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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리쇼어링 붐, 한국에도 부나 

한국 정부는 해외에 나갔던 제조업을 유턴시키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 정부가 택한 리쇼어링 지원 정책이 고용증대와 경제활성화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본격 가동을 시작한 삼성전자의 시안 메모리반도체 공장. 대기업 제조공장의 탈한국을 막을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국내 신발업계의 대표기업인 트렉스타가 중국 공장의 규모를 줄이고, 한국으로 유턴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에 공장을 짓고 제품을 생산하던 에이로, 대성FNT, 삼일통상 등 11개 기업의 유턴 소식도 함께 들렸다. 트렉스타 관계자는 “유럽과 미주 지역에서 판매가 확대되고 있는 자체 브랜드의 품질과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자 유턴을 결심했다”면서 “한·미 FTA, 한·EU FTA로 인해 관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도 유턴의 이유”라고 밝혔다. 트렉스타는 중국톈진공장 규모를 줄이고 서울 강서구 본사에 100억원을 투자해 제조 라인을 증설하기로 했다. 트렉스타를 포함해 이번에 유턴한 12개 기업은 한국에 128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에 따른 고용인원은 1000여 명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12월부터 정부는 중국에 진출했던 기업이 다시 되돌아 올 경우 ‘U턴기업지원법(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조세감면, 보조금지원, 입지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제조업도 고부가가치 가능성 있어


“아시아 진출 미국 제조업체의 61%가 미국으로 공장 유턴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판 리쇼어링(reshoring, 비용 등을 이유로 해외에 나간 자국 기업이 다시 국내에 돌아오는 현상) 붐을 한국에서도 일으키려는 것이다. 미국은 제조업 부흥 정책을 통해 자국 내로 돌아오는 기업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이와 함께 고용률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의 예는 한국에서 제조업 기반을 왜 강화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바로미터다.

199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하기 시작했다. 제조업에서 IT와 금융등 고부가가치 서비스 산업을 강화시키는 전략을 써왔다. 애플 본사는 아이폰을 기획하고 그 제품은 중국의 선전에 있는 폭스콘 공장에서 생산되는 식이었다.

미국에서 공장이 떠나자 안정적인 고용창출 기반이 흔들렸다. 미국 경제도 활기를 잃었다. 심각한 실업 문제도 나오기 시작했다. 제조업의 중요성을 절감하게 한 계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및 유럽 재정위기였다. 현대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경제 위기 속에서도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는 고용률이 증가했다. 하지만 미국, 영국 등 제조업 비중이 낮은 국가는 고용률이 감소했던 것. 2009년 대비 2011년 고용률 차이를 살펴보면 제조업이 강한 독일은 2.2%, 일본은 0.7%가 증가했다. 이에 반해 제조업 기반이 약한 스페인과 미국, 영국, 프랑스는 고용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또한 중국의 가파른 임금 상승률과 물류비용의 증가, 기술유출 위험성 등이 나오면서 제품의 해외생산보다 국내에서 생산하는 비용이 적을 수 있다는 인식도 한몫했다. 미국 컨설팅업체 BCG에 따르면 2000년 중국 근로자 임금이 미국의 3%에 불과 했지만, 2005년 4%, 2010년 9%로 증가했다. 2015년에는 17%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에 공장을 건설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매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이다.

애플은 제조업도 고부가가치 사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애플의 성공을 보기 전에는 하드웨어가 이윤이 낮다는 것이 상식이 었지만, 애플은 이를 뒤집었다. PC 한 대 이익이 78달러(약 7만 8000원)인 반면, 아이패드 한 대로 얻는 이익은 195달러나 됐던 것.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제조업 고용 100만명 창출’ 공약을 위해 자국에 돌아오는 기업에 각종 혜택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법인세 상한선을 35%에서 28%로 낮췄고, 제조업체의 경우에는 25%의 특별세율을 적용받도록 했다. 반면 해외로 나가는 기업에 대한 감세조치는 철회했다. 해외에 공장을 갖고 있던 미국 기업이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할 경우 이전비용의 20%를 지원하기까지 했다.

민주정책연구원 정상희 부연구위원은 이슈브리핑을 통해 “아시아 진출 미국 제조기업의 61%가 미국으로 공장이전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애플, GM, GE, 구글 등 글로벌기업의 미국 내 생산비중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본부 이장균 수석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지금까지 수립, 추진했던 정부 정책 및 제조업체 경영 전략을 재검토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대기업 유턴할 지원책 절실

한국도 미국판 리쇼어링 붐을 일으키기 위해 유턴기업에 대한 지원과 혜택을 늘리고 있다. 코트라 해외투자지원단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했던 제조업체 중 지자체와 MOU를 체결하고 유턴을 결정한 기업은 11월 7일 현재 64개다. 코트라 해외투자지원단 관계자는 “유턴 기업의 수가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제조업을 강화하려는 정부 정책에 따라 유턴 기업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3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U턴 기업 지원제도’에 따르면 11단계로 유턴기업을 지원한다. 중국 공장 청산을 위한 컨설팅 비용 일부 지원부터, 5년 동안 2억 원 한도 내에서 5년간 관세를 100% 감면해 주기도 한다. 입지 및 설비투자금액 보조 및 신규고용인원에 대해 1년 동안 1080만원을 지원해주고 있다. 신용보증 비율 상향, 보증료 차감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정부가 유턴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의 탈한국은 계속되고 있다. 2010년 삼성은 중국 광저우에 삼성모바일 연구개발(R&D)센터차이나와 삼성톈진모바일 디벨럽먼트센터를 지었다. 2013년에는 중국 선전에 삼성네트워크 R&D센터차이나를, 시안에는 삼성 R&D 인스티튜트차이나를 설립했다. 현대자동차도 베이징과 창저우, 옌청에 이어 중국에 4공장 건설을 계획 중이다. 이에 반해 중국에서 한국으로 유턴을 결정한 기업은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한국 정부가 유턴기업 지원을 강화해도 대기업의 탈한국의 영향력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조기반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LG경제연구원 강중구 책임연구원은 ‘선진국 제조기업 U턴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는 보고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정책방향은 간접 비용을 줄여주고, 외부효과를 높일 수 있는 제조기반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발과 조선기자재 분야 11개 유턴기업을 유치한 부산시의 부산발전연구원 장정재 연구위원은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지가, 물류비, 인건비 등에 대한 우호적인 기업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412호 (2014.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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