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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Rocks | M&A대박 터뜨린 창업의 달인 

2008년 구글이 인수 합병한 최초의 아시아 기업 태터앤컴퍼니의 창업자 노정석. 그가 또 한번 일을 냈다. 2010년 창업한 파이브락스도 지난 8월 미국의 모바일 광고 플랫폼 기업 탭조이에 매각했다. 


2005년 9월, “세상에 도움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블로그 툴 개발업체 태터앤컴퍼니(Tatter and Company)를 창업했다. 2008년 9월 아시아 기업 최초로 이 회사는 구글에 인수합병(M&A)됐다. 2010년 9월 창업한 모바일 데이터 분석 전문업체 파이브락스(5Rocks)는 지난 8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모바일 광고 플랫폼업체 탭조이(Tapjoy)가 인수했다. 두 회사의 인수금액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각각 수백억원 규모라고 예측한다.

4번 창업해서 연속 두 번이나 세계적인 기업과 인수합병에 성공한 주인공은 바로 노정석(38) 파이브락스 최고전략책임자(CSO)다. 한국 벤처업계에서 연타석 홈런을 친 것이다. 한국의 스타트업도 세계적인 기업의 관심을 끌수 있고, 인수합병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줬다. 한국의 IT 업계는 노 CSO를 부러움과 존경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의 또 다른 이름은 엔젤 투자자. 직접 창업한 회사 외에도 미미박스, 다이어트노트, 다이알로이드, 울트라캡숑, 로켓오즈, 눔 등 국내외 15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이 기업들은 국내외 대기업에 인수되거나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2012년 1월에는 신현성 티켓몬스터 창업자, 스톤브릿지캐피탈, 미국의 인사이트미디어 등과 함께 컴퍼니 빌더(Company Builder, 스타트업을 성장시키는 회사)'인 패스트트랙아시아(대표 박지웅)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 기업들은 대기업에 인수되거나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가장 이상적인 엔젤 투자자는 창업한 회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는 말처럼, 노 창업자는 창업과 투자 두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그는 최근 ‘연속 창업자(Serial Entrepreneur)’로 프로필을 바꾸고 다음 행보를 준비하기 위해 중국 상하이 푸동에 머물고 있다. 이메일과 전화를 통해 창업과 성공 철학을 들어봤다.

중국에 간 이유는.

사업 기반을 중국으로 옮기고 싶었다. 중국은 또 하나의 미국인 것 같다. 미국처럼 중국 시장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는 어느 정도 성장해 창업 기회를 잡기가 어렵다. 중국은 미국보다 성장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향후 행보가 궁금하다. 2012년 아블라컴퍼니(파이브락스의 전신)를 창업했을 때 ‘마지막 벤처’라고 했다.

꼭 그렇지는 않다. (웃음) 당시에는 그만큼 굳은 마음으로 팀을 꾸렸다는 의미였다. 지금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여전히 해보고 싶은 일과 풀고 싶은 문제가 많다.

“창업할 때마다 해결해 보고 싶은 문제들이 있었다.” 노 창업자가 밝히는 창업의 이유다. 그에게 창업은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인 것. 예를 들면 파이브락스를 창업할 때 ‘기술을 통해오프라인을 혁신하자’는 명제를 가슴에 품고 있었다. IT 기술을 통해 사회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포부도 있었다. “문제해결 과정이 재미있다”는 그는 20~30대 대부분을 창업에 쏟아부었다. 1997년 대학 재학시절 선배와 함께 ‘인젠’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4번의 창업을 했다. 직장 생활은 3년만 했다.

대기업과 M&A를 결정할 때 기준은.

‘인수 합병’은 초기 벤처 기업이 한 단계 나아가는 데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회사는 투자를 유치할 수도 있고, 제휴를 통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선택 사항 중 목표를 향해 가장 강력하고 빠르게 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 ‘선택’하는 것이다.

태터앤컴퍼니와 파이브락스에 한국 기업은 관심이 없었나.

두 기업 모두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미국 등지의 기업이 인수제안을 했다.

벤처 기업을 인수할 때 한국과 미국의 다른 점은.

실리콘밸리의 경우 인수한 벤처 기업의 핵심 역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서비스로 발전시킨 사례가 무척 많다. 예를 들면 구글의 유튜브·구글 독스·지메일 등이 모두 인수 합병을 통해 만들어진 서비스다. 그렇게 성공 신화를 쓴 젊은 창업자는 다른 창업자에게 투자하고 또다시 창업하면서 창업 생태계의 역사를 만든다. 한국에서도 몇 년 사이에 이 같은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태터앤컴퍼니와 파이브락스 사례가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자극이 됐으면 한다.

구글이 태터앤컴퍼니를 인수합병을 했을 때 당신에게 ‘먹튀’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었다.

비판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구글이 인수 합병한 첫번째 아시아 스타트업이라는 점에서 많은 사람이 놀랐다. 벌써 6년 전인데, 되돌아보니 좋은 선례가 된 것 같다. 한국 스타트업도 세계적인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태터앤컴퍼니 구성원이 그 이후 창업한 회사가 6개나 된다. 20여 명되는 구성원 중 6명이 창업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나. 그만큼 성공의 기억을 공유하는 일이 중요하다.

창업할 때 조언을 많이 듣는 편인가 아니면 혼자 결정하나.

양쪽 모두다. 조언을 많이 듣고 생각도 많이 한다. 그렇게 매일 문제를 정리하고 우선 순위를 결정한다. 1년 정도 지나면 살아남는 것이 있다. 오랫동안 생각한 끝에 신념이 생긴다면, 그때부터는 스스로를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성 공으로 번 돈은 딱 그때의 자기 그릇만큼 남는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지금 꿈꾸는 그릇의 크기는 얼마나 되나.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 정도는 벌었다. 돈의 많고 적음이 일의 소중함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큰일을 해보고 싶다는 동기가 강하지, 부자가 되겠다는 마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돈은 부산물이다. 목적이 되면 안된다. 내가 어떤 그릇을 꿈꾸는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큰일을 이루면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벤처 창업 뿐만 아니라 벤처 투자자로도 주목받고 있다. 패스트트랙아시아의 성적표는 어떤가.

매우 좋은 편이다. 다이알로이드(다음커뮤니케이션 인수), 울트라캡숑(카카오 인수), 파프리카랩(그리 인수), 로켓오즈(선데이토즈 인수) 등이 성공적인 사례다. 티몬이나 미미박스, 다노 등과 같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도 많다. 나는 전업 투자자가 아니라 엔젤 투자자다. 벤처캐피털처럼 위험을 예측하고 투자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일이 절대 아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신념을 갖고 조급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래지향적으로 운과 성공이 만나는 지점을 상상해 보기 바란다. ‘제발 열심히 하고, 성공합시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노정석 창업자는 요즘 열 살 아들에게 수학가르치는 행복감에 푹 빠져 있다. 일에만 신경 쓰도록 배려해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그는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고 물러서지 않는 그런 사람으로 가족에게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벤처업계의롤 모델로 우뚝 선 노 cso가 보여줄 다음행보를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PROFILE

1976년 전북 출생/ 1994년 카이스트 전산학과 입학/ 1997년 인젠 창업/ 2002년 젠터스 창업/ 2004~2005년 SKT CI 사업본부/ 2005년 태터앤컴퍼니 창업/ 2008년 태터앤컴퍼니, 구글에 M&A/ 2008~2010년 구글코리아 프로덕트 매니저/ 2010년 아블라컴퍼니 (파이브락스 전신) 창업/ 2014년 파이브락스, 미국 탭조이에 M&A

201410호 (201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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