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디플레 벽 허물 남북 경제 교류 

 

김광기 포브스코리아 편집인

한국 경제가 사면초가에 몰렸다. 제조업이 중국과 일본의 협공을 받고 있는 가운데, 미래 먹거리인 서비스산업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다. 생산자물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디플레이션(저물가+장기 불황) 조짐까지 일고 있다. 나눠먹을 빵덩어리가 작아지면서 사회 갈등은 커지고 있다. 정치 우위의 시대를 맞아 정치권 끈을 잡은 인물들이 공공 기관과 금융회사의 감사·사외이사 자리를 독식한다. 관피아를 대체한 정피아가 국가 경쟁력을 좀먹고 있다. ‘단통법’에서 보듯 민간의 창의와 경쟁을 억누르는 규제의 사슬은 더 강고해지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하고 중진국으로 주저앉을 가능성이 크다.

한줄기 빛과 같은 탈출구가 있긴 하다. 남북한 화해를 통한 실질적인 경제 교류·협력이다. ‘통일’에다 ‘대박’을 붙인 정치 이벤트성 구호를 반복하려는 게 아니다. 북한의 붕괴에 따른 급진적 통일은 한민족 전체에 엄청난 혼란과 고통을 남길 것이다. 별도의 국가 체제를 유지하면서 경제를 점진적으로 통합해 나가는 홍콩 내지 유럽연합(EU) 방식이면 충분하다.

통일준비위원회가 10월 20일 첫 공개 세미나를 갖고 통일 한국의 미래 청사진을 내 놓았다. 가슴 벅찬 내용이다. 2050년 통일 한국의 1인당 GDP는 7만 3700여 달러로 세계 주요 20개국(G20) 중 미국(9만 4200여 달러) 다음으로 잘 사는 나라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2050년 GDP 총량은 6조5000억 달러를 넘어 세계 8위로 커질 것이란 예상이다. 위원회는 통일 한국이 대외적으로만 1국가를 표방할 뿐 실질적으로 2경제 체제를 채택하는 점진적 통일을 제시했다. 매우 현실적인 방안이다.

통일 한국에 대한 기대는 해외에서도 크다. 세계적인 상품 투자 전문가인 짐 로저스는 “나의 전 재산을 통일 한반도에 투자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시아 컨피덴셜의 창업자인 제임스 그루버는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이 한국의 자본·기술 및 경영 역량과 결합하면 엄청난 시너지가 생길 것이다. 통일 남한은 제2의 독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2050년까지 멀리 볼 필요도 없다. 남북한의 경제 교류가 본격화하면 당장 남한의 잠재성장률이 3.5%에서 5% 선으로 점프할 수 있을 것으로 경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그렇게 10년만 지나도 1인당 국민소득(현재 2만 6000달러)은 4만 달러에 육박하게 된다.

북한 개발의 전초기지이자 유라시아 대륙의 관문으로 부각될 남한에는 외국 자본과 인력이 속속 유입되면서 관련 서비스산업이 들썩이고 부동산 가격도 상승할 것이다. 일본식의 디플레는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된다는 얘기다.

이런 기대를 갖게 하는 변화의 단초들이 나타나고 있다. 북한 최고위 권력자들이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북 경제제재의 완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남북한 군사 당국자들도 모처럼 만났다. 군사분계선에서 총격전이 벌어지곤 하지만, 대세는 남북한이 손잡기 위해 뭔가 명문을 찾고 있는 분위기다. 집권 반환점을 도는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도 후반기 승부수로 남북관계 개선을 띄울 공산이 크다. 역대 대통령들도 같은 맥락에서 집권 말기에 남북 정상회담에 집착했었다.

내년에는 대북 교역을 전면 중단시켰던 5·24조치가 해제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북한 경제가 이미 시장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중국이나 베트남과 유사한 경제의 개혁·개방 노선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본다. 북한 주민들도 인터넷·모바일 세상에 살게 되면서 변화의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도 북한을 끌어안아야 한다. 이념과 명분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남북한 경제 교류시대의 양측 관계의 주도권은 결국 남한 쪽에 기울게 돼 있다. 북한 체제와 집권층의 기득권을 인정하는 형님 스타일을 보여야 한다. 북한은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할 우리의 귀한 자원이다.

201411호 (201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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