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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기업가정신 연구한 이건희 이화여대 명예교수 - LG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인 따뜻한 기업 

“정도 경영, 인화단결, 인본주의적 경영은 말처럼 쉽지 않아요. 더구나 지금 구본무 회장 20년은 정말 전 세계 각축전에서 벌이는 경쟁이잖아요. 그 속에서 정도경영을 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대담 나권일 포브스코리아 편집장 / 사진 김현동 기자

▎포브스의 LG그룹 기업가정신 특별기획에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건희 교수는 국내 경영학과 재무관리 연구의 선구자이자 LG그룹 연구 전문가이다.
제 2대 한국경영사학회장을 지낸 이건희(78) 이화여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는 2000년에 한국경영사학회 연구총서 첫 번째로 LG그룹 창업주들을 연구해 『연암 구인회 상남 구자경 연구』라는 책자로 발행하는데 중심적 역할을 했다. 지난 4월 4일, 특별취재팀과 자리를 함께 한 이 교수는 소중히 가져온 자료마다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그어가며 설명하는 등 포브스코리아의 이번 특별기획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서울대학교 상과대학을 졸업한 그는 국내 경영학과 재무관리 연구의 선구자이자 LG그룹 연구의 전문가이다.

교수님께서 연구하신 LG그룹 창업주 연암(蓮庵)은 어떤 기업가였습니까?

연암 구인회는 우리 나라의 선각자적 기업가이자 우리 경제계의 귀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경영을 통해 인화단결의 창업자 정신을 몸소 실천한 분입니다. 그분의 탁월한 점은 경제부문에 탁월한 업적과 경륜을 펼친 것만 아니라 그 자신이 인과 덕을 갖춘 인격자로서 교육, 언론 등의 사회개발과 민족문화사업에도 남달리 심혈을 경주해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을 다했습니다.

상남(上南)의 기업가정신도 큰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상남 구자경 명예회장은 선친인 연암으로부터 20여년 간의 경영수업을 받고 후계자로서 LG그룹을 오늘의 한국 제일의 기업군으로 성장시킨 위업을 달성했습니다. 이미 1980년대 중반부터 ‘21세기를 향한 경영구상’을 하여 정보화시대 제 3의 산업혁명기를 성공적으로 맞이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 닦은 분입니다.

LG그룹 3대를 관통하는 기업가 정신의 DNA는 뭘까요?

LG는 유교적인 정신을 바탕으로 해서 서열 경영을 했기 때문에 가장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경영을 했어요. 선대의 정신을 이어받는 효의 경영을 했다는 것도 특징입니다. 상남은 창업주 연암의 정신을, 구본무 현 회장도 효의 경영으로 연암과 상남의 정신을 잘 이어받았어요. 그리고 LG그룹이 국내 기업 중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정도경영을 했다는 점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겠습니다. 경영사학자들이 학생들에게 정도경영에 대해 가르칠 때도 제일 먼저 거론되는 것이 LG그룹의 사례입니다. 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일찍부터 노력해서 복지 사업을 선도적으로 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LG그룹이 어릴때부터 학생들을 인재로 양성하는데 힘쓰고 대학교수들을 전혀 대가성없이 연수를 보내는 인재경영도 중요한 대목입니다.

가장 두드러진 기업가정신은 ‘인화경영’

그중에서도 LG그룹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기업가 정신은 무엇인가요?

역시 기업이념 중 주로 인화경영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화합, 형제간의 화목을 이룬 점이죠. 구 씨와 허 씨 두 가문이 그 오랜 세월동안 참 잘했어요. 또 분가(계열분리)를 했을 때도 아무 마찰이 없었고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렇게 잘 해결한 사례가 드뭅니다. LG가 내세우는 인화단결, 휴머니즘이 바탕이 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봐야죠.

이건희 교수는 지난 1999년 『연암 구인회 상남 구자경 연구를 위해 김성수·설봉식·최종태·유병주·고승희 교수 등 경영사학회 교수들과 함께 연구단을 꾸려 팀장을 맡았다. 그는 당시 연구계획서를 작성, LG그룹 창업정신과 경영이념, 발전전략을 연구하고 작업에 노력을 아끼지 않은 것은 물론 한국경영사학회가 주는 창업대상 수상자로 LG그룹 창업주를 선정해 시상하기도 했다. 당시 작고한 구인회 창업주를 대신해 구자경 명예회장이 상을 받았다고 한다.

국내의 유수한 기업들 중에 LG만의 기업문화라고 할만한 것은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선도적으로 치고 나가는 일등기업의 모습입니다. 생활기업으로서 가전제품을 만들 때 이런 특징이 나타납니다. LG가 럭키금성 시절부터 라디오를 값싸게 보급했거든요. 창업을 하거나 선도적으로 제품 만들려고 하려면 원가가 굉장히 소요되는 데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과감한 가격정책을 폈던 것을 저는 높게 평가합니다. 제가 LG 그룹 기업체의 단가를 조사하기 위해 실제로 참여한 적이 있었었는데 원가가 많이 소요되는데도 가격 단가를 싸게 매기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전자제품의 해외시장 개척사를 보더라도 LG그룹이 선도적으로 냉장고나 TV를 앞장서서 만들어서 수출 했잖아요. 제가 1984년도에 미국 일리노이 대학 객원교수로 있었는데 그 때 외국 교수들이 럭키금성사에서 나온 제품에 대해 다운타운에서 국제회의를 하는 것을 봤어요. 그 때만 하더라도 전자제품 분야는 오히려 삼성보다도 훨씬 앞섰지요. 그런점에서 보면 LG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인 따뜻한 기업이라고 봐야죠.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윤리 경영입니다. 지금은 다 윤리 경영을 내세우지만 윤리 경영이 얼마나 어렵습니까? 정도경영, 인화단결, 인본주의적 경영은 말처럼 쉽지 않아요. 더구나 지금 구본무 회장 20년은 정말 전 세계 각축전에서 벌이는 경쟁이잖아요. 그 속에서 정도경영을 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구자경 회장이나 구본무 회장님과 관련해 생각나는 에피소드나 일화가 있으신가요?

구자경 회장님은 구본무 회장에게 경영권을 넘긴 뒤에 “한 번 경영권을 일임했으면 나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그냥 내버려둔다는 것은 절대 아닐 거에요. 끝까지 지켜보시다가 중요한 대목은 얘기하셨을 겁니다. 구본무 회장의 지난 20년은 항상 옆에서 지켜주는 그런 보이지 않는 부친의 도움이 있지 않았겠느냐 하는 느낌입니다. 구자경 명예회장님은 옆에 계시기만 하더라도 선대 회장으로서 따뜻한 역할을 했고, 그런 말없는 뒷받침을 느끼면서 구본무 회장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유념을 하지 않았겠는가,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룹이 분리되면서 GS 그룹이라는 큰 기둥이 빠져나갔지만 전혀 빠지지 않은 것처럼 경영할 수 있다는 것은 구본무 회장이 속으로 삭혀나가는 인내심이 보통이 아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구본무 회장이 이끄는 LG그룹은 충분히 100년 가는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구본무 회장의 20년을 평가한다면 두드러지는 업적이 뭐라고 보십니까?

3세 경영이 참 어렵습니다. 선대보다 더 잘해야지 잘해야지 하는데 웬만큼 해서는 그 명성에는 따를 수 없는 것이거든요. 왜냐하면 세상이 변해가고, 다른 기업들과의 경쟁이나 경제전쟁의 전선이 굉장히 넓게 확장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런 환경속에서 전통을 이어받으면서도 새로운 것을 하는 게 얼마나 어렵겠어요. 그런 점에서 보면 구본무 회장이 탁월합니다. 리더로서 굉장히 많은 기업체가 있잖아요. 모든 기업을 산하에 두고 어울리면서 선대의 그것을 좌절하지 않고 이끌어가고 있는 것은 결국 구본무 회장의 큰 능력이라고 봅니다. 직원들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그 임직원들을 잘 추스리고 가고 있는 것도 회장님의 능력이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틀이 좋아요.(웃음) 구본무 회장은 선대회장과 아버지인 명예회장에 비해 가장 스마트한 체형과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 대담 나권일 포브스코리아 편집장 / 사진 김현동 기자

201505호 (201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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