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강소기업이다. 마이크로 SD카드 등 전 세계 메모리 카드 시장의 8%를 점유하고 있다. 김태섭 회장은 중국의 사물인터넷 시장에서 사업의 확장성을 보고 있다.
▎바른전자는 세계 일류의 기술력을 보유했다. 김태섭 회장이 메모리 카드 소재인 반도체 웨이퍼를 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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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혁신과 도전’.2014년 12월초 서울 신사동 사옥에서 만난 김태섭(51) 바른전자 회장의 명함 뒷면에 커다랗게 박힌 문구다. 사옥 1층 로비나 강당에 붙어 있을만한 이 문구 옆에는 지구본과 패러글라이딩 이미지가 새겨져 있다. 글로벌을 향한 도전의 의미다. 이는 김 회장의 경영이념이자 지금껏 걸어온 길이기도 하다. 대학 2학년 때 창업한 이후 30년 가까이 IT 분야 한 길만 걸어온 그는, 하지만 늘 도전하고 혁신을 이뤄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강소기업이 됐다.1998년 삼성 메모리카드사업부문이 분사하면서 설립된 바른전자는 2013년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액 2320억원, 영업이익 75억원, 순이익 30억원을 각각 달성한것. 매출액은 2012년 대비 10.9%증가하며 이태 연속 최대 실적을 세웠다. 업계에서는 2008년 투자자에서 CEO로 직접 뛰어든 김태섭 회장의 ‘오너 효과’가 빛을 발했다고 평가한다. 그는 취임 당시 600억원대에 불과했던 매출을 5년 만에 2000억원대로 올려놓았다. 2014년엔 매출 2400억원, 순이익 40억원을 예상한다.김 회장은 “동남아 등 신규시장 개척과 삼성전자, LG 전자로의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결과”라며 “국내 동종 패키징업계 대부분이 적자 상태임을 고려할 때 선방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메모리제품을 직접 개발하고 생산하는 기업으로 여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회사와는 차별된다. 2015년에는 사물인터넷, 블루투스 모듈, 내장형 메모리 eMMC 등 신성장동력 제품의 매출이 크게 늘 것이다”통상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웨이퍼를 생산하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전공정 기업과 바른전자처럼 웨이퍼를 가공해 SD카드나 USB를 만드는 후공정 기업으로 나눈다. 각각 프론트 공정, 패키징 공정이라고도 한다. 김 회장은 “반도체 회로가 담긴 웨이퍼를 만드는 일은 상당히 많은 공정과 비용을 요구하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영역”이라며 “대신 높은 기술력을 기반으로 공정이 짧고 투자 규모가 작은 패키징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바른전자의 대표 사업군은 메모리반도체, 솔루션, 모듈 등이다. 낸드플래시를 이용해 각종 SD카드, USB, eMMC 등의 메모리카드를 주력으로 생산한다. B2B뿐 아니라 B2C상품을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바른전자의 핵심경쟁력으로는 적층 기술, 높은 수율, 자체 브랜드 개발이 꼽힌다. 특히 메모리 칩을 수직으로 8층까지 쌓아 올리는 초박형 칩 적층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꼽힌다. 적층 기술은 메모리 반도체의 ‘용량 대형화’ ‘크기 소형화’의 핵심이다. 메모리칩을 회로기판에 연결하는 기술도 뛰어나 90%가 넘는 높은 수율을 자랑한다. 김 회장은 “경쟁국인 중국은 적층 기술이 부족하고, 대만은 제품 수율이 떨어진다”며 “글로벌 IT기업들이 웨이퍼를 공급해주며 88% 이상의 수율을 요구하는데 우리는 92%이상의 수율로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산능력은 글로벌시장에서 중간 수준이지만 자체 연구소를 통해 마이크로 SD카드 ‘골드 플래쉬’라는 브랜드를 출시해 시장 점유율과 브랜드 인지도를 높였다. 현재 골드 플래쉬는 국내 온라인 판매 1위다.”바른전자가 세계 일류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늘 혁신을 강조하는 사내 분위기 덕분이다. 1988년 대학시절 창업 이후 김 회장은 끊임없는 혁신만이 생존을 보장한다고 강조해 왔다. 2012년부터 매해 편찬하고 있는 『달리는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는다』라는 저서에도 혁신과 긴장을 담았다. 그는 “혁신이란 사물과 현상을 ‘0’에서 보는 것에서 출발한다. 기존의 생산·영업방식이 가장 열악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기업의 미래 또한 임직원 모두의 강한 혁신 의지에서 그려진다”고 말했다. 지나온 길을 보면 그의 주장이 이해가 된다.군 제대 후 한양대 경영정보학과에 복학한 김 회장은 세운상가에서 부속을 사다가 PC를 조립해 파는 회사를 창업했다. 조립 PC에는 ‘데이터베이스’라는 자체 브랜드를 붙였다. 당시 PC가 급속도로 보급되던 시절이라 매출이 상당했다. PC 보급과 함께 ‘문서 파일화’에 대한 기업의 요구가 늘자 기업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전국에 지사를 두고 1000여 명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했다. 보안을 이유로 인력을 보내달라는 기업도 나타났다. 그는 국내 최초의 인력파견업체 ‘코리아맨파워’를 만들었고, 이후 시장이 커지면서 인재파견업협회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IT 산업 성장에 맞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이다.“1997년에 매출 250억원 정도를 올릴 만큼 탄탄했다”는 그는 “이 자금으로 IT업계 사관학교로 불리는 케이디씨를 2003년 인수했는데 실적이 부실해 고생이 많았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바른전자와 인연이 닿아 투자에 나섰다가 2008년 경영에 직접 뛰어 들었다. 현재 바른전자는 B2B, 해외 수출 비율이 높은 편이며 블루투스, 와이파이 등을 이용해 사물인터넷 근거리 네트워크 기술개발 및 단말기 생산도 병행하고 있다.
▎바른전자의 혁신 제품 : 2001년 자체 연구소를 설립한 바른전자는 2012년 34억원, 2013년 41억원 등 지속적으로 설비투자에 나섰다. 그 결과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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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은 특히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비콘 사업을 주시하고 있다. 비콘은 블루투스로 사용자의 스마트폰 위치를 파악해 특정 정보를 전달하는 기술. 국내 대형 유통·외식업체는 고객 위치정보를 이용해 각종 상품정보를 스마트폰으로 보내고 결제까지 수행하는 위치기반 커머스를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포털 등 IT업체들도 비콘을 이용해 매장 주변을 지나는 소비자에게 신개념 서비스를 선보인다. 비콘 단말기 기술을 보유한 바른전자에 공동 개발 제안이 많다고 한다. 그는 “버스카드도 일종의 사물인터넷”이라며 “사람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인터넷 시장이 사물인터넷을 통해 수십 배로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계열사를 만들 때 현대차처럼 수직적 결합을 하기도 하고 LG처럼 수평적 결합을 하기도 한다. 우리는 수평적 결합을 계획하고 있다. 수직적 결합은 반도체 불황이 닥치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2013년 매출에서 해외 수출은 약 60%. 동남아 물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아시아, 북미, 유럽 등지에서 고른 비율을 보인다. 요즘같이 환율 변화가 심할 때 리스크 분산 효과가 크다. 김 회장은 “2000년 초반 삼성전자에 제품을 대량 납품하면서 생산시설을 늘리기도 했지만 삼성이 거래처를 다원화하면서 주문 물량이 줄어 고생했다”며 “대표로 취임한 이후 나도 미국의 한 대형 유통회사에 생산량의 60~70% 정도를 공급하며 똑같은 오류를 겪었다”고 말했다.“물량 편중을 극복하지 않으면 한방에 갈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하지만 특정회사로의 공급량을 줄이기 보다는 더 많은 제품을 만들어 공급처를 다변화하자고 계획했다. 그래서 공격적으로 500억원을 들여 생산시설을 늘리고 수출 다변화에 힘썼다. 운 좋게도 고객사를 추가 확보했다. 이제 생산량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공급처는 없다.” 환율 등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
중국 사물인터넷 시장 겨냥바른전자는 중국 현지공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김 회장은 “빠르면 2015년 상반기 중 생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마트기기 시장이 다소 정체 국면이라 중국 공장 건설에 대한 주변의 우려도 크다. “나는 사물인터넷이라는 ‘초연결사회’의 확장성을 보고 있다. 그래서 3년 내에 중국에 한국의 두 배되는 생산 공장을 갖출 계획이다. 물론 우려는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입주하려는 공단에 먼저 입주한 한국기업의 애로를 파악하고 임금비교 등 많은 분석을 해왔다.”“30년 가까이 한 눈 팔지 않고 IT산업만 바라보고 왔다”는 김 회장은 “평소 임직원들에게도 ‘가장 빠른 길은 바른길’이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빨리빨리 문화 덕분에 우리 기업들이 패스트 팔로우에서 IT산업 등의 퍼스트 무버가 된 것은 사실이다. 이젠 ‘빠르지만 정확한 토끼’가 돼야한다. 돈을 좇는 것보다 흐름을 제대로 읽고 이를 먼저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