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진 코스모진여행사 대표는 “VIP 요우커의 코드는 ‘쇼핑’과 ‘한류’”라고 말했다. 관광업계는 물론이고 전 산업군이 이 코드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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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시 동행한 수행원과 경제계 인사만 해도 수백 명. 이들은 공식행사가 없을때 서울 인사동과 강남 일대 관광에 나섰다. 주로 고궁을 찾거나 삼성전자, 현대차 등의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을 선호했다. 이 VIP들의 의전을 담당한 곳이 코스모진여행 사다. 2001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영화감독 우디 알렌, 배우 제시카 알바와 휴 잭맨, 메간 폭스, 신디 크로퍼드 등 셀러브리티는 물론이고 유튜브 공동창업자 스티브첸, 3M의 잉게 툴린 회장, 카지노 제왕 셸던 아델슨 샌즈그룹 회장 등 글로벌기업 CEO의 방한 시 의전관광을 맡았다. 중동국가의 국왕 일가와 장관들도 단골 고객이다.정명진(42) 코스모진여행사 대표는 “해당 국가나 기업에서 의뢰를 받으면 VIP의 성향을 분석해 전체 일정을 기획하고, VIP에 맞는 호텔과 레스토랑 등의 프로그램을 짠다”며 “국가별, 문화별, 언어별 특성을 고려해 세부적인 서비스를 선보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코스모진여행사가 진행한 프로그램은 4000여 개. 요즘도 하루에 10여 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엔 글로벌 CEO, 한국 대기업의 글로벌 현지 지사장 등이 주 고객이다.호주 본드대학에서 관광학을 전공한 정 대표는 1997 년 국제회의에 참석해 VIP 의전을 경험한 후 의전관광에 관심이 커졌다. 정 대표는 “그때만 해도 여행사 관광상품의 타깃이 불분명하고 VIP 의전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떨어졌다”며 “한국 기업의 성장과 함께 관광업계 또한 VIP 가 늘 것으로 보고 그들을 위한 서비스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서른 살이 되던 2001년 VIP 의 전전문 여행사를 창업했다. VIP들을 초대하는 주최인 협회, 학회 등을 찾아다니며 타깃 프로그램을 소개했고, 어느 정도 자리 잡히자 국내 대기업을 겨냥해 바이어 초청 프로그램을 선 보였다.코스모진여행사에서 개발한 이색 관광프로그램이 무엇 이냐는 질문에 그는 “여행사에서 경복궁이나 이태원을 만들수는 없다”며 웃었다. 대신 스토리텔링을 통해 VIP의 요구에 맞는 프로그램을 구성한다는 것. VIP를 모시기 전 그의 직책과 개인적인 취향을 되도록 많이 파악해 관심을 가질 만한 관광지나 문화 체험을 제안하고 그에 얽힌 한국 문화를 설명해 주는 식이다. “우리는 관광지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고객의 특별한 니즈를 실현하려고 노력한다. 예를 들어 경복궁이나 한옥마을에 야간방문 프로그램을 개설하는 것이다. 유일한 분단국가여서 공동경비구역(JSA)이나 민통선마을을 찾고자 하는 외국인 VIP도 많은데 우리는 이들을 위해 스페셜 방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한국의 초청자들은 불안해하지만 외국인 VIP들은 오히려 반응이 좋다. 한국이 생각보다 안전하고 안정돼 있다고 느끼고 간다.”각 나라마다 VIP들의 선호 프로그램도 제각각이다. 정 대표는 “예전엔 외국인 VIP가 딱히 원하는 프로그램이랄 것도 없어서 주로 우리가 추천한 프로그램에 따랐다”며 “하지만 최근엔 의료, 음식, 산업시찰 등 정확히 주문한다” 고 했다. 우리와 문화권이 다른 미주와 유럽지역은 궁과 박물관을 선호한다. 특히 삼성의 리움박물관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그들은 국기원을 방문해 태권도를 배우고, 팀빌딩을 하기도 한다. 김밥이나 김치 등 한식 만들기에 참여하고, 한지공예도 열심이다.“지난해 유명 글로벌 컨설팅업체의 회장 부인이 방문했는데 특이하게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 참배를 원했다. 노벨평화상 수상 이후 평전을 읽으면서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현충원을 찾아 참배했다. 한국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과 정보를 갖고 오는 VIP가 늘면서 주문도 다양해졌다.” 중화권 VIP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프로그램은 단연 ‘한류상품’이다. 일주일 중 사흘 동안 드라마 속 주인공이 다닌 동네와 여행지를 둘러보고, 그가 입은 옷과 주얼리를 구입하며, 이 과정을 사진첩으로 만들어 가는 경우도 있다. 가격은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고 한다. 중국인의 특징은 트렌디하고 규모가 큰 쇼핑몰과 식당을 원한다는 것. 주로 글로벌 기업 CEO나 부동산 부자들이 대가족을 동반하고 고가의 쇼핑과 의료시술을 찾는다.정 대표는 “한국의 사립 학교를 보고 싶다, 유망한 부동산 투자처를 소개해 달라, 이름 있는 골프 프로들과 라운딩을 하고 싶다는 주문도 있다”며 “최근 럭셔리 브랜드의 아시아권 론칭이 주로 한국에서 이뤄지면서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방문하는 중국의 쇼핑매장 오너나 패션 관계자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중국인 VIP의 경우 자존심이 강하고 부자라는 우월감이 크다. 그래서 VIP로서의 확실한 대접을 원한다. 이 때문에 서비스의 경계가 모호해질 때도 있다. VIP로서 대우하되 우리가 종업원은 아니라는 선을 그어야 한다. 그러면 서로 관계가 명확해진다.”
‘한류열풍’ 때를 놓치면 안된다정 대표는 중국인 VIP관광객의 방문 만족도,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류열풍과 개별 관광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중화권 VIP관광객 중 SM엔터테인먼트, YG패밀리, JYP 등의 연예기획사 방문을 원하는 고객이 상당하다. 이들 옆에 전시관 등을 만들어 일상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한류열풍 확산에 큰 힘이 될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정부에서는 항상 시설과 규모를 고민하는데 당장 랜드마크 시설을 세울 수 없다면 서울시청 광장에서 일주일에 하루 또는 계절마다 K-팝 주간을 만들어 중화권 VIP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며 “관광업계에서 대형 기획사를 섭외 하기는 힘든 만큼 정부가 나서서 한류열풍을 지속시킬 조직을 만들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정 대표는 올해부터 B2B(기업간 거래) 사업을 진행중이다. 아카데미를 열어 관광인력을 업계에 공급하고 있으며, 컨설팅 기능을 강화해 프로그램 틀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 6월 문을연 외국인 전문 설문조사기관 ‘코스모진 R&D연구소’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체류 외국인과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진행한 현장 중심의 조사 데이터를 관광업계 및 기관에 제공한다. 정 대표는 “이제까지 VIP관광에 대한 인프라가 없어 스스로의전 관광 매뉴얼을 만들어 내는 것이 힘들었다”며 “이제는 국가적으로 VIP를 모실 수 있는 전문가이드 양성에 눈뜰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