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빌더라는 개념을 한국에 소개한 패스트트랙아시아가
부동산 임대업에 뛰어들었다. 박지웅 패스트트랙아시아 대표는 “한국의 부동산 임대
시장에서 차별화로 성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지웅 대표는 한국판 ‘위워크’를 만들기 위해 패스트파이브를 창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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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요즘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스타트업과 부동산 임대업, 어울리지 않은 조합이지만 많은 벤처캐피탈이 이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2014년 2월, 미국의 JP모건이 이 스타트업에 1억5000만 달러(약 1500억원)을 투자해 업계의 이슈가 됐다. 이 스타트업의 올해 목표 매출액은 4억 달러에 이른다. 올해 다시 투자금을 모집할 계획이고, 이 계획이 성사되면 기업가치가 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스타트업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위워크(WeWork) 이야기다.(포브스코리아 2월호 ‘자본주의자들이 이룬 꼬뮌’ 참조)위워크는 부동산 임대업, 자세하게 이야기하면 ‘사무실 공유 임대업’을 하는 스타트업이다. 과거 부동산 임대업과 위워크는 차이가 있다. 위워크는 스타트업 창업자나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사무실의 조그마한 공간을 임대해준다. 쉽게 말해 사무실을 여러 공간으로 나눠서 스타트업 관계자들에게 임대해주는 것이다. 2013년 위워크는 9개의 사무실을 가지고 사업을 펼쳤다. 2015년 말에는 임대 사무실이 60개로 확장될 예정이다. 그만큼 인기가 좋다.위워크의 성공 요인은 커뮤니티다. 위워크가 제공하는 사무실 공간 중에서 입주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 공공장소인 라운지였다. 이곳에선 항상 이벤트가 열린다. 이벤트 시간에 입주자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네트워크를 쌓게 된다. 위워크는 사무실을 공동체 공간으로 만들어 성공을 거둔 것이다.얼마 전 한국판 위워크인 ‘패스트파이브(Fast Five)’가 한국에서도 활동에 들어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에 컴퍼니빌더(Company Builder)라는 개념을 소개한 패스트트랙아시아의 박지웅(34) 대표가 직접 창업했다. 패스트파이브는 패스트트랙아시아가 창업한 다섯 번째 스타트업이다.
한국판 위워크 ‘패스트파이브’패스트트랙아시아는 2011년 11월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노정석 5Rocks 창업자, 박지웅 당시 스톤브릿지캐피탈 수석심사역이 모여 창업했다. 아이디어가 생기면 사람을 영입해 창업하고 경영지원을 맡는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실행에 옮기고, 고객의 반응을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며 박 대표는 웃었다.2015년 4월 현재 ‘플라이앤컴퍼니’ ‘패스트캠퍼스’ ‘스트라입스’ ‘헬로네이쳐’ 등 4개의 파트너사를 두고 있다. 패스트파이브를 합하면 파트너사는 5개가 된다. 성적도 좋다. 2014년 말 4개의 스타트업은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패스트파이브 창업은 패스트트랙아시아가 부동산 시장에 진출한다는 의미다.4월 초 서울 서초구의 한 조용한 동네에 있는 빌딩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이 빌딩의 2, 3층이 패스트파이브가 마련한 공유형 임대 사무실이다. 입주자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로 사무실 곳곳에 인테리어 비품들이 놓여 있었다. “유리벽과 같은 시설은 전문업체가 시공을 했다. 이 외에 인테리어와 사무집기 설치는 우리들이 직접 했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커뮤니티 매니저는 ‘교회 오빠’ 역할천장을 노출해서 사무실 분위기를 시원하게 만들었고, 앤티크 스타일의 조명은 모던한 가구와 잘 어우러져 있다. 독립된 공간을 원하는 이들을 위해서는 투명한 유리벽으로 독립된 사무실이 제공된다. 전체적으로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지향하고 있는 열린 사무실처럼 디자인되어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벽을 없애는 것이었다. 공간을 오픈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아마추어 솜씨라고 보기에는 너무 잘 해놓은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디자인을 전공한 직원이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홍보를 시작한 지 하루 만에 문의전화가 20통 이상 왔다. 예상보다 관심이 높다”며 웃었다.패스트파이브와 같이 스타트업 관계자들에게 공간을 임대하는 소호 사무실이나 비즈니스 센터는 서울에만 200여 곳이 넘는다. 박 대표는 “우리가 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패스트파이브만의 차별성을 다른 부동산 임대업체가 따라오기 힘들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패스트파이브에는 있지만, 다른 사무실 임대업체에는 없는 것들이 많다. 패스트파이브의 사무실에 입주하는 계약기간은 1개월~3개월이다. 여타의 소호사무실 계약 기간은 보통 1년 혹은 2년이다. 패스트파이브에는 책상, 의자 등 사무집기가 모두 마련되어 있다. 패스트파이브가 마련한 사무실에 입주하게 되면 인테리어 비용도 필요 없다. 심지어 패스트파이브의 자랑인 공동공간에는 커피, 음료, 맥주 등이 항상 구비되어 있다. 이 모두가 무료로 제공된다. “무선인터넷, 마이크로 로스팅 커피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추가비용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게 우리 사무실의 장점”이라며 “다른 사무실에서는 볼 수 없는 문화가 이곳에서 펼쳐질 것”이라고 강조했다.박 대표가 가장 자랑하는 것은 ‘커뮤니티 매니저’다. 박 대표는 사무실을 단순히 일하는 공간이 아니라 커뮤니티가 이뤄지는 곳으로 만들려고 한다. 각 층에는 입주자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동공간인 라운지가 마련된다. 이곳에서는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게 된다. 한달에 한번 입주업체와 벤처캐피탈 전문가가 모여 제품이나 서비스를 발표하고 리뷰하는 ‘데모 데이(Demo Day)’, 격주로 옥상정원에서는 바비큐 파티도 열린다. 격주로 금요일 밤마다 ‘파이브 프라이데이(Five Friday)’라는 이름으로 네트워킹 파티가 열린다.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역할을 커뮤니티 매니저가 맡게 된다. 입주자들이 불편해하거나 원하는 게 있으면 커뮤니티 매니저가 해결해주게 된다. 박 대표는 “커뮤니티 매니저는 교회 오빠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커뮤니티가 가장 잘 형성된 곳이 어딜까 고민했다. 교회였다. 교회에서는 매일매일 뭔가 열린다. 수많은 소모임도 있다. 그 모임에 가도 되고 안가도 되고 강제성도 없다. 교회 오빠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돌봐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커뮤니티 매니저도 사무실에서 누구도 소외받지 않도록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된다. 커뮤니티 매니저가 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파이낸싱으로 보증금 모을 계획
▎패스트파이브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사무실처럼 오픈된 사무실을 콘셉트로 해서, 입주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도록 공간을 배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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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계에서는 패스트트랙아시아가 부동산 분야에 뛰어든 것을 의아해한다. 어울리지 않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시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한국에서 부동산처럼 덩치가 큰 분야가 없다. 수수료 시장만 5조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부동산 시장 진출을 결심한 이후 박 대표는 다양한 사업 모델을 검토했다. 심지어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팝업스토어까지 검토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중개업’이었다. 눈에 들어온 게 위워크였다. “위워크는 우리가 어렴풋이 생각한 것을 가장 잘 보여줬다”고 회고했다.한국에 있는 소호 사무실과 비즈니스 센터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사무실에 들어가면 올드하고 갑갑한 느낌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호 사무실’은 검색이 가장 많은 단어 중 하나였다.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다.부동산 임대업이라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승리하려면 특별한 뭔가가 필요했다. 박 대표는 “브랜드였다”고 설명했다. 알 듯 모를 듯한 설명이다. 박 대표는 스타벅스를 예로 들었다.“스타벅스는 커피를 파는 회사라고 하지 않는다. 자신들은 문화를 판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부동산 임대 시장의 스타벅스가 되려고 한다. 위워크가 성공한 것도 문화를 파는 브랜드가 됐기 때문이다.”박 대표는 패스트아시아 전면에 나서서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패스트파이브의 발전 단계에 맞는 계획도 수립해놓은 상황이다. 6월까지 2, 3층 공간을 모두 채우는 것이 1차 목표다. 이후 새로운 공간을 얻기 위해서는 보증금이 필요한데, 보증금도 파이낸싱을 해서 모을 예정이다. “임대 보증금은 떼일 염려가 전혀 없다. 투자자에게 연 수익률 5%를 약속하면 보증금 모으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박 대표는 설명했다. 패스트파이브가 만든 공간이 브랜드화가 되면 직영점만 오픈할 계획이다.“프랜차이즈처럼 공간만 만든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스타벅스처럼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 글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