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의 좋은데이가 소주 시장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2강 구도를 1강(참이슬) 2중(처음처럼,
좋은데이) 구도로 변화시킨 것. 좋은데이와 처음처럼은 14도 이하 소주 시장에서 다시 격돌하고 있다.
▎(위로부터) 박수진(좋은데이), 아이유(참이슬), 신민아(처음처럼) 등이 소주광고 모델로 활동 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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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주류 시장에서 가장 변화가 적은 술은 소주다. 지역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1977년 만들어진 자도주보호법(1996년 폐지) 때문이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애향심으로 지역소주는 명맥을 유지했다. 지역 소주는 지역을 넘어서지 못했다.이런 소주시장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지역 소주가 중앙 무대로 나서기 시작한 것. 대표주자는 저도주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무학의 좋은데이다. 2006년 무학이 좋은데이를 출시하면서 오랫동안 유지된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2강 구도가 1강 (참이슬) 2중 (처음처럼, 좋은데이)으로 변한 것.2010년부터 주류 시장에 대한 기획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마케팅인사이트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참소주, 잎새주, C1 등 지역소주의 시장 점유율은 하락한 반면, 2010년 7.9% 점유율을 보여줬던 좋은데이는 2014년 11.6%까지 상승했다. 이 힘을 무기로 지난 해 말부터 좋은데이는 부산·울산·경남을 넘어 서울 시장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고 나섰다.좋은데이가 질주하는 반면, 타 지역 소주들은 침체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소주 기업의 성적표는 소비자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차이가 난다. 마케팅인사이트 윤태선 전무이사는 “소비자와 밀착해서 소비자의 요구를 부단하게 수용하는 노력하는 곳이 선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무학의 선전은 소비자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을 했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다. 1995년 25도 소주 시장에 23도 화이트로 저도주 시장의 문을 열었고, 한국에서 처음으로 16.9도짜리 소주 좋은데이를 출시한 것도 소비자의 요구를 빨리 받아들였기 때문이다.2000년대 웰빙 바람과 함께 술 문화의 트렌드는 순한 술로 바뀌기 시작했다. 2·3차 문화가 사라지고, 집에서 술을 마시는 문화가 이어지면서 주류 시장에서 소주 점유율은 계속 낮아졌다.대신 맥주가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마케팅 인사이트가 발표한 ‘주류 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주로 마시는 술’ 조사에서 처음으로 맥주가 소주를 앞섰다. 2010년 조사에서는 52.7%를 차지했던 소주가 2014년 조사에서는 45.3%로 하락했다. 이와 반대로 맥주는 ‘주로 마시는 술’ 조사에서 2010년 31%를 차지했지만, 2014년 44%로 치솟았다.이는 5년 후에는 ‘주로 마시는 술’이 소주에서 맥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윤태선 전무이사는 “소비자의 기호에 소주 기업이 대응할 방법은 우선 저도주다. 당분간 소주 시장은 저도주 시장 위주로 흘러갈 것”이라고 설명했다.올해 주류 업계의 이슈는 14도 이하 소주의 성공 여부다. 5월 11일 무학은 천연 과일과즙을 첨가한 ‘좋은데이 블루·좋은데이 레드·좋은데이 옐로우’를 출시했다. 블루베리, 석류, 유자 과즙을 첨가한 과일소주로 13.5도다. 3월 초 롯데주류는 과일과즙과 과일향이 첨가된 칵테일 소주 ‘처음처럼 순하리’를 선보였다. 알코올 도수는 14도다. 이 시장의 승자가 소주 시장의 강자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역별 소주 점유율 변화 추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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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