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제2의 부흥 이끈다이에 앞서 정 회장은 FIFA 집행위원 선거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정 회장은 “집행위원이 되면 한국축구뿐만 아니라 아시아 축구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출마 이유를 밝혔다. 209개 FIFA 회원국 중 집행위원이 있는 25개국의 영향력이 남다르다는 점도 정 회장의 출마 이유로 꼽힌다. 아시아대륙에 배정된 FIFA 집행위원의 숫자는 4명이다. 당연직인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을 제외한 3명을 내년 4월 AFC 총회에서 선출한다.정 회장의 발 빠른 행보는 축협 회장으로서 공약을 지키기 위한 목적이 크다. 지난해 1월 축협 회장 후보 출마 당시 ‘세계로 향한 비상, 미래를 위한 혁신, 소통을 통한 화합’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정 회장은 “외교, 행정 등에서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1994년부터 2010년까지 부회장 겸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던 정몽준 FIFA 명예부회장이 2011년 부회장 재선에 실패한 이후 축협은 외교력 공백이 커졌다는 평을 듣는다. 이에 정 회장의 FIFA 집행위원 출마는 한국축구의 외교력 강화라는 그의 출마공약 실현을 위한 행보 중 하나로 읽힌다.유소년 클럽축구와 여자축구 등 풀뿌리 축구 발전을 강조했던 정 회장의 공약도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정몽규 회장, 오규상 한국여자축구연맹회장, 김병철 고려대 총장이 모인 자리에서 고려대학은 여자축구부를 창단하겠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고려대학은 2015년 입시부터 여자축구 체육특기생을 선발할 예정이다. 또한, 축협은 10월 14일 한국과 코스타리카의 국가대표 평가전에 앞서 오프닝 이벤트로 서울대학과 숙명여자대학 동아리 축구부의 경기를 마련하는 등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바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정몽규 회장의 승부사 기질은 기업경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현대산업개발은 147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장기화된 건설경기 침체의 영향이라고는 하지만 결과는 뼈아팠다. 현대산업개발의 적자는 198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취임 이후 최초의 적자에 놀란 정 회장은 결단을 내렸다. 실적발표 이후 3개월이 흐른 지난 5월, 정 회장은 임직원에게 한 통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에는 ‘지난해 실적 악화에 대한 엄중한 책임과 나부터 변하겠다는 굳은 의지로 보수를 회사에 반납하겠다’는 정 회장의 다짐이 담겨 있었다. 또한, 정 회장은 ‘경쟁력과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코스트 혁신’을 강조하며 “발상의 전환과 과감한 체질개선을 통해 밸류 엔지니어링(Value Engineering)을 실현할 것”을 임직원들에게 주문했다. 이를 위해 정 회장은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 기능별 조직의 한계 등을 개선해 책임과 권한이 분명한 조직체계와 역동적인 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선언했다.위기의 순간에 정 회장이 던진 승부수는 눈에 띄는 경영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1조7000억원이던 현대산업개발의 시가총액은 11월 18일 기준 2조5700억원으로 51% 가까이 증가했다. 주가 상승폭은 더욱 컸다. 현대산업개발은 대형건설사 중 유일하게 올해 내내 지난해 종가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해왔으며 10월말 기준 74%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러한 상승세는 정 회장의 ‘무보수 경영’ 선언이 있었던 지난 5월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 5월 말까지 2만8600원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유지하던 주가는 이후 4개월 동안 최고 60% 가까이 상승했다.
선제적인 판단으로 경영 승부수 던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