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피케티가 보지 못한 것 

 

김광기 포브스코리아 편집인
피게티는 자본소득을 부자들의 전유물로 봤지만 일반인도 상장주식을 사면 얼마든지 자본소득을 공유할 수 있다. 피터 드러커는 ‘미국의 노동자는 주식소유를 통해 기업을 지배하게 됐다’고 봤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도화선이었던 리먼 브라더스 파산이 6주년을 맞았다. 2008년 9월 15일의 일이었다. 리먼 사태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파산이었다. 당시 경제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가 10년 침체는 각오해야 할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그렇게 보면 세계 경제는 이제 침체의 터널 중 절반 이상을 지난 셈이고, 정상으로 복귀하기까지 앞으로 4년정도만 더 참으면 된다.

그러나 이런 한가닥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비관론이 최근 득세하고 있다. 이른바 ‘영구적 침체(secular stagnation)론’이다. 세계 경제의 대침체가 앞으로 끝모를 지경으로 장기간 이어질 것이란 시각이다. 래리 서머스전 미 재무부 장관이 주창했고, 스탠리 피셔 미 연방준비제도(Fed) 부의장도 여기에 공감하는 발언을 했다. 이 진영의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의 침체가 2000년대 초부터 이미 시작된 구조적 현상이라고 본다. 원인으로 거론되는 것은 기술의 정체, 인구의 고령화, 교육의 한계, 부의 편중 등이다.

영구적 침체론자들은 고용없는 성장에 따른 수요 부족의 문제를 중앙은행이 나서 돈풀기로 막다가 결국 2008년 금융위기를 야기했고, 이를 수습한다고 또 다른 돈 뿌리기인 양적완화와 제로금리로 경제를 연명시키고 있다고 진단한다. 이들이 내놓는 처방전은 이렇다할 게 없다. 국가가 적자재정을 더욱 강력하게 편성해 수요를 창출하고 부의 불평등을 좁혀나가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정도다.

프랑스의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화제의 책 『21세기 자본』을 통해 일맥상통하는 화끈한 주장을 폈다. 부의 불평등이 자본주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는 것이며, 이를 방치할 경우 경제의 성장 잠재력은 계속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피케티는 통계 분석을 통해 상위 1% 부자가 가져가는 자본수익률이 국민 대다수의 소득을 의미하는 경제성장률보다 항상 높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으로 부자들에게 물리는 각종 세금을 국제 사회가 공조해 대폭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피케티는 처방전에 있어 다른 영구적 침체론자들보다 속시원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부자 증세에 대한 국제 공조는 사실상 불가능한 얘기다. 각국은 경제 회복을 위해 세금 인하 경쟁을 강화하는 실정이다. 현실적 해법은 부자들이 투자 등 경제활동에 더욱 매진해 고용과 조세수입이 저절로 늘어나게하는 방향일 것이다.

또 하나 피케티가 보지 못한 게 있다. 부자가 아니어도 기업이 창출하는 소득에 올라타이를 공유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주식보유가 그것이다. 무슨 황당한 얘기냐고 할지 모르지만, 자본주의 국가에서 소득은 대부분 기업으로부터 창출된다. 그 기업은 대부분 주식회사이며, 그 주인은 주주들이다. 피케티가 착각한 것은 주식회사의 자본소득이 부자 1%에게 쏠린다고 단정한 부분이다. 그렇지 않다. 누구나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사면 자본소득(주가 상승+배당)을 향유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가계 자산의 53%가 퇴직연금이나 뮤추얼펀드, 주식 직접보유 등의 형태로 증권 관련 금융상품에 들어가 있다. 현대경영학의 아버지인 피터 드러커가 1976년 출간한 『보이지 않는 혁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이유다. “사회주의를 노동자에 의한 생산수단의 소유로 정의한다면 미국은 최초의 진정한 사회주의 국가다”라고.

미국의 주가는 2009년 이후 연 5년째 올라 요즘도 사상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다우지수는 5년 새 170%나 뛰었다. 똘똘한 미국 기업들이 경제의 장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쑥쑥 성장한 덕분이다. 그 이익중 일부가 부자 상위 1%라 할 기업 임원들에게 돌아가지만, 대부분은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를 경유해 일반 가계로 고루 분배된다. 한국도 그런 메커니즘이 정착되도록 증시를 건전하게 육성하는 게 부의 불평등을 해소할 첩경일 수 있다.

201410호 (2014.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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