늘의 위기를 부른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비판한다. GLB법은 보수적으로 운영돼야 할 상업은행과 그렇지 않은 투자은행 간 업무 영역의 구분을 없앰으로써 무한경쟁을 촉발했다. 그 결과 월가의 금융회사들이 모기지유동화채권(MBS), 부채담보부채권(CDO) 같은 서브프라임 부실채권을 바탕으로 한 파생상품을 광적으로 양산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린스펀 전 의장이 9?1테러 후 연쇄 금리 인하를 통해 과잉 유동성을 공급, 버블의 토양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는 그린스펀이 자유시장 시스템에 대한 맹신, 또는 오만에 사로잡혀 GLB법 제정을 주도했다고도 강조한다.
그린스펀의 저금리 정책에 힘입어 부동산 가격은 겁 없이 올라갔다. 개인들은 이 바람을 타고 은행 빚을 끌어다 집을 마구 샀다. 금융회사들의 탐욕은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신용이 형편없는 서브프라임 채권을 잘 주물러 그럴 듯한 상품으로 만들었다. MBS와 CDO가 대표적인 예다. 개인이든 기관이든 투자자들은 이것의 높은 수익률에 현혹돼 빠져들었다.
그 거품이 마침내 터진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시장에 대한 맹신, 금융기업에 대한 과신, 감독 시스템에 대한 정부와 의회의 거대한 착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얘기다. GLB법과 유사한 한국의 자본시장법에 대해서는 미국의 실패를 거울 삼아 감시·감독자로서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저자는 82년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환은행에 입사했다. 다음해 외환은행을 그만두고 도미, 지금껏 현지 금융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2005년 그가 설립한 커먼웰스 비즈니스은행은 자산 3억 달러 규모로, LA 일대 한인 기업을 상대로 프라이빗뱅킹 업무를 주로 한다.
<내 성격은 내가 디자인 한다>
조성환 지음·부글북스·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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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프라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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