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FEATURES - 북극성 같은 소니 추락시키다 

 

이필재 포브스코리아 경영전문기자
이명우 한양대 교수 “아날로그 시대 강자가 기득권 내려 놓지 못할 때 삼성은 디지털에 승부 걸었다.”



“이건희 회장의 강력한 오너 리더십과 삼성의 ‘한 방향’ 조직문화가 이상적으로 결합했다고 봅니다. 오너는 과감한 투자 등의 의사결정을 빨리 했고 구성원들은 오너가 제시한 방향으로 주저하지 않고 달려갔습니다. 그 덕에 시간에 민감한 산업에서 시장 수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죠. 일단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나면 삼성맨들은 그 결정이 성과를 거두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에 집중합니다.”

이명우(59·사진) 한양대 경영대 특임교수는 “그 과정에서 결재 단계를 줄이고 의사결정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게 만드는 한편 사업의 전 과정을 긴 호흡으로 평가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리더가 통찰력이 있어도 조직의 실행력이 떨어져 속도로 받쳐주지 않으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없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개막이라는 타이밍과도 맞아떨어졌어요.”

이 교수는 삼성전자에 24년 근무했고 소니로 옮겨 소니코리아 사장·회장을 지냈다.

소니는 왜 삼성전자에 추월당했다고 봅니까?

소니는 아날로그 시대의 강자로서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할 필요성을 못 느꼈습니다. 1등의 기득권을 내려놓기 어려워 변화를 망설인 거죠. 반면 삼성전자는 아날로그로는 소니를 따라잡을 수 없어 디지털에 승부를 걸었고요.

그는 1977년 자신이 삼성전자에 입사했을 당시 소니는 북극성 같은 존재였다고 말했다. 북극성은 예로부터 항해자와 나그네에게 방위의 기준이 되는 별이었다. 중국에서는 사계(四季)를 바로잡고 기후변화를 주관한다고 해 신으로 섬기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국내에서도 1위가 아니던 그 시절 소니는 이 회사에 벤치마킹 대상인 동시에 이렇게 닿을 길 없는 존재였다.

삼성의 조직문화란 어떤 건가요?

입사 첫 날 배운 게 하면 된다(can do)는 정신이었습니다. 삼성은 어느 면에서는 군대식 조직과 흡사합니다. 그래서 추진력이 뛰어나고 단숨에 완성시키는 돌관(突貫) 작업이나 속도전에 강하죠. 그러나 삼성전자가 강한 이유를 삼성 자체에서만 찾는 건 타당하지 않습니다. 한 기업의 성공을 그 회사의 경영 전략만으로 설명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아무리 잘해도 남이 더 잘하면 지게 마련이고 그렇게 잘하지 않았더라도 남이 실수하면 이기는 게임이죠. 경영에 정답이란 없습니다.

한편 소니의 창업정신은 자유활달(自由豁達)이다. 소니의 기업문화는 그래서 개인의 창의를 존중하고 조직의 다양성을 장려한다. 창업세대가 지배하던 시절 꽃피운 이런 조직문화는 카리스마가 부족한 전문경영인 시대가 열리면서 경영의 속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공감대를 만들어 내는 것을 중시하는 일본의 민족성도 작용했다. 그는 소니코리아 대표 시절 경험한 일을 들려줬다.

2004년 삼성·소니 합작법인 S-LCD 공장 준공식에 이례적으로 40여 명의 소니 본사 임원 대부분이 참석했다. 이렇게 거의 모든 임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은 일본에서조차 드물다고 한다. 이에 대해 본사 임원이 “이번 합작사업이 중요해서라기보다 이 합작에 이견이 있는 임원이 많아 한 목소리를 내도록 하기 위해 모두 참석하게 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삼성전자의 과제는 무엇인가요?

이미 극복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경쟁사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 겁니다. 삼성전자의 경쟁자는 어쩌면 삼성전자 그 자체인지도 몰라요. 자만에 빠지지 않도록 위기의식을 경영진과 핵심 멤버는 물론 조직의 전 구성원에게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201310호 (2013.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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