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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적인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다뉴욕에서 학업을 마치고 원단회사에 다니던 지니 킴은 우연히 구두를 공부하는 룸메이트의 영향을 받아 구두를 만들기 시작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할 수 있는 일을 만나게 된 것이다. “친구가 직접 만든 초콜릿 브라운 스웨이드와 청록색 뱀피가 어우러진 하이힐을 본 순간, 묘한 흥분과 설렘으로 가슴이 떨리더라고요. 그때 부터 구두 제작 수업에 등록하고 공부했습니다.”구두가 인생에 들어온 이후, 지니 킴은 미친 듯이 구두에 빠져들었다. 자신의 멀쩡한 구두를 뜯어서 패턴 기술과 재단 상태, 못의 위치 등을 꼼꼼히 체크하고 분석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친구들의 헌 구두까지 얻어와 뜯기를 반복했다. 또한 백화점의 유명 브랜드는 물론 소호의 부티크와 작은 디자이너 브랜드 매장까지 빠짐없이 들락거리며 트렌드를 파악했다. 구두 수업이 없는 날은 주로 학교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곳에서 1930년대부터 지금까지 발행된 ‘보그’와 ‘바자’를 단 한 권도 빼놓지 않고 탐독했다. 그에게 잡지는 패션의 변천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훌륭한 교과서였다.구두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던 지니 킴은 한국으로 돌아와 구두공장에 취직했다. 구두 만드는 모든 과정을 직접 경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구두는 무척 섬세하고 복잡한 제품이라 만드는 방법을 알아야 디자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귀국 후 성수동의 한 구두공장에 막내 디자이너로 일하게 됐어요. 월급 80만원에 커피 타고 청소하면서 구두 장인에게 제대로 배웠던 것 같아요. 그때가 스물일곱 살이었죠.”이듬해인 2006년 2월, 그는 어머니에게 빌린 종잣돈 400만원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지니 킴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레이스 캘리, 오드리 햅번, 마릴린 먼로 등 1930~1950년대 할리우드 여배우에게서 영감을 얻은 화려한 구두를 선보였다. 구매대행 쇼핑몰 ‘위즈위드’를 통해 소개된 지니 킴의 구두는 당시 유명 수제화 메이커가 장악하고 있던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대성공을 거뒀다. “지니 킴 구두는 할리우드 글래머러스 스타일, 레드카펫 스타일이라고 얘기할 수 있어요. 매일 신는 구두가 아닌 특별한 날을 위한 구두가 콘셉트입니다. 그래서 화려한 디자인이 많아요. 과감한 컬러나 실크 같은 소재를 쓰기도 하고, 스와로브스키를 활용한 반짝이는 모델도 있습니다.”지니 킴은 브랜드 출시 10개월 만에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LA의 패션 편집숍 ‘밀크’ ‘디아볼리나’와 ‘노드스트롬’ 백화점에 입점하며 승승장구했다. 특히 2014년 3월에는 미국 최대 서바이벌 프로그램 ‘America’s Next Top Model cycle 21’의 공식 스폰서로서 글로벌 브랜드 입지를 강화했고, 5월에는 압구정에 330㎡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새롭게 오픈해 지니 킴만의 색깔을 선보이고 있다.사무실도 직원도 없는 1인 기업으로 시작한 지니 킴은 이제 30개 매장에, 100여 명 직원과 함께 일하는 사업가가 됐다. 최근에는 회사 운영을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고 해외 마케팅과 디자인에 더욱 전념하고 있다. 현재 그의 공식 직함은 GSB(Global Shoes & Bag) 홀딩스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사)다. “지니 킴의 디자이너는 5명, 페르쉐 디자이너는 4명이에요. 시그니처 스타일이라고 해서 지니 킴의 정체성이 녹아있는 라인은 제가 직접 디자인합니다. 1년에 300개 정도 새로운 상품을 출시하려면 500개를 준비해야 합니다. 하루에 보통 5개의 샘플이 제작됩니다. 저는 콘셉트와 소재를 정하는 등의 디렉팅을 담당하고, 나머지는 디자이너들이 하죠.”구두 디자이너로서 그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구두를 신은 고객을 만났을 때다.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난 멋진 분이 제가 만든 구두를 신고 있으면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어요. 또 제 구두를 신은 해외 유명 스타를 잡지에서 발견했을 때도 정말 행복해요. 무엇보다 고객들이 지니 킴 구두를 신고 예쁘다는 칭찬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으면 디자이너로서 큰 보람을 느끼죠 . 구두 만들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4년 10월 타계한 세계적인 패션 거장 오스카 드 라 렌타처럼 후대에 “아름다운 구두를 만들던 열정적인 디자이너로 기억되고 싶다”는 지니 킴. 그는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자신만의 진정성을 묻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구두에 대한 열정”이라고 대답했다. 그의 열정은 뛰어난 기술과 완벽한 블렌딩을 위한 헌신으로 200년간 한결 같은 품격을 유지하며 많은 이에게 깊은 인상을 전하고 있는 조지 발렌타인의 장인정신과 맥을 같이 한다. “열정은 성공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키포인트라고 생각해요. 열정이 있으면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버틸 수 있거든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열정을 쏟는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발렌타인은 ‘Stay True’ 캠페인을 통해 ‘자신만의 진정성을 유지하면서(Stay True), 깊은 인상을 남겨라(Leave an Impression)’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발렌타인은 포브스코리아와 함께 ‘Stay True’의 정신을 대변하는 여성 리더를 ‘발렌타인 우먼’으로 선정해 그들의 진정성 있는 삶을 조명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진정한 가치에 대한 영감을 제시한다.- 글 오승일 포브스코리아 기자 사진 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