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Cover

Home>포브스>On the Cover

제시카 박 헤이커뮤니케이션 대표 

“색깔은 ‘나’를 지킬 수 있는 좋은 도구” 

사진 이원근 기자
색깔은 사람의 감정이나 생리 영향을 미치는 힘이 있다. 이 색깔을 이용해 사람의 성향과 심리를 파악하고 다양한 컨설팅을 해주는 국내 대표 색깔 전문가 제시카 박 헤이커뮤니케이션 대표를 만났다.

빨강, 노랑, 주황, 분홍, 초록, 청록, 남색, 보라 중 당신이 좋아하는 색깔은 무엇인가. 만약 정열을 상징하는 빨강을 골랐다면 당신은 자신감 넘치고 앞뒤 가리지 않는 저돌적인 성격의 소유자일 가능성이 크다. 여기까지는 포털사이트를 뒤지면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는 색깔별 성격 진단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색깔을 통해 사람의 심리 파악은 물론 치유까지 할 수 있어야 진정한 ‘컬러 코칭(color coaching)’이 이뤄진다.

지난 5월 8일, 국내 대표 ‘컬러 코칭’ 전문가인 제시카 박(한국명 박은숙, 50) 헤이커뮤니케이션 대표를 만났다. 어버이날에다 한 주의 끝인 금요일이 겹치면서 퇴근시간 전에도 교통체증이 대단한 날이었다. 조금 늦게 약속장소에 도착한 박 대표는 색깔 전문가답게 진한 파란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는 인터뷰가 시작되자 자신이 직접 개발했다며 8가지 색깔(중국에 진출하기 위해 중국인이 좋아하는 숫자 8에 맞춰 8가지 색깔로 했단다)의 종이를 꺼냈다. 그리고 이 색깔들을 지금 이 순간 끌리는(?) 순서대로 나열해보라고 주문했다. 기자가 맨 먼저 선택한 색은 빨강이었다. 그걸 본 박 대표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당신은 정열적인 사람”이라는 진부한 얘기가 아닌 “혹시 오늘 화나는 일이 있느냐”라는 질문이었다. 예상 밖의 말에 사뭇 당황했다. 그날 오전 지인과의 다툼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는 같은 색깔이어도 놓인 위치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고 했다. 그리고 상담을 받는 사람이 굳이 자신의 상태를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가 선택하는 색깔이 모든 걸 이야기해준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색깔은 곧 사람’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대표가 컬러 코칭을 처음 접한 건 한창 이미지 메이킹(image making) 전문가로 활동했던 1996년이다. 당시에는 막연하게 이미지 메이킹에 컬러 코칭을 접목하면 좋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한다. 그러다 2004년 미국에서 교통사고를 크게 당해 2년 넘게 재활치료를 받게 됐다. 이때, 어쩌면 다시 예전처럼 생활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도록 그에게 힘이 돼준 게 ‘컬러 코칭’이었다. 박 대표는 이후 색깔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며 이를 소통과 치유의 수단으로 삼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는 색깔이 사람들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현시대는 사람들에게 다양한 능력을 요구합니다. 사람들은 그 능력을 개발하면서 자기 안에 가지고 있던 색을 잃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살아가는 데 어려움을 느낍니다. 이때 사람들은 문제 해결 방법을 밖에서만 찾습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자기 안에 있는 ‘진짜 나’를 끌어내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거기에 색깔은 좋은 도구가 됩니다.”

색깔 하나 아는 게 인간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싶지만, 그 유용성에 대해서는 이미 기원전 4세기 ‘의사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가 인정한 바 있다. 독일의 심리학자인 레빈(Kurt Lewin)은 “색채는 사람의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말로 컬러 코칭의 정확성에 힘을 실어 줬다. 박 대표는 이미 알려진 컬러 코칭기법을 활용하기보다는 자신만의 특화된 컬러 코칭을 완성하기 위해 성향 진단지를 직접 개발했다. 이에 지난해는 대한민국신지식 인연합회에서 주는 대한민국 신지식인상을 받았다.

컬러 코칭은 인간의 기질을 계절에 비유해 봄·여름·가을·겨울 4가지로 나누고 그것을 다시 색으로 구분한다. 그래서 ‘4CC(CODE COLOR COMMUNICATION)’코칭이라고 한다. ‘4CC’에 따르면 동일한 색이라도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다른 색을 띠며, 의미도 다르다. 예를 들어 봄의 분홍색은 노란색 비율이 더 높아 경쾌함을 주지만, 빛의 파장이 큰 여름에는 흰색을 많이 섞은 파스텔 색조를 띈다. 가을에는 붉은빛이 더 선명하며 겨울에는 분홍색에 파란색이 더해진다. 분홍색이 어울린다는 진단을 받더라도 어떤 계절적 성향을 가졌느냐에 따라 분홍색의 종류도 달라진다. 계절마다 색깔이 다르 듯 사람의 성향도 다르다. 봄은 임기응변에 강하고 순발력이 있으며, 창의력이 좋다면, 여름은 침착하고 온화하며 이성적이다. 반면 가을은 현실적이고 비전을 중시하며 조직에 잘 맞다.

은퇴 앞둔 CEO 자기 치유가 가장 중요

겨울의 성향을 지닌 사람은 자신감이 강하고 목표 중심에 행동파다. 이중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나타나는 컬러코드가 ‘여름’이라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리더들 중에도 여름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이 대표적인 여름 성향 리더이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마찬가지다. 박 대표는 “이 회장의 집요함(끈기)과 다각적 사고(사고 중심)를 하는 모습에서 여름의 성향이 강한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여름 성향에 해당한다. 반면 직설화법으로 지시를 내리고 결단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겨울 성향이 강하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그에게 컬러 코칭을 의뢰하는 사람들은 주로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이나 리더십이 필요한 CEO, 그리고 기업들이다. 사실 컬러 코칭은 자신의 능력을 1% 더 끌어올려 완성도를 높이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코칭이지만 최근에는 문제 해결을 위해 찾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특히 은퇴를 앞둔 CEO들이 컬러 코칭을 의뢰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는 게 박 대표의 이야기다. “그들이 가장 염려하는 건 은퇴 후에 찾아올지 모를 경제적인 어려움이 아닌 현재의 명예를 은퇴 후에도 지킬 수 있을 지입니다. 컬러 코칭은 그들에게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은퇴 후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깨달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컬러 코칭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에 걸쳐 이뤄지는데, 집중적으로 코칭이 이뤄지는 처음 한 달 동안 내면의 문제가 무엇인지 찾아가게 된다. 은퇴를 앞둔 CEO들의 경우 이 과정에서 “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애써왔구나”라는 자기 위로의 시간을 갖게 된다. 컬러 코칭이 다른 컨설팅과 다른 점은 이처럼 자기 치유 과정이 동반된다는 점이다. 자기 위로의 시기가 지나면 자존감 찾기에 들어간다. 박 대표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할 자존감은 가장 쉽게 흔들리는 부분이기도 하다”며,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는 적어도 두 달에 한 번 정도 컬러 코칭을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이 컬러 코칭을 통해 잃어버렸던 색을 되찾고 자신의 강점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보람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컬러 코칭을 알리기 위해 최근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 방송사에서 주최하는 ‘세상을 바꾸는 15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진행하는 글로벌 콘퍼런스에 색깔 전문가로는 유일하게 초청돼 ‘칼 대지 않는 성형 컬러’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컬러산업협회 설립에 힘쓰고 있다. 빠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국내 최초 컬러산업협회가 문을 열게 된다. 박 대표는 이 협회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중국, 필리핀 세부 기업과의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 글 정혜선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이원근 기자

201506호 (2015.05.23)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