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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일 찾아 펀드매니저의 길 선택사실 그는 ‘한국밸류10년투자배당펀드’의 책임운용을 맡으면서 큰 부담을 느꼈다고 했다. ‘한국밸류10년투자펀드’시리즈는 한국밸류자산운용에 국내대표 가치투자 전문운용사라는 이미지를 심어준 간판펀드로, 2006년 처음 설정된 이후 이채원 부사장이 모두 책임운용을 맡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가치투자전문가다. 이런 상황에서 신설된 ‘한국밸류10년투자배당펀드’의 책임운용을 그가 맡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장 펀드매니저가 그 부담감을 이겨내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것은 그만의 다양한 경험과 자신감 덕분이다.장 매니저는 2003년 중앙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첫 직장으로 남들이 부러워하는 안정적인 직장인 보험공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2년을 근무하고 나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멈춰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곳에서는 제가 할 수 있는 정해져 있어서 제 가치 역시 크게 변화하기 어려웠죠.” 그는 가치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회사를 그만뒀다. “가치 있는 일이 무엇일까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얼마 뒤 ‘가치있는 일은 남을 돕는 것’이라는 제 나름의 정의를 내렸지요.”그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은 유치원생부터 은퇴를 앞둔 직장인까지 모두 힘들어 보였다. 그런 그들이 행복할 수 있는 순간은 언제일까? 그는 ‘은퇴 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은퇴 후에도 형편이 넉넉한 사람만 행복한 게 요즘 세상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다른 사람들의 자산을 늘려주는 일을 해서 은퇴 후에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는 그렇게 펀드매니저의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2007년 한국밸류자산운용에 공채 1기로 입사했다.장 매니저는 한국밸류자산운용에서 4년을 근무하다 잠시 외도를 하게 된다. 기업 가치평가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 회계 법인에서 일해보기로 한 것이다. “이 무렵에 이채원 부사장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제가 궁극적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이해해주셨죠.” 그가 2012년 다시 금융업계로 돌아오면서 한국밸류자산운용 이외에 다른 회사를 생각할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하다.장 매니저가 한국밸류자산운용에 돌아온 직후 배당펀드 설립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소수펀드 운용에 집중 하려는 회사의 원칙을 고려할 때 배당펀드를 만드는 일이 과연 합리적인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결국 저금리 기조에서 시중금리 이상의 수익을 조금 더 안정적으로 얻고자 하는 투자자들의 바람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렇게 해서 ‘한국밸류10년배당펀드’가 세상에 나오게 됐다.간혹 이 펀드의 성과에 대해 정부의 배당정책 덕분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장 매니저는 정부의 배당정책효과가 전혀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했다.
시장의 트렌드보다 투자 원칙을 고수한다그는 한국밸류10년투자배당펀드의 수익률이 다른 배당펀드보다 좋은 이유에 대해 시장의 트렌드를 쫓지 않고 원칙을 고수한 종목을 선정한 것을 이유로 꼽았다. 이 펀드는 설정부터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한국밸류의 운용원칙을 유지하면서 시가배당률이 높은 고배당주식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특히 종목 선정에서 회사 펀더멘탈(기초체력)이 견고하고 꾸준히 배당하지만 시장에서 선호하지 않는 종목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9월 발행한 운용보고서를 보면 탑금속, 서암기계공업 등 시장에서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들이 편입돼 있다.“일반적으로 기업을 분석할 때 손익계산서를 자주 보는데 저희는 대차대조표를 제일 먼저 봅니다. 배당펀드는 현금흐름이 중요하므로 그 기업이 가진 자산이 부동산인지 건물인지, 현금인지를 자세히 분석하는 거죠. 그 다음에 현금흐름표를 봅니다. 손익계산서상에 이익이 나도 실제로 현금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있거든요. 주주환원정책까지 살펴 최종 선정된 기업들은 최종적으로 탐방을 가서 확인합니다.”그의 운용 목표는 공격적으로 운용해 빨리 좋은 성과를 보는 게 아니라 배당의 재투자를 통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운용 목표를 투자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운용보고서에도 기록한다. 그러면서 보이지 않는 투자자를 생각한다. “사실 저희는 투자자들을 상대하지 않으니까 보이지 않는 투자자를 생각한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투자자들이 이 펀드에 투자한 목적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면 책임감이 커집니다.”장 매니저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다. 첫 직장을 그만둘 때 다짐한 일을 조금씩 이뤄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42.195km를 달리는 마라톤에서 이제 막 초반 레이스를 마친 셈이나 다름없다. 완주하기 위해서는 더 달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글 정혜선 포브스코리아 기자 사진 오상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