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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원 아스트 대표 - 국내 최고 항공기 부품업체, 코스닥 상장으로 상승기류 

 

사진 김현동 기자
2001년 KAI에서 분사해 자본금 5억원으로 설립된 아스트(ASTK)가 지난해 12월 말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항공기 동체 제작 기술을 글로벌 항공기 메이저사에 인정받으며 매출을 확대해 나가는 아스트의 김희원 대표를 만났다.

▎김희원 대표는 1985년 정부가 착수한 전투기 국산화프로젝트 (KFP)사업에 참여한 항공기 전문가다.
항공기 부품업체인 아스트(ASTK)는 코스닥 상장 첫날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지난해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에 기분 좋게 코스닥시장에 입성했지만, 거래가 시작되자마자 11%의 낙폭을 보이며 하락했다. 이날 장중 낙폭을 회복하고 시초가보다 5.26% 상승한 9000원에 거래를 마감했지만, 공모가(9500원)보다 밑돌았다. 아스트의 주가는 이후 2거래일 동안 20% 넘게 하락하며 7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시장의 반응에 실망했다”고 김희원(60) 아스트 대표는 말했다. 전문가들은 2년 연속 적자가 이어진데다 부채비율이 높은 점을 주가 하락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장의 차가운 반응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해 마지막 주식 거래일이었던 12월 30일 반등을 시도한 아스트의 주가는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난 3월 17일 1만6000원을 넘어섰다. 지난 4월 8일(종가 1만5300원) 기준 아스트의 주가상승률은 70%에 달한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달라졌다. 이강록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항공기 부품산업은 품질규정이 까다로우며 요구되는 인증 수준이 높아 다른 산업보다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스트의 성장성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4월 8일 아스트 서울 여의도사무소에서 만난 김희원 대표는 “최근 높아진 투자자들의 관심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했다.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큰 듯 보였다. 이 부담감은 아스트에 따라붙는 ‘1호’ 타이틀 때문이기도 하다. 아스트는 항공기 부품 생산 기술력을 인정받아 제조전문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기술 특례로 상장심사를 통과했다. 기술 특례는 2005년 도입된 제도로,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에 한해 상장 요건에 맞는 이익을 못 내더라도 상장을 허용해 자금 조달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걸 말한다. 지금까지 기술 특례로 주식시장에 상장한 기업은 대부분 바이오업체였다. “처음이라는 건 굉장히 부담스러운 타이틀입니다. 기술 특례를 통해 상장하는 2호 제조업체가 나오려면 저희가 모범을 보여야겠죠.” 또한, 아스트는 주식시장에 상장한 첫 항공기 부품업체이기도 하다. 그는 아스트가 가는 길이 항공기 부품업체들의 모델이 될 거라 좋은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01년 설립된 아스트는 항공기의 골격재 부품인 스트링거제조로 시작해 후방동체 조립품인 ‘섹션 48’의 생산 기술력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섹션 48은 항공기 고도와 방향을 조정하는 꼬리날개가 장착되는 후방동체의 핵심부위다. 항공기 생산에서 날개를 제외하고 가장 조립하기 어려운 부분으로, 여기에 사용되는 부품만 6만 개가 넘는다. 이 부품은 세계 최대 항공기업인 보잉이 생산하는 B737에 납품된다. 보잉은 매월 B737을 42대 가량 생산하는데, 아스트는 이 중 10%에 해당하는 4대 항공기에 섹션 48을 공급한다. 1대 공급가는 4억1000만원 수준으로, 보잉에 섹션 48을 공급하는 것만으로 매년 200억원을 매출을 올리는 셈이다. “섹션 48은 항공기 앞부분과 균형 있게 잘 맞아야하기 때문에 정교한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그만큼 기술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죠.” 김 대표의 설명이다.

아스트는 섹션 48을 생산하기 위한 기술 확보를 위해 2011년 말부터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기술 개발이 완료된 2013년까지 막대한 투자자금이 투입되면서 아스트는 2013년 적자를 기록했다. “항공사업의 특성상 선투자를 통해 기술을 개발해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주해 매출을 내다보니 어쩔 수 없이 적자가 발생한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한번 개발된 기술은 캐시 카우 역할을 해 앞으로의 성장성에 문제없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실제로 아스트의 주 고객인 보잉은 이머징마켓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B737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B737의 월 생산량을 2014년 42대에서 2017년 47대, 2018년 52대로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보잉이 자체 생산이 아닌 아웃소싱 전략을 취하고 있는 만큼 아스트의 B737용 섹션 48의 공급량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전문가들도 여기에 주목한다. 박승현 KDB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지금 이대로만 간다면 아스트의 섹션 48은 보잉의 차세대 모델인 ‘B737 Max’ 후방동체에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섹션 48의 기술력과 든든한 고객사 덕분에 장밋빛 미래가 기대되는 아스트지만 보잉을 고객사로 삼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그는 “열 번도 더 넘어졌고, 그때마다 힘겹게 일어났다”고 말했다.

적금 깨고 담보대출 받아 회사 설립


▎아스트가 1년6개월에 걸쳐 기술을 개발해 만들어낸 ‘섹션 48’은 항공기 고도와 방향을 조정하는 꼬리날개가 장착되는 후방동체의 핵심부위다.
김 대표가 처음 항공기와 인연을 맺은 건 1978년 삼성정밀에 입사해 치공구를 만들면서다. 1985년 정부가 착수한 전투기 국산화 프로젝트(KFP)사업에 삼성정밀이 대한항공과 대우중공업을 제치고 주계약자로 선정되면서 항공기 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다. KFP사업은 8조원 넘게 투입된 당시만 해도 단군 이래 가장 큰 사업이었다. “항공기 생산 분야가 불모지로 여겨질 때라 항공 용어만 알아도 전문가로 봤죠. 치공구를 만들면서 항공기에 대한 지식이 있었던 제가 KFP사업에 참여하게 된 것도 그 이유입니다.” 제너럴다이나믹스의 ‘F16’과 맥에어 ‘F18’ 중 세밀한 평가를 통해 생산할 기종을 선택했다. 처음 결정된 건 ‘F18’이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공군용으로 개발된 ‘F16’을 최종 생산하기로 했다.


1992년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 KFP사업은 끝마치는데 10년 가까이 걸렸다. 정부는 그 과정에서 대우중공업과 삼성정밀, 현대우주항공 등 3사의 항공관련 부문을 통합해 1999년 10월 국내 유일한 항공기 체계 종합업체인 KAI(한국항공우주산업)을 설립했다. 삼성정밀 소속으로 KFP사업에 참여한 김 대표의 소속도 이때 KAI로 바뀌었다. KAI에 항공 사업을 떼어준 삼성정밀은 사명을 지금의 삼성테크윈으로 교체했다. KAI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음과 동시에 정부가 내준 숙제를 풀어야 했다. ‘국내 항공산업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내놓아야 했던 거다. “당시 KAI의 대표는 국내 항공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저변을 넓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래서 KAI만 할 수 있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을 구분했죠. 그 결과 항공 부품의 생산능력을 갖춘 기업이 다변화돼야 KAI를 지원할 수 있을 거라는데 생각이 모아졌습니다.”

KAI는 보잉에 납품하는 스트링거와 제너럴다이나믹의 ‘F16’에 들어가는 부품 생산라인을 분사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스트링거가 자사 항공기 동체를 만들기 위한 핵심부품이었던 보잉이 분사를 반대하고 나섰다. 그렇게 분사가 차일피일 미뤄지다 어느덧 1년이 지나갔다. 당시 KAI의 부품생산라인 총괄을 맡고 있던 김 대표가 보다 못해 “제가 한번 분사를 총괄해볼까요”라고 내뱉은 말이 화근이 됐다. “정말 반 농담 삼아 한말에 보잉에서 승인을 내주면서 일이 켜졌습니다. 분사라고 해도 사업을 할 자본을 직접 마련해야 했기 때문에 막막했죠. 저와 아내는 맞벌이해서 생활했는데 모아놓은 돈이 얼마나 있었겠습니까.” 그게 2001년이었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어안이 벙벙해 있는데 인사발령이 났다. 하루아침에 잘 다니던 회사에서 잘린 그는 한 달을 멍하게 지냈다고 했다. 그렇게 있는데 아직 어린 딸 둘이 눈에 들어왔다. “딸들을 보면서 언제까지 망연자실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미 벌어진 일이니 살길을 찾아야 했죠.” 적금을 깨고 담보대출을 받아 자본금 5억원을 마련해 회사를 설립했다. 그게 지금의 아스트다.

어렵게 회사를 설립했지만 그를 기다리는 건 더 큰 산이었다. 막 설립된 아스트는 스트링거를 생산할 공장을 만들지 못해, KAI의 스트링거 생산라인을 빌려 사용했다. 하지만 곧 내부에서 항의가 빗발쳤다. 분사했으니 공장을 만들어 생산라인을 확보하라는 거였다. 어렵게 KAI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부지를 사서 공장을 세웠다. 김 대표는 공장을 세우던 그때가 아직도 생생히 떠오른다고 했다.

“저는 그날을 잊지 못합니다. 2001년 9월 11일 추석 연휴 때였습니다. 비가 엄청 내렸는데도 공장을 빨리 지어야 하니까 철골조를 세우기 위해 공사현장에 나갔죠. 그때 미국에서 9.11테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테러에 사용된 게 항공기였죠.” 설상가상으로 그해 12월 사스가 중국에서부터 발생해 다른 지역으로 퍼지며 여행객이 급감했다. 이 두 사건으로 항공기 생산량이 3분의 1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아스트 역시 이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분사 후 월 4000개였던 스트링거 생산량이 1600개까지 줄었다. “경남 사천 본사에 제 사무실이 2층에 있습니다. 정말 거기서 몇 번이나 뛰어내리고 싶었습니다. 제가 그 이야기를 지인에게 했더니 2층이라 뛰어내려 봤자 다리만 부러지니 그러지 말라고 하더군요.”(웃음)

목표는 2020년 매출 3000억원


이제는 농담까지 섞어가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때는 끝이 안보이는 터널을 걷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일을 계기로 기존 KAI의 수주에만 의존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을 직접 뚫게 된다. 해외 메이저사의 직수출을 시도한 결과 2004년부터 작은 결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2006년 글로벌 항공기 메이저사인 싱가포르 스타이스(S.T.A.I.S)에 757기에 들어가는 메인덱 카고도어(Main Deck Cargo Door) 납품 수주에 성공했다. 이후 미국 스피리트사도 뚫었다. 처음에는 벌크헤드와 정밀조립제품을 공급하다 이제는 섹션 48까지 공급하게 됐다. 현재 국내에서 항공기 부품업체로는 아스트의 경쟁사가 없다. 국내 밖에서 찾으면 터키의 항공방산업체인 TAI정도다. 세계 최대 동체 제작업체인 스프릿은 지난해 1500여개 협력사 중 동체제작분야 최우수 공급업체로 아스트를 선정했다. 아스트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이다.

김 대표의 올해 목표는 흑자전환이다. 이 목표에 전문가들의 전망이 힘을 더해주고 있다. 박승현 애널리스트는 아스트가 올해 영업이익 43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액 또한 864억원으로 전년보다 4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 대표는 상장을 앞두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민항기 동체 시장에서의 노하우를 살려 군항기 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밝힌바 있다. 이와 함께 항공기 동체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2020년 매출 3000억원의 항공 동체의 토털 솔루션 업체로 성장할 것이란 포부를 내놓았다.

김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며 궁극적인 자신의 꿈에 대해 조심스레 털어놨다. 그의 꿈은 아스트를 ‘월급쟁이의 천국’으로 만드는 거란다. “아스트는 제가 월급쟁이를 하다 쫓겨나듯 설립한 회사입니다. 그래서일까. 월급쟁이들의 마음을 잘 알죠. 월급쟁이의 천국이라고 해서 무조건 편한 직장을 만들거나 월급을 많이 주겠다는 게 아닙니다. 직원들이 자기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고 거기서 보람을 찾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게 월급쟁이들의 천국 아니겠습니까.”

- 글 정혜선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김현동 기자

201505호 (201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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